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이 쓴 점 미리 양해 바랍니다.

현재 고1입니다. 기말 하루 전인 오늘 자퇴 신청하고 왔습니다. 중학교 처음 입학할 때 성적이 좋았습니다. 특히 수학은 머리가 뛰어나서 공부를 안해도 항상 100점 맞았습니다. 저희 학교가 중학교임에도 꽤 빡세서 수학 평균이 50점 안팎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제가 솔직히 어린시절부터 잘생긴 편이었는데, 사고를 겪고 얼굴 변형을 겪은 경험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어 결국 2~3년 동안 학업을 놓고 약물 치료를 받았습니다.

중3 겨울방학 시점부턴 거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완치가 된 상태라서, 올해 1월 달부터 학원 끊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수학문제가 예전처럼 잘 풀리지가 않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원래 수학이 단기간에 오르는 과목이 아니라고들 하십니다. 고등학교 수학이 중학교보다 어려운 점도 있고요. 중학교 3년치 공백기를 몇개월 만에 급하게 매우고 왔으니 전보다 부족한 게 당연하겠죠.


물론 그런 점 전부 감안하더라도 나로선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성적이 중학교 시절과 '동일'하게 나오지 않는 게 고민이었다면 올바른 대답이었겠죠. 그러나 문제는 당장 성적보다도 '잠재력'같은 게 안보입니다. 당장 성적이 안나오는 걸 떠나서 기본적으로 타고난 지능 자체가 전보다 더 떨어진 것 같습니다.

수학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치료 받기 전보다 전반적으로 인지능력이 하락한 게 느껴집니다. 가장 즉각적으로는 실수가 잦으며 기억력이 전보다 확연히 떨어졌고, 무엇보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부족해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철이 덜들어서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공부를 하지 않았고, 중간고사에서 수학 40점을 맞았습니다. 국어나 영어는 남들처럼 대학 가고 취업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라 그러려니 하더라도, 수학만큼은 성적보다도 실력 자체에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재기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 치곤 공부량이 적었던 게 사실이라, 노력 부족으로 위안 삼고 다시 정신 차리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론 거의 공부 시간 60~70%를 수학에만 쏟았던 것 같습니다. 문제 하나하나를 풀때마다 풀이가 옳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니라 내 지적 수준을 증명하는 심정으로 풀어나갔고, 그리고 문제 한 문제씩 틀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시험 3주 전부터 전에 앓던 불안강박증세가 재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초등학교 동창을 여럿 만났는데, 그 중 하나가 "너 초딩 땐 잘생겼었는데 왜 이렇게 됐냐?"하고 물어본 게 계기였죠. 물론 그 친구는 그 원인으로써 사고를 겪었단 사실을 모른 채 장난 반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나에겐 큰 상처였죠. 처음엔 시험기간이니깐 숨기려고 노력했는데, 왜냐하면 중학교 때 정신질환때문에 3년 간 폐인생활을 했던 경험이 다시 반복되는 게 두려웠고, 무엇보다도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괜히 신경 끄고 내가 묵묵히 해나가면 지나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사그라들기는 커녕 점점 갈수록 증세는 악화되더군요. 그럴 수록 공부에 더욱 집착했지만 불안증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막바지엔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도 눈에 초점이 안잡혀서 문제가 안읽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태론 시험장에도 못들어가겠다 싶어서 오늘 자퇴를 신청한 겁니다.


첫줄부터 경고하긴 했지만 좀 두서없이 썼네요. 정리하자면

1.약물이나 기타 원인으로 후천적인 지능 저하를 겪을 수가 있을까요?

2.아니면 현재 나의 떨어진 수학 실력이 자연스럽고 일시적인 현상일까요?

이게 내 질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