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웨스트 아일랜드(3)


*


아이니와 디가 드디어 숲이 끝나는 지점을 통과하고 있던 그때였다.


"당신들 거기 멈춰라."


누군가 아이니 일행을 멈춰 세웠다.


"누구지?"


"내 이름은 '톤'. 빛을 따라 여행하는 모험가지."


'빛?'


"너희들. 우리의 아버지, '빛'을 믿고 있나?"


"..."


"모르는 모양이군. 내가 알려주도록 하지. 옛날 옛적 먼 옛날......"


"잠깐 잠깐! 그딴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고. 우리를 멈춘 이유가 뭐지? 쓸데 없는 소리 할 거면 꺼져라."


"매정한 놈들. 긴말 안 하겠다. 너희들 내 동료가 되라!"


"..."


"아. 이게 아닌가."


'뭐 하는 자인지 모르겠군. 그리고 빛을 운운하는 것을 보면...'


"실례지만 지나가겠음."


전쟁의 신이 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뭐야? 당신, 사람이 맞긴 한 건가? 왜 온 몸이... 뭔 색이야 저건. 주황? 아무튼. 사람 몸이 왜 시뻘개. 술 마셨냐?"


"...전쟁의 신이시여 내가 알아서 하겠음."


아이니가 전쟁의 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가 톤에게 자신의 주먹을 날렸다.


"커헉!"


"이 주먹을 다시 맞고 싶지 않으면, 우리를 막지 마라."


"잠깐!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그저 경고 하기 위해 있을 뿐이야!"


"경고?"


"나는 빛의 사도로써 막대한 인물을 받아 여기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 것 같아. 빛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이 넘어는 네가 알다시피 '서부'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는 서대륙인 이라면 알고 있겠지? [셀리아]가 통치하는 곳이라고."


"[셀리아]? '전설의 시대' 때의 이야기를 왜 지금 와서 하는 거지?"


"'전설의 시대' 때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아직 [셀리아]는 멀쩡하다고."


"멀쩡... 해?"


"아무튼. 나는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알았다."


"그럼 지나가도 좋다."


톤은 그제야 자리를 비켜 주었다.


"거 감사하군."


"..."


"당신은 축복 받은 자야."


"..?"


"빛은 너희를 위해 희생했다. 빛 하나가 우리 대륙의 모든 이들을 살린 거라고."


"이번엔 또 무슨 헛 소리를 하는 거지?"


"모르겠지."


"너 아까부터 자꾸!"


"진정하지."


아이니의 주먹을 막은 것은 전쟁의 신이었다.


"..."


"그저 지나가지."


"미안함. 저 답지 못했노."


"..."


떠나가는 그들의 등을 보고 톤은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빛이시여."


*


「주의! 이 다리 이후로 <웨스트 아일랜드> 임.」


마지막 표지판.


이 마지막 다리를 넘어가면 그땐 정말로 <서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곳에 디가 있을 거야. 그를 먼저 찾아야 겠음."


"알겠음."


"혹시 디를 찾을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노?"


"가지고 있음. 다만, 이 힘을 사용하면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나의 오라를 감지할 거임."


"흠. 그건 확실히 위험하겠군.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 건가."


"걱정하지 마셈. 금방 그를 찾을 수 있을 거임."


"...ㅇㅇ."


*


그들은 다리를 건너 <서부>를 통과했다.


그렇다면 <서부>는 어떤 곳인가.


<웨스트 아일랜드> 혹은 <용의 땅>이라 불리는 <서부>는 과거 용들이 살던 땅이었고, [셀리아]가 군림했던 장소이다.


[용]들은 정말로 막대한 힘을 지닌 존재들.


이 대륙에 가장 강력한 마수라 하면 손에 드는 것들이 바로 [용]들이다.


과거 전설의 시대.


전설의 괴수, [크툴루]를 잡은 셀이 '마수'에 관하여 작성한 글이 있었다.


「이번 괴수를 막으며 나는 세삼 또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은 넓고, 그만큼 많은 괴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내가 만난 모든 괴수들을 전부 위험도를 순서로 작성 해 보았다.」


「1위는 당연코 [크툴루]이다. 머리는 마치 라플라시에 처럼 펼쳐진 입술에 뻗어 나온 촉수들. 그리고 거대한 몸집까지. 그가 팔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대륙이 흔들리고 바다가 요동칠 정도다.」


「2위는 아마도 [용]들이다. 용들은 단일 개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로부터 뿌리 뻗은 수많은 변형 종들이 수두룩 빽빽하고, 그들 모두 태초의 용이 가진 성질을 모두 유전 받아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이다.」


「3위는 ......」


그의 저서에 따르면 용은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괴수들 중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종들이다.


