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베르카입니다.
동문에 삿갓을 걸고 재야에 묻힌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은 모의고사 성적이나 올리면서 단타에 대한 언급 없이 지내왔는데, 제가 없는 동안 다들 평안하셨다면 기쁜 일이겠습니다.
기모찌에 발을 떼고 살면 확실히 미움받을 일도 없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기모찌는 저를 잊고 저도 기모찌를 잊었으니, 서로 더 아쉬울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라져가는 단타인의 정체성을 붙잡고자 하는 미약한 소망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단타라는 장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타라는 장르 명명을 누가 시작했는지는 역사 연구자가 아닌 저로서 알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 장르의 정의를 잘 드러내는 명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타라고 이름 붙인 이 장르는 일정 부분 현실의 모방이면서 독자적인 경제 체제를 갖추고 그것을 운영하면서 굴러가는 장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단 타라는 장르는 다른 장르에 비하면 다소 독특한 문법을 가지고 운영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모든 장르는 게임 캐릭터 자체의 질적 성장과 유저 간 경쟁이라는 명백한 목표 의식을 기반으로 장르가 굴러가는 반면, 단타는 에이전트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 불분명합니다. RPG 장르에서는 열심히 몬스터 사냥하고 장비 업그레이드해서 세계 1위 찍으면 그만이지만, 단타에서 그런 게 성립하나요?
그래서 생각해본 것은 단타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목표 추구보다는 다른 에이전트와의 소통과 상호작용 자체를 목표이자 의의로 둔다는 점입니다. 기모찌시티에서 매일 벌어지는 고등학교 수업, 군대 훈련, 친목질이나 하다못해 비상계엄 같은 대사건 모두 별개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한 행위 경험 자체가 단타의 목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단타에서 유난히 법률 체계와 정치 활동이 발달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검찰-법원의 법조인들과 기관장들이 다수 대중의 시선에서는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법률 문화를 향유하고 자기들만의 정치 체제 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 단타를 하는 목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그들 법조 엘리트로부터 현실 사회의 사회 현상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 일부 극렬분자들의 상상처럼 단타의 법조 체계를 극단적으로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대중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국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까요? 그것은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여러분도 익히 들어 아시겠지만 사회 최상류층은 언제나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다수 대중의 보편적인 것들과 떨어뜨려 놓으려 합니다. 그를 위해 엄청난 부가 필요한 물질문화를 향유하거나 높은 교육 수준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문화를 누림으로써 상류층과 그 외 대중 사이에 물질적/심리적 경계를 형성합니다.
법조 엘리트의 행동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은 기모찌시티의 명실상부한 지배층으로서 자신들의 활동을 다수 대중과 괴리시킬 동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법조 문화를 어려운 쪽으로 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에 더해 현실의 모방이라는 단타 장르 문법을 이행하기 위해 엘리트적 성격이 다분한 한국 법조계의 문화를 들여오면서 그러한 고급화, 엘리트화 경향은 더욱 강화되어 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행정권과 입법권을 폭넓게 부여하는 정치 체제가 결합하면서 기모찌시티는 그야말로 법조 엘리트의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요? 고착된 엘리트는 나쁜 거니까 법조 문화를 타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요, 저는 그런 의견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기모찌시티를 포함한 단타 전반의 법조 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아가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법조 문화를 명백히 옹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그것 또한 단타 장르를 즐기는 한 가지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단타 장르는 서로 다른 몇 가지의 기능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무직으로 대표되는 공직 기능이나 인게임에서 원재료 생산을 담당하는 기능, 그것들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기능...이 기능들은 각자가 단타 장르를 영유하는 독자적인 방식입니다.
