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2047년 1월의 어느 날.
“제발... 제발...!”
하늘빛이 도는 머리카락과 바다같이 푸른 눈을 가진 10대 소녀가 홀로그램 화면을 간절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고대신님! 제발 아카데미 합격하게 해주세요. 합격하게 해주세요!”
‘평양마법아카데미 고등부 입학지원 결과확인’
소녀가 바라보는 홀로그램 화면을 요약하자면, 대충 그런 것이었다.
1914년. 1939년. 그리고 2022년.
세 번째나 되는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이제 17년이 흘렀다.
세 번째 세계대전이 발화하던 2022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찾아온 미지의 힘.
‘마력’
인간의 심장에 깃들어 혈액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는 기이한 파동성 입자.
그런 마력을 이용하여 물리법칙의 방향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존재.
사람들은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자들을 ‘마법사’라 불렀고 그런 마법사들은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의 주역이 되었다.
종전 이후 살아남은 세계 각국들은 마법사들에게 대량의 후원을 하거나 마법을 이용한 산업을 발전시키며 마법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대 기업과 재단의 후원으로부터 발족한 ‘마법 아카데미’ 역시 40년 전의 의대만큼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카데미 고등부 입학 시험이 수능보다 어렵고.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가 아니라면 신입학은 하늘의 별따기라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 치요는 운이 좋은 소녀였다.
엘리트 상류층과는 거리가 먼 중산층에서 태어났지만, 그녀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다룬 것이 2살.
5살이 되기 전에 3서클 마법의 시전에 성공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래. 받았었다.
그녀에 대한 찬사가 과거형이 되어버린 이유는 단순하다.
꾸우욱.
“하 씨. 왜 하필 이럴 때 난린데.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그녀가 아카데미 중등부 입학을 준비하던 10살의 여름.
갑작스럽게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총이라도 맞은 듯이 미치도록 아파왔다.
HTS. 고위계마립자중독증후군(Hyperetheric Toxicois Syndrom).
고농도의 마립자가 지속적으로 체내에 축적되며 돌연변이와 세포 사멸, 극심한 고통을 일으키는 질환.
그녀에게 마력의 축복을 내려준 신은 건강한 육체를 선물해주지 않았다.
그 결과 축복은 저주가 되었다.
으드득!
치요는 마력 억제제를 입 안에 밀어넣고 으득 씹었다.
“으윽! 이건 먹어도 먹어도 너무 써! 끄으으윽!”
지난 6년간 치료에만 전념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매일 중입자치료를 받고 죽도록 쓴 약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고생길도 오늘로 끝이다.
붙기만 한다면!
마력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마법사로서 큰 결격사유이지만, 치요에게는 반대였다.
10살에도 신체가 적응할 수 없었던 방대한 마력은 이제 더욱 불어나 마력 억제제를 먹어야지만 평범한 성인 마법사와 비등한 수준이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럴 거면 몸도 좀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기왕이면 얼굴이랑 몸매도 좀 더.... 아차. 내가 무슨 생각을.’
11시 59분 50초. 발표까지 남은 시간 10초.
10. 9. 8. 7. ...
치요는 그 순간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제발... 진짜 떨어지면 너무하잖아.”
띠링!
“오 떴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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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마법아카데미 고등부 입학 지원 – 일반 전형>
2050학년도 평양마법아카데미 고등부 일반 전형에 지원한 ‘이치요’ 귀하는 본 전형에 합격하였음을 알린다.
본교에 입학한 것을 축하한다.
이후 이어지는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학사 일정과 준비물 등을 확인하기 바란다.
서경마법아카데미 이사장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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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정적.
그리고.
“꺄아아아아! 됐다!! 엄마!! 나 합격했어!!!”
벌컥.
“역시! 우리 딸이야!! 우리 치요 너무 축하해!! 이제 치요도 아카데미 가는 거네? 아우 우리 딸 장하다. 오늘은 외식이라도 할까?”
치요를 닮은 하늘색 장발의 여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중년의 나이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치요의 어머니, 유하은이었다.
“그럼 좋지! 이런 날엔 짜장면이지. 짜장면 먹자 짜장면!”
“그럼 우리 딸. 얼른 옷 입고 어여 나가자. 오늘같이 기쁜 날인데.”
철컥. 띠리릭.
“뭐야. 치요 합격했구나? 역시는 역시야. 아빠는 널 믿고 있었단다 치요야.”
“아빠! 나 진짜 신나! 이따 엄마랑 짜장면 먹기로 했어. 아빠도 바로 눕지 말고 같이 먹으러 가자. 오늘 일도 빨리 끝났잖아!”
