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학의 위상 

– 그렇다면 한국 수학계의 위상은 어느 정도 되나요? 세계에서 한국 수학계 하면 얼마나 쳐 주나 뭐 이런 궁금증입니다. ‘다시는 한국 수학자를 무시하지 마라’라고 할 정도 됩니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지금 한 20위권 정도 아닐까요, 전 세계에서. 다만 굉장히 급속도로 발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학에 있어서는 후진적인 나라로 평가를 받고 있었어요, 국제 수학계에서는. 국제 수학자 연맹이라는 단체가 있고 거기서 각 나라별 등급표가 있는데 한국이 경제 수준이 매우 좋지 않은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가 2005년 즈음해서 위로 올라왔죠.

– 다른 지표들에 비해서 수학이 많이 낮은 편이었네요. 

그렇죠. 그런데 최근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보여서 그 등급표에서 굉장히 상향 조정이 되었어요. 덕분에 이제 한국이 국제수학자대회도 개최할 수 있게 된 거죠. 물론 아직 좀 더 발전해야 합니다. 사실 국가 내에서 수학자들이 크고 그 나라만의 어떤 분야나 학풍 같은 것도 생기고 해야 이제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고 할 수 있죠. 아직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의 지도 교수님들만 해도 거의 해외에서 학위를 받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 뿌리가 그렇게 깊지는 않죠. 한국 역사를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거예요, 아마.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응용분야에 돈을 쏟아붓고 있었으니까요. 짐작해보면, 논문을 내고 학술 활동하는데도 무언가 문제가 있었지 않았을까요?

그렇죠. 저희 교수님이 80년대 초반 학번이신데, 교수님께서 대학을 다닐 때 그 대학에 계셨던 교수님 중에는 동료 평가(peer-review)되는 저널에 논문을 내신 분이 한 분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SCISCI: Science Citation Index의 약자로 과학 인용 색인이라 부른다. 미국에서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인용 색인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전 세계의 저널 중 상위 10% 이내의 저널들만이 등재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연구의 중요성, 연구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ex. SCI 피인용 횟수, SCI 등재 몇 편 등).

" style="color: rgb(33, 125, 211); border: none; margin: 0px 0.1em 0px 0.2em; padding: 0.34em; vertical-align: middle; background: rgb(70, 70, 70); relative; z-index: 5; top: -0.15em; box-sizing: border-box; display: inline-block; border-radius: 0.3em; cursor: pointer; opacity: 0.3; line-height: 0; transition: background-color 0.2s linear 0s, color 0.2s linear 0s; outline: none 0px;">나 SCIE급이 아니라 그냥 peer-review가 되는 저널 기준으로 해서요. 리뷰가 안 되는 저널에 내셨는지도 잘 모르긴 하겠는데, 어떤 그런 식의… 우리나라에서 수학연구 자체가 사실상 없었던 셈입니다. 한 90년대부터 이제 조금씩 조금씩 제대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그러면 지금 본인은 90년대부터 연구를 하기 시작한 교수님들에게 배운 사람이니까 2세대 수학자라고 보면 되나요?

약간 애매하긴 한데 어쨌든 카이스트가 처음 시작하던 시절이 1세대. 그분들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면 그세대들인데 그분들이 아직 40대죠. 아직 한 턴이 다 안된 거죠. 그분들이 은퇴를 안 하셨으니까요. 이제 막 테뉴어테뉴어(Tenure): 대학에서 교수의 직업 안정성을 평생 보장해주는 특수한 제도적 장치. 영년 교수직 제도라고 번역되기도 하며, 흔히 “정교수”가 되었다고 함은 테뉴어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대학에 정규직 연구자로 취직했다 함은 테뉴어 트랙 계약을 합의했다, 즉 영년 교수직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는 의미와 사실상의 동치로 사용된다.

" style="color: rgb(33, 125, 211); border: none; margin: 0px 0.1em 0px 0.2em; padding: 0.34em; vertical-align: middle; background: rgb(70, 70, 70); relative; z-index: 5; top: -0.15em; box-sizing: border-box; display: inline-block; border-radius: 0.3em; cursor: pointer; opacity: 0.3; line-height: 0; transition: background-color 0.2s linear 0s, color 0.2s linear 0s; outline: none 0px;">를 받기 시작하고요.

– 그러면, 1.5세대?

네. 저는 그런 세대라서 그분들 보다는 한 10년 정도 뒤져있죠. 한편으로는 해외파에 수학 받은 첫 세대기도 하고요.

