예전에 수학갤에 올렸던 조교 과목 체험기. 남을 까는 내용이 아니라서 다시 올림.
남을 비방하는 내용은 가능하면 올리지 않을 생각임
1. 조교 과목을 정하기까지
내가 다녔던 수학과에는 군표현론 입문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잘 안 열림. 3년에 한 번 정도?
하여간 내가 이 과목이 처음 열렸을 때 수강했고 그 이후로 한 번인가 더 열렸음.
별로 어려운 과목은 아니고 선수과목이 선형대수랑 현대대수 정도인 평이한 과목임.
이 과목이 이번 학기에 3번째로 열리긴 했는데 이번 강의는 교수가 바뀌었음
외부(Cambridge;;)에서 온 방문교수가 이 과목 수업을 한다고 해서 어떤 수업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
나는 이 과목 열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교수가 바뀌었으므로 이산수학 조교나 하면서 꿀이나 빨려고 했음
원래 방문교수가 강의하는 과목은 조교 업무가 로또기 때문에 그냥 하던거 하는게 제일 편함
근데 갑자기 표현론 조교 하기로 한 J형이 갑자기 나를 찾아온거임
(참고로 이 분의 세부전공은 정수론이다)
J형 : 야 나랑 조교 좀 바꿔주면 안되냐
Rafle : 에이 저 수학 못해서 그런 어려운 과목 조교하면 안됨 이산하면서 꿀빨거임
J형 :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교수가 내가 너무 무식해서 조교 못 맡기겠대
Rafle : ??? (이런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잘 모르는 내용이면 이 기회에 공부해서 조교하라고 하지)
J형 : 교수가 문제 냈는데 내가 못 푸니까 조교 못 시키겠다고 하더라 나 좀 도와주라
Rafle : 형 제가 그거 들은게 몇 년 전인데 내용을 어떻게 기억해요;;
J형 : 일단 가 봐 어차피 그거 들은 사람 거의 없어서 후보도 별로 없어
그래서 결국 그 교수 연구실에 가서 면담을 했다
교수 : 아 자네가 다른 조교인가?
Rafle : 네 그렇긴 한데.. 저도 표현론은 잘 모르는데 그냥 그 형 계속 쓰시면 안 될까요?
교수 : 음 혹시 S3의 character table은 그릴 줄 알아?
Rafle : 그거야 알죠 (S3의 character table은 표현론을 들은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문제임)
교수 : 오케이 자네로 하지
Rafle : ???? 진짜요?
난 J형이 진짜 몰라서 떨어진건지 나한테 똥을 먹이려고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한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음..
내 기억에 J형도 표현론 수업을 분명히 들었는데.. 하여간 그렇게 강제로 표현론 조교가 되었다
2. 그렇게 표현론 수업을 시작했고 첫 수업은 조교니까 예의상 들어갔는데..
교수 : 우리가 일주일에 수업이 두 번 있는데 연습시간이 필요할거 같으니 금요일 오전(!!)으로 하죠
Rafle : (아 망했다.. 금요일 오전에 어떻게 사람이 일어나지?)
교수 : 그 시간에는 조교가 숙제 문제를 풀어줄거에요. 숙제는 제출일에 수업 시간에 조교에게 제출하세요.
Rafle : (하느님... ㅠㅠ 제가 수업까지 들어와야 합니까)
교수 : 교재는 따로 없고 제가 만든 강의 노트를 사용합니다.
어떤 과목인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테니 강의 노트 링크 건다 ㅋ
http://www.maths.gla.ac.uk/~abartel/docs/reptheory.pdf
솔직히 일반적인 과목은 조교가 수업에 들어갈 필요도 없고 채점만 하면 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갑자기 생긴 랩 시간에 수업도 들어가야 하고... 일반적으로 기초과목은 랩 시간이 있지만 상위과목은 랩 시간이 없는게 보통임.
이렇게 나는 본의아니게 학부 과목 강제 청강을 하게 되었다.
하여간 첫 숙제를 내고 나니까 그룹이 세 개로 갈림.
1번 그룹 : 현대대수를 안 배워서 그룹이 뭔지도 모르지만 표현론이 희귀과목이라는 말을 듣고 온 물리과 A군
2번 그룹 : 수학과 내에서 아싸라서 혼자 숙제하는 H군과 K군
3번 그룹 : 수학과 인싸들이 모여서 같이 숙제를 하는(이라고 쓰고 C군과 S군의 숙제를 나머지 세 명이 베끼는) 5명
첫 문제는 당연히 A군이었음. 그룹이 뭔지도 모르는데 표현론을 하려고 하니 될 리가 있나.
