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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그로센딕이라는 수학자가 있다. 아니 있었다 라고 하는게 적당하겠다. 이 사람의 인생은 정말로 한편의 영화, 그리고 드마라, 그리고 소설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중의 하나이면서 (인간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또한,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수학자로 꼽는 사람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독일로 이사를 갔으나, 나찌 치하에의 독일에서 거의 죽을 고생을 하다가 수용소를 탈출하였고(유태인 이었음), 그 후에, 2차 대전이 끝나고서 프랑스에서 수학을 시작한 사람. 그리고 수학 박사를 받고 나서, 몇년 만에 가장 발달한 수학 분야인 (내가 하는 분야인) 대수기하학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었고, 실질적으로 현대 대수기하학의 기초를 완전하게 새로 쌓았으며, 그 기초 위에서 수없이 많은 이론들의 기초들을 홀로 다 쌓은 입지전적 인물. 저서는 너무 많아서 도저히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이고, 그 사람이 수학을 할 당시부터, 수학을 그만둘 때까지 내 놓은 엄청난 업적들의 양에,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질려 버렸으며, 아직까지도, 이 사람이 이루어 놓은 업적 이상의 것에 많은 발전을 이루지는 못하였으며, 이 사람이 수학을 그만 둔 이후의 수학의 발전은, 대부분이 이 사람이 기초를 닦아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오늘, 오랜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사람의 저서중의 한권인 Revetements etales et groupe fondamental, Seminaire de geometrie algebraique du Bois Marie (흔히, SGA1이라고 불리는) 책이, 드디어 현대식 활자로 재발간이 되어 Societe Mathematique de France에서 구입 했다. 수학 공부를 하면서 몇번 벅찬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데, 첫번째가, 2002년 여름에 역시 그로센딕의 Elements de Gemoetrie Algebraique 8권을 프랑스에서 구입한것이고, 두번째가 바로 이 그로센딕의 저서를 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그 서문을 읽다가, 재미난 것을 발견했다. 그로센딕이 수학을 그만두고 프랑스 남쪽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는데, 그 이유로 익히 잘 알려져 있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 사람이, 떠나기 직전 서문에서 언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요는 이와 같다: 그로센딕이 당시 몸담고 있던 연구소는 프랑스 빠리의 IHES (Institut des Hautes Etudes Scientifiques)였는데, 이 연구소의 어떤 교수가, 프랑스의 국방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그로센딕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다루는 국방부에서 받는 돈으로 학문을 하는 것은 있을수 없다면서 철회를 요구했으나, 이는 연구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그로센딕은 유감을 표시하면서 1970년 9월 30일부로 (책의 서문을 완성한 날로부터 한달 뒤) 연구소를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리고는, 20년 동안, 수학 세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충격적인 결과를 내 놓았던 그로센딕은 수학계를 떠나고서는 아무에게도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농부가 된다. 이 20년간의 그로센딕이 홀로 이룬 업적이, 그 후 20년간의 다른 모든 수학자들이 이룬 업적에 비할 만큼 대단하며 놀라운 것이었다면, 얼마나 소설 같은지.....


[출처] 알렉산더 그로센딕 (박진현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