수학자의 괴로움 

– 여기서 그 1세대 이야기를 잠깐 한번 해 보죠. 우리나라가 가뜩이나 순수 연구에 돈을 많이 안 쓰는데 누구보다 힘드셨을 분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이 대학원에서 과연 내가 수학을 전공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는 건가” 고민했다고 해요. 이게 남자가 30대가 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

– 왜 하필 남자인가요? 차별적 발언입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실제로 선배들이 다 남자라서…

– 여기서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수학계의 암울한 성 비율이군요.

네. 남자. 선배들이 다 남자분들입니다. 성차별 발언은 아닙니다.

– 다시 돌아와서, 30대가 되면요?

그분들이 이제 30이 되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대학원 다니면서 하셨던 거죠. 해외파도 아니고, 이미 국내 대학들은 해외에서 박사 받아 오신 분들이 쭉 자리를 잡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던 찰나에 BK21(브레인 코리아 21)이 그 당시에 퍼지면서 그분들이 쫙 자리를 한 턴 잡으신 때가 있었죠. 비록 잠깐이지만 불과 2~3년 전 까지만 해도 덕분에 자리들이 많이 났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도 기다릴 수 없어요. 그다음을 기대해야죠. 다만 이미 자리 잡은 선배들로부터 어떤 교수님이 은퇴해도 사람을 새로 뽑지 않을 계획이라는 뭐 이런 훈훈한 얘기들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굉장히 훈훈한 소식이네요(…)

훈훈하게 제게 중국 가서 일자리 잡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하네요. 중국이 지금 경제 급성장을 이루는 중이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수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굉장히 힘드네요.

기초과학 친화적인 나라를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결국 직업입니다. 수학을, 이런 기초과학으로 박사 학위 받고 나서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고, 종류는 당연히 이게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이니 그렇다 쳐도, 그 숫자가 문제입니다.

물론 선진국도 사실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제 느낌에는, 어떤 정확한 통계 자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 교육을 받고 박사가 되신 그분들이 턴이 끝나지도 않고 이제 막 테뉴어를 받으려는 그 시점에서 일자리가 이렇게… 다음 세대한테 일이 없다는 현실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해요. 제 일자리가 없고, 저와 같이 공부했던 그 많은 사람들의 일이 없다는 문제입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자리’ 

– 현 세대의 신진 연구자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없군요.

네. 갈 수 있는 자리가 없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학부 때 수학과가 갑자기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거든요. 금융권에 인기가 확 높아졌어요. 두세 학번 위 선배들은 수학과가 한 10명이였다면, 저희 때는 50~60명도 있었어요. 최근에 막 100명씩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그런 이유가 사실 수학과에서 학부를 마치면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고, 몇몇 분야에 가서 고액 연봉을 받을 수도 있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더 공부를 많이 하면 어떨까. 학부보다 더 수학을 열심히 많이 오래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갈 데가 없는 거죠.

– 아이러니하네요. 공부는 더 많이 했는데 갈 곳이 없다?

보통 사람들이 대학원을 가면 좋은 직업을 잡을 기회가 더 많아지는데요. 어렸을 때는 공부를 많이 하고 잘 할수록 점점 기회가 많아지잖아요.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고 원하는 과에 가려고 하고 하는데, 이제 그걸 넘어서 더 공부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죠.

– 일종의 임계점이 있네요. 본인은 임계점을 한참 지나치셨네요?

지난 줄도 모르고 막 오다 보니까(…)

– 어찌 되었든 지금 이렇게 얘기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취직을 하셨는데요.

비정규직입니다.

– 그렇죠. 그래도 향후 2년은 보장되었는데요. 한국이 최근에 R&D 투자에 돈을 계속 쓰고 있고 또 기초과학연구를 많이 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탈 추격 선도형이라고 하죠. 그런데도 일선에 있는 뛰어난 순수 수학자는 일자리와 돈이 없나요?

제가 뛰어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 한국에 ‘대수기하’ 하는 사람 몇 명 없지 않나요?

‘대수기하’ 하는 학생들까지 다 합치면 아마 50~60명 정도 되겠네요. 전국에서.

– 그러면 그중에 반 정도는 그래도 취직이 돼야 운영이 될 텐데, 반 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죠, 지금?

