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의 시작은 라식이었다.
7년 전, 나는 8월의 여름휴가를 앞 두고 라식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잘 붓고 있 던 적금까지 털었다. 휴가 일정에 맞춰 보름 전쯤 소개받은 안과에 가서 상담을 하고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초고도 근시여서 라 식 수술이 부적합했다. 안과에서는 ICL(안내 렌즈 삽입술)을 적극적으 로 권했고, 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수술 비는 라식보다 훨씬 비쌌지만 나 자신을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할 가 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수술받기 전날까지도 나는 몇 날 며칠 동안수술 후기를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2009년 8월 1일, 나는 예정대로 ICL 수술을 받았다. 수술 최전 대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한 간호사가 들어와 하얗고 뚱 통한 알약 하나를 선반 위에 올려놓고 먹으라고 했다.
나는 조그만 끝의 의심도 없이 약을 꿀꺽 삼켰다.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처방해 항생제를 먹었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후인 8월 10일에 병이 발 행했다. 잠복 열흘 동안 이상 증세는 없었다. 적어도 열흘 동안은 내 생애 안경과 렌즈에서 벗어나 가장 자유롭게 산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끼던 안경이 늘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10년 넘게 낀 콘택트렌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친구들 열 에 열은 라식을 하고도 잘만 살아간다. 내가 모르는 세상 사람들도 그래 보인다. 어떤 사람은 내게 이것은 '복불복'이라고 했다. 그러 나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이것을 세상의 잣대로 운이 좋 고 나쁨으로 단정 짓고 싶지 않다.
출전
여자로서 가장 예쁜 나이 서른하나에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중증 환자가 되어 버렸다. 그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발병과 1년이 마치 10년처럼 느껴졌던 지난 7년간의 투병 생활. 그 사이 열아홉 번의 수술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거짓말처럼 건강과 직장, 꿈과 젊음을 잃었다. 날씨나 영화처럼 인생에도 예고편이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청춘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난과 시련, 길고 긴 투병 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과 고통의 날들이 나를 찾아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거짓말 같은 현실과 마주한다.
294~295. SJS TEN 스티븐스 존슨 증후군, 독성표피괴사융해증.
독서 후기 어떤 블로그도 라식 언급X. 294페이지까지 안 읽은듯. 저 사람 실명해서 각막이식 대기중.
Robot으로 받았으면 저렇게 안됐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