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내가 있던 수학과가 아싸가 많았던건지는 몰라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학이나 명절 때 집에 가기를 꺼리더라.
추석 때는 3일치 식량 사 두고 방 안에서 열심히 게임하고 뭐 그랬음
나도 뭐 남말할게 아닌게 기숙사 들어가자말자 컵라면 한 박스 사 들고 들어가서 겜만 했고
아 같은 컵라면을 한 박스 사면 질리는구나 다음에는 골고루 사야지 이러면서
어떻게 하면 집에 안 가고 기숙사에서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었음
그래서 앞 글에서 얘기했던 세미나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기본적으로 기숙사 학생들은 방학 때 수업을 안 들으면 기숙사를 못 쓰기 때문에 집에 가야함.
내가 세운 전략은 이렇다
1. 수학을 좋아하시고 나를 좋게 봐주시는 교수님을 한 분 포섭함
2. 수학이 너무너무 좋아서 방학 때 남아서 공부하고 싶은데 남을 방법이 없다고 얘기함
3. 그래서 세미나를 방학 때 교수님 이름으로 신청하고 제가 공부한 내용을 계절학기 말에 제출하겠다
4. 교수님이 승인하시고 뭐 공부한 내용은 학기 중에 풀었던 연습문제 내면 되고
5. 하여간 난 방학 때 남아서 게임을 할거야. 1학점은 받으면 좋고 못 받으면 어쩔 수 없고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가서 나의 세미나 계획에 대해서 면담을 가졌다.
교수 : 니가 방학 중에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다고?
나 : 예 교수님! 이번 학기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연기력 발사!)
교수 : 음 그래 그럼 니 학점 좀 보자. 공부 열심히 했다며?
나 : 헉... 교수님 그건 좀
교수 : 아 뭐 그렇게 잘 할 필요 없으니까 일단 가져와봐
나 : 네.... (갑자기 기죽음)
교수 : (학점을 확인하고) 흠.. 그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나 : 예?
교수 : 혼자 공부하면 동기 부여가 힘드니까, 아예 잘하는 애들을 모아서 같이 공부를 하자!
나 : 아.. 그러기엔 제가 좀 많이 부족해서.. 그건 더 잘하는 학생 모아서 하는게..
교수 : 아니야 이 학점이면 충분해 내가 그룹을 만들테니 같이 세미나를 하자
나 : 헐...(망했다..)
그래서 방학 때 Proofs from THE BOOK 세미나를 시작했음.
이 책이 어떤 책이냐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수학의 모든 정리와 그 증명이 적힌 신의 책인 THE BOOK이 있을텐데
거기에 실려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증명을 모아둔 책임. 대충 목차가
이게 3rd edition 목차고 4th edition에는 챕터 몇 개가 더 추가된 걸로 알고 있어.
하여간 이 책은 '학부생이 이해할 수 있어요 ^^'라고 적어놨지만 실상은.. ^오^ㅗ
한 번 수업하면 한 학생이 한 챕터씩 맡아서 진행하는건데, 그 때 4명인가 5명으로 했던걸로 기억함.
뭐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엄청 쉬웠는데, 이게 해 보면 알겠지만 뒤로 갈 수록 난이도가 미친듯이 올라감.
첫 세미나랑 두 번째 세미나는 한 시간보다 약간 더 오래 걸리는 정도였는데,
막바지에 가니까 한 세미나에 3시간이 넘게 걸리면서 듣는 사람도 피곤하고 하는 사람은 더 피곤해짐
4주가 지나고 우리의 멘탈은 완전히 박살났음 3시간 세미나면 준비할 때는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얘기임.
아 이럴줄 알았으면 3학점 수강할걸.. 이게 더 힘들어.. ㅠㅠ
교수 : 어 4주가 지났네? 이 세미나 더 할 사람 있어? 내가 기숙사는 더 쓸 수 있게 해줄게
학생들 : 아닙니다 교수님 이제 집에도 가볼 때가 되어서..
그리하여 1명을 제외한 학생은 전부 세미나에서 탈주함.
나머지 1명은 집이 학교에서 10분 거리;; 라서 탈주에 실패했음
나중에 듣기론 교수님께 잡혀서 결국 그 책 세미나를 완주;; 했다고 함. 묵념..
완주 기념으로 그 책 하드커버를 교수님께 선물로 받았다고 했는데.. 전혀 부럽지가 않았음.
결론 : 내가 받은 학점 중 가장 하드코어한 1학점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책 제목 궁금하네
한글로는 하늘 책의 증명이었던가... 그냥 중고딩 경시수준 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엠창인 책인가보네
아 그 책임?? 제목은 들어봤는데
이미친색기는 왜 여기서 이러고 지랄이지
나한테 말한거냐?
책난이도 높음?? 나도 경시수준인줄알았는데
그래 추천 10개로 폭딸하는 놈아
내가 미친색기인걸 파악하다니 대단하군 디씨에 이런 글도 못쓰나 ㅋ
내가 경시를 안해봐서 잘 모르겠어 나한테는 어려웠는데 다른 갤러들이 보기에는 경시 수준일지도 모르지. 내가 느낀건 경시보다는 논문 읽는 연습에 가까웠고, 그래서 준비하는게 상당히 짜증났어
저런 어그로 고소좀해라 너 신상도 있어서 고소될텐데 수갤에 선례하나 남겨서 어그로좀 없애자
어그로가 없는 수학갤은 수학갤이 아니지
티투가 쓴 동명의 경시책이 있음. 저기 경시얘기 하는애는 그래서 그런 거.
아 다른책이었구나 이름만 같고
하드커버 부럽다
방금 찾아서 좀 봤는데 증명존나간결하게 써놨네; 선대해석대수위상 다알아야 이해됨.
이게 지잡수학 이었을 때 말한 1명이 완주했다는 세미나구나 ㅋㅋ
하드커버 존나 부럽네 쉬이발
제목좀 알려주라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