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부르다.”
“우리 치요가 오늘따라 좀 많이 먹긴 했지. 이러다가 돼지가 되는 거 아닌가 했다니까?”
치요는 아빠인 성윤의 장난에 괜히 심통이 나 볼을 부풀리며.
“아빠는 그게 예쁜 딸한테 할 소리야?”
“하하. 예쁜 딸이니 이렇게 장난도 치는거지. 우리 딸 예쁜거 누가 모른다고.”
성윤은 아. 하면서 치요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옷 사기로 했지? 무슨 옷 필요하니?”
“나 사고 싶은 옷 있어. 이따 링크 보내줄게.”
“알았다잉.”
그렇게 행복함에 빠져 걷기를 잠시.
“근데 우리 치요가 진짜 배부른가 보다. 카페 가자고를 안하네 애가.”
그에 치요는.
“아 그 말 해서 생각났어. 엄마가 책임져.”
“후후. 그러니? 그럼 카페에도 가자. 이번에 별다방에 신메뉴 나왔다는데 거기 가자.”
“어어 알겠어. 그럼 오늘 카페는 자기가 사는 거지?”
“그럼. 우리 딸 아카데미 붙은 날인데. 이 정돈 살 수 있지.”
그렇게 행복을 의인화한것만 같은 치요 가족은 바로 근처의 프렌차이즈 갤러리로 향했다.
그곳에서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 * *
짤랑!
“어서오세요! 별다방입니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진행 부탁드립니다!”
평일 낮임에도 방학이어서 그런가.
갤러리 안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치요야 이것봐. ‘멜론 초코 마시멜로 말차 프라페’라는 게 있어. 메뉴 이름이 되게 신기하지 않니?”
“오 맛있겠다. 이거 하나 시켜서 나눠 먹을까?”
“그래. 그럼 너희 아빠 껄로 자몽에이드 한 잔 시켜놓고. 간식으로 치즈 케이크 하나 시켜놓자.”
“꾸랭!”
-3029번 손님. 주문이 접수되었음.
“오케이. 이제 자리 잡고 기다리자.”
“어. 자기야. 치요야! 우리 딸! 여기야 여기! 내가 자리 잡아놨어!”
“아빠가 저기 있네. 가자 치요야.”
“좋아. 알겠...”
스윽.
휘이익.
그 순간이었다.
치요의 곁을 스쳐 지나간 하얀 머리의 남자.
아니. 후드를 깊게 눌러써 하얀 머리라는 건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체형. 이 체향. 이 걸음걸이.
분명 그 사람이다.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내 병을 낫게 해 줄 실마리를 제공한.
내 스승. 내 은인. 그리고 내 우상.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여기 있을 수 없다.
분명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 마지막 그 날.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건 그날이 마지막이라 했으니.
하지만 어째서...?
썰렁.
“어라? 어디...”
툭.
쨍그랑!!
“어엇! 미안하다! 어어엇! 이거 어떻게 하지...!”
누군가 치요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전하며 성대하게 음료수를 쏟았다.
시원하게 젖어버린 치요는 덤.
“아잇! 이게 뭐하는 거...”
‘엣. 뭐야 이사람. 이 외모 뭔데.’
치요에게 음료를 쏟은 금발의 서빙 알바생, ‘임마요’는 당장 땅에 엎어져 할복이라도 할 기세로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아까 그 사람은!!’
“어머! 치요야 너 괜찮니? 이게 무슨 일이야...!”
“아아아. 어머님 정말 미안하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세탁비라도 물어드릴테니...”
그에 치요가 단호한 표정으로 마요를 쳐다보면서 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으니까 됐어요. 그보다 바닥 정리부터 하시는 게...?”
그에 마요는 정신이 이제야 들었다는 듯이 눈을 번쩍 뜨면서.
“아아앗! 정말 고맙다. 미안하다! 그럼 배려에 감사드리면서 우선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아 네...! 파이팅!”
치요는 그렇게 자리로 돌아왔다.
젖은 옷과 함께 자리로 돌아오자 이미 음료와 간식이 나온 뒤였다.
