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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국 왔다. 지금 쓰기 시작하면 무조건 자정 넘기는데 일단 써 봐야지.


3학년 2학기는 지옥이었다. 학점수가 많긴 했지만 학점수는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

전에는 그래도 숙제 문제는 혼자 풀 수 있었는데 숙제 문제가 안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대수곡선은 제외다.. 근데 3학년 2학기부터는 숙제 혼자서 풀기를 포기했다.)

수학을 좋아했던 학기라면 좋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숙제만 했던 학기.


들은 과목은 다음과 같다.


대학원 복소해석학, 대학원 대수2, 미분기하, 그래프론, 법률의 세계, 과학사, 세미나


이렇게 19학점을 듣는데 그래프론 교수님(=응선대, 군표현론 교수님) 지도학생이 묻더라.

'혹시 대학원 조합론특강 좀 수강신청해 줄 수 있나? 사람이 모자라서.. 학점은 잘 줄 거다.'

학점 잘 준다는데 안 들을 이유가 없었다. 바로 신청해서 22학점이 되었다.


이 때 혼자 수업 들었으면 진짜 멘탈 터지고 포기했을텐데, 동기들 덕분에 겨우 버텼다.

수업 같이 들은 동기는 두 명이었는데, 예전 글에 언급한 K씨와 O씨였다.

O씨는 수학과의 숨은 기인이었다. 내가 보기엔 천재인데..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

O씨는 이번 학기에 정말 좋은 선택을 했는데, 복소해석은 들었지만 대수2는 안 들었다.


1. 복소해석학 - Stein의 Complex Analysis책으로 나갔고, 숙제가 많이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건 없었는데, 적용해서 문제를 푸는게 어려워지며 머리가 아파왔다.

사실 이건 학부 복함을 너무 날로 먹어서 그런거였고, 점점 해석학스러워져서 그런거 같다.

학부 복함은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재밌는데 대학원 복소는.. 아 뭐 이딴걸 다 하냐 이랬음.

K씨와 O씨와 협력을 해서 겨우겨우 숙제를 다 풀어냈다. 지난 일이지만 정말 고맙다.


중간고사는 학부생 3명이 1, 2, 3등을 쳐먹는 진풍경이 벌어졌음. 대부분 평균 근처였지만.

내가 2등, K씨가 1등, O씨가 3등이었는데 진짜 대학원생들이 단체로 트롤한듯.

우리가 기출문제와 숙제만 완벽하게 풀고 들어가자는 주의였는데 거기에 딱 맞게 나왔다.


기말은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나와서 A+을 받지는 못 했다. 1번 문제가 40점 짜리였었나..

새끼 문제로 계속 이어지는데 중간에 하나 못 풀면 뒷 부분 증명이 아예 불가능했다.

막 ~~를 Riemann mapping theorem을 안 쓰고(!) 직접 증명하시오 이런 문제도 있었다.

그나마 중간고사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대학원 과목스러운 학점이 나왔다.



2. 대수학2 - 이번 학기 최악의, 더해서 내 인생 최악의 함정과목. 교과서는 헝거포드.

난 그래도 대학원 과목이니까 A는 주겠지 + 현대대수학2에서 갈루아는 배웠는데..

이 두 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들었는데 진짜 상상을 초월하게 우주로 가는 강의였다.


일단 숙제 자체가 어려웠다. 숙제가 나왔는데 진짜 어려운 것만 골라서 내는거 같았다

조교님께 처음으로 숙제를 물어봤는데 읽어보라고 GTM Galois theory 책을 던져주셨다.

갈루아만 하고 끝날줄 알았던 대수2는, 갈루아를 끝내고 모듈과 카테고리를 달리더라.

이쯤 되면 교과서의 의미가 없었다. 수업은 교수님이 준비한 대로 우주로 날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중간고사를 안 쳐서 중간에 터져나가는 진도를 짤라줄 방법도 없었다....


중간에 한 번 수업을 안 갔다. 어차피 들어도 모르니까.. 그런데 일어난 일이.. (링크)

와 진짜 기말 한 번에 모든 학점 결정나는데 저러니까 멘탈 완전 개터지더라. 대멸망함.

저기서 cokernel이 뭐에요? 물어본 선배가 나중에 저 교수님 지도학생이 됨. 세상 참..

학점이 크리스마스 때 나왔는데 받아보고 멍- 해졌던 기억이 난다. 역대 최저 전공학점;

같이 들은 사람 중 내가 학점을 아는 사람은 다 똑같은 학점이 나왔다. 대학원 과목인데..



3. 미분기하개론 - Millman 책을 나갔는데 첫 번째 수업이랑 두 번째 수업이 진짜 웃겼다.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교환학생으로 보이는 외국인 학생이 한 명 앉아있더라. 

영어로 강의를 하시는데 진짜 듣기 힘들었다. 교수님 당황하신게 눈에 보이더라.

다음 수업 시간에 영어로 두꺼운 스크립트-_-를 만들어오셨는데 그 학생은 이미 드랍함;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이후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아 그 외국인 놈..


근데 확실히 강의 질이 떨어지는게 느껴지더라. 그냥 영어로 책을 읽어주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수학에 대한 열정도 죽어버린 상태라서 전필이니까 듣기만 하자는 마음이 되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기말고사가 대참사를 맞고... 하하.. 사실 공부 안 해서 저렇게 된 거 맞음



4. 그래프론과 응용 - Douglas West 책으로 나갔고 그 유럽인 교수님이 강의하셨다.

