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약간 위로하는? 글을 써보려고 함
수학은 대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발생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가 수학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움.
조금 이상한 비유로 시작해보자면
부족원의 수를 세는것은 현실임. 구운 고기를 동등하게 잘라 분배하는것도 현실임.
부족원이 두배가 되면 고기를 반으로 자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공학이고,
반대로 고기를 두배, 세배로 먹고싶어서 부족원 수를 절반, 삼분지 일 등으로 줄여나가다가(공학) 도저히 나눠떨어지지 않아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없는 부족원 수, 소수를 발견하는것이 수학임.
(공학과 수학이 구별되는 개념은 물론 아님)
첫번째로 강조하고 싶은건, 수학의 길에는 경탄스러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임.
다른 학문을 공부할때도 우리는 놀라움에 경탄하기 마련임.
하지만 우리가 수학에서 경탄할 때는 마치 실존하는 무언가를 보고 경탄하는 듯 함. 그게 수학의 가장 특별한 지점이라고 봄.
그 경탄스러운 '무언가' 를 향한 추구야말로 수학을 규정짓는 독특한 특성임. 위의 고기예시에서는 소수가 '무언가'일 것이고.
그렇기에 수학이 인문학이라고 하는 도발적인 주장에 의기소침할 필요가 전혀 없음. 수학은 분명 이런점에서 여타의 인문학과 구별되기 때문임.
문학이나 예술 또한 인간내면을 들여다보고 일종의 경탄을 찾아나선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수학에서 찾아내게 되는 경탄스러운 수학적 객체들은 도무지 부정하기 어려운 확고한 무언가이기 때문임.
'수학이 인문학이다' 라는 말을 들을때 느끼는 일종의 실망감은 이런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봄.
수학적 객체들이 아무리 경탄스러울지언정 인간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찾아낸 일종의 '상상'에 불과하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는 알고있음. 그 상상은 우리의 사고속에서 너무 잘 작동하고 또한 우리가 인지하는 물체들을 너무 잘 표현하기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수학적 객체들이 필연적이라거나, 심지어는 실존한다고, 혹은 물체의 본성 그 자체라고 '착각' 할 정도라는걸.
이런 '본성같은', '실재하는 듯 한' 객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문화나 시대때위에 의존하지 않은 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고, 수학을 다른 학문으로부터 구별되도록 강제하는 아주 독특한 지점임.
이런 객체를 개인의 내면에서 찾으려고 하는것은 아주 특이한 도전임.
차라리 물체로부터 객관적인 경탄을 찾으면 찾았지, 편파적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객관성을 유지한 채 모두가 인정할 만 한 경탄스러운 것을 발견한다는 말임?
이러한 보편성이 또다른 수학의 특성중 하나인데,
바로 '언어같다' 는 것임.
인간은 언어속에서 살아감.
'언어' 때문에 잠깐 딴얘기을 하자면
최근 ai가 핫한 토픽이다보니 인간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인상적인 주장이 많은데, 그중 가장 재밌게 본 주장중 하나가 "인간은 욕설하는 존재" 라는 말임.
인간의 욕설은 그 자체로 인간이 "언어 속에서 살아간다" 는 증명이란 거지
우리는 생각하기에 존재하지만, 그 생각은 언어 안에서, 언어에 의해서 이루어짐.
욕설은 나의 언어가 더이상 상대방에게 작동하지 않는단걸 깨달은 뒤에나 하게 되는데, 그에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또다시 언어로 나타난다는 점에서(그리고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언어에 묶인 존재라는거임.
그래서 이 말을 한 사람은 과연 ai가 우리와 같은 언어안의 존재냐... 아니다... 뭐 그런 주장인데 각설하고
암튼 인간이 언어속에 묶여있다는 그 말의 무게를 이해한다면 수학이 언어'처럼' 기능한다는 흔해빠진 바이럴이 얼마나 묘한 현실을 지적하고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듬.
우리가 물자체를 인식할 때(공학), 그 인식과정에는 언어가 없을지라도, 그에 대해 '생각' 하는 과정에서 언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그리고 이때 사용되는 언어가 수학 (또는 수학을 말하도록 요구하는 하는 메타-수학)이라는 것이 내가 가장 강조하고싶은 부분임.
그러니까 이과적 사고에 있어서 우리의 인식과 가장 가까이에 붙어 기능하는것이 수학이라는거지. 그렇다고 수학이 공학에 선행한다 이런건 아니고,
음... 뭐라고 해야할까
수학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거라는거지.
단순히 수학이 유용하다거나 수학의 이름아래 쌓아올려져온 다채로운 결과 때문이 아니라,
수학이 우리의 인식과 딱 달라붙어있기 때문에, 도무지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패할거란 거임.
언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실망감이 결국 욕설이라는 또다른 언어로 나타났듯, 수학을 배제해봤자 그 결과는 또다시 수학일 거란 거지.
그러니까 수학은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인문학' 이라고 할순 있지만, 동시에 인식론적 최전선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는 것. 모든 이과계열 학문의 유일한 인식론적 도구라는것. 그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수학의 가장 멋진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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