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즈상 수상자인 Timothy Gowers가 2000년에 Clay 수학연구소에서 열린 밀레니엄 회의(ㅇㅇ 밀레니엄 7대 난제 발표했던 거기 맞음)에서 했던 강연을 번역해 봤어.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명강연이고 다른 강연에서 볼 수 없었던 통찰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번역을 결심함.
한 시간짜리 강연이고 (영어 스크립트가 23페이지…), 본업도 있어서 전문을 한 번에 번역하지는 못했음. 대충 10% 정도 한 것 같네.
극초반이라 메인 메시지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만 읽어도 수학계에 대한 Gowers의 솔직함과 통찰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아래에 강연 영상이랑 영어 스크립트 링크 남겨둘 테니까, 번역 필요 없는 사람들은 직접 보는 걸 추천. 내가 전문 번역가도 아닐뿐더러 원래 문장들이 상당히 멋들어짐.
질문이나 피드백 환영이고, 반응 괜찮으면 틈틈이 번역해서 또 올릴게 ㅎㅎ
혹시 좋아하는 수학 관련 대중강연이나 글이 있으면 알려줘도 땡큐.
강연 녹화영상 링크: https://youtu.be/BQHbdi8A0p8?si=dDDPb_Mj-bKtThgN
영어 스크립트 링크: https://www.dpmms.cam.ac.uk/~wtg10/importanc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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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중요성 - Sir William Timothy Gowers]
제가 이 자리에서 수학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밀레니엄 회의의 기조강연자로 초청받은 것은 실로 큰 영광입니다.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하는 것은 지혜, 판단력, 그리고 성숙함을 요구합니다. 이런 면에서 저보다 훨씬 훌륭한 수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청중 중에도 많이 계시죠.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제 생각들이 아직 완전히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5년 전에 같은 주제에 대해 요청받았다면 전혀 다른 강연을 했을 것이고, 5년 후에는 또다시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직접 짓지는 않았지만, 기꺼이 수락한 저의 강연 제목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지금 수학자뿐만 아니라, 언론인을 포함한 영향력 있는 비수학자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수학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이것은 수학계를 실망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 행사를 포함하여 여러 방면에서 수학을 지원해 주고 계시는 Clay 씨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전 세계 수학자들의 활동을 관찰했을 때 수학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새롭게 증명된 수학 정리를 하나라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세계 인구의 비율은 매우 작습니다. 심지어 대학 교육을 받은 인구로 국한해도 작죠. 심지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제외한다면 그 비율은 더욱 작아집니다. 만약 여러분이 수학자에게 연구 주제에 대해 물으면, 아마 여러분은 멋쩍은 웃음과 함께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기가 쉽습니다. 이 미스테리하고 복잡한 작업이 실용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묻는다면 (실제로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수학자들의 여러 전형적인 반응이 있지만 그중 즉시 만족할 만한 답은 없을 겁니다.
그중 하나는 유명한 Cambridge의 수학자 Hardy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분야인 정수론이 당시에나 가까운 미래에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완벽하게 만족했습니다. 사실 거의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했죠. 그에게 수학적 가치의 기준은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반대쪽 극단에는 이론전산학, 금융수학, 통계학 등 실용적 중요성을 인정받는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들이 자리하고 있죠. 이러한 분야의 수학자들은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이디어들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금융시장을 변혁시킨 파생상품 가격 책정을 위한 Black-Scholes 방정식과 인터넷 보안의 초석이 된 Rivest, Shamir, Adleman의 공개키 암호시스템이 있죠. 특히 후자는 여러 번 지적된 바와 같이 Hardy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수론의 응용입니다.
이러한 응용 쪽 극단에는 이론물리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수학을 연구하는 수학자들도 있습니다. 사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실용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현대물리학이 우리의 측정한계 안에서는 이미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이렇게 큰 발전은 과학계 더 나아가 조금의 지적 호기심이 있는 모두의 압도적인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만약 수학자들이 이 과정에 기여를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적어도 수학 바깥에 있는 거대한 응용을 가리킬 수 있게 되겠죠.
응용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수학자는 이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수학 바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정리를 증명하면 기쁘겠지만,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재밌지만 순수하게 수학적인 문제와 재미없지만 공학자, 전산학자, 또는 물리학자에게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문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아무도 실용적인 문제를 연구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됐다고 여길 것입니다.
