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 이 논의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께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개별 게시글에 대해서 의견을 표시하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 이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꼭 별개의 게시글로 의견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논의자들이 확인하기도 쉬울뿐더러 조회수 측정이 용이하고, 무엇보다 논의를 이어나가기 좋습니다. 애초에 길이가 긴 글은 게시글로 분리하는 게 디시 갤러리의 본래 사용 방법입니다.


댓글로 쓴 반대의견이나 별개의견은 답장하기가 어렵고 댓글창을 불필요하게 어지럽힐 우려가 있어 앞으로는 답장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은 냥님이 제 전 글에 남겨주신 반대의견에 대응하는 글입니다. 그 의견이라 함은 다음과 같습니다.


0490f719b58661f320b5c6b236ef203e6c815da496bcc44a


0490f719b58661f020b5c6b236ef203e4ace81e772337f


I.


능력만을 앞세우며 접속도 안 하고 연락도 안 받는 사람이 공직에 남을 이유가 없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 지적은 범주파악이 옳지 못한 것으로 정상적으로 연락과 업무수행이 가능한 공무원들의 처우를 논하는 이 상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새로 들어온 이의 능력을 기르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은 연락과 업무수행이 가능한 공무원을 접속시간 미충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내쫓을 이유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미 전 글에서 말씀드린 바입니다만 도움이 안 되고 쓸모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누군가의 지위를 박탈하고 강제 퇴직을 처분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한번 타자화에 눈을 감으면 훗날 나를 위해 변호해 줄 사람을 어디서도 찾지 못하게 됩니다.


II.


저는 접속시간 제한 정책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 직급에 따른 차별화는 논외입니다.


그래서 관련 내용 전체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법원과 검찰의 사례를 대조한 점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짚고 가겠습니다.


논증은 중심 주장을 뒷받침해야 하고 합리적 또는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야 합니다.


검찰청에서 4명의 공무원이 당연퇴직당한 사실이 “고위공무원에게 더 높은 접속시간 제한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나요?


기관장의 통솔 의무가 그에게 더 높은 접속시간 제한을 부과해야 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무런 배경설명 없이 “법원은 0명인데 검찰청은 4명이나 당연퇴직을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불평등합니다.


법관과 검사가 각각 고유 직무인 재판과 공소제기/수행을 한다고 할 때 두 집단에 접속시간 제한 10시간이 합당한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실증적으로 법관과 검사의 접속 유인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직종 모두 고유 직무 수행을 위해 인게임에 접속해 공판정에 있어야 하므로 직무 수행 중 접속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2~3주 동안 법원과 검찰청의 조직도를 보니 두 기관의 인원수는 지속해서 10~11명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이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인원수의 두 기관에 주어지는 부담이 각각 어떠한지 살펴 볼까요?


아직 두 자릿수도 안 되는 항소심이나 아예 없는 상고심은 제외하고 1심 재판만 보았을 때 현시점까지 법관들의 부담으로 되는 재판은


형사 단독사건(고단): 54건

형사 합의사건(고합): 8건

민사 단독사건(가단): 94건

민사 합의사건(가합): 14건


으로 전부 합쳐 170건 정도가 됩니다. 검사의 부담으로 되는 사건은 이중 민사사건을 전부 제외한 62건이겠지요.


170을 62로 나누면 대략 2.7 정도가 되므로 재판의 시간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법관의 1인당 인게임 업무량은 검사의 1인당 인게임 업무량이 되는 것입니다.


이 사실까지 같이 제시한 후에 독자의 판단을 맡겨야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4명의 검사가 당연퇴직 대상이 된 것이 검찰의 기강 해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검찰의 기강 해이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III.


기모찌온라인이 마인크래프트 단타 서버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공무원들이 업무를 위해 부득이 갤러리와 디스코드를 사용하는 것 말고 스스로를 도울 방안이 아예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무원들이 갤러리에 소송서류를 작성하고 인게임에 참석해 공판을 진행하는 것도 기모찌온라인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제 와서 공연히 '겜안분'을 주장하며 유난히 특정 직종에 가혹한 조치를 강요하는 것이 정당합니까?


그리고 서버를 즐기기 위하여 공직을 수임한다고 했는데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공무원은 유저 전체의 봉사자입니다. 공무원이 그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는 그가 직무를 잘 수행하여 유저 전체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지 그가 서버를 즐기는지를 단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닙니다.


모든 공무원이 일주일에 서버를 10시간 이상 하지 않으면 유저의 복리 증진에 심각한 방해가 됩니까? 그 정도가 심하여 모든 공무원에게 이를 따르지 않을 시 강제 퇴직을 강요할 정도입니까? 저는 어떻게 생각해도 그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겠습니다.


IV.


일부 전현직 공직자를 '공직사회의 암덩어리'로 표현하신 데 대하여 특별한 의견을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연락이 멀쩡히 되고 업무 수행이 가능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논의의 주제 밖에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V.


서버 접속을 잘하는 사람은 정책에 불만이 없고 서버 접속이 힘든 사람은 정책에 반대한다는데, 물론 그렇겠지요!


자기에게 유난히 불리한 정책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 인간 본성에 근거했을 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런 의견을 내는 것이 인간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원래 모든 정책은 결과적으로 그 정책이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이익을 얻는 자로부터 옹호를 얻고 손해를 입는 자로부터 비판을 받기 마련입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고 연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이치를 가지고 정책이 좋다거나 문제 없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습니다.




찬성론자와도 반대론자와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면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논의에 뛰어든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이 정책이 왜 시행되었으며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논의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제각기 다른 답을 내놓았다고 한다면 믿어지십니까?


저로서는 이 정책이 '접속률도 낮으면서 공직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밉다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시작된, 개별 국가기관의 다름이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이고 가혹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증오에 기반한 정책인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이 정책이 공직사회나 기모찌 인민에게 가져다 줄 편익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아무튼 그런 겜안분은 날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날리고 나서 기모찌온라인에 발생하는 손해와 이득을 비용편익의 천칭 위에 올려놓고 결론을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행되는 정책이 현실적인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 '이익이 없어도 좋으니 저 부류는 날려버려야 해'라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제발 인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합시다. 국가의 안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합시다.


여러분의 많은 의견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