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극한의 정의가 처음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근사와 오차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금이나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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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왜 극한 개념을 처음 배울 때 그렇게 어려움을 느꼈던 걸까요?


참고로 저번글을 포함한 이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나 교육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처음 극한의 엄밀한 정의를 접했을 때의 경험을 회고하는 짧은 글이에요.


고등학교 과정이나 미적분학 입문 수업에서 배우는 극한은 대체로 수열이나 함수의 극한값을 구하는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주어진 함수에 적절한 계산을 통해 극한값 L을 찾는 연습을 반복하곤 하죠.


하지만 극한의 정의를 다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임의의 양수 epsilon에 대해서, 적절한 양수 delta가 존재해서,  a-delta < x < a+delta이면  L-epsilon< f(x) < L+epsilon 이다.


이 정의는 극한값 L을 구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어떤 값 L이 극한값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라고 생각해야되요.

당시의 저에게 극한의 정의는 마치 역설처럼 느껴졌어요.
“극한의 정의인데, 정작 극한값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야만 쓸 수 있다니?”
이런 당혹감은 아마 많은 학생들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입니다.

이 정의가 처음에는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극한값을 찾기 위한 방법론 또는 계산을 기대할 때, 이 정의는 이미 찾아진 L값에 대한 논증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극한값을 실제로 찾는 작업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운 다양한 직관적 계산법과 기법들을 통해 이루어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엄밀하게 정의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함수의 세계는 매우 wild해요.
우리가 주로 다루는 다항함수, 삼각함수, 지수함수 등은 매우 온순한 편입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허용되는 함수들 가운데는, 예를 들어 무리수에서만 연속인 Thomae 함수, 실수 전체에서 완전히 불연속인 Dirichlet 함수, 모든 점에서 미분이 불가능한 Weierstrass 함수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예제들도 존재합니다.
단순히 “실수에서 정의된 함수”라는 조건만으로는 너무나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그 중 어떤 것이 “극한을 가진다”고 말하려면 매우 정제된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epsilon-delta 정의입니다.

2 엄격한 추상화 덕분에 오히려 훨씬 넓은 맥락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극한은 잘 근사되는 값”이라고 했지만, “잘”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화학자에게는 나노미터 단위의 오차도 크다고 느껴질 수 있고, 천문학자에게는 1광년이 무시할 수 있는 오차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은 아예 임의의 허용오차 epsilon 가 주어져도 그 안으로 항상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덕분에 이 정의는 수학 전반, 나아가 물리학이나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렴’이나 ‘연속’ 개념을 일반화하고 응용하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물론 입델 정의를 직접 이용하는 화학/천문학자는 없겠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임)


극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다음엔 다른 글을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