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증명을 안보고 스스로 정리를 증명하는거 좋지
끈기와 노력을 바탕으로 도움 없이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좋은 수단인건 맞아

그런데 그것만이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보여서 말이지
그리고 이런 공부에 대해서 쓴 글이 이 정도로 많고 또 많이들 관심가지는게 좀 이상하게 느껴짐

몇몇은 이미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벌써 눈치챘겠지만 말할게
수학하는 사람들이 항상 모든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건 아니야


가장 흔한걸로는 증명에 필요한 정리를 레퍼런스 달고 썼지만 그 정리를 증명해보지 않기도 하고
연구하는 팀 중 한명이 어떤 내용을 확인 또는 증명해봤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저널에 논문이 실리기까지 했지만 자기가 아니라 공동저자가 쓴 파트에 대해선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는 경우도 있어

좀 내려가면 책이나 논문 읽다가 갑자기 한 문장에 턱 막혀서 심하면 며칠을 고민해도 해결 못하기도 하고
오픈북 시험 일주일을 줘도 못푼 문제를 남기고 제출하기도 하고
며칠간 연습문제 풀이를 생각하고 문제 하나로 세 페이지를 적어서 냈는데 나중에 보니 틀렸기도 하지

이는 논문을 쓰는 단계에서도 그러한데
자신이 막힌 부분을 다른 수학자와 얘기하다가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해결법을 찾기도 하고
들었던 얘기를 가지고 생각하다 한참 뒤에 해결해서 고민하던 사람에게 메일로 보내주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논문에 기여하지 않더라도 조언을 주기도 하지
학회에서 괜히 강연 사이에 쉬는 시간을 30분씩 주고 점심시간을 2시간씩 주고 저녁식사 자리까지 마련하는게 아니고
그런 자리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끼리 만나서 교류하고 발전이 있으라고 그런거지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혼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책의 증명 안보고 스스로 증명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도전인데
짧은 책이거나 학부 서적이라면 해볼 수도 있겠는데 반년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르고
사람에 따라서는 절대로 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거기서 끝나버릴 수도 있음
게다가 수강 과목이라면 강제로 시간제한이 있는 셈이고 더 붙잡는다고 해도 방학이 지나면 다음 과목을 따라가다가 슬그머니 손놓게 되고 그러겠지
정말로 대다수의 학생은 시도하지 않을 방식이고 해보더라도 앞에 몇 챕터 해보고 적당히 만족하고 그만둘거야

대단한 도전이고 정말 해냈다면 그 책을 전부 이해했다는 보증수표가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건 그것만이 제대로 된 수학 공부인건 아니라는 반증이 되겠지
게임으로 치면 달성률 0.1퍼의 도전과제같은, 게임 클리어 여부와는 다른 종류의 얘기인거야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응원할게
하지만 모두가 도전할 필요는 없고, 얼마든지 도전을 그만둬도 상관없으며 아예 시도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들 나도 수학을 저렇게 공부해야 하는 건가 하며 부담갖지 말았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