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학부생의 신분이지만 여러 분야의 수학을 배워봤다고 나름 자부하는데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수학 분야들 중 정수론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수론에 관련된 정리와 증명을 보면 왜 그런거, 부랄무릎을 탁! 호옹이! 혹은 요리왕 비룡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미미! 할 때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서.
반면 대수학은 재밌기는 재밌는데 뭐랄까 "호옹이!" "옳다구나!" 하는 느낌은 잘 못받는데, 대수학빠이신 분들, 대수학은 어느 부분이 "매력적이게" 느껴지는건가요?
선대와 군을 읽어보세요. 우리의 고향은 행렬입니다.
선대도 했고 군이론도 했고 Representation Theory도 하고 있는데도 못느끼겠네요.
매력은 개인적인거니깐요. ...근데 수학적대상은 대수적인구조나 기하적인구조를 갖습니다 거의 이렇게 말하면 그중요성이나 필요성은 느끼실수있을라나요?
문제풀기, 가설세우고 증명하기등이 보통 수학을 하는 방법인데. 구조만들기, 구조세우기로서의 수학도 중요할듯. 대수학은 구조만들기라는 측면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수학의 부분.
예를들면 f(x+y)=f(x)+f(y)를 만족하는 함수를 k = F_q 위에서 모두 찾아라. 뭐 이런문제가 주어졌을때 우리는 "아 이것은 char k = p 라고 할때 그 위의 linear map이니 q = p^e for some e고 따라서 e by e matrices over Fp니까 p^e^2 개 있음. 이렇게 대답할 수 있지.
대수란건 단어 뜻이 수를 대신한다는 거고, 구체적인 사물의 어떤 공통특성을 뽑아내어 그 구조로 추상화시킨다는걸 말하지. 예를들면 R^n을 생각하면 R^n은 R-vector space로도 볼 수 잇고, topological space로서 simply connected, 미분구조도 주어져있고 내적으로부터 유도된 norm도 주어져있고 워낙 성질이 많아. 그래서 R^n에서 무엇이 성립한다고 치면 이게 R^n의 무슨성질을 사용했는지 알기가 어렵지.
대수를 안다는건 R^n의 모든 성질을 사용하지 않고 몇가지 성질들만 사용했을때 어떤 성질들이 이로부터 나오고, 어떤 성질들은 위상으로부터 나오고 어떤 성질들은 미분구조로부터 나오고.. 이런걸 찾아내는 과정으로 생각해. 우리는 그렇게 옛날 수학자들이 고민한 결과물로 정갈한 형태로 배우지만 아직도 추상화가 덜된 부분은 얼마든지 있지
예를들면 리만가설을 누가 풀고싶다고 쳐. 그런데 리만 제타함수도 저렇게 온갖 많은 성질들이 있거든. analytic continuation도 있고 meromorphic function이고, Euler product를 갖고 Gamma factor를 곱해주면 뭐 어떻게 되고.. 그런데 우리는 어떤 추상적 대상이 모두 리만가설을 만족시키는지 모르지. (리만제타함수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뭐 그런의미로 뭐 하나둘씩 떼면서 추상화해서 어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함수들을 모아놓고, 걔네들에 대해서 뭐가 잘 성립하는지 아닌지 쳐다본다던지 하는 방법론을 생각할 수 있지.
대수로 돌아가서 아까 저 f(x+y)=f(x)+f(y)라는 식을 보았을때 우리는 대수를 알기때문에 저게 "덧셈구조"에 대한 homomorphism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지. 그뿐 아니라 prime field에 대해 vector space구조가 있다는것도 금방 눈치챌 수 있어. 그리고 또 벡터함수 위의 선형함수는 모두 기저의 움직임으로부터 나온다는것도 알지. 심지어 저런걸 R^n에서만 처음 관찰했더라도 대수적 구조에 대한 직관을 얻었기때문에 저런걸 다 찾아낼 수 있었던거야
다른 부분으로 보면 고전적으로 기하학쪽에서 연구한 결과물들이 많이 있었어. Euler characteristic같은건 이미 오일러가 관찰했을 정도니까. 시작은 그저 V-E+F같은 단순한 현상이었지만 저것 역시도 homology로 추상화하고 이제와선 boundary operator 두번하면 없어지는 일반적인 모든 대상에대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를 진행해나갈 수 있게 됐지.