그런데 어째서 용들은 서대륙에 자리를 잡았을까.


이 세상의 그 누구도 이이 대해서 모른다.


용들이 언제부터 서대륙에 자리 잡았는지도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대 수상 도시, [셀리아]는 때문에 용들이 관해서도 굉장히 민감했다.


출처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서대륙이 내려앉아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셀]이 [크툴루]와 [용]들을 전부 닥치는 대로 잡으며 자신의 성을 키워갔다.


그것이 그당시의 [셀리아]이다.


셀은 잡은 용을 토대로 용을 부리며 다른 왕국에 접근하거나 힘을 과시하며 땅을 점령했다.


그가 [마리나]와 싸운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


그만큼 용들은 강력한 존재들이었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 했다. 다른 이들은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때는 단데란이 새로운 역사를 새우며, 모든 악행들을 펼치던 시기.


셀리아는 처음으로 다른 왕국에 패배했다.


사유는 용들의 부재.


정확히는 용들이 가진 힘을 전부 잃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서대륙의 통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질서를 세우며 살아가던 셀리나는 그 기점을 중심으로 점점 무너졌다.


셀리아는 용을 토대로 왕권의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시점을 이후론 셀리아도 이제 왕권의 소유가 되었다.


아마도 그날부터, 셀리아는 엄청 흉폭한 왕국이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던 <서부>에서는 타지인을 매우 엄격하게 대하고, 그들을 차별하며 독립을 하기 위해 모든 이들과의 접점을 포기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서대륙인들은 <서부>에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곳에 가도 좋을 것이 없었으니깐.


그리고 그 전통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


현재 서부는 [셀 7세]가 다스리고 있다.


[셀]의 자식. 그의 자식의 자식이 대를 이으며 서부를 관리했던 것이다.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남들과의 교류를 거부했다.


현재 서부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몇 존재하지 않는다.


배를 타고 가거나, 오직 두 개만 존재하는 다리를 통해서 가는 것이다.


물론 다리를 통해서 가면 그들의 검문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배를 통해서 몰래 밀항하면 손쉽게 서부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니는 굳이 노력하며 배를 타지 않았다.


정면승부.


그는 다리를 건너 서부로 향했다.


*


<검문소>.


한 남성이 검문소로 들어왔다.


"이봐, '보우'. 교대다. 수고했어."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됬나. 이때만을 기다렸다고."


"그래. 가서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쉬어."


"그래......"


그리고 그때.


'보우'라는 이는 다리 넘어로 두 명의 인물이 건너오는 것을 보았다.


"잠깐만. 아만다. 저거... 사람 아냐?"


"뭐?"


'아만다'라는 이도 망원경을 꺼내 들며 다리 넘어를 보았다.


확실히 두 명의 사람이 다리를 건너 오고 있었다.


"이런 젠장! 보우! 총을 꺼내라!"


"ㅇㅇ!"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이니 앞에 두 명의 경비들이 총을 내밀었다.


"누구냐!"


보우가 아이니를 향해서 소리쳤다.


"전쟁의 신이시여. 여기부터는 내가 하는 말대로 따라주셈."


"알겠음."


"거기 둘! 누구냐고!"


보우가 자신의 총을 장전하며 되물었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답하지 않으면, 바로 쏠 기세였다.


"잠깐만! 쏘지 마셈!"


아이니가 글썽이며 답했다.


"흑... 이제야 사람을 만나노! 정말 힘들었단 말임!"


"뭐... 뭐야. 아만다? 어찌해야ㅡ..."


"일단... 대기다. 내가 상부에 연락할 테니깐. 잠깐만 보고 있어."


"ㅇㅇ."


아이니는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


그리고 그때 아이니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죽고 싶지 않음!! 나는 이 근방에서 도망쳐온 거란 말임! 지하 세계... 그래! 글라디우스이서 탈옥한 죄수들이 이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단 말임! 나는 살기 위해서 이리로 온 것 뿐임! 한 번만 봐주셈!"


그의 말에 보우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전쟁의 신이시여. 무릎을 꿇어주셈."


아이니가 전쟁의 신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전쟁의 신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뭐야... 피난민인가? 글라디우스의 죄수들이 탈옥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벌써 이곳까지 온 건가?"


보우가 당황하자 아만다가 그에게 달려왔다.


"보우! 저자들이 방금 뭐라고 했나?"


"아만다. 저들은 아무래도 피난민 인 것 같음."


"피난민?"


"ㅇㅇ. 최근에 글라디우스에서 죄수들이 탈옥했다 하지 않았음? 그들이 벌써 남부을 집어 삼킨 모양임."


