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후기를 남길 게임은
일본의 인디 비주얼 노벨 게임
'내가 생각한 너의 종말'이다
개인적으로 잘 만든 수작이라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언어의 압박 때문인지 검색 결과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전무한 듯하다
아침엔 누구보다 빨리 등교시킬 필요가 있다.
뒤늦게 교실에 나타난 코타로가 "안녕"이라고
인사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천하의 코타로라도 위화감을 느낄 테니까.
어느 날 눈앞에서 소꿉친구 '코타로'가 전차에 치여
잔인하게 죽는 장면을 목도한 주인공 사토루
손을 뻗으면 구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당시의 주인공으로선 그저 달려오는 전철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튿날 주인공의 등굣길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 '코타로'
죽은 줄 알았던 소꿉친구와의 감동적인 재회를 즐기던 것도 잠시,
주인공은 그가 발이 없는 유령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을 눈치챈다
더욱이 이상하게도 이 소꿉친구는 사고 당일의 기억은커녕
자신이 죽었다는 자각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때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더라면 구할 수 있었을까?
안 그래도 친구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던
주인공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 있다'고 믿게 만들어서
이번에야말로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겠노라 마음먹는다
그러므로 플레이어는 주인공 사토루가 되어
①'코타로'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 주면서
②바깥 세계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③그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을 계속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재편과
과거편으로 스토리가 다시 나뉘게 되는데,
사실 현재편보다 과거편이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한 너의 종말'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코타로'의 헛소리에 가려져 버린
비극적인 현실을 과거편에서는 여과 없이 진중하고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다 보니 만약 죽은 친구가 유령이 돼서 돌아온다면
정말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몰입할 수 있었다
'소꿉친구의 유령'은 단지 죄책감이 빚어낸 신기루일지도 모르고,
설령 진짜 본인이라 한들 바깥세상과 단절시키면서까지
이승에 붙잡아 두는 것은 주인공의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은 거짓말을 되풀이한다
그것 말고는 속죄할 방법을 모르기에...
둘의 우정은 비록 엇나갔을지언정 빛나 보였고,
거기에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가장 바라던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이뤄져 있었다는 전개가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에필로그가 다소 판타지스럽다고 느꼈지만
유령이 보인다는 설정부터가 이미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으니 그다지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흥미진진했던 좋은 게임
기회가 되면 연재해 보고 싶은데 분량도 분량이지만
저 소꿉친구가 입만 열었다 하면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지는 통에 플레이하는 내내 골머리를 좀 썩였다
그렇지만 언젠가 도전해 보는 걸로
(한글 패치가 나오지 않는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