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답 받은 질문글 좀 삭제하지마 
2. 그런데 글삭해도 내가 뭐할수있음
3. 이런 걸로 화낼 것 같으면 수학 하면 안 될 것이다

나는 호구다.

그저께도 질문글에 답을 달았더니 글이 삭제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심심했기도 했고 물어보는 내용에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답을 써 줬다.

이제는 그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그런 질문이 존재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 수학을 하면 안되는 놈들은 질문글을 삭제하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에 서툰 나라도, 자기가 부탁을 하는 주제에 해결되고 나면 이제 알겠다거나 아직 모르겠다거나 하는 반응은 커녕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녀석들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닌것 같다는 것을 안다.

거칠게 과장하자면 나는 내가 답을 쓰는 시간과 이런 일에 분노하는 시간을 등쳐먹힌 것이다. 남을 호구로 아는 이런 망할 놈들은 비단 수학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을 해도 안 될 것이다! (실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문득 이런 생각 또한 들었다 - 나도 참 얕고, 이렇게 수학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수잘갤을 하고, 질문에 답을 써 주었다. 삭제에 대해 애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답글은 내가 써주고 싶어서 써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답을 자주 써 주었는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오랜만에 들어와서 이런 똥글이나 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그린 그림이 지워졌다고 길길이 날뛰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지금 내가 그런 꼴이다.

언젠가 수학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치다 보면 이것보다 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 학생이었던 나도 질문을 잘 못 하였을테다. (아직도 어리다고 주장할 수 있다. 고작 수학 전공한 이학사일 뿐이므로)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면 - 독을 연못에 던져 넣는다. 그래서, 더 큰 수학자가 되고자 한다면 그 전에 자신이 우선 연못이, 호수가, 바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렇게 나는 자신이 호구가 아니었음을 정당화하려고 시도한다. 나는 얕았을 뿐이고, 이런 글을 쓰는 시간을 더욱 등쳐먹혔을 뿐이고, …

정당화에 실패했다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깊어진다고 호구가 아니게 되냐면 그것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얕은 마음가짐으로 계속한다면 쉽게 말라버릴 것이다. 이런 상태의 나는 수학을 하면 안 될 것이다.

수학 이야기: 범주 C, set-valued 함자 F: C -> Set, 대상 c in C에 대해, 자연변환 C(c, -) => F의 모임과 집합 Fc 사이에 자연스러운 대응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