“치요야. 오늘 일이 빨리 끝난 게 아니라 밤을 새서 일한 거란다... 물론! 우리 딸이 아카데미에 간다는데 외식은 해야지.”
치요의 아버지. 이성윤은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 딸. 뭐 용돈 필요한 거 있니?”
“용돈... 음. 아카데미 갈 때 사가야 하는 것도 많고 학비도 많이 들텐데 뭘. 나 키워준 거만 해도 고맙지.”
“그래도.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 걸.”
“그럼 나 옷 하나만 사줘! 예쁜 걸로!”
“그럼. 이따 밥 먹고 사러 가자.”
* * *
같은 시각. 서울 강북구의 고급 주택.
“아가씨.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에요. 비서님도 참. 뭘 이런 걸 다 물어보시고.”
시트러스 향이 느껴지는 것만 같은 관리 잘 된 금발.
파스텔 톤이 매력적인 자안을 가진 소녀.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100만원이 넘는 가격을 호가하는 잠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홀로그램을 띄운 채로 자신의 수행원이자 비서를 향해 웃어보였다.
“축하한다. 회장님께서 합격 선물을 따로 보내셨는데 한 번 보시겠습니까?”
온통 검은색 투성이인 비서 ‘한유화’에게 아가씨라 불린 이.
‘김마늘’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됐어요. 그렇게 축하해주고 싶으면 직접 찾아올 것이지. 선물은 무슨...”
추욱.
어딘가 늘어진 것 같은 마늘에게 유화가 다가가 머리를 토닥였다.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는 마세요. 회장님도 아가씨를 사랑하니까 이렇게 아카데미 합격 여부도 알아보고 선물도 보내고 그러는거죠.”
“그런가...? 그래도 얼굴 보고 전해주면 어디가 덧나냐고요.”
삐빅. 소리와 함께 틀어진 뉴스에서는.
-현지 시각 11일 오전 10시. 최태웅 대통령과 삼정그룹 ‘김정한’ 화장이 ‘프레리 스톤’ 테슬라 테크노킹, 바라디아의 ‘쿤드 타비아’ CEO, 존 가너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음. 이들은 전후 복구를 종결짓고 시장으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처하는 동북중령연방에 대한 수출입 제재에 관하여 논의하기 위해 ~~
“음. 바쁘구나. 어쩔 수 없네. 그나저나 선물은 뭐야? 저번에는 자동차였고, 저저번에는 별장이었잖아.”
“루프트웨인에 특별 주문한 스태프라고 합니다. ‘레바테인’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화염 속성 지원 효과를 가졌다고 하는군요.”
“그래요? 신화시대 유물의 이름이 붙어있는 걸 보니 꽤 돈 좀 썼나보네요. 아버지께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바빠서 전화도 못 받으실 것 같으니.”
‘아주 단단히 삐지셨네.’
“안 삐졌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마요.”
“앗. 그게 그렇게 보입니까? 전혀 그렇게 안 보니 하~나도 걱정하지 마십쇼.”
“진짜...”
마늘은 오늘도 꼴받음을 느끼며 그녀의 비서를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아카데미 고등부에 합격한 것은 기쁜 일이다.
물론 자신은 중등부부터 평양 마법 아카데미에 다닌 순혈 아카데미인 이지만.
고등부부터는 실력이 떨어지는 친구들은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뭐 그래도 그녀와는 별 관계가 없으리라.
지난 3년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그 아이만 제외한다면 그녀는 항상 최상위 포식자였으니까.
* * *
부스럭. 스르륵,
침대 위에서 두꺼운 솜 이불이 스슥거리며 움직인다.
그 안에서 회백색의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귀여운 소녀가 눈을 떴다.
“아.”
많은 것을 깨달았다는 듯한 탄식.
“아카데미 합격 발표 오늘인데.”
그러기를 잠시.
“어차피 합격이겠지 뭐. 설마 떨어졌겠어.”
라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는 들어가려고 했다.
그녀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한 여성이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지 않았다면.
“야 정만타! 너 아무리 방학이라고 해도 20시간이나 자고 또 잠이 와?”
“므우우엥. 하지만 피곤한 걸.”
“그리고 오늘 아카데미 합격 발표 나오는 날이라면서. 확인도 안하고 바로 누워?”
“그치만... 어차피 합격했을 거고... 설마 중등부 3년 내내 전교 1등 한 나를 떨구지는 않았을 거고...”
“아무튼 일어나! 일어나서 샤워하고 산책이라도 하고 와 이 기집애야! 하여튼 이불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진짜. 이놈의 좁아터진 방이 뭐가 좋다고.”
“치이. 언니가 뭘 안다고.”