이미 그중에 교수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반 정도는 사실 정규직이라고 봐야죠 이미. 문제는, 다음 세대가 계속 수학할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정규직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거죠. 한국 수학 연구 규모를 보면 제가 해외 나가서 비교해봐도 돈이 많다는 느낌은 많이 들어요, 수학계에도. 돈이 많이 돌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받는데 그런 돈들이 도는 것과 직업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포스트닥터(post doctor)포스트닥터(Post Doctor): 포스트닥, 혹은 ‘포닥’이라고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의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실 박사 학위를 마친 모든 연구자는 포닥에 속하지만 그렇게 사용되지는 않는다. 주로 학위를 받은 후 비정규직 상태로 연구 경력을 쌓는 연구 초년생을 지칭하며, “박사-포닥-교수”라는 일종의 정형화된 연구직 커리어 진행 과정의 일부를 구성한다. “인턴-레지던트-의사”와의 비교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style="color: rgb(33, 125, 211); border: none; margin: 0px 0.1em 0px 0.2em; padding: 0.34em; vertical-align: middle; background: rgb(70, 70, 70); relative; z-index: 5; top: -0.15em; box-sizing: border-box; display: inline-block; border-radius: 0.3em; cursor: pointer; opacity: 0.3; line-height: 0; transition: background-color 0.2s linear 0s, color 0.2s linear 0s; outline: none 0px;">, 흔히 포닥이라고 부르는 그 자리는 많아요.

– 지금 당장 일자리는 솔직히 계약직도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정규직이군요.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를 거쳐 학계를 유지하는 어떤 기반이 되는 뿌리인데 지금 잘 안 되어있다는 뜻이죠.

그런 정규직들 자리들이 이미 있기는 한데 문제는 새로운 자리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 수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완전 천재 하나가 이렇게 다 하고 이런 연구가 아니에요.

– 아닌가요? 영화나 픽션에서는 보통 수학 같은 분야에서 한 명이 쫙~ 하던데요.

실제로는 사실 많은 사람이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죠. 존 내쉬나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큰 스케치를 하죠. 그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큰 스케치를 하면 이제 디테일 하게 얼굴을 여기다 그리자. 남자 얼굴을 스케치해 놨으면 수염도 그리고 눈동자도 칠하고. 누구는 색칠도 해야 하고 누구는 점도 찍고 이런 일들이 많습니다.

– 본인은 어디쯤하고 계십니까

저는 코털… 좀 많이. 지저분하게 막.

– … 그리고 아마도 평가 시스템의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수학 분야 논문이 쏟아져 나오기는 힘들 테니까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해요. 학과에서는 이 사람을 뽑고 싶은데 학교 본부 측에서는 난감하다,
이 사람이 논문도 몇 편 없고. 수학도 분야마다 다른데 저희 분야 같은 경우에는 논문이 많이 나오지 않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 확실합니까? 본인이 조금 쓰는 것이 아니고?

저는 논문을 굉장히 많이 찍어내고 있는 편이죠. 그런데 수학계는 또 전통 중 하나가 저자의 순서가 없어요. 제1 저자, 제2 저자 그런 개념이 없이 다 그냥 알파벳 순이거든요, 무조건. 그래서 제 이름이 사실 뒤로 많이 밀립니다.

여하튼 그래서 이렇게 보는 거죠. 아니 이 사람은 교수라고 지원했는데 제 1저자도 아니고 이름도 뒤에 가 있고. 예를 들어 다른 공학 분야는 박사 1년 차 때부터 1년에 막 논문 6편씩 썼는데 얘는 교수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논문이 4편이네. 제1 저자도 없고. 이게 뭐냐, 돈 받고 교수 뽑냐 하는 말을 수학계가 아닌 사람들은 할 수도 있죠.

– 아무래도 평가 시스템은 대부분 지엽적 상황을 다 고려해 주기는 힘들고 적당히 뭉뚱그려서 SCI를 몇 개 썼냐, 제1 저자가 몇 개냐 하는 식으로 수치화를 하다 보니까요.

사회가 서로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좀 부족하기도 합니다. 대학 본부에서도 수학계를 믿는다면 수학계가 이 사람을 추천한다 했을 때 뽑을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 믿는 거죠.

– 대안을 찾아볼 수는 없을까요? 가령 공학 분야에서는 처음에는 교수의 길을 걸으려고 막 논문을 찍어내고 하다가 잘 안 되면 연구소 가지 뭐 하는 경우들도 있는데요, 수학은 어떤가요?