저런식으로 추상화해놓고 나니까 이제 그로부터 얻게 된 직관으로 대수기하학자들이 추상화된 도구들로 정수론의 문제들을 공략할 수 있게 되었지. Weil시절만 가더라도 아무리 뛰어난 학부생도 자력으로 복원해내긴 어려운 추상화가 이루어졌고, 그로 얻어진 직관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낼 수 있게 된거지.
뭐 두서없이 써서 좀 그런데, 대수를 통하지 않고도 사실 문제를 다 개별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 대수는 그 문제가 왜 풀리는지 그에 필요한 성질을 특정해주는 역할을 하지. 그로부터 어떤 풀이가 올바른 풀이인지를 말해주고 어떤 정의가 올바른 정의인지까지도 역으로 말해준다고 봐
그리고 뭐 장황하게 썼는데 난 대수 별로 안좋아함. 어떻게든 문제만 풀리면 된거지. 뚜껑 따보면 별거 아닌걸 괜히 추상화해서 말만 바꿔서 어지럽게 하고 말야.. 이건 내 무지의 소산이니 너무 새겨듣진 마.
갓 ns형이네
ns옹이 잘 쓰셨지만 조금 덧붙이자면 "대수적 사고"가 20세기 수학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큼. 푸리에 급수와 푸리에 변환과 1차원 표현론이 같은 것이라던가 surfaces상의 적분론이 surface상의 구멍을 탐지하는 문제와 같은 것이라던가 푸리에 급수의 기본 구조와 R^n에서의 각도 개념을 동일한 구조로 이해할 수 있는거라던가 리만다양체의 isoperimetric problem을 expander graphs의 기본 구조와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거라던가 무수히 많은 것들이 대수적 사고의 도움이 없었다면 도저히 생길 수 없는 연결고리들.
사실 학부 대수는 군, 환, 체 따위의 기본 언어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 퍼즐 자체에 심취하는 성향이 아니면 흥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많이 알면 알수록 더 유용성이 돋보이는게 대수적 사고고, 반면에 위에 ns옹이 쓰신거처럼 아주 특정한 문제를 풀려면 결정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것이 대수적 사고이기도 함. 단순히 추상화 정도로 풀릴 문제였으면 이미 풀렸거나 그 추상화 과정이 현존하는 수학자들이 생각해내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히 복잡한 과정일것이고.
실제로 "대수적 사고만 가지고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 류의 정리도 꽤 많이 있음. 최근 예를 들자면 테렌스 타오가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추상화시키면 그에 대응하는 밀레니엄 문제의 반례가 존재한다는걸 증명했고, 이는 NS방정식의 밀레니엄 문제는 구조론적 방법론으로는 풀 수 없음을 뜻하는 것. https://terrytao.wordpress.com/2014/02/04/finite-time-blowup-for-an-averaged-three-dimensional-navier-stokes-equation/
그러니까 여러 분야의 수학을 배워봤다고 나름 자부하지 말고 계속 열심히 공부해.
똥글에 이렇게 신경써서 답글을 남겨주셔서 감사 그리고 감동.. 히기사 말씀대로 학부생으로서 대수학은 아직 기본에 불과해서 아직 느끼는 바가 적은게 맞는듯요. 말씀대로 조금 더 공부해보겠슴다
댓글이많아서 하나더 달아봅니다 글쓴이께서 표현론을배우셨다고 하는데 표현론만배워도 댓글에서 처럼 조화해석도 대수적으로 다룰수있습니다 근데 이국소옹골군에 표현론말고도 공간공간마다 이차형식에 준동형으로 사차원다양체에 미분구조를 밝히고 이사차원 미분다양체중 인위적으로 미분구조가 없는것도 있다는걸 증명할수있습니다 초보적인 것들이
별거 아닌것같아도 그것들이 증명하는 것들은대단한것같습니다 대수학은 거의모르고 알지도못하지만 중요성만큼은 여러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것같군요
아 술취하니깐 한글도 똑바로 못쓰네 미분다양체가 미분구조가 없다고썼네 ㄷㄷㄷㄷ 위상다양체로정정 그리고 옹골군마다 이차형식에 준동형도 몬가이상한데...
오 정성스런 답변들이다
캬 배우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