“니 학비 벌어다주는 사람한테 그게 뭐야! 볼따구 딱 대!”
“아아아-! 자모태서---! 요서흐---!! (잘못했어! 용서를!!)”
탁!
“한번만 더 그래봐. 중력 아저씨한테 다 이른다?”
“아 그건 좀. 아저씨가 나 이러는 거 알면 진짜 나 죽을지도 몰라.”
“그러면 좀 건실하게...”
“흐우엥. 밥 줘. 나 배고파...”
“그럼 빨리 나가서 장이라도 봐와.”
“알겠어...”
만타가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그녀의 언니, 정혜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쟤는 커서 뭐가 되려고 저렇게 게으른지. 근데 또 마법이랑 공부는 드럽게 잘해요. 하우 내가 속터져.”
그러면서 약간 침울한 눈빛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차라리 내가 좀 더 잘했으면... 만타도 좀 더 행복하게 살 텐데.”
부모님이 ‘그 일’로 돌아가셨을 때 자신의 나이가 17살.
그리고 만타는 그때 고작 7살이었다.
비록 그 일로 만타의 재능을 깨닫게 되었지만...
‘차라리 그런 일도 없고 만타의 재능도 없었으면 하는 건... 너무 나쁜 언니인가.’
하지만 그날 이후로 늘어져서 지내는 만타를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울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혜민 역시 아직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다.
한편 만타는.
“흐음. 애호박이 1개에 5천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니야?”
라며 열.심.히 장을 보고 있었다.
* * *
대한연방공화국의 수도 평양.
평양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는 연분홍색의 머리와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양 마법 아카데미. 고등부.
대한의 모든 중학생들이 선망하며, 그 입학을 바라 마지않는 곳,
물론 다소 노는 편인 친구들에게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공부 좀 하고 마법 실력에 자부심이 있다 하는 이들에게는 대부분 그런 편이다.
대한연방의 전신인 대한민국 시절부터 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거대 재벌 그룹,
그 중에서도 3차 세계대전 이후 마법공학 붐을 일으키며 당당히 재계 1위로 우뚝 선 삼정그룹에서 후원하는 아카데미.
대한연방의 새로운 수도인 평양에 위치한 유일한 아카데미이기에 그 위상은 한국은 물론이고 동북아 3국을 통틀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어쨋든 합격이네. 그럼 이제 평양까지 가야하는 건가? 좀 멀긴 하네.”
여담으로, 평양이 대한연방의 수도가 된 과정은 다소 특이한 편이었다.
3차 세게대전의 결과,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을 일곱 조각으로 쪼개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 결과 북한 전체와 이전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일부에 해당하는 영토를 새롭게 얻게 되었다.
해체 과정에서 나온 무수히 많은 재원과 전리품은 덤이다.
이 때문에 전후 처리에서 적국 영토였던 북한과 동북3성의 안정을 취하자는 목적에서 종전 5년 후.
연방정부를 수립하며 수도를 평양으로 천도하고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에 들어갔으니.
이것이 바로 현재 대한연방의 수도가 평양인 이유 되겠다.
이 때문에 정치권력은 평양에, 경제 권력은 서울에, 외교 권력은 만국 평화 의회의 의사당이 있는 신의주로 나누어졌다.
모 정권이 부르짖던 지방 살리기가 전쟁이 끝난 뒤에야 이루어진 셈이다.
각설하고, 그렇게 막대한 권력이 집중된 도시인 평양은 곧 그 권력을 후대에 이양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으니.
바로 아카데미의 설립과 우후죽순 솟아나는 사교육 기업 되겠다.
그 결과 서울에서 알아주지는 않아도 부자인 축에 속하는 나름 아가씨 ‘요요’ 역시 이번에 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평양 마법 아카데미 고등부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니, 근데 서울에 아카데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바로 집 앞에 아카데미가 있는데 왜 못 가게 하는 거야. 그냥 저기 가면 되는 거잖아.”
요요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에 있는 건물들을 가리켰다.
드넓은 건물. 실습실과 대련장.
서울 마법 아카데미의 시설들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요요의 아버지, 송현민이 요요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요요야. 내가 누누이 말했잖니. 지난 대전쟁을 겪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니.”
팟.
시끄럽게 웅얼거리던 뉴스 홀로그램을 음소거한 그가 요요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다 저 권세가들이 평양이랑 신의주로 가버려서 그런 거 아니냐. 그러니까 네가 가서 친구들만 좀 사귀어 오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다 알아서 하마.”
“그래도...”
“아빠는 우리 요요 믿어. 알지?”
그 말에. 눈빛에. 요요는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서.
끄덕.
