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김성태는 원고 강철수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이자를 수취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해당 이자 약정은 원고의 인지 및 동의 하에 이루어졌고, 관련 서류에도 서명한 점이 확인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협박이나 폭력이 행사되었다고 볼 만한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 부족하므로,
피고인 김성태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탕—!
탕—!
탕—!
판사봉 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으며,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저, 익숙한 풍경일 뿐이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대가.
“변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깊이 숙이며 다가온 남자.
방금 전,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김성태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입에 붙은 가면처럼.
“별말씀을요.”
그가 조심스럽게 봉투를 내밀었다.
묵직한 감각.
두께만 봐도 충분했다.
“여기 약속했던 돈입니다.”
나는 봉투를 받아 들었다.
손끝으로 살짝 눌러보며 안의 내용물을 가늠했다.
“……확실하네요.”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다음에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덧붙였다.
“돈만 충분하다면.”
김성태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는 돌아섰다.
법정 문이 열리고,
그대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쓰레기 새끼.”
……
나는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뢰인이 어떤 인간이든 상관없다.
선인이든, 악인이든.
돈을 받고 변호한다.
그게 내 일이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아주 가끔.
이게 맞는 건가, 하고.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
억울한 사람을 돕고 싶었다.
정의를 지키고 싶었다.
그게 이 길을 선택한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의는 돈이 되지 않는다.
정의로운 변호사는—
가난하다.
그리고 가난한 변호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는 법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해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정리하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를 무심하게 걸었다.
‘이게 맞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었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인생 진짜 좆같네……”
신호등 앞에 멈춰 섰다.
빨간 불.
잠깐의 정적.
그리고—
초록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쾅—!
세상이 뒤집혔다.
강한 충격.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보였다.
그리고—
떨어졌다.
숨이 막혔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부서지는 감각이 밀려왔다.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
억지로 눈을 굴렸다.
김성태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까와 똑같은 얼굴로.
“제가 돈 드렸던 거 있잖아요~
그거 다시 좀 가져가려고 왔는데, 조금 과격했죠?”
웃음.
끝까지 웃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죠? 변호사님 정도면.”
그가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얘들아, 돈 챙기고—
우리 변호사님은 안전하게 모셔다드려라.”
쿵. 쿵. 쿵.
차 안에서 덩치 큰 놈들이 내려왔다.
나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들려갔다.
풀숲.
차가운 흙바닥.
몸이 내던져졌다.
김성태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변호사님.”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직도 제가 쓰레기처럼 보이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정중하게 모셔드렸는데?”
그가 웃었다.
“이 시발놈아.”
김성태는 나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김규태 변호사님”
목소리가 낮아진다.
“너 새끼가 나한테 욕하는거를 못들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김규태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니 나한테 욕 안하고, 돈만 얌전히 받아 쳐먹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왔잖아요.”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서 김성태한테 말을 했다.
“너는…내…가…무슨…일이…있어…도…지옥에… 보낼거야…”
김성태는 내가 말하는걸 듣고 말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세요.”
“참고로 변호사님.”
“세상은 그쪽 생각보다 훨씬 단순합니다.”
“돈만 쥐어주면 판사들이든, 검사들이든 모두가 나 도와주겠다고 지랄들인데”
“내가 죄를 받을거 같아요?”
그와 동시에 김규태가 미친듯이 웃었다.
사이코패스.
이 단어 말고는 설명 할 수가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면, 잘뒤지세요. 변.호.사. 선생님”
그리고 내 시야가 완전히 흐려지면서
의식이 끊어졌다.
——
눈을 떴다.
숨을 들이켰다.
“하—!”
몸을 일으켰다.
통증이 없다.
나는 멍하니 손을 내려다봤다.
피
상처
아무것도 없었다.
“……뭐야.”
가슴을 짚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다.
“살아있는 건가…?”
“사망하셨습니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봤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표정이 없다.
“…누구시죠.”
“안내자입니다.”
“김규태씨는 방금전 김성태에 의해 살해 당하셨습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제가 죽었다고요? 이렇게 심장이 뛰고 있는게 느껴지는데도?”
“예 그렇습니다”
“김규태씨가 혼란스러우신거 알고 있습니다.”
“만일 궁금한점이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왠만한건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바로 물었다.
“김성태는 어떻게 됬습니까?”
남자가 답했다.
“체포되었습니다.”
“그래서.”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잠깐의 정적.
나는 눈을 좁혔다.
“…결과는.”
남자의 입이 열렸다.
“무죄입니다.”
나는 당황했다.
“…뭐?”
순간, 머리가 멈췄다.
“증거 불충분. 고의성 입증 실패.”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현 법 체계상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웃음이 나왔다.
“하.”
어이가 없어서.
“그 새끼가 날 죽였는데?”
“무죄라고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보여주십쇼.”
남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 재판.”
정적.
그리고—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바로 말했다.
“보여달라고 했잖아.”
시야가 일그러졌다.
—
눈앞이 바뀌었다.
법정.
익숙한 구조.
익숙한 공기.
그리고—
피고석.
그 자리에 놈이 앉아 있었다.
나를 죽인 인간.
김성태.
놈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허…”
그 순간—
판사가 판결을 내렸다.
“피고 김성태는 피해자 김규태 살해 혐의에 대하여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나 당시 사건을 목격한 증인이 없으므로, 피고 김성태에게 무죄를 판결한다.”
탕—!
탕—!
탕—!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를 죽인 새끼가 무죄를 받는 장면,
그리고 마치 자기는 억울하다는것 마냥 표정을 하는것
그저 모든게 역겨웠다.
그 순간—
또 한번 시야가 일그러지며 낯선 공간에 나는 누워있었다.
“여기는…”
안내자가 대답했다.
“여기는 천계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천국과 지옥 그 사이에서 영혼들이 심판을 받는 곳입니다”
나는 안내자에게 물었다.
“나도 그러면 이제 심판 받는 겁니까?”
안내자가 말을 이어나갔다.
“김규태씨의 선택의 따라 달라질수도 있습니다”
“내 선택 말입니까?”
“김규태씨에게는 세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아까처럼 죄를 저질렀지만 증거 불충분, 심신미약, 등등 법의 빈틈을 이용하여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죄인들을 이곳 천계에서 정당한 심판을 받게하고 지옥으로 보내는 명계의 검사”
“두번째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벌을 받고 있는 영혼들을 변호해주고 천국으로 인도해주는 천계의 변호사”
“그리고 마지막은 평범하게 여기서 그냥 김규태씨의 죄를 심판받고 천국 또는 지옥을 가는것 입니다.”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성태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를 죽인 놈.
그리고—
무죄를 받아 웃고 있던 그 표정.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를 악물었다.
“…하.”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럼—”
고개를 들어 안내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그 새끼…”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까?”
잠깐의 정적.
안내자가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그 순간.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좋네요.”
나는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저는—”
님좀쩜
감사함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