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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은 개인정보 때문에 좀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일단 나도 옛날 회상할 겸 써 봅니다.


1. K씨


내가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신기했던 사람임.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이 사람은 미국 P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나이는 나보다 훨씬 어렸음.

나한테 막 핫숀 읽어봤냐고 하면서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뭔가 신기했다.

핫숀이랑 가환대수랑 대수적 정수론 막 다 본 상태였던거 같은데 난 그 때 현대대수만 본 상태라..


어쩌다보니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인데, 좀 신기해서 3~4일 정도 같이 지냈음.

지금 보면 되게 민폐인데, 나는 이런게 처음이 아니라(참 뻔뻔했지) 그러려니 했음.

이 분 집에 갈 때 고덕 역이었나 하여간 어떤 지하철 노선이 둘로 갈라졌던게 기억이 난다.

그 분 부모님이 횟집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분 집에 머물면서 같이 게임하고 도서관 다님.

매일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읽는다는게 좀 신기했는데(내 기준에서) 사실 휴학한 대학생이 할 게 없긴 하지.


기억나는건 이 사람 방 상태가 혼돈의 카오스였고(책들이 책장을 꽉 채우고도 남아서 쌓여있고 방바닥도 책으로 가득했음)

취미가 기본적으로 책 읽기에 만화 읽고 만화가, 번역가 계보 조사하기, 야겜, 리듬겜 등등

아직까지 '유메미루 쿠스리(꿈꾸는 약)' 명작이라고 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응 맞어 씹덕이긴 했어

관심사는 언어학 자연과학 철학 종교 역사 정치 등등 되게 다양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재밌고 많이 배웠음


이 분이 해줬던 이야기 중에서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음


K씨가 초등학생일 때, 애들 사이에서 5의 0승이 얼마냐는 문제가 나왔다고 함.

K씨야 당연히 1이라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다른 초등학생들은 전부 0이라고 했다고 함(..)

빡친 K씨는 선생님을 소환해서 1이라는 확답을 받고 '음 이 사람은 그래도 진실을 아는군' 이라고 생각했고,

다음 날 자기가 궁금증이 생겼던 Special linear group에 대해 질문을 했다고 함(...)


서울대 00학번 형 중에서 K씨와 함께 서울대 미적분학을 들었던 형도 K씨를 기억하더라.

지금 기준으로 설카포 중 한 곳의 교수이신 분이 대학원생 때 얘를 과외했다고 하더라.

현재는 정말 아쉽지만 연락이 끊긴 상태.



2. C씨


나랑 같은 학번 친구 중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친구고, 아마 순수하게 머리로만 따지면 내 학번 최고일거라고 생각을 한다.

수시 두 군데 붙고 편한 마음으로 수능을 쳤는데 497/500이 나왔다는 신기한 친구. 이 때 이과 수석이 498점이었는데!

한 시간 ~ 한 시간 반 정도의 대화내용을 통으로 암기해버리는걸 봤던 기억이 있다.


이건 그 친구 공부하는 성향을 봤던 나의 짐작일 뿐이지만 이 친구 학점 중에서 A+은 별로 없을듯. 

그냥 대충 공부하고 대충 휘갈겨쓰고 점수 받는 타입이었던걸로 기억을 함.

그 친구가 학부 3, 4학년 때 들었던 대학원 과목이


대수학 1,2 / 가환대수학 1, 2 / 실변수함수론 1 / 대수기하학 / 복소해석학 / 함수해석학 / 대수위상

조합론 / Operator Theory(연산자 이론인데 농담삼아 울트라 해석학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이 정도가 그나마 확실한데 아마 더 들었을거야. 내 기억에 15개쯤 들었다고 했으니..

대학원 과목은 대충 듣고 대충 시험 쳐도 대부분 A 주니까 아마 듣기 편했겠지.


똑똑해서 지식 습득이 굉장히 빨랐는데 착실하지는 않았던게 기억에 남네. 예를 들자면


1. 미분다양체 숙제 많다고 귀찮아서 드랍해버림. 그 때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숙제 하다가 아! 하고 던지더라.

2. 복소해석학 중간고사 1등하고 기말 놀러다니느라 던지고 B+ 받음

(이건 1번 문제가 배점 40점에 졸라 긴 정리 증명을 복기해야하는 거라 그랬을 확률이 높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어딜 가나 항상 책을 읽고 있었고, 어딜 가나 책은 항상 가지고 다녔음.

어렸을 때 책을 하도 읽어서 녹내장이랑 망막박리가 왔다고 함. 정기적으로 눈 검사하러 서울에 올라가더라.

하여간 같이 있으면 재밌고 신기한 친구였어. 특이한 취미도 많았고.. 얘 때문에 내가 일본 추리소설 읽기 시작했어.

이 친구 대학원 나갈 때 책장이 잠겨있었는데 아무도 옮길 수가 없어서 얘 불러서 열어보니 안에 책이 100권쯤 있었음.



둘 다 현실과는 약간 괴리된 묘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음.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천재의 이미지랑 비슷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