교수를 찾아가서 당당하게 난 현대대수 모르는데 이거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물어보더라.
그러자 교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기 책장에서 Herstein - Topic in Algebra를 뽑더니 학기 끝나고 돌려주면 된다고 하고 주더라
2번 그룹은 결과적으로 둘 다 드랍했음.
H군은 열심히 풀었는데 첫 숙제를 0점 받았고.. K군은 애가 좀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드랍함.
3번 그룹은.. 첫 번째 숙제에서 S4의 group algebra CS4를 1차원 24개로 토막살인 한 걸 빼고는 무난했다.
(원래 답은 1차원 2개, 2차원 1개*2, 3차원 2개*3)
3. 그리하여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결국 나도 사실상 n+1번째 수강생이 되어서 숙제에 고통받고 있었다.
숙제 하나가 중간고사 급의 포스였고 매기고 풀어주는 나도 전날은 밤을 새야했다..
3번 그룹 새끼들 숙제를 아무리 union 해봐도 전체 집합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에 결국 내가 문제를 다 풀었음 ㅠㅠ
한 번은 나도 못 풀어서 교수한테 물어보러 간 적도 있음.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학점 챙기게 수강을 할걸..
분명히 내가 들을 때는 이렇게 개같은 과목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문제는 이 방문교수님의 눈이 너무나도 높아서 진도는 폭주기관차처럼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내가 듣던 수업 중간고사 내용이 첫 번째 숙제에 나왔을 정도.
숙제가 총 6개 정도 나왔는데 3번째 숙제가 내가 듣던 수업의 기말고사 범위를 넘어가기 시작함.
숙제를 베끼는건 너무 일상적인 일이라 태클 걸 힘이 없을 정도였다. 의외였던건 A군이 숙제를 반 이상 풀어온 것.
예전에 강의하던 교수님께 진도 이따위로 나가도 되냐고 하니까 '학생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가 대답이었음
게다가 중간고사가 없었기 때문에 기말고사가 되어가니 애들은 수업도 안 듣고(이해를 못하니) 맛이 갔었음
어느 정도였냐 하면..
Rafle : 야 너 기말고사 공부 잘 되어가냐
L군(3번 그룹의 카피캣): 형 저 제가 뭘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Rafle : 어.. 그래... 혹시 Mackey's decomposition 증명은 바라지도 않고 state 할 수 있니?
L군 : 어.. 공부할게요
그렇게 기말고사를 쳤는데 기말고사는 다행히 엄청 어렵게 나오진 않았음. 어디까지나 수업에 비해서..
놀랍게도 A군은 6명(2번 그룹은 전부 다 드랍함) 중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음.
아직까지 이 학생은 좀 존경스러움. 서울대 물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들었음.
3번 그룹의 탑이었던 C군과 S군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그룹도 모르던 물리과보다 기말을 못 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나는 나한테 똥을 떠넘긴 J형에게 맛있는걸 얻어먹었다.
결론 : 부지런한 물리과 A군님 존경합니다.
덤 : 여기서 나오는 C군은 표현론 원탑으로 A+ 받고 공부 열심히 하던 패기 넘치던 친구였다.
내가 이 친구 조교를 두 번 했는데.. 나한테 했던 말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
"형 그래프론 같은거 해서 뭐해요? 시시한 것만 하던데 필즈상 받으려면 정수론을 해야죠"
이런 패기 넘치는 말도 수학 막 배우기 시작한 학부생 때는 가능 ㅋ
다음 글은 뭘 쓸까
1. 내 전공 얘기
2. 내가 겪은 수학과 썰
3. 내가 들은 수학계 카더라 통신
4. 중국 수학 이야기
5. 갤주의 흑역사
5555
다음글 5번, 언제가 됐든 1~5번 전부 써주셈
2.3 - dc App
천천히 다 써줘 ㅋㅋㅋ
남들 5번하니까.. 나는 3번 4번이 재밌을 거 같은데 이런 거 어디가서 듣기힘들지
근데 그 물리과 학생 전공이 뭐일지 진짜 궁금하네 서울대 갔다면 분명히..
숙제 했는데 0점이면 무슨 기분일까...
내가 가르쳐주자면 바로 드랍하고 싶어지는 그런 심정임.
존나 열심히 풀었는데 0점 받잖아? 그럼 내가 이 수업은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 싶어짐 멘탈 존나 깨지는데 이걸 버티고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진짜 멘탈대단한 놈임
좀 다른데 그거에 관해서 칼텍 학생에게 고하는 파인만의 조언 있음 ㅋㅋ - dc App
6. 한 때 수갤을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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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군은 지금 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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