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 수학갤에 자주 올라오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교재 추천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선형대수 교재 질문이 많은 것 같다.

사실 학부과정 선형대수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비교적 쉬운 과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형대수는 이후 공부하기 될 여러 과목(사실은 거의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어설프게 공부해서는 안 될 과목이기도 하다.

많이 보는 교재 가운데 하나가 Anton 책인데,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알기 쉬운 선형대수"이다. 제목처럼 알기 쉬운 책이긴 한데, 알고 보면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선형대수 전혀 모르는 공대생이 행렬 계산 방법 대충 알고 싶을 때 볼 만한 정도? 초비추. 이런 책으로 선형대수 공부한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다른 책으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는 게 좋다. 다른 과목까지 엉망이 되기 싫다면.

Anton 책에 비해 수학적인 충실도가 높은 책은 Hoffman-Kunze 책. 대단히 훌륭한 책이지만 이 책도 강추할 만한 책은 아니다. 적어도 선형대수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책이다. 그보다는 현대대수를 꽤 많이 공부한 다음 보는 게 낫다. 솔직히 말하면, 초보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천재이거나 아니면 이 책을 제대로 본 적도 없을 걸로 생각한다. 뭐하러 이렇게 어려운 데다 절판까지 된 책을 구해 보나?

수학과 학생이든 공대생이든 무난한 선택은 Friedberg-Insel-Spence의 책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비교적 내용도 충실하면서, 지나치게 추상적이지도 않은 수준.

물론 F-I-S 의 책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이 책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형대수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가 공부할 만한 제대로 된 책으로는 적당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한글로 된 교재 가운데 추천할 만한 선형대수 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인석 교수가 쓴 "선형대수와 군"은  초보자들에게는 멘붕 일으키는 수준이고, 금종해 교수가 쓴 "선형대수학"은 내용은 무난한데 개정을 하지 않아 오탈자가 너무 많다.  번역서들은 대부분 공대용 교재를 번역한 것이라 Anton 책처럼 내용이 심하게 부실하다. 선형대수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다른 책을 아는 사람들은 댓글 달아주기를.

아, 그리고, 새해 복많이들 받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