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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들!!!루크와 루카스를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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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건...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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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우리 별에선 영혼을 꽃이라고 생각했어. 시체를 흙에 묻으면 그 자리에 봉분화가 피었거든. 


 - 낭만적인 이야기구나.


 ◆ : 봉분화 씨앗이 아주 오랜 시간 몸 속에 숨어있다가 시체가 되면 썩은 살을 양분 삼아 피어나는 원리래. 


 - 내 낭만을 부수지 말아줘.


 ◆ : 미안. 너네 별은 특별한 얘기 없어? 


 - 여러 얘기가 있지.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간다든가, 몸이 썩지 않게 보관하면 사후세계에서 부활할 수 있다든가.


 ◆ : 천국? 


 - 영생의 세계. 행복이 보장된 낙원.


 ◆ : 어디에 있는데? 


 - 하늘 위에.


 ◆ : 우주를 알기 이전에 생긴 이야기겠구나. 


 - 넌 어떻게 생각해?


 ◆ : 궁금해? 


 - 네 생각은 전부 궁금하지.


 ◆ : 하핫, 두근거리네. 


 - 어서 말해줘. 놀리지 않을게.

 

 ◆ : 요즘 부쩍 관심이 가서 여러 글들을 찾아봤어. ‘영혼의 신’을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라. 


 - 영혼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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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영혼의 순환을 관장하는 신이라나봐. 나도 처음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막 웃었는데, 찾으면 찾을수록 사람들 반응이 심상치 않은 거 있지. 


 실제로 신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고, 처음엔 믿지 않았다가 모임을 다녀온 이후 푹 빠져버렸다는 과학자도 있어. 


 - 너는 어떤데?


 ◆ : 이제부터 찾아보려고. 궁금해? 


 - 아까 했던 말 같은데. 네 생각은 전부 궁금해.


 ◆ : 하핫, 그래. 으음. 세상에 신이 얼마나 많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신은 바로 키르켄일 거야. 


 - 특이한 이름이네.


 ◆ : 누가 지었을까? 신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이름을 직접 짓는 걸까? 


 - 한번 물어볼까?


 ◆ : 장소와 준비물을 알려줄게. 내일 정해진 시간까지 와. 같이 만나러 가자. 


 - 신을 만난다니 두근거리는데.


 ◆ : 우리가 평생 함께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자.


  - 그건 안 된다고 하면?


 ◆ : 가장 먼저 이 기록을 지울 거야. 

 

 - 너무해!

 

 ◆ : 하핫, 농담이야. 




 033_1 [하얀 깃 팀의 연구원 ■■■의 기록 첫 번째]


 가지고 있던 것들을 통해 추론한 '나'의 역할에 맡게 이 공간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추정해 보길, 아마도 나는 어떤 목적을 위해 이 카오스에 진입한 연구원인 듯하다. 


 함께 걷고 있는 중년의 여성은 꽤 예전에 준비된 선발대의 일원으로, 공허의 규명을 위해 오랜 시간을 이 께름칙한 장소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녀가 공허의 베테랑이라는 것쯤은 이야기를 들으면 알 수 있다. 


 그녀는 내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눈을 감길 제안했지만, 거절하고 내 두 눈으로 이 공간을 마주하기로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아직 그녀를 믿을 수 없다. 


 당신이 서운할 게 뭐 있어. 이런 건 상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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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라는 이름을 한 이 공간은 사물이 존재하는지 공간이 실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눈에 보이는 수평선은 당연히 없고 오히려 한없이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있는 형상에 걷고 있는데도 앞으로 걷는 건지 뒤로 걷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공중에 떠 있는 것 같기도 어딘가에 훅 추락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상념에 잠겨 걷다 보면 무언가 나의 머릿속을 건드는 듯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무슨 소리인지 아무도 모르겠지. 그러니까, 직관적으로 나의 상태에 관해 설명하자면… 우선 다리를 오른쪽부터 내미는 게 맞는지 왼쪽부터 내미는 게 맞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애초에 걷는 건 어떻게 하는 거였는지, 그 방법을 잊어버렸다. 서는 건 또 어떻고? ‘다리’를 사용하는 법을 잊게 된다. 