"...남부가 먹혀?"


"어떻게 할까?"


"...상부에서는 일단 그들을 들여보내지 말라 했다."


"그럼......"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갈등했다.


그러자 아이니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무고한 시민임!!!"


"아만다!"


"어쩔 수 없다... 상부의 지시야."


"...하지만."


"자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그들을 받아줄 수는 없어."


"..."


"이봐 거기 둘!"


아만다가 아이니를 보며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그대로 돌아가라. 우리는 너희를 받아주지 않는다."


"...쳇."


"아이니. 이제 어찌함?"


"방법은 많아. 몰래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지."


"그럼 일단 돌아갈까?"


"...원래는 수월하게 들어가서 그들의 눈치를 피하는게 목적이었는데. 실패했어. 몰래 들어가면 우리는 쫓기는 처지가 되어서 마음데로 행동할 수 없는 제약이 걸린다고. 하지만... 정말로 들여보내 줄 마음이 없어 보이는 군. 일단은ㅡ......"


"지금 무슨 일이지?"


그때 누군가 아만다와 보우를 향해서 질문했다.


은색 갑주와 긴 장검.


마치 저드를 연상케 하는 그의 모습.


"저자들은 누구인가."


그는 '기사'였다.


"아. 기사게이! 저자들은 남부에서 온 피난민 인 것 같음."


"피난민? 그럼 들여보내지 왜 이러고 있나?"


"그게... 상부에서는 들이지 말라고..."


"뭐? 보우. 자네는 한때 피난민이지 않았나? 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면서도 어째 그들을 들이지 않는 거지?"


"..."


"지금 당장 저 둘을 들여보내라."


"하지만!"


"아만다. 걱정하지 마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알겠음. 이봐 거기 둘! 손 들고 이쪽으로 천천히 와라!"


"......이거. 좋을지도 모르겠노."


아이니가 속삭였다.


*


"자네는 뭐지?"


기사가 전쟁의 신을 보고 물었다.


'아차.'


기사의 눈은 매우 세밀한 것들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지금 전쟁의 신은 자신의 모습을 감춘 상태. 즉, 온 몸이 주황색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다른 이들과 평범한 상태였다.


하지만 기사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저 기사는 전쟁의 신의 본질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이자는...!"


아이니가 먼저 전쟁의 신에 대해서 해명하려 했지만, 오히려 전쟁의 신이 먼저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저 또한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 ㅈㅅ할 마음임.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임. 어렸을 때부터 전쟁의 휘말려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수많은 싸움을 거치며 이렇게 살인귀가 되어 버린 것이지. 아마 나의 몸이 조금 붉고 누런 이유도 나의 '살인'적인 면모에 불과함. 사람을 죽이고 흥분한 상태에 도달하면 이렇게 몸이 가끔씩... 변하곤 하지."


뭐라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 완벽한 변명이었다.


말 그대로 '기사'는 '본질'을 보는 눈을 가진 것이지, 그 사람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니.


수많은 전쟁과 살인을 겪어 피폐해진 사람의 모습을 주황빛이 돈다고 생각하면 얼추 일리는 있었다.


물론 실제로 그의 몸이 주황색이었지만 말이다.


"그런가. 정말 딱하군. 피난하면서 얼마나 많은 전쟁을 겪었을까. 생각하니 조금 미안해 지는구려."


"아님."


"그럼..."


"음?"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임?"


"아. 자네들?"


"ㅇㅇ."


"음... 우선 피난민이니 집이 없겠군. 그럼 우리 집으로 올래?"


"...!"


"왜. 싫은가?"


"아님! 좋음... 개추..."


"그래그래. 그럼 우리 집으로 가자꾸나."


"ㅇㅇ......"


아이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의 집으로 가는 건 매우 위험하다. 우리가 마음데로 움직일 수 없을 상황을 조성할 거라고. 이러면 디를 찾는 건 어려워진다. 어떻게 해서든... 이자와는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저 얌전히 그를 따라가는 것 뿐.


그때 전쟁의 신이 속삭였다.


"나의 오라로 이 기사를 떼어 놓는 것이 어떻음?"


"뭐?"


"이 사람과 같이 있으면, 당신의 전우를 못 찾을 것 아님? 나도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음. 이 자와 떨어지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이 자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는 동안, 도망치는 것이지. 나의 오라로 이 자를 떼어 놓겠음. 그 틈에 우리는 도망가지."


완벽한 해결책.


기사는 자신의 임무를 반드시 이행하여야 한다.


기사의 임무는 단 하나.


왕을 지키고, 사람들을 지키는 것.


그를 그들로부터 떼어낼. 최고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