“근데 옷은 괜찮니?”
“아 그거야 뭐.”
- [3서클 시전 | 증발건조]
“마법으로 말리면 돼서. 아카데미 합격하면서 5서클 이하는 마나 요금도 면제잖아요?”
찰싹!
“치요야 너! 안그래도 마법 쓰면 아픈 애가! 갑자기 그러면 어떡하니!”
“엄마. 앞으로는 더 많이, 더 강력한 마법도 쓸 텐데 이 정도로 그러면 어떡해...”
“그래도 엄마 마음이란 게 있잖니. 되도록 내 앞에서는 자제하면 안 되겠니?”
“그치만.”
“엄마도 걱정되어서 그래.”
뚱.
“알았어. 최대한 지켜볼게.”
“그래. 그리고 미안해.”
“아니양. 엄마 마음도 이해가 가는걸.”
“후훗. 우리 딸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착해? 아이구 예뻐라.”
“그럼 이제 이걸로는 뭐라 안하는 거야?”
“그래. 자기도 너무 뭐라 하지 마. 치요도 하고 싶은게 있을텐데.”
“알겠어요. 대신 치요도 아프면 꼭 말해야 한다?”
“응!”
단란하게 대화를 나누던 치요가 스마트폰을 바라보다가 새롭게 나온 뉴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했다.
“헐. 이번 주에 코스피 이만 넘을 것 같다는데? 아빠 더 부자 되겠다.”
“하하. 그러면 우리 치요 공주님 맛있는 거 더 많이 먹겠네?”
“히히. 아빠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같이 먹자 돈 많이 벌어서.”
“그래 우리 딸.”
스윽.
“엄마 이것 봐. 이번에 평양 아카데미 내부 진학률이 사상 최대래.”
“진짜?”
“어. 고등부 1학년 200명을 뽑는데 그 중에 115명이 내부 진학. 그것 때문에 외부 입학 경쟁률이 1,173 : 1이었대.”
“우리 딸은 그걸 뚫은거네? 아이구 예뻐라. 우리 집안 보물이야 보물.”
“히히.”
그때 금발의 훤칠한 남자 알바생이 프라페와 조각 케이크 한 조각을 들고 치요 가족에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그쪽은 왜 오셨어요? 또 엎으려고?”
치요의 장난스런 말투에 마요는.
“아앗. 아닙니다. 아까는 진짜 실수였어요... 이건 사죄의 의미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치요는 그에 웃으면서.
“뭐. 실수였기도 하고 큰 일도 아니니 봐줄게요. 근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돼요? 근무 시간 아닌가?”
“아. 이제 교체 타임이라 인수인계 하고 퇴근하는 길입니다. 근데 너무 ㅈㅅ하고 고마워서 하하.”
“뭐 그래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진짜 고맙다. 컴플레인 한번 더 들어오면 감봉이었는데 진짜 죽다 살아났어요.”
“흠. 지금이라도 블랙 컨슈머가 되어야 하나?”
“제발 그것만은!! 참아주십시오 마마!!!”
푸핫!
치요는 진심으로 웃으면서 눈 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프흐후. 괜찮으니까 일어나요. 괜히 시선 끌릴라. 음?”
그때 치요의 눈에 낮익은 카드 한 장이 들어왔다. 학생증?
“평양 마법 아카데미 학생이에요?”
“아 네. 지금은 중등부고. 이제 고등부 올라가죠.”
“아. 그 115명의 용사들 중 한 명?”
“네. 뭐 자랑하려는 건 아닌데 그렇게 되었네요.”
“그럼 3월에 학교에서 보겠네요. 저도 이번에 고등부 입학하거든요.”
“오 진짜요? 어쩐지 마법으로 옷 말리시더니. 술식 전개 속도가 엄청 빠르셔서 놀랐거든요.”
“후훗. 그래도 마법에는 장기가 좀 있답니다?”
“그것만 봐도 대충 견적은 나오죠. 중위권은 가뿐히 가능할 것 같고, 좀 열심히 하면 상위권도 될 것 같은데요?”