 애초에 내가 왜 걷고 있는 거지? 그런 의문을 품는 순간 걷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어딘가 부드러운 것에 넘어질 때도 있고, 딱딱한 것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본 적도 있다. 


 몸이 조금 고생하긴 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언가에 대해 알아낼 길은 요원하다


 .이렇듯 공허는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다. 존재도, 생각도, 행동도, 의지도, 의문도 무엇이건 먹어 치운다. 


 조금 전에도 무언가 불평을 하려다 잊어버리게 된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기분 탓일 수도 있겠다. 


 그녀가 말한 대로 너무 예민해져 있는 건 사실이니까. 신경을 곤두세우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자꾸 신경 쓰이게 된다.그런 와중에 나는 또다시 넘어지고 만다.




 034_1 [하얀 깃 팀의 연구원 ■■■의 기록 두 번째]


 젠장, 넘어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젠 바닥을 구르며 이동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웃지 마, 나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거야. 


 다리를 내밀다 몸이 제 마음대로 멈춰버린다. 아까는 왼발을 내밀고 난 뒤에 내가 무얼 하려 했는지 잊어버려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뒤늦게 내가 없는 걸 눈치챈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 어둠 속에서 홀로 멍청하게 서 있기만 했을 거란 생각에 온몸의 털이 곤두선다. 


 상황이 심각한 걸 아는지 모르는 지, 아니면 이미 너무 익숙해서 이 정도는 아니라는 건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가 넘어지면 그녀는 뭐가 재미있는지 호쾌하게 웃으며 날 일으켜 세운다. 


 ‘지면’이라는 것을 밟고 서면 제대로 서 있는 게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발아래가 울렁거려 사람을 미치게 했다. 


 귓가에선 작은 중얼거림이 들린다. 그러다 가도 소리를 인지하기 위해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면 두려울 정도로 정적이 찾아온다. 


 바로 옆 일행의 존재조차 지워진 것 같은 완전한 침묵과 고요가 방문해 무방비한 등골을 쓸고 지나간다. 자기 감각을 믿을 수 없는 것이 카오스와 닮은 공간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만약 이곳이 카오스였다면 나는 진즉 착란 증세를 보이며 아군을 공격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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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그녀는 카오스에 진입한 퍼스트처럼 망설임 없이 앞장서 길을 찾아냈다. 그녀의 망설임 없는 발걸음이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 낸다. 


 이 어둠과 혼란스러운 감각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고 있는 건지, 목적지가 존재하긴 하는지, 가는 방향이 맞기는 한 건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고 또 많은 것들이 알 수 없는 손길에 쓸려간다. 


 휘발되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녀는 자신을 연구원이라 소개했던 것 같은데, 사실은 퍼스트였나? 


 퍼스트에 요원 이외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연구원이 되는 일도 있나 보다. 아. 그래서 장수한 건가? 


 

 퍼스트들의 평균 수명은 긴 편이 아니다. 


 대부분 중년은커녕 장년(壯年)이 되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그녀와 비슷한 연배까지 살아남은 경우는 굉장히 드물텐데... 사고할수록 무언가가 싹틀 뻔한데 생각을 써가는 손길에 함께 쓸려 나간다. 


 알겠어, 당신이 아까 설명했잖아. 그래도 기록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래서 어디까지 남기고 있었지... 아아, 그래. 퍼스트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 ...퍼스트가 뭔데? 



 035_1 [하얀 깃 팀의 연구원 ■■■의 기록 세 번째] 



 비보가 있다. 내 방향 감각이 완전히 망가졌다. 어린애처럼 이 답 없는 공간을 중년의 여성과 손잡으며 걸어가야 한다는 거다. 


