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최소한 몇 시간 이상 플레이해야 비로소 서버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몇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에 관계없이 저는 일관되게 그러한 주장에 반대합니다. 저는 제 스스로가 기모찌온라인 유저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기모찌변호사협회와 커뮤니티를 통한 공론장 운영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강으로 인해 일주일에 10시간 접속하지 못할 뿐 제가 기모찌온라인에 기여하는 바는 다른 유저에 비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렴 국가예산을 횡령하는 기관장보다는 접속 못하는 협회장이 낫지 않나요?
하는 것도 없으면서 기관장 부기관장 타이틀 달고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이 공직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그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는 고위공무원 직제의 고질적 문제 때문입니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기관의 감독을 받게 하여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고 실질적으로 서버 참여를 제고할 방안을 마련해야지, 어떠한 정성적 요소의 고려도 없이 정량적 접속시간 미달을 이유로 공무담임권을 박탈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접속을 많이 하는 사람이 기모찌온라인에 적합한 역량을 갖출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서버 시스템에 대해서 안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사안을 일일이 짚으며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모든 기관의 공무원에게 일주일 10시간 이상 접속하면서 서버의 세세한 구조를 알아가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간에 불필요하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또 서버 접속시간이 10시간보다 적은 것이 개인의 능력 저하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기모찌온라인에 접속을 잘하면 유저들에게 요구되는 정책이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유저들에게 더 잘 맞는 정책을 선택하도록 모든 것이 알아서 조율됩니까? 저는 접속을 많이 한 사람이 더 좋은 정책을 펼 수 있고 실제로 펼 것이라는 기대가 환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지금의 기관장들이 좋은 정책을 펼치는 주체인지도 의문스럽고, 이 정책으로 (혹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클린해진' 기관장 집단이 앞으로 더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인지는 계속 관찰해야 풀어낼 가설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실 판단은 뒤로 하고 생각하더라도 접속을 많이 하면 좋은 정책을 펼 동기를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는 주장은 할 수 없을 것 아닙니까? 좋은 정책을 하고 싶어도 알지 못해서 할 수 없는 것과 좋은 정책이 무엇인지 아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동기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이상 접속시간을 의무화하는 것이 유저의 복리 증진에 유리하다는 근거로 되지 못합니다. 특히 접속시간을 능력 등 정성적 요소보다 압도적 우위에 두고 인사정책을 수립할 근거는 더더욱 되지 못합니다.
여기서 이 글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만 접속시간 의무화를 넘어선 인사정책 일반에 대해서도 반드시 말씀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임기를 명확히 정해 두고 자연스러운 순환을 만들어 인사적체를 해소하며 후세대에 기회를 주는 것과 접속시간으로 딱 잘라 공직을 빼앗고 분배하는 것, 무엇이 더 적절합니까? 효율성을 어떻게 측량할지의 문제는 뒤에 두고 생각해도 저는 전자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접속시간 미달자를 잘라내면서 장래에 유익할지도 모를 공직자원을 잘라내고 극심한 반발과 냉소를 견뎌내는 것보다는 공직의 자연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덜 소모적이고 복리 증진에 유리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접속도 안 하는 사람들이 전문리 왕운하며 버티고 있으니 의욕이 꺾이는' 것입니다. 버티지 못하게 하면 될 것이 아닙니까. 버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접속시간 미달자만을 타겟팅하여 제거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접속시간만 어떻게든 채우면서 인사적체를 심화하는 사람들에게 대응할 수 없습니다.
접속도 안 하는 사람들이 밉다는 감정적 요소를 제외하면 결국 저 말의 핵심은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접속시간 미달자를 공직에서 칼같이 잘라내는 것은 피상적 해결 수단이면서 반발만 불러오는, 정책학적으로 쓸모가 적은 정책입니다.
이 정책이 특정 공무직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다는 점은 여러 차례 말씀드렸으니 이 정책 시행 후 곧바로 전략적 행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겠습니다. 이미 컴퓨터나 휴대폰을 켜놓고 일주일 10시간만 어떻게 채우는 잠수행위가 공직사회에 만연하고 심지어는 이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이 정책이 얼마나 원래 의도와 멀리 떨어졌는지 보여줍니다.
만약 이를 보고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려면 10시간 잠수를 타는 14살 잼민이가 1시간 서버 플레이하는 임마누엘 칸트보다 더 사회에 유익한 사람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법률 조항을 신설하여 '단, 10시간 동안 잠수를 타면 접속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규정해야겠지요. 참 짜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잠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정의할 방법도 없고 점점 더 부담이 과중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지울 수 없는 결함을 가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결함을 해소하는 방법이 처음부터 정책을 없던 것으로 하고 인사정책 일반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예시로 질병 등 기타의 사유이거나 점검 등 못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조치를 해야된다. 라는거군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