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수학왕이었다.
처음에는 이 세상이 싫었을 뿐이다.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다.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을 갖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 취미는 돈이 안드는 것들이다.

어쩌면 이제는 추억일지도 모른다.
예를들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산을 깎아 지어서 담이 약 4m 정도였다. 학교까지 걸어서 약 40분이어서 지각할 경우가 많았는데 (산이어서 자전거도 힘들다.)
지각을 할 때면 담 뒤에 심어진 나무를 버팀목 삼아 담을 타서 것을 즐겼다.
선생님들은 담의 높이가 낮은 정문 근처만 감시하기에 빈틈을 노리는 작전이다.

중학생 때는
친구와 잠자리채를 들고 산에올라가 잠자리를 마구잡이로 잡았다. 잡은 잠자리는 곧바로 놔준다. 잡는게 재밌으니까.

페어플레이로 앉아있는 잠자리는 건들지 않는다.
잠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경로를 예측해도 순간적으로 경로를 바꾸기 때문이다.

잠자리는 공격적인데,
자기만의 영역이 있어 뱅글뱅글 돌다가 다른 잠자리가 들어오면 민감하게 반응하여 공격한다. 이 때 다른 잠자리는 멀리 도망가는데 그걸 끝까지 추격하면서 공격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두 잠자리가 서로 엉킨 순간을 노리면 두마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지만 이 때는 너무 하늘 높이 날아가서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한편 암컷 잠자리는 물처럼 반짝거리는 곳에 알을 낳는다. 또한 반짝거리는 땅에도 알을 낳는동작을 취한다. 알을 낳기 위해 땅에 내려온 순간은 매우 잡기쉬우나,
뭔가 이상한 곳에 알을 낳는 암컷의 모습에 가슴이 짠해서 잡을 수 없다.

잠자리는 영역표시를 하며 공격적일 때도 있지만 보통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특히 사냥을 할 때는 무리를 지어다니면서 모기나 파리등을 잡는다.
사냥하는 순간부터 사냥에 성공한 순간, 그 순간 잠자리의 움직임이 직선으로 단조로워지고 속도와 주변에 대한 반응속도도 줄어든다. 모든 신경을 먹이에 집중하는 듯 싶다.
이 때 잠자릴 잡을경우 잠자리가 낚아챈 파리나 모기같은 무섭게 생긴 곤충도 같이 잡혀서 무섭다.

시골에서 뛰놀고 있는 나에게
수학은 츤츤거리며 다가와 길을 제시했다.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바꿔보지 않겠나?\"

나는 세상이 수학으로 보이는, 수학이 실제 세상으로 보이는 재능을 가졌던 것이다. 기하학과 물리학 함수론에 능하다.
하지만 이 재능은 노력없이는 그저 망상 또는 정신분열과 다름없을 뿐이다.
그래서 노력했다. 즐겁게 문제를 풀다 하루에 3- 4시간씩 자고, 술 여자 게임등은 일체 금지. (라기보단 여자는 없고, 유흥을 즐길 시간도 없었다.)
단 달리기나, 운동, 스케이트 등 체력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매일 2시간씩 즐겼다.

그러다가 한계가 찾아왔다.
대수기하학과 표현론이 진짜 어려웠던 것이다. 이건 노력으로 극복할 문제가 아니었다.

대수기하학 논문이나 표현론 논문들은 기초 개념을 알고있음에도, 테크닉들이 이해가 안되서.
3일동안 읽어야지 겨우 이해가 되는 정도였다.
교수님한테 물어보면 언제나 기본적인 테크닉이고
easy to show 다.

양자장론이나 등각장론, 초끈이론 등 수리물리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나는 좌절했다. 그렇지만 수학에는 분야가 많다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몇몇 강연들을 들었다.
세계 수학자 클래스는 달랐다.
그들이 말하는 easy to show 는 절대 허세가 아니다. 강연중 어떤 사람이 농담인 줄 알고 웃자. 그 자리에서 바로 증명하더라. 뭔 여러 어려운 수학 증명들을 솜사탕처럼 뜯어먹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재능이 20 노력이 80 이라면 그 사람들은 재능 2000000 노력 8000000 과 같은 오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보통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재능 50 노력 90 정도인 걸 감안하면 내가 수학을 한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치기 수준이었다.

진짜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씁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마음이 후련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슬펐다.

그들이라면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을거라는 훈훈한 믿음이 들며.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모든 짐을 내려놨가.
난 그냥 시뮬레이션이나 돌리면서 살아야지.
솔직히 구름만 쳐다보며 방황도 많이 했다

과거에는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노력이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세계 클래스를 보니 갑자기
\" 진로를 바꿔야해. \"
\"여기를 빠져나가야 살 수 있어. \"
그렇다고 다른 분야를 알아보니.
\"수학과에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할 줄 아는게 수학밖에 없는 내가 다른 길을 생각한다는 것은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우선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이 개조되어 있었다.

그러다 진로를 바꿔 물리학, 통계학 또는 경제학으로 뛰어들려 합니다.
대학원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