이 교수님의 영어 악명은 너무 높아져서 진짜 5명인가 들었나.. 폐강 직전이었다.

시험도 없고 모든 학점이 숙제와 Take Home Exam으로 나오는 바람직한 과목이었다.


숙제가 가끔 어려운게 있긴 한데, 그런건 막혔을 때 구글링으로 찾아보니까 논문이더라;

그래도 대부분은 어떻게든 풀어갈 수 있었다. 의외로 배경지식이 필요없다는게 놀라웠다.

숙제만 풀면 내용 공부 자체가 필요없는 과목이라 듣기에는 매우 편했다. 

솔직히 이렇게 배경지식도 필요없는 문제를 다른 애들이 못 푸는게 이해가 안 갔다.

빌어쳐먹을 대수곡선론은 배경지식의 벽으로 날 썰었는데 이정도면 거저 먹기지 뭐..


기말고사 Take Home은 의외로 숙제와 별 차이가 없어서 놀랐다. 

그냥 슥슥 풀어내니까 A+을 받았다. 마지막에 숙제를 인쇄할 때 후배가 답을 힐끔 쳐다보더라.

그 후배는 나중에 들은 바로는 A0를 받았다. 나머지 애들은 싹 다 학점이 멸망했다.



5. 조합론특강 - 그래프론 교수님이 여신 두 번째 과목. 위에서 말한 사정으로 듣게 됐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이한 수업이었다. 두 가지의 교과서를 동시에 나가고, 숙제가 없었다.

첫 책은 Sagan의 The Symmetric Group, 두 번째 책은 Godsil의 Algebraic Graph Theory.

그리고 가끔은 수업 대신 학회에 가는걸로 대체하는.. 지도학생 교육용 수업에 가까웠다.

근데 지도학생이 최소 조건인 5명이 안 되서 나랑 K씨가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들어갔다.


신세계였다. 저번 학기에 GTM 왜이렇게 어려워! 이랬는데 이 책들은 확실히 이해가 갔다.

게다가 선형대수와 대수학만 가지고 이런 아름다운 논리 전개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멋졌다.

해석도 못하고 대수도 못하는 빡대가리의 죽어가는 수학에 대한 열정을 살려줄 뻔 했다.

(하지만 살아나는 듯했던 수학에 대한 열정은 대학원 대수2가 칼을 꽂아서 뒤짐)


그리고 이 교수님 수업을 많이 들으니까 이래저래 밥을 얻어먹을 기회가 많았다.

밥먹으면서 수학 이야기도 하고 수학 외의 이야기도 하고 되게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이 분의 영어도 익숙해져서 수업을 들을 때 문제도 없었고, 가끔씩은 질문도 했다.



6. 법률의 세계/과학사 : 법률의 세계는 외부에서 온 교수님이 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어차피 다른 법률은 알아봐야 쓸데가 없어요~ 이러고 혼인, 상속 등 몇몇 부분만 했다.

중간에 출첵을 했는데, 종이를 나눠주더니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10가지만 적으세요.'

그 날 대리출석 맡긴 애들은 다 멸망함 ㅋㅋㅋ 성실하게 과제만 했더니 A0를 주셨다.


과학사는 솔직히 가서 꾸벅꾸벅 졸다가 왔다. 어차피 평가는 시험으로만 한다길래....

임경순 교수님이 자기가 쓴 책으로 강의를 하셨는데 사실 책 읽고 그 내용으로 시험 보면,

그냥 그것만 암기해서 그대로 쓰면 되는거다. 그 이상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다행히 중간은 평균이 넘었다. 기말고사만 이렇게 치면 교양이니까 잘 주지 싶었는데.


친구한테 기말 범위가 19단원까지다라는 말을 듣고 19단원까지 책을 세 번 읽고 잤다.

근데 알고 보니 수업은 프린트로 나갔고 프린트와 책의 단원은 확연하게 달랐다.

책 19단원 : 미국 명문대학들의 설립, 프린트 19단원 : 핵무기. 이 사이의 갭이 좀 컸다.

기말고사는 3문제가 나왔는데, 2문제가 내가 공부한 부분에서 나왔고, 1문제는... 펑.



3학년 2학기 


그래프론과응용 A+

조합론특강 A0

복소해석학 A0

대수학2 B-

미분기하개론 B0

법률의세계 A0

과학사 B+

세미나 S


평점 3.6143


우울해하던거 치고는 학점이 나쁘지 않게 나왔다. 1학년 때에 비하면 양반이긴 해.

대학원 대수학2가 멘탈을 부숴놓긴 했다. 그나마 잘하는줄 알았던 대수도 병신이었어..


그래프론 수업을 듣고, 교수님과 뒷풀이를 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술을 퍼마셨다.

교수님이 졸업하고 뭐 할 생각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냥 취직이나 할거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혹시 나랑 수학 계속 해 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다. 

뭔가 재능 없어서 우울해하던 나에게는 너무 달콤한 제안이었다. 강의도 재밌었고... 

같이 공부하겠다고 말씀드리니까 4학년 되자말자 연구 주제를 던져주시더라(....)


사실 뭐 해보다가 안 되면 그냥 취직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운 좋게 (8년 걸려서;;) 박사도 따고 계속 공부하고 있다.

그 이후 과정은 너무 쓰레기 같이 살아서 부끄러워서 더 적지 못 하는 점을 양해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