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하다가 어떤 논문을 발견했다..


abstract를 봤을땐 내가 관심이 있는 문제에 대한 매우 강력한 결과가 실려있었다.


내 공부가 부족함을 탓하고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고는 잊어버렸다.


그러다 최근에 그 논문이 다시 구글검색에 떠서 제대로 읽어 보니 완전히 틀린 논문이었다.


전공자라면 한 눈에 봐도 뭔가 이상하다는걸 알 수 있고, 다 읽은 뒤 구체적으로 틀린 곳을 지적하는데까지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수준의 논문이었다.


이런 논문이 google scholar에 index되어있고 제일 상단에 위치한다니. 이런 멍청한 구글! 이라 생각하고는


이걸 어떻게 처리할까를 찾아본 뒤의 이야기.


1. 근거의 문제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이 틀렸다고 구글에게 "이거 틀렸으니 내려주세요"라고 하면 구글이 무턱대고 "네 그러겠습니다"라고 할까?

구글이라면 저 논문은 이미 출판된 논문이니까 우린 문제 없다. 고 하겠지.. (아니 사실 대답도 안해주겠지만)


아 그래 저 논문을 철회시켜야겠다.


이것이 내 고생의 시작이었다.



2. 삽질

주변의 몇몇 이들에게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보통의 반응은 인터넷에 이상한 주장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뭘 그걸갖고 그러냐. 미친놈은 상대하지 말고 냅둬라.. 는 반응이 보통이었다.

 

논문심사를 받은 논문중에서도, 심지어 유명한 저자가 쓰고, 심지어 좋은 저널에 실렸어도 간혹 틀린 논문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은 그 논문이 틀렸다는 다른 논문이 다른 유명한 사람에 의해 출판되고, 역사에 길이길이 저 위대한 수학자가 저런거 옛날에 틀렸대요 하며


놀림감이 된다.


즉 보통의 경우라면, 해당 논문의 일부부분이 틀렸더라도, 그 부분이 고칠 수 있는 경우는 추가논문으로 보충되고,


틀린경우라도 살릴 내용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냅두는게 보통이다. 영원히 고통 받을 뿐.


노골적으로 틀린 경우라면 다르다. 저건 철회대상이고, 이 논문은 그 노골적으로 틀린 경우에 해당한다.


수학자는, 더 일반적으로 전문가는 왜 월급을 받는가? 나는 공신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논문이 전문가의 눈에는 명백히 거짓말이라도, 비전문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견해를 밝혀야하고,


전문가의 주장같은 형식을 취한 잘못된 내용을 발견하면 이를 바로잡아야한다.


이걸 게을리하면 학문의 위기가 온다. 옳고 그름중 하나만 존재해야하는 세계에서 얘는 이렇게 주장하고 쟤는 이렇게 주장하니


논란이 있구나. 라는 식의 인식을 비전문가가 갖게 된다면 전문가는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래. 이건 연구윤리의 문제니까. 귀찮더라도 쓰레기통 비우는 마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했다.



2. 저자가 멍청이

논문이 저지른 실수는 매우 단순하고 멍청한 실수였고, 해당 저널은 수학과 컴퓨터를 동시에 다루는 저널이었기에,


아마도 컴퓨터쪽의 배경지식을 가진 학부생이나 석사급의 학생이 발견한 내용(속칭 달콤한 상상)을 출판했는데,


리뷰어가 멍청해서 그냥 맞다고 리뷰를 보내고 에디터가 귀찮아서 그냥 출판해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했다.


비유하자면 계산실수로 리만가설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정도의


 간단한 내용으로 난제를 풀었다는 주장이라,


만약 리뷰어가 저 결과가 맞다면 엄청난 사실이라는걸 알았더라면, 내지는 꼼꼼하게 읽었더라면, 내지는 이 분과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금방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미 다른 사람이 지적했는지는 모르지만, 너의 논문은 이러이러해서 틀렸다. 너의 논문이 아직 구글검색의 첫 결과로 나와있으니 아직 논문을 철회하지 않았다면

 철회하고 저널에다 구글에서 해당결과가 노출되지 않게 처리하길 바란다"는 메일을 보냈다.


해서 메일 주소를 찾아보니.. 내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 유명 Community College의 Lecturer네??