하고 고개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 * *
평안북도 특별자치구 신의주 평화자치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은 전쟁이자 가장 참혹했던 전쟁.
3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기리고 세계 평화와 국제 질서 유지를 기하기 위해.
대전의 주 승전국인 미국, 한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영국, 브라질의 7개국이 힘을 합쳐 만든 국제기구, ‘만국 평화 의회’.
일곱 승전국이 영구 상임 이사국을 맡으며 국가들의 회의와 의결을 통해 분쟁을 통제한다는 이 기구는 무려 마법사들로만 이루어진 정규군까지 가진 일종의 세계 정부였으니.
그들이 중재한 분쟁이 17년 사이 50건이 넘어가고, 그들의 손에 송두리째 뒤엎어진 나라가 벌써 3개였다.
그리고 그런 만국 평화 의회의 의사당이 있는 곳이 바로.
대한 연방 공화국 평안북도의 특별자치구.
신의주 평화자치구 되겠다.
세계 각국의 외교관이 모이는 곳이자.
만국 평화 의회의 상비마법군 ‘프레이아’의 본부가 있는 곳.
그러나 이런 세계 최고의 외교 도시일지라도 빛의 양면인 어둠은 존재하는 법.
스르릉!
서걱!!
검은 머리의 소녀가 붉은 검을 휘두르자 꽁지를 내빼며 도망치던 말단 조직원의 손목이 절단되어 떨어졌다.
“끄아아악!! 이... 이 악마같은...!”
“악마는 감히 X약 밀수나 하려고 하는 너희들이고. 감히 프레이아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있는 이 도시에서 말이야.”
붉은 검을 든 소녀. 류키는 무심한 눈으로 눈 앞의 밀수범을 바라보며 선고했다.
“만국 평화 의회 상비집행군 ‘프레이아’의 권한으로 플로리다 협약에 의거하여 긴급 체포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류키는 잘려나간 손을 오러를 일으켜 재생시키고 수갑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의 진술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음. 체포적부심사 청구권은 프레이아 권한으로 긴급 체포되서 없으니까 참고하고.”
“어... 네.”
저벅 저벅.
“오 천류키! 오늘도 한 건 했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
“아 현 수사관님이시군요. 마약 밀수 혐의로 긴급 체포했습니다. 상해는 전부 회복시켜놓았습니다.”
“좋아. 역시 우리 수색대 최고 무력대원다워.”
헤헤.
류키는 차가운 이목구비와는 반대로 풀어진 미소를 지으며 싱긋 웃었다.
방금까지 사람을 가른 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소였다.
“아. 그리고 방금 대장님 쪽으로 임무가 하나 하달되었다던데.”
“네? 임무요?”
* * *
“그러니까 지금... 저보고 평양에 가라고요? 그것도 아카데미를요?”
“그래. 이번 아카데미는 말 그대로 황금세대야.”
프레이아 수색대 대장, ‘김성은’이 류키와 함께 케이스 파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정그룹 오너의 차기 후계자 경쟁 중인 막내딸. 그 막내딸의 1등 자리를 늘 뺏어온 천재 정령사. 그리고 그런 1등의 자리를 위협하는 초신성 마법사. 이것만 해도 충분히 황금 세대라 할 만 하지만.”
류키의 시선이 서류의 한 사진으로 향했다. 그 곳에는 연분홍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있었다.
“무려 성녀 후보다. 지난 대전쟁에서 예카테린의 성녀가 유럽 전선에 어떤 기적을 행했는지는 알거라 본다.”
류키는 성은의 말에 잠시 기억을 되짚으며 ‘그런 것도 있었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모스크바 함락 직전의 전선을 베를린 코앞까지 밀어버린 장본인이니까요. 무시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제가 할 일이란 게.”
그에 성은은 방의 한 곳에 걸어둔 평양 마법 아카데미의 교복과 책상 위에 고이 놓인 학생증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어. 너도 학생으로 가서 애들 좀 지켜줘. 이건 단순히 연방 차원에서 나온 청탁이 아니라 만국 평화 의회 수준에서도 나온 안건이야.”
“그 말씀은.”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지난번처럼 어린 인재들을 잃을 수 없다는 결정이다. 그 때문에 마침 나이도 17살로 동갑이고 전투 능력도 출중한 네가 투입되기로 결정되었고.”
“엄. 근데 제가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요? 10살부터 개처럼 싸우기만 했는데.”
류키의 질문에 성은이 쓰게 웃으며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네가 가라는 거야. 너도 일상을 살아봐야지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거다.”
반박 불가능한 정론이었다.
그렇게 류키까지, 모두의 아카데미 행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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