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는 숫자가 아니다.

 중등과정의 어느 교과서에도 ∞를 숫자로 다루지 않습니다.

 x→∞이면 1/x→0과 같이 무한히 커지는 '상태'를 나타내는 기호로 쓰거나,

 [0,∞)과 같이 집합을 간단히 나타내기 위한 기호로 사용할 뿐이죠.

 다시말해, [0,∞)는 [0,1)과 똑같이 정의되지는 않습니다.

 [0,∞]와 같이 표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가 숫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 lim_x x = ∞와 같은 표기에서 ∞를 숫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은데요,

 다시 강조하지만, 이것은 lim_x→a x = a와 다른 정의입니다. 발산한다는 것을 간단하게 쓴 것일 뿐이죠.


 ▲ ∞를 숫자로 생각하고 싶다면

 하지만 내용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 ∞를 숫자로 다루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수 R에 {-∞,∞}을 붙여 확장된 실수 집합extended real number를 정의하기도 합니다.

 그럼 R이 가지고 있는 순서order 구조를 계속하여 쓸 수 있습니다. x∈R이면 x≤∞와 같이 정의하는 것이죠.

 하지만 R이 가지고 있는 덧셈 구조, 정확히는 군group 구조를 쓸 수 없게 됩니다.

 1+∞=∞라고 쓰면 되겠지만, 그럼 1=(1+∞)-∞=∞-∞=0와 같은 모순이 생기게 되죠.

 또한 R은 거리 공간metric space이라는 좋은 성질을 갖고 있는데요, R∪{-∞,∞}은 원래의 거리와 다른 거리를 주어야 거리공간이 됩니다.


 ▲ R∪{-∞,∞}은 어떤 공간?

 앞서 이야기한 metric space는 위상 공간topological space의 특별한 경우인데요,

 R에 {-∞,∞}을 덧붙이게 되면서 위상적 성질이 달라집니다.

 R{-∞,∞}의 위상적 구조는 R의 Stone–Čech compactification으로부터 나오는 구조가 자연스럽다고 생각되는데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는 (0,1)의 양 끝에 0과 1을 덧붙여 [0,1]과 같이 만들어주는 작업입니다.

 그럼 R{-∞,∞}은 옹골compact 공간이죠. 참고로 R은 compact하지 않습니다.


 ▲ R∪{∞}도 생각할 수 있는지?

 사실 R에 ∞만 붙여도 compact 구조를 줄 수 있습니다. 이는 one-point compactification이라 불리는 작업으로,
 이 경우에는 원래 R의 열린집합에 더불어 R의 compact set의 여집합에 ∞을 더한 집합을 R{∞}의 열린 집합으로 정의하면 됩니다.
 학부 위상수학을 들은 분이라면, 이것이 R{∞}을 compact하게 만들어주는 자연스러운 방법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여러분이 떠올려야 하는 그림은 원 S^1이 되겠습니다. R{-∞,∞}의 경우는 끝이 닫힌 막대기구요.

 ▲ 자연수 집합의 크기는 ∞?
 약간 이야기가 새어버린 것 같은데요, 다시 무한대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죠.
 지금까지의 요지는 ∞를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Φ|=0, |{1,2}|=2, 이렇게 집합의 크기를 나타내곤 하는데, 그럼 자연수 집합 N에 대해서 |N|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N|=∞는 다소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답입니다. 정확한 답은 |N|=aleph_0입니다.(http://en.wikipedia.org/wiki/Aleph_number 참고)

 기수cardinal number는 Cantor가 무한대를 좀 더 엄밀하게 다루기 위해 고안한 개념으로,

 aleph_0는 무한의 크기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기수이고, N의 크기가 바로 aleph_0에 해당합니다.

 기수의 모임에도 덧셈이나 곱셈 등의 산술연산을 정의할 수는 있는데요, 이것이 group은 안됩니다. 기수의 모임 자체가 집합이 아니기도 하구요.

 그래도 순서는 정의가 됩니다. 0, 1, 2, 이런것들은 모두 aleph_0보다 작은 것들이구요,

 일반적으로는 A에서 B로 가는 단사 사상injection이 있을 때 |A|≤|B|로 정의합니다.

 Cantor–Schroeder–Bernstein theorem에 의해 trichotomy 같은 것이 성립하죠. 즉, a≤b, b≤a이면, a=b라는 것 말이죠.

 흥미로운 점은 무한 사이에도 크기가 다르다는 점인데요, |N|≤|R|은 맞지만, |R|≤|N|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R|=2^aleph_0=c라고 쓰고 체라고 읽는데요, aleph_0≠c라는 것입니다.

 aleph_0 다음으로 큰 기수를 aleph_1라 하는데,

 c=aleph_1라는 것이 ZFC에서 증명도 반증도 불가능하다(독립적이다)는 것이 알려져있죠(연속체가설).


 ▲ 수학적 귀납법과의 관계

  ∞가 되었든 aleph_0가 되었든 무한을 기술할 때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하나 언급하여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학적 귀납법을 이용할 때에는 다음 두 가지를 증명하죠.

 ① P_1이 참이다. ② P_k가 참일 때 P_{k+1}가 참이다.

 그럼 우리가 얻게 되는 결론이 무엇인가요?

 P_∞가 참이다? P_{aleph_0}가 참이다? 둘 다 매우 심각한 오류입니다.

 이러한 궤변으로는 π=3.141592...가 유리수임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적 귀납법으로부터 얻게되는 결론은 정확하게 다음과 같습니다.

 '임의의 n∈N에 대해서, P_n이 참이다.'

 예를들어 "P_n: 3.14...(π의 소수점 아래 n번째 수)가 유리수이다."에 관하여 수학적 귀납법을 이용한다면,

 소수점 아래가 끝이 나는 숫자가 유리수라는 것을 보이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수학적 귀납법에서는 ∞나 aleph_0와 같은 것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