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CONTROL : ERROR
지지직—
붉은 경고등이 연구소 천장을 미친 듯이 점멸했다.
[CONTROL : ERROR]
[PROJECT : OGE]
“통제 오류 발생!”
“야 이 새끼들아, 빨리 프로그램 복구해!”
연구원이 소리쳤다.
“복구 불가능합니다!”
“외부 전파 간섭 발생! 시스템 접근 자체가 막히고 있습니다!”
[PROGRAM REPAIR : DENIED]
“저 새끼 정신 돌아오기 전에 복구 못 하면 우리 다 죽는다고!”
“제압팀 호출해! 지금 당장!”
“예, 예!”
연구원들의 손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경보음.
거친 숨소리.
모든 게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
거대한 유리관 안.
한 남자가 눈을 뜨고 있었다.
“…시끄러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그 한마디에 연구소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
연구원들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마치 본능적으로.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했던 시선이 점점 또렷해진다.
“…나는 누구지.”
아무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서로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억지로 미소를 만들며 앞으로 나왔다.
흰 가운.
주름진 얼굴.
그리고 떨리는 손.
“자, 자네 깨어났구만.”
박사 황철우.
PROJECT : OGE 총괄 책임자.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정말 다행이야… 나를 알아보겠나?”
유리관 속 남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박사.”
순간 공기가 멎었다.
“…황철우.”
박사의 얼굴이 굳었다.
“하, 하하…”
“그럼 혹시…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기억하나?”
잠깐의 침묵.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그것도 기억 못 할 거라 생각했나?”
그 순간.
쾅—
유리관 전체에 금이 갔다.
연구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미친.”
쾅—
금이 더 퍼졌다.
거대한 거미줄처럼.
누군가는 뒷걸음질 쳤고,
누군가는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쾅!!
유리관이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남자가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왔다.
쿵—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연구소 전체가 짓눌리는 듯 흔들렸다.
쿵—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숨이 막혔다.
“기동팀 아직이야?!”
“빨리 오라고 해!”
그 순간.
콰직—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털썩.
연구원 하나가 목이 완전히 꺾인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비명이 터졌다.
“꺄아악—!”
“도망쳐!!”
순식간에 연구소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밀쳤다.
넘어뜨렸다.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남자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손을 뻗는다.
목이 부러진다.
지나간다.
몸이 쓰러진다.
너무 쉽게.
바닥 위로 피가 번졌다.
비명은 점점 줄어들었다.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연구소를 지나,
곧장 박사 앞에 멈춰 섰다.
“…오랜만이군, 박사.”
박사의 몸이 떨렸다.
“내가 마지막으로 자네와 대화했던 게…”
남자가 낮게 웃었다.
“이 빌어먹을 실험 직전이었나.”
“대충 5년쯤 됐겠군.”
남자의 손이 박사의 목을 움켜잡았다.
“커헉…!”
박사의 몸이 허공으로 들렸다.
“사, 살려줘…”
“나도 위에서 시켜서 한 거야…”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살려달라.”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수술대 위에서 했던 말과 똑같군.”
박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남자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박사.”
“자네는 그딴 짓을 하면서 죄책감이라는 걸 느껴본 적 있나?”
박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 실험은… 루멘 시티의 미래를 위해서…”
“…역시.”
남자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끝까지 변명뿐이군.”
콰득—
박사의 목이 그대로 으스러졌다.
툭.
시체가 바닥에 떨어졌다.
잠깐의 정적.
그때.
쾅!!
연구소 문이 강제로 열렸다.
검은 장비를 입은 무장 인원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움직임엔 망설임이 없었다.
총구가 동시에 남자를 향했다.
“타겟 확인.”
“PROJECT : OGE 발견.”
“연구원 다수 사망.”
짧은 침묵.
“사살 승인.”
남자가 피식 웃었다.
“…나를 죽이겠다고?”
“발포.”
탕탕탕탕—!!
총성이 폭발했다.
수십 발의 탄환이 남자에게 쏟아졌다.
팅—
팅팅—
탄환이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군인들의 표정이 흔들렸다.
“…말도 안 돼.”
남자는 총알을 맞으며 천천히 걸었다.
쿵—
쿵—
그때.
우우웅—
어딘가에서 거대한 기계음이 울렸다.
순간.
강렬한 에너지 포격이 남자를 덮쳤다.
콰아아앙—!!
폭발.
연구소 전체가 흔들렸다.
군인들은 급히 무전을 날렸다.
“여기는 기동특공대.”
“PROJECT : OGE 사살 성공.”
잠시 후.
“…반복한다.”
“PROJECT : OGE 사살 성ㄱ—”
말이 멈췄다.
연기 속.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멀쩡했다.
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연기 사이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
군인들의 얼굴이 굳었다.
“…괴물.”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슥—
남자가 손을 들어 가장 가까이 있던 군인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콰직.
군인의 몸이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피가 공중에 튀었다.
그 순간.
지지직—
남자의 시야에 붉은 오류창이 떠올랐다.
[WARNING]
[MEMORY SEAL DAMAGE DETECTED]
“…뭐지.”
순간 머릿속이 흔들렸다.
불.
비명.
수술대.
그리고—
“…아빠.”
어린아이의 목소리.
남자의 손이 멈췄다.
군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급하게 단검을 꺼내 남자의 목을 찔렀다.
카각—
칼날이 산산조각 났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나.”
콰직—
군인의 몸이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쾅!!
벽이 무너져내렸다.
군인의 몸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우우웅—
연구소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CORE OUTPUT OVERLOAD]
[EMERGENCY SHUTDOWN INITIATED]
남자의 몸이 흔들렸다.
“…하.”
다리에 힘이 빠졌다.
쿵.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SHUTDOWN IN 30 SECONDS]
“…이딴 걸 몸에 넣어놨단 말인가.”
+
시야가 흐려졌다.
멀리서 다시 발소리가 들린다.
지원 병력.
몸을 움직이려 했다.
움직이지 않는다.
[5]
의식이 점점 가라앉는다.
그 순간.
“…찾았다.”
낯선 여자 목소리.
흐릿한 시야 너머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은빛 머리.
붉은 눈.
그리고 목 뒤에 연결된 케이블.
여자는 남자를 내려다보다 작게 웃었다.
“진짜 있었네.”
“…누구지.”
남자가 힘겹게 물었다.
여자가 대답했다.
“P-5.”
잠시 멈춘 뒤—
“피오라고 불러.”
[SYSTEM SHUTDOWN]
암전이 찾아왔다.
“PROJECT : OGE 셧다운 확인.”
무전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확인되지 않은 개체 포착.”
“식별 코드 없음.”
잠깐의 정적.
그리고—
“제거해.”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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