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1시간? 아니 그보다 더 흘렀을지도 모르겠다.
병실은 뜨거운 숨결과 작은 교성으로 가득 차 있다.
: 흐읏...
랩쳐의 본능이 남아있는 것 같다는 세실의 말이 맞다는 게 증명되었다.
내 물건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스쿼드의 니케들에 반응해 끝없이 공격성을 뿜어내고 있다.
그것이 상처를 입힐 수준이 아닌 것은 아마도 세실의 손이 닿은 부분이겠지.
: "저기 하란, 나도..."
: "이런, 내 욕심이 과했구나. 이것까지만... 마무리짓고... 네게 넘겨줄 테니 걱정 말거라."
: "뭐, 뭐 꼭 하고 싶다는 건 아닌데!"
: "이사벨은 괜찮은 게냐? 노아 다음이라도 좋다면 내가..."
: "저는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제게는 사랑스러운 분이 계시니."
: "...자기 멋대로들 얘기하고 있군."
: "후후, 이제 와서 강한 척해봤자 귀엽게만 보일 뿐이란다."
자존심에 거대한 금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 총성이 울린 건 그 직후였다.
: "당신들... 제정신인가요?"
도로시의 목소리가 이리 반가운 적이 있었던가.
기대하지 않았던 도움의 손길에 눈이 번쩍 뜨였다.
: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다만, 이건 우리 스쿼드와 지휘관의 일이란다."
: "더러워."
: "너, 말을 조심히..."
: "당장 나가! 내 낙원, 내 에덴에서 이런 건 용납할 수 없으니까!"
도로시의 총구가 연이어 불을 뿜었다.
그중 하나가 하란의 볼을 스쳤고, 하란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무기를 잡아 들었다.
: "하란."
: "......."
수초간의 침묵.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 속에서
먼저 무기를 내린 건 하란이었다.
: "너, 눈감아주는 건 이게 마지막이란다."
: "이런 분위기, 불편해서 좋아하지 않아요."
: "가, 같이 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정리된 병실은 이제 나와 도로시만이 남아있다.
나는 모두가 병실을 나간 뒤에야 일어서서 주섬주섬 옷을 고쳐 입을 수 있었다.
: "지휘관, 우선 에덴 밖으로 나가시죠. 이곳은 당신에게 안전하지 않아요."
: "그 말에는 동의한다만... 너와 함께 나가는 에덴 밖은 안전한가?"
: "먼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지휘관."
에덴을 나서고 해가 지기 시작할 때까지 수 시간.
도로시의 발이 멈추고서야 처음으로 입을 땔 수 있었다.
: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
: "저라면 알고 싶지 않을 텐데요."
: "도로시."
: "후우, 지휘관이 하기에 따라 달렸답니다."
: "...들어보지."
: "지금부터, 당신과 함께 방주로 향하려 해요."
: "방주?"
: "세실이 완성한, 인체에 랩쳐를 심는 기술을 방주에 넘기려 합니다."
: "...이유는?"
: "그 기술이 방주 내에 잘 정착된다면. 제 손으로 직접 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제 낙원 회귀를."
: "내가 그 계획에 동의할 거라 생각한 건가?"
: "글쎄요, 딱히 동의 안 하셔도 상관없어요."
도로시는 총을 들어 내 물건을 향했다.
: "후후, 정말이네요. 여기라면 쏠 수 있겠어."
: "......"
: "딱히 살려서 데려갈 필요는 없을 것도 같고 말이죠."
허락된 건 짧은 시간뿐이지만
상황 분석을 다시 시작했다.
이 상황을 도망쳐 나갈 수 있는 가지의 수와
도로시에게 맞서 이겨낼 수 있는 수
그리고 도로시의 말을 따랐을 때의 리스크
다행히도 결론이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에덴 엑세스 코드 인서트"
: "네? 지금 무슨 소리를"
: "코드 엑스 <DORO>"
: "지휘관? 지금 무슨...!!!"
: "DORO"
세실이 심은 최후의 카운터 코드를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이야.
긴장이 풀려서인지 이제까지 쌓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며 아찔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진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에덴으로 돌아간다?
지금으로서는 옳은 선택은 아니란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 남은 방법은...
: "하아..."
정말로 원치 않은 방안이었기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거겠지.
몇 번을 더 한숨을 몰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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