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명심해야 할 게 0.99...랑 1이 같다는 건 정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수학적 약속이다.

이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실수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의에는 근거가 없다. (그러면 정의가 아니지) 그러니까 이걸 설명하려고 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다.

(0.99..라는 수를 쓰는 것 자체가 확장된 수체계의 수를 가져오는 것인데 그걸 초등학교 수학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당연히 안됨. 마치 영어로 한 말을 비슷하게 발음나는 한국말로 해석하는 것과 같다)

현대수학에서 자연수는 집합론을 기반으로 구성하고, 유리수는 자연수(에서 얻은 정수)로부터 정의한다. 여기서 자연수를 유리수로 확장하는 건 거의 누구나 동의할 만한 일이지. 자연수를 부정하겠다면 수학은 못하는거고.

문제는 유리수를 실수로 확장하는 것이다.

옛날 수학 교과서나 교양서적을 읽은 사람이라면 루트 2 가 1, 1.4, 1.41, 1.414...로 한없이 다가간 값이라는 설명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실수를 유리수에서 끌어오는 가장 natural한 방법은 주어진 실수로 수렴하는 유리수열을 생각하는 것이다.

즉, 실수의 정의는 사실 그 실수로 수렴하는 유리수열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있는 게, 어떤 실수로 수렴하는 유리수열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4, 1.41, ...이랑 2, 1.4, 1.41, ... 는 둘 다 루트 2로 수렴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어떤 수열 하나로 대표시킬 수는 없고, 그 실수로 수렴하는 모든 수열의 묶음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우리는 아직 실수 체계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로 수렴한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 유리수열이 '수렴한다' 와 '동일한 수로 수렴'한다는 것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체크하는데, 이는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코시라는 사람이 만든 개념이다.


{a_n}이 "수렴한다" : 임의의 양수 ε에 대해 어떤 N이 존재해 N이상의 임의의 p,q에 대해 |a_p-a_q|는 ε보다 작다.


수렴하는 수열 {a_n}과 {b_n}이 "같은 값으로 수렴한다" : 임의의 양수 ε에 대해 어떤 N이 존재해 N이상의 임의의 p에 대해 |a_p-b_p|는 ε보다 작다.


(여기서 ε은 유리수다. (실수를 정의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건 이해가 될 텐데, 수렴을 왜 저렇게 정의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 정의는 사실 수열의 값들이 궁극적으로 '모인다'는 말과 같다. 즉, 우리 뇌피셜로는 어느 수로 갈 거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수가 아직 정의된 건 아니고 오히려 이 수열을 가지고 정의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얘네들이 점점 서로 가까워진다, 뭉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고 그걸 수식으로 풀어쓴 게 저 정의임.


그래서 수학에서 실수는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유리수열들의 모임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렇게 어떤 관계 ~에 대해 동일한 ***의 모임을 equivalent class라고 함)


이렇게 하고 +,*같은 연산을 natural하게 정의하면 ({a_n+b_n}, {a_nb_n} 등) 우리가 초중고교과정에서 배웠던 모든 연산규칙과 극한 정리들, 순서성이 모두 만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이러면 1은 어떻게 정의된 거냐고 물을 수가 있지. 그러니까 유리수가 실수에 들어가 있어야 만족스러운 얘기가 가능하잖아? 그래서 1은 {1,1,....}(과 같게 수렴하는 유리수열의 모임)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유리수 q는 실수에서 {q,q...}(같은말)로 정의한다.


여기까지 했으면 원래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지.


0.999999....는 "{0.9, 0.99, 0.999,...}와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유리수열의 모임" 이고, 1은 "{1,1,...}과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유리수열의 모임"이다.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것과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것"은 "같은 값으로 수렴하는 것"이므로(이거 정리임. 한 3줄정도면 증명할 수 있음)

저 두 수열이 "같은 값으로 수렴함"을 보이면 충분함.


증명 : 임의의 고정된 양의 유리수 ε은 어쨌든 1/100000(0이 N개) 보다는 엄청 큰 N에 대해 작다. 따라서 적당한 N번째 항 이후부터 두 수열의 항의 차는 ε보다 작다. □


P.S. 수갤의 위인들이 가끔 가다가 0.999...=1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정의하는 방식도 존재는 할 수 있다. 다만 엄청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고 비직관적이기 때문에 매우 마이너하다. 그런 변형수학까지 대중에게 일깨워주기 위해 오늘도 수갤에 복음을 전파하는 수갤의 거장들에게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