“흠. 제가 그 정도밖에 안 돼 보여요?”
그에 마요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아.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다. 다만 아카데미 커리큘럼이 좀 다른 학교랑 많이 다른 건 아시죠?”
“네. 어느 정도는요.”
“중둥부에서는 총 4학기로 구성돼요. 학기별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학술수행평가, 대련수행평가, 그리고 반년마다 아카데미 교류전, 1년에 한 번씩 전국대전, 대련 성적 좋은 애들은 국가대항전에도 가고 그러죠.”
흐엑.
생각보다 더하네. 라고 치요가 생각할 즈음.
“이제 고등부 올라가면 더해요. 위에 나오는 거에서 국가대항전 빠지는 거 말고는 나머지는 다 난이도가 올라갈뿐더러.”
마요는 말에 강조를 주며 말을 이었다.
“2학년부터는 파견 평가, 임무 평가가 학기 별로 1개씩 추가된다니까요. 진짜 분쟁 지역이나 군사 거점에 투입되는 거에요. 소년병 금지 협약은 왜 없어져서 이러는지.”
“그건. 좀. 놀랍네요. 고등부 학생들이 실제 분쟁지역에 투입된다니.”
“물론 아카데미 고등부 쯤 되면 어지간한 대대 하나는 5분 안에 지울 수 있으니까요. 대마법사 전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시절에는 사단 하나를 혼자 지워버린 경우도 있다니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아.
“제가 말이 너무 많았나요?”
“아니요. 유익한 정보였어요.”
“저... 그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DM 교환하실래요?”
“음. 좋아요. 언젠가는 쓸 일이 있겠죠.”
토도독. 토독.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인별 계정을 맞팔로우 하고 헤어졌다.
다만 그것을 근처에서 바라보던 치요의 부모님이 보기에는.
‘우리 딸이 드디어 남자친구가 생기려나? 저 정도면 훤칠해서 괜찮을 것 같은데.’
‘저 놈팡이가 우리 딸한테 수작을 부리나? 미안하면 그냥 주고 갈 것이지 왜...?’
라는 두 가지 심정이 교차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치요야. 쟤가 뭐라니?”
“아. 알고 보니까 이번에 평양 아카데미 고등부 올라간다고 해서. 학교 분위기 어떤지 물어보고 왔어요!”
“그래? 또 이런 인연이 있네.”
“치요야. 다른건 다 모르겠지만.”
치요의 아버지 이성윤이 엄격, 근엄, 진지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갑자기 사위라고 집에 데려오면 둘 다 혼난다. 그렇게 알거라.”
빼액!
“아니 아빠는 뭔 소리야! 오늘 처음 보는 애인데!”
“아무튼 이 아비는 반대다.”
“아 진짜. 장난 노노. 어떻게 보면 아카데미 선배인데. 정보 같은거 알아내기 좋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 자기도 너무 치요 놀리지 말고.”
“흐음. 그래. 이제 그만 놀리마. 그럼 이제 어디 갈까?”
“이제 집 가서 저녁 먹자! 오늘 저녁은 치킨 먹자 치킨!”
“하하 우리 치요는 여전히 먹보구나? 그래 치킨 먹자 치킨.”
“아 진짜 아빠 그만 놀려!!”
* * *
한편.
대한 연방 공화국 평양 특별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그 후드를 벗었다.
신이 빚은 듯한 신성하고도 아름다운 이목구비.
세계의 사랑을 받는 하얀 머리카락.
모든 것을 통찰하는 녹색의 눈동자까지.
세계의 사랑을 받고.
세계를 너무나 사랑하여.
세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
■■■ ■■■■을 지워버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푸른 머리의 소녀 치.
“얽혀져 있던.”
금발의 소녀. 마늘
“모든 것들이.”
은발의 소녀. 만타.
“제자리로.”
연분홍 머리의 요요.
“되돌아갈 시간이다.”
검은 머리의 류키.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모든 조각이 모였다.
그러니.
“이제는 진짜 작별할 시간이다. ■■ ■■이여.”
링크 모음 바로가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minecraft&no=80680
20.09.5