사실 이런 태도는 보다 실용적으로 보이는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들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가 분야 바깥의 사업, 산업, 과학 등에 응용된 구체적인 사례를 묻는다면, 항상은 아니겠지만 종종 그들의 불편한 반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소위 실용적이라고 불리는 연구 분야 중 상당수 또한 전혀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통해 여러분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이러한 현상이 세상을 수학적으로 바라보는 것의 자연스럽고 추구할 만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수학이라는 활동은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수학자들은 세상을 직접 탐구하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세상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탐구합니다. 가장 간단한 수학조차 그렇습니다. 네다섯 살이 넘으면 더 이상 물건들을 모아서 세는 방식으로 덧셈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추상적인 수학적 구조 즉 자연수라고 부르는 모델을 활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종이에서 도형을 오려서 기하학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이고, 부분적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진 도형은 절대 사각형이나 삼각형 혹은 우리가 원했던 그 도형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우리는 모델을 탐구합니다. 무한히 뻗어 나가는 무한히 얇은 직선이나 완벽한 원과 같은 것들이 있는 이상화된 세상을 말이죠. 이런 모델에는 햄버거나 의자, 인간과 같이 정돈되어 있지 않은 세속적인 것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분야를 연구하는 수학자들이 모델을 만들 때는 두 가지 상충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 모델은 유용할 만큼 정확히 세상을 묘사해야 할 것이고, 그와 동시에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수학적 문제를 만들어낼 만큼 단순하고 우아해야 합니다. 수학자들은 재미와 우아함을 정확성보다 훨씬 더 중요시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이것이 국가의 GDP에 당장 기여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
일단개추
아 ㅋㅋ 좀 봐볼까 했더니 이게 몇장이고
ㅋㅋㅋㅋㅋㅋ 길긴해... 번역말고 차라리 요약을 해볼걸 그랬나
사람 이름이 기모찌 타워ㅋㅋㅋ
이열.. 길다 수고 많았음요 ㅋㅋㅋ
정수론 같은거는 쓰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컴팩트성 같은거는 전혀 쓰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음
강연내용과는 큰 상관 없는 답글이긴한데, 사실 compactness는 그 자체로 어디에 쓰인다기보다는 (정리가 아니라 정의니까) 일종의 "세계관"에 가까운거지. 거리가 없는 공간에서 "유계"에 해당되는 개념을 어떻게 엄밀하게 정의해야할까에 대한 오랜 고민의 답이 compactness인거. 나는 이런 세계관이 간접적으로 수리과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함.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제로 경제학의 일부분야에서는 compactness 가져다가 쓰기도함. (해석학과 위상수학을 가져다 쓴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콤푸타 게임, 보드게임, 공놀이도 직업이 되는 세상인데 말이죠 수학 정도면 유용성 ㅅㅌㅊ 아닌지
동의. 더 나아가서: 허준이 교수님이 필즈상 탔을 때 인터뷰에서 허준이 교수님 연구결과들의 유용성에 대해 자꾸 묻던데, 우사인 볼트가 세계신기록 세울 때 인터뷰에서 그 유용성을 묻지는 않잖아?
https://dimag.ibs.re.kr/home/sangil/2022/june-hur/
ㅋㅋㅋㅋㅋㅋ 정확히 이 기사 읽고 했던 생각임. 이제 rank-r matroid의 base 개수를 세는 게 왜 유용한지에 대해 답해야 하는거잖아ㅋㅋㅋㅋ 질문을 환원시키기만 한거임. 애초에 접근이 잘못 됐다고 생각함. 나는 허준이 교수님의 연구결과의 유용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은 Gowers의 강연이라고 생각함.
*기사->글
스포츠처럼 근본적으로 실용성과 전혀 무관한 오락거리 들먹이는건 좀 아닌듯
불편했다면 미안. 근데 나는 결국 한 극단에 있는 수학과 스포츠에는 유용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좁은 의미의 유용성을 이야기하자면: 콜라츠 추측이 증명된다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지? 100m 달리기 신기록이 단축되는 것보다 얼마나 더 유용하지? 넓은 의미의 유용성을 이야기하자면: 둘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고. (수학이 조금 더 매니악한 면이 있지만.) 내가 달리기를 들먹인 이유는, 기존 한계를 뛰어넘은 멋진 이야기에 유용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야. 그 자체로 아름답지 않은가?
사실 어쩌면 우리가 수학에서 유용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은 이공계학문이 본격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세계대전 이후일지도 몰라. 하지만 수학계 외부의 지원을 받는 이상 이런 질문을 무시할 수도 없지.
강연에서 Gowers는 대부분의 수학은 유용하지 않은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 반대로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칠만한 큰 변혁들이 수학에서 비롯되었다고도 이야기하지.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변혁을 이끌만한 수학인지를 그 순간에 가보기 전까지는 미리 알 수는 없다고 주장해. 그렇기 때문에 유용해 보이는 수학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수학계”를 지원해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심지어 수학자들은 지원하기는 (고급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많은 곳에 작은 돈을 뿌리고 잭팟을 기다리는 벤쳐캐피탈들의 투자전략이랄까.
맞음 응용수학은 기업쪽 지원도 받을수있지만 순수수학은 연구비를 거의 국가쪽 지원을 받으니까
ChatGPT한테 한번 돌려보고 이상한부분 수정하는식으로 번역하면 보다 빠르게 작업할 수 있을듯 싶어요 나머지도 기대할게요
호호 조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