기업에 가서 하는 것과 학계에 남아서 하는 일은 관점이 다르죠. 아무래도 공학은 이쪽에서 승부를 볼 수 없겠다 싶으면 길을 바꾸는 것이 훨씬 수월하죠. 막말로 안 되면 삼성 간다는 말을 하는 것인데, 수학은 하다 안 되면… 한 때는 하다 안 되면 학원으로 많이 갔죠. 사교육계로. 그런데 그것도 사실 학위가 높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제 수학하다가 안 되면 우스갯소리로 뭐 절에 들어간다든지 해야죠.

수학자와 정규직

– 결국 요약을 해 보면 “수학계에서 정규직을 갖기 너무 힘들다”라는 얘기로 딱 귀결될 수 있겠네요. 한데 하나 얘기를 해 보자면, 특히 저희는 영재 교육을 받지도 못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보면. 지금 본인은 한국 영재 교육의 산증인이잖아요. 거기서도 또 막 남들이 “오, 수학 너무 어려워”라고 하고 있는데 수학 대학원도 가고 아무도 모르는 대수기하로 박사도 하고. 한국의 한 0.01%로 한 15년 정도를 지금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거죠. 십몇 년을 속된 말로 처박았는데

네. 수학을 공부하면서 즐거웠습니다.

– 그런데 지금 이렇게 남들이 보기에 게다가 버젓한 대학도 나왔는데 지금 앞으로 갈 포닥에서 주는 연봉이 4000 초반쯤 되죠. 그나마 여기도 정말 알아주는 곳임에도 대기업 신입 세전 소득이랑 비슷한 셈이네요.

사실 오래 공부를 한 거랑 사회·경제적 대우를 받는 거랑은 좀 다른 문제입니다. 대기업 신입 사원들은 그 이상의 경제적 기여를 하는 것이죠. 수학자가 경제에 당장 기여하는 건 아닐 수 있으니까요. 저는, 오래 공부했고, 더 많이 공부했으니까 연봉을 더 많이 준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쨌든 한국이 기초과학에 투자할 정도의 나라가 된 건 맞습니다. 세계적인 인류의 지식을 쌓는 과정에 한국이 투자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한국의 과학정책을 말씀하시는 분들이나 언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S급 학자들에게 더 지원해서 그 사람들이 더 연구할지에 관해 논의합니다.

저는 오히려 반대로 그런 집중보다는 어떻게 보면 저 같은 평범하거나 평균 이하인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이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해요. 정규직을 늘린다는 건도 이런 맥락에서 말씀드린 것이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영국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이라는 역사학자가 있는데, 홉스봄이 처음 대학교 교수가 되었을 때 홉스봄의 지도교수가 그런 얘길 했다고 해요.

“아마 네가 가르치는 애들은 다 너보다 멍청한 애들일 거다.”

– 그렇겠죠. 홉스봄인데(…)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만큼 똑똑한 애들이 거의 없는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가르치는 거라고. 똑똑한 사람들은 어차피 자신을 돌볼 수 있기 때문에 네 강의가 있든 없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제 네 강의가 도움이 된다.”

마찬가지로, 사회 정책이나 과학기술정책도 똑똑한 사람을 더 잘 되게 해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사람들은 알아서 잘 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을 키워서 그 사람들이 국가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첫 번째 걸음으로써 일단,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만, 제발 일자리 좀 많이 부탁드립니다.

–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아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수학은 또 돈을 많이 안 쓰니까. 게다가 숫자도 적고요.

이것도 미국에서 물리학 하는 교수가 물리학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 말인데. 비슷하게 하자면 뭐 이런 것 같아요. 저는… 제 주변에는 마약이나 아니면 도박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보다 수학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이 더 많아요.

– 이게 진짜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사실 지금 이 현실을 들으면 수학에 조심해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반대로 학생들 입장에서는 주변에서 맨날 듣는 얘기가 수학 공부 좀 해라, 과학 공부 좀 해라, 이거잖아요. 게다가 이공계에서 대학을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만 하고.

제가 말하는 수학은 학부를 졸업 하고 나서 대학원 이상의 문제입니다. 대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잘하는 게 좋죠.

– 하지만 일정 시점을 넘으면

그 이후에도 수학을 잘한다면 이제(…)

– 그렇죠. 사실 한국에서 도박이랑 마약으로 인생을 망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죠. 워낙 제도적 장치가 많아서 망치고 싶어도 망치기 쉽지 않은데, 수학은 굉장히 위험한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