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비인후과 2년 차 전공의 하나가 응급의학과 교수한테 컨설트 문제로 개기는 일이 있었다. 대놓고 면전에서 "기본도 안됐다", "할 줄 아는 게 뭐냐"는 식으로 막말을 시전했다더라.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교수가 누구냐는 거다. 전공의들 다 "필수의료 살리자"면서 환자 버리고 병원 뛰쳐나갔을 때, 묵묵히 응급실 지키면서 밤새 환자 봤던 사람이다. 누구는 사명감을 내팽개쳤을 때, 누구는 그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 슬그머니 돌아와서는 의사 행세하며 자기 스승뻘인 교수한테 저따위 소리를 하는 게 맞는 거냐?



분명 '응급의학과 교수가 실력 없으니까 무시당한 거 아니냐?'는 X소리 하는 사람 있을 거 같아서 미리 말한다.


'전쟁터의 야전 지휘관'과 '후방의 특수부대원' 차이다.

야전 지휘관(응급의학과 교수) 은 사방에서 포탄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게 보병인지, 탱크인지, 공중 폭격인지 빠르게 판단해서 전선이 무너지지 않게 막는 사람이다. 모든 무기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다루진 못해도, 지금 어떤 무기를 써서 뭘 막아야 하는지 아는 총체적인 지휘 능력이 핵심이다.

그런데 후방의 특수부대원(타과 전공의)은 자기 주특기인 저격총 하나만 깊게 파는 사람이다. 그러니 지휘관을 보면서 '왜 저 상황에 저격총을 나처럼 정밀하게 쓰지 않았냐'고 따지는 거다. 전선 전체가 불타고 있는 건 보지도 못하고 말이다.

결국 이건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야'와 '겸손'의 문제다. 자기 전문 분야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아는 오만함, 그리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가장 앞에서 싸우는 동료 의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그게 이 사건의 본질이다.

제일 역겹고 웃긴 게 뭔지 아냐?

입으로는 '필수의료' 살리자고 부르짖으면서 병원 뛰쳐나갔던 놈들이, 정작 진짜 필수의료의 심장인 응급실을 지키고 있던 사람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고 공격한다는 거다.







환자를 지켰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미안함도 없이, 자기들이 버렸던 자리를 채우고 있던 사람의 등을 찌르는 이 배은망덕함. 이게 걔들이 말하는 '올바른 의료 환경'이냐?


 의사들아

반박해라 어차피 너네 응급의학과 싫어하는거 다안다. 대신에 어디가서 필수의료타령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