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같은 변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변태인가?라고 하면 당연히 아니다
상당히 모범적으로 산다거나 평범한 인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즉 대다수는 '정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역시 변태들만 하는 학문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들이 있는데 모두 직접 보거나 들은것 혹은 그정도로 신빙성 있는 것들이다
근데 기억을 더듬어 쓰는거라 디테일은 좀 다를 수 있다... 그래도 큰 틀에선 맞을거임

1. ZFC를 믿습니까
여기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학교 내 기독교 동아린지 뭔지에서 맨날 전도를 시도하는 양반들이 있다
물론 1년만 다니게 되면 관심 없어요 하고 좆까는게 보통이기 때문에 주 타겟은 새내기다.(본인은 이런 양반한테서 커피만 얻어마시고 성경은 그래봤자 사람이 쓴 모순덩어리 아니냐고해서 연락을 끊은적 있다 그리고 나중에 나를 기억 못하고 또 전도를 시도하더라)
쨋든 과 선배도 이런 양반이 하나 붙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이 선배가 집합론 시간인지 쨋든 전공시간에 ZFC와 바나흐 - 타른스키 역설에 대해서 상당히 깊은 감명을 받았단 거다(주1)
그래서 이 선배는 전도사에게 ZFC와 이 역설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고 그 의견을 물었으나 답변이 어떠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거나 기억나지 않는다(제보 바람)

2. 술버릇
대학에 처음 들어오면 새내기들을 OT등을 통해서 친해지게 하고 밤에는 술게임을 하는건 수학과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론 이런 행사의 참석이 반드시 필요한건진 회의적이다... 꽁짜 밥은 좋은데 이런거 간다고 안친해질놈이 친해질거 같진 않다.
하지만 그런 나도 2학년때 까지는 새내기 OT에 참가했고 아무리 병신이라지만 아직 대학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술게임을 전혀 모르는 새내기들에겐 술게임을 이겨나가며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뻗으면 더 멕이지 않고 걍 재워주기 때문에(사실 걍 먹기 싫다해도 상관없다) 뻗은 후배 하나를 수면방에다 옮기게 되었는데 술쳐먹은 놈들이 다 그렇듯이 헛소리를 해댄다
근데 그 헛소리가 lnx 를 적분하면 x ln x - x +C란 소리를 하고 있던게 너무 공포스러웠다


2.1 술버릇 2
이건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군대 복학한 썩은 물들 수가 좀 되자 개파를 했는데
여기서도 한놈이 자기는 안취했다면서 적분이었는지 다항식의 계산이었는지 머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증거로 제시하려 했다
수학과는 역시 미친놈들만 오는 곳이다


3. 그래서 아직 안죽었잖아요
2014년은 한국 서울에서 ICM이 열린 한국 수학계에 상당히 의미 있는 해였다
적어도 그때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에겐 그랬고, 당연히 넘치는 패기에 ICM에 참석했으며 강연들의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가도 그럴것 같다
쨋든 수학 썩은물들이 이세계의 전공 지식들을 얘기하는 시간들 말고도 여러가지 가벼운 코너들이 있었는데, 여러 대중강연들이 있었고(주2) 또 무려 바둑에 대한 코너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넣은건지 모르겠는데 시간을 앞서간 기획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쨋든 이 코너에는 뭐 바둑의 게임이론 등등 이런게 소개되어 있을 뿐만 아니러 바둑 프로?였는지 해설이었는지 준프로였는지가 대충 바둑의 기본 룰에 대해서 설명하는게 있었다
그래서 기초적인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바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얘들은 '죽은' 말들이라고 얘기를 하자 바로 반론이 나왔다
아니 아직 열려있는고 말이 따인것도 아닌데 왜 죽었다고 하느냐?
물론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고 당장 죽이고 싶다면 죽일 수 있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수학자에게 그런것이 중요하겠는가?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서 어떻게 될 지 알고?

그후 2년뒤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말들을 후반에 살려내거나 반대로 살릴 수 있던 말을 포기하고 다른부분에서 더 이득을 취했던 적이 있는거로 여렴풋이 기억한다


주1) ZFC 공리계에서 R3상의 구를 유한개의 조각으로 잘라서 이 조각들을 적당한 isometry를 취해주면 크기가 같은 두개의 구로 쪼갤 수 있다는 역설일거다... 구글링해라
주2) 존 내쉬의 대중 강연도 있었는데, 이때 어떤 용감한 학생이 "수학을 못하는데 잘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란 질문을 던진적 있다. 평생 수학을 못해본적이 없는 사람의 대답은 "열심히 하세요"(Study hard) 였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