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법학자 여러분의 말마따나 진작에 위헌결정이 되었어야 할 법이고, 그럼에도 아무도 위헌결정을 제청하지 않던 법인데
오늘에 와서 드디어 헌법재판소가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청구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기쁨을 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범죄처벌법의 핵심 중 핵심인 제4조 및 제3조 몇 개 항에 대하여 각각 헌법불합치/위헌결정을 해 놓고, 막상 나머지 조항 및 법 자체를 존치하게 둔 것에 대하여는 유감을 표합니다.
경범죄처벌법은 그 본질부터가 '현상수배를 규정하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직접적으로 '현상수배로 처벌한다.'는 제4조가 아니더라도 이 법에서 사용하고 있는 '현상수배'라는 단어 전체가 형벌로서의 현상수배에 관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 전체가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어야 합니다.
현상수배가 형벌임을 인정하고 제4조가 헌법에 위배됨을 인정하면서도
'군부대 및 경찰청사의 경비를 유지하기 위한 경우' 군인이 재량껏 현상수배를 걸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제3조제2항제1호나,
법원의 명령 없이도 재량껏 경찰공무원이 현상수배를 지정하는 것을 방치하는 제3조제1항,
형벌에 대하여 경찰청장의 임의 석방권을 규정하고 있는 제8조제1항제2호 등
경범죄처벌법의 조항 곳곳이 전부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판단 없이 이 조항들에 대하서는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단 과정에 의문을 표합니다.
경범죄처벌법의 본질이자 핵심인 현상수배가 위헌이라면 그 법 전체가 위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잘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기모찌온라인 치안유지 체계의 근간을 구성하는 현상수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되었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기관이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것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사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3월 28일까지라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고 지우고를 14번 반복해도 충분할 시한을 입법자에게 부여한 것도 지나치게 입법자에 관대한 조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환영할 부분도 있고 비판할 부분도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정으로 기모찌온라인의 헌법 질서를 부분적으로나마 세워 주신 다섯 분 헌법재판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반대의견으로 이 사건 법리에 관해 명확히 짚어주신 소장 eegmon님께는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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