GM의 개입이 허락되는 것은 한 가지 기능이 다른 여러 기능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면서 장르 자체의 의의를 훼손할 때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로 법조인들의 기능은 사회 전반의 여러 기능들에 앞서 그들 위에 군림해 오긴 했어도 그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법조 엘리트들의 문화가 '법'이나 '정치' 같은 이름으로 마치 사회 전체를 관할하는 대영역인 것처럼 일컬어지나 저는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단타를 즐기는 데 법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그럽니까? 형사소송을 하고 싶으면 고소장 양식이 갤러리를 통해 출력되고, 민사소송을 하고 싶으면 마찬가지로 소장 양식이 출력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기모찌시티에서 농사 짓는 법도, 그림 그리는 법도 잘 모릅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저 두 개를 못하는 사람은 수두룩 빽빽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가지 기능은 철폐하지 않으면서 유독 법조 문화에만 가혹하게 구는 기모찌시티의 분위기를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둘째, 몇몇 사람은 놀라울 수도 있겠지만, 자유 선거에 의해 유능한 정부를 선출하지 못하는 기모찌시티의 상황에 근거할 때, 법조 엘리트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이고 온건한 통치를 베풀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법조 엘리트가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한 사람의 유저일 뿐이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도 법조계와 정계에 국한됩니다. 물론 세금 따위를 가지고 장난질이나 치면서 유저들의 살림살이를 궁핍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법조 엘리트만의 문제라기보단 정치 체제 자체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조세법률주의도 아니고 시장 말이 곧 법인 세상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는 그 높은 자리에 법조 엘리트 대신 포퓰리스트가 앉을 때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역사의 경험에 근거해 봤을 때 기모찌시티에 저능아들과 무능한 포퓰리스트들이 판을 치기 전까지 법조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침해하지 않는 모든 영역에 대해 철저한 무관심과 방임으로 일관해 왔으며, 이는 어쨌거나 단타의 각 기능들이 불필요한 간섭 없이 원활히 굴러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셋째, 법조 문화는 가장 분명하게 단타의 독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입니다. 저는 단타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 중에서 법조 문화만큼 유저 간의 관계성과 현실 모방성을 잘 따르는 문화를 본 적이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법조 문화는 단타가 아닌 그 어느 장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화이고 반대로 말하면 그 외 나머지 문화는 전부 다른 장르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광질을 하고 농사를 지을 거면 굳이 단타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반대로 법조 문화를 즐기려면 단타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단타의 법조 문화는 그 자체로 단타를 구성하는 핵심 정체성이자 단타를 평화롭게 유지해 온 구심점이고, 그런 것들은 다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단타를 즐기는 한 가지 방식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저에게 주어진 입법권을 빼앗아 GM의 전유물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중대발표〉는 그 실효성이 심히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1) 유저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입법이 유저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며
(2) 안 그래도 빠르진 않은 개발 속도로 인해 대중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입법개혁(법조 문화를 파멸시키는 것도 일단 개혁이라고 봐준다면)과 그 이후에도 끊임없이 불어날 입법 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있으며
(3) 지금까지 GM을 대신해 온갖 욕을 다 들어준 법조 엘리트들의 고기방패 역할을 대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론 나는 한 사람의 단타인으로서 독립 국가의 통치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발생하든 내정 불간섭을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단타에 남은 마지막 '주의자'로서 장기적으로 법조 문화를 소사에 이르게 할 이른바 〈중대발표〉에 우려하는 뜻을 금치 못합니다.
아마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7월 모의고사나 9월 모의평가 전까지는 이게 마지막일 겁니다. 한국 최대의 단타 서버인 기모찌온라인이 장기점검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겼을 유저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이베르카 선생
음? 선생님이 왜 여기에?
입법 수요를 감당할 능력 뿐만 아니라 입법에 관한 전권을 휘두를 최소한의 전문성이 있는지도 미지수
기모찌온라인의 법조 문화가 다른 모든 문화와 비견하여 결코 그 존재 자체를 부정당할 만큼 절대악은 아닐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개추드립니다
개추를 벅벅
:>
그냥 가던길이나 가라 기모찌가 아직도 니들 맘대로 될거 같음?
미루온 안 죽었음? 살아있었누!
일단 개추
개추를 벅벅
살아있었노...
개추
아무래도 대격변급 변화이며 어찌보면 말씀하신대로 단타의 중추를 들춰내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관리자측에서도 오랜 기간 토의가 있던 내용이였으며 최종 적용 전까지 최대한 심사숙고하여 단타 법조 RP 요소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추가적으로 입법에 대한 모든 과정을 관리자가 독점적으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기존 법 유저들도 입법 과정에서 활동할 수 있게할 예정이며 최대한 많은 의견을 내고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할 예정입니다. 법을 아예 없애는 것이 아닌 서버가 법률 컨텐츠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게 축소시키는 과정이 변경 취지라 봐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