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는 하란.
등골을 타고 불길한 예감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억지로 이를 악물고 다리를 움직여 침대를 벗어났다.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 "나의 지휘관아, 세실에게 아직 더 휴식이 필요하다 들었단다."
다급함과 달리 다리는 빨리 움직이지 못했고,
쫓기는 양과 같이 하란에게 밀려 벽으로 몰리고 말았다.
그렇게 결국 하란과 벽 사이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되었다.
: "후훗, 네가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 "뭘 원하는 거지?"
: "알잖느냐, 설마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 게냐?"
하란의 시선이 내 물건에 향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듯 내 물건은 힘을 더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 "지휘관으로서 명한다. 물러서라, 하란."
: "흐음, 진심으로 내가 그 명령을 들을거라 생각하는 건 아닐 테고."
다가선 하란의 얼굴이 달라붙듯 가까워졌고, 옅은 숨결이 귀 끝을 간질였다.
: "이건 앙탈이라는 것이겠구나."
하란의 손끝이 내 물건을 스쳐 지나가자
지상에서도 느낀 적 없던 위기감이 들어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 "명령 불복종에 대해선... 특수 상황임을 감안해 지금은 용서해 주도록 하겠다."
오른팔에 힘을 끌어모았다.
기계를 이식했을 뿐인 힘이 에덴의 정수가 담긴 니케, 하란에게 치명타가 될 리는 없겠지만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긴 충분할 것이다.
: "후후, 이런 상황에서도 상냥하구나. 나의 지휘관아."
: "이에 관해선 네가 진정된 후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그리고 하란의 복부를 향해 전력으로 주먹을 올려 쳤다.
: "푸푸풉, 지휘관. 설마 이게 전력?"
내 주먹은 노아의 손아귀에 잡혀 멈추고 말았다.
몰아쳐 오는 위기 상황 속에서 뇌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망설일 틈 따윈 없다. 지금,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병실의 층수, 높이, 신체의 상태, 예상되는 피해를 빠르게 계산하였다.
아직 다리의 힘이 온전히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전력으로 몸을 던진다면 빠져나갈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 "어, 어어?!"
노아를 밀쳐내고 몸을 던지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예상해 이를 악물었다.
일단 빠져나가면 그다음엔...
: "!!!"
창문이 깨지며 무언가가 날아와 내 몸을 밀쳐내 다시 하란의 앞까지 날려버렸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머리가 멈춘 사이로, 이사벨의 목소리가 먼저 파고들어 왔다.
: "안 돼요, 지휘관.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은걸요."
: "너, 너희들!!"
설상가상으로 방금 전 마지막 힘을 다한 건지 다리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완전히 이식에 적응하기 전에 과도한 힘을 가한 것이 문제일 것이다.
: "그, 그런데 말야. 정말 괜찮은 거야?"
: "문제일 게 있겠는가."
하란은 분노해 떠는 내 물건을 슬쩍 내려 보며 작은 미소를 띄운 뒤 말을 이었다.
: "랩쳐에게 고통받는 인류를 구하는 것, 그게 우리 니케의 사명이니."
: "하, 하지만... 지휘관한테 미움받는 거 아냐? 나는 그런 건 싫어..."
: "후후후, 괜찮단다. 요한은 그런 자가 아니니. 그렇지 않느냐?"
: "....이 후 임무에선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 "후후후, 그렇다는구나. 그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지?"
이건... 각오하는 수밖에 없겠다 직감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러 무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테니까.
(계속)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