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너머 차가운 달빛이 방 안으로 스며와

얼어붙은 잉크병을 소리 없이 깨우는 조용한 밤입니다


비록 사방은 고요한 어둠에 잠겨 있고

몰아치는 바람은 살갗을 파고드는 칼날 같을지라도

나는 낡은 종이 위에 봄이라는 글자를

꾹꾹 눌러 적습니다


이름 없는 쓸쓸한 길가에 차가운 눈이 쌓여도

그 아래 잠든 여린 뿌리들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아침을 꿈꾸고 있음을

나는 알기에


당신과 나의 고단한 오늘이

먼 훗날 누군가에겐 찬란한 전설이 되고

어느 이름 모를 언덕의 들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부디 꺾이지 마십시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그 오래된 약속을

우리가 직접 이 밤을 건너 기어이 증명해야 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