 내가 어디에서 멈춰서고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제 마음대로 나아가는 걸 거부하거나 가려던 방향과 완전히 다른 곳으로 향한다. 


 그녀를 잃어버린 게 벌써 몇번째인지... 신기하게도 그녀는 내가 미아가 되면 반드시 나를 찾아온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묻자, 위치 추적기를 붙여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농담이나 하고... 제정신이 아닌 공간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제정신 아닌 여자 같다. 


 전자기기는 애초에 먹통이고 기껏 해봐야 작동하는 건 기록용으로 가져온 구시대의 레코드뿐인데 발신기 같은 게 작동할 리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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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앞당기는 손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공복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나른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체력이 떨어져 힘든 건 아니었다. 


 오히려 새카만 어둠 속에 있는데도 볕을 맞으며 오후를 즐기는 듯한 평온함이 느껴졌다. 


 분명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는데, 그런 적이 있었는지조차 이제는 흐릿하다.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기 위해 가져온 장치는 멈춘 채 버려진 지 오래고, 얼마나 걸었는지 기록할 만한 기계도 없다. 


 이 기록도 몇 번이나 잃었고,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를 몇 번이나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이게 내 할 일이니 잊지 않도록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데... 차라리 처음에 그녀가 조언했던 것처럼 눈을 감는 게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눈을 감는 게 정신 건강에는 더 좋았을지도. 



 지금이라도 눈을 감으라고? 그러면 여기서 더 망가지지 않을 수 있어? 


 당신이 그걸 어떻게 장담해...하, 좋아. 그녀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이제 와서 무슨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어차피 어둠밖에 없는 공간이라 눈을 감건 뜨건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감아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의 소름 끼치는 고요함도 속삭임도 없다. 


 걸을 때마다 공간에서 묘한 진동이 느껴진다. 일정한 박자로 반복되는 울림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지면의 흔들림보단 공간 전체가 울리는 감각이 가슴 언저리에 손을 대면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칭하는 말이 있던 것 같은데 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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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비보다. 나는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걷는’ 것을 할 수 없어 일행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게 되었다.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젠 시간이 얼마나 흐르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기록을 그만둘까 했지만, 마음속 한편에선 멈춰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기록하기로 했다. 


 음성 기록을 남기려는 나의 의지를 듣고 그녀는 인간의 이런 점을 참 좋아해. 라고 웃으며 칭찬했다. 


 그러나 그 뒤에 레코드를 뺏어 들며 기록은 내게 더는 필요 없는 행위라 타일렀다. 


 이쪽에서 오래 살아남은 베테랑이 그렇게 말한다면 맞는 거겠지 싶어져 기록은 그만두기로 했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했는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날 ‘지면’에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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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눈을 떠도 괜찮다는 그녀의 말에 오랫동안 닫혀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시야에 바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크기의 고치였다.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는 것 같은 실로 지어진 고치가 마치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듯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에 압도당하는 한편으로는 눈앞에 실존하는 이것이 어쩐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 없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감상이 들었다.


 “옛 인류가 공허를 발견할 때 우리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지… 그땐 카오스가 없었으니, 우주의 비밀을 규명할 열쇠가 공허에 있을 거라 확신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이 되었고, 숭고한 사명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었으니까… 


 다른 한편으론 한정된 자원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희망을 싣고 우주로 떠났지. 하지만 당시엔 우주로 떠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었고, 순탄한 여정도 아니야. 

오히려 고행길에 오르는 것에 더 가까웠지…”


 내가 누워있는 지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들은 어떤 문자 같기도 했고 그림 같기도 했다. 


 손끝으로 문양을 만지작거리자, 그녀가 적혀 있는 글자 중 일부를 알려주었다.


'니힐럼'에게 바치는 송시가 적혀 있다고 한다. 그녀는 니힐럼에게 먹이를 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