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 헤르만 폰 키르히만(Julius Hermann von Kirchmann, 1802~1884)은 프로이센 왕국 최초의 검찰직을 수행하던 1847년 법학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입법자가 세 마디만 고쳐도 도서관의 모든 법률서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릴 무가치한 학문이다.
Drei berichtigende Worte des Gesetzgebers und Bibliotheken werden Makulatur.
1)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42년이 지났고 우리는 일견 그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기모찌온라인을 플레이하지만 법학에 대한 그의 통찰은 묘하게 기모찌온라인 법학의 핵심을 찌르는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 밴 유저의 법적 지위가 바뀐 일에 관해서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밴 유저의 법적 지위를 사망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논고 〈밴을 사망으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예상했던 바와 같이) 기모찌온라인 법조계의 다수는 저의 주장에 반대하기는커녕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습니다. '밴이 사망이지 다른 뭐냐'고 묻는 사람이 가장 많은 관심을 표한 사람이었습니다.
GM으로부터 내려온, '밴 유저에게도 가집행이 가능하다' 14글자 입장 때문에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파기하고 입장을 갈아탄 것은 그로부터 며칠 안 되어 있었던 일입니다.
입법자가 세 마디 말을 바꾸자 도서관의 모든 법률서가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기모찌온라인 법조계는 서버의 법 체계에 관해 스스로 사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저 현재의 상황을 현실에 어떻게든 끼워 맞추고, 끼워 맞출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주된 행동 습관입니다.
키르히만의 지적대로 '법률가는 형식의 사환이며 정의를 열렬히 추구하는 자는 훌륭한 법관이 아니'지만 실정법의 형식에 맞추어 상황을 해석하는 것과 법률을 적용해야 할 상황 자체를 현실 세계의 사례에 끼워맞추는 것은 사뭇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의 이성만으로 설명할 수 있고, 또 설명해야 하는 문제를 설명하지 않으려 하는 법조계의 관성은 이로부터 비롯됩니다.
나는 이런 태도가 법조 문화를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매우 유해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공동체의 법률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법조인들이 교조적인 현실 끼워맞추기에 혈안이 되어 사유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법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법을 어떤 방향으로 유야무야 만들어 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현실의 법과 기모찌온라인의 법은 실무상으로 유사할 수 있을지언정 그 기초가 되는 토대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기모찌온라인에서 법의 근원이 무엇인지 규명된 바도 없고, 무엇보다 법이 서 있는 자연의 법칙이 다릅니다.
밴과 사망의 차이점을 다룬 것은 이 거대한 차이의 극히 일부만을 다룬 것입니다. 그런데도 법조계 일부의 반발과 나머지 전부의 무관심에 직면한 모습을 보니, 기모찌온라인만의 법학으로 나아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체감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모두가 그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키르히만의 '입법자가 세 마디 바꾸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릴 무가치한 학문'을 하기 위해 기모찌온라인을 한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이성으로 변덕스러운 실정법의 한계를 넘어 보편법의 원칙을 규명할 재능과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험하지만 확실한 길이 눈앞에 있는 것입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지요.
1) Kirchmann, Die Wertlosigkeit der Jurisprudenza als Wissenschaft, 1847.
p.s.
저의 미약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인지, 현실과 기모찌온라인의 상이한 환경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법학 논고가 갤러리에 올라왔더군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제 입장은 차차 밝힐 일이 오겠지만, 이런 논고가 올라오는 상황 자체가 법학에 있어 매우 바람직하다는 말씀은 드리겠습니다.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naver.me
제가 세줄 이상은 안 읽는데 세줄 요약 부탁드립니다
세줄도 못 읽겠다는 사람한테 맞춰줘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법관련 논문를 쓰는유저가 새롭게 생겨 기쁘다는 뜻
요약해줘서 고맙습니다
세상에는 그만큼 다양한 사람이 있기때문이죠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 입니다 가볍기 그지없는 기모찌온라인에서 무게가 느껴지는 멋진 글이네요
세줄이상 읽지는 못하는데 세줄 이상 쓸 줄은 아는 뇌없남
역시 질풍노도의 시기입니다 부럽읍니다
님은 상시 저능한 시기인데 시기를 뭐하러 따짐
응애 나는 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