다행이다. 그래도 말이 통할 확률이 높겠구나.


회신이 왔다.


내 논문은 맞다. 그리고 두명의 정수론자가 이미 검증을 마쳐서 출판됐다.



3. 수상해 보이는 저널


앞의 멍청한 저자와 더 이메일을 주고받기엔 시간이 아까웠기에 그 신뢰의 고리를 끊기로 했다.


저자한테 일단 한번 말은 했으니 도리는 다 한거고, 저자가 말을 안들으면 저널에 말해야지.


우선은 저널의 에디터를 찾아봤는데, 레바논의 어떤 교수가 몇몇 교수와 함께 open access저널로 만든 신생저널이었다.


물론 레바논의 그 교수가 엄청 잘하는 사람일수도 있다.


open access를 표방한 신생저널 중에 좋은 저널이 많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왠지 모를 수상함.


우리는 출판하면 페이지당 단돈 25유로만 받습니다? 여러분 연구비로 지불하셔야합니다?


물론 통상적인 저널의 open access fee가 훨씬 비싸긴 하지만.. 저런 류의 저널들이 open access움직임과 맞물려 한동안 유행하고,


또 그 폐해도 많고, 그에 싸우는 사람들도 많고, 그게 돈이 되니까 기업도 들러붙고, 기업이 붙으니 이 논문 쓰레기에요 하는 사람들에게 고소드립도 날리고


하여간 저런 긴 일련의 역사가 있었다. 그 중 한 조각을 내가 발견한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저 저널에 대해 조금 조사를 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어라? 저 저널이 Mathscinet에 인덱스되어있네? 빙고.


참고로 설명하면, MathSciNet은 학부생이면 보통 모르지만 대학원 이상의 연구를 하면 반드시 알게되는,


미국 수학회(AMS)에서 운영하는 수학자들의 리뷰사이트이다.


혹자는 수학자들의 싸이월드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 사이트에서는 기록된 모든 논문에 대한 인용정보와, 간략한 리뷰를 공개하고, 리뷰어의 실명이 공개된다.


리뷰어를 찾아보니 리투아니아의 모 대학 교수가 나온다. 리투아니아는 해석적정수론에서 논문을 좀 내는 곳이고, 나도 한 번 그쪽 학회지의 논문을 인용한 적이 있었다.


출판이력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수학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분과고, 일본의 내가 아는 교수와 공동논문도 몇 편 적었다.


아 정상인이겠구나. 그래 저널이 수상쩍으니 리뷰어한테 메일을 보내면, 리뷰어의 답변을 바탕으로 저널에 메일을 보내봐야지.



4. 병신 리뷰어.


그래서 리뷰어한테 메일을 보냈다. 너가 이런저런 논문을 리뷰했는데 그 논문은 사실 이러저러해서 틀렸다. 확인해보고 리뷰를 철회하기 바란다.


오늘 다시 메일이 왔다. 난 그 논문의 심사원이 아니다. mathscinet리뷰는 논문심사와는 다르게 논문이 맞고 틀리고를 검사하지 않는다. 그렇게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고소하겠다.


어라 이 개새끼가?


다시 메일을 보냈다. 물론 matscinet 리뷰는 일차적으로 이미 심사된 논문을 하니 진위를 판정할 필요가 없는건 맞다. 근데 틀린논문을 실명걸고 리뷰했으면 조치를 취해야지 연구윤리는 어따 팔아먹음?


회신이 왔다. 그건 저널 에디터에 항의하시라.


ㅇㅇ 너가 병신같아서 이미 저널 에디터에 메일 보냈어.



5. 이 이야기는 진행형


아직 저널 에디터가 회신을 해오지 않아서 내가 이긴 병신이 될지 진 병신이 될지는 모른다.


5번 항목이 "에디터도 병신" 이 되면 mathscinet으로 메일을 보낼 예정이다.


mathscinet은 윤리규정이 명문화되어있고 그에따라 윤리규정을 지키지 않는 저널은 퇴출되게 되어있다.


디씨의 정신에 맞게, 꼭 이기는 병신이 되어야지.


그리고 난 남의 논문 줄일생각 그만하고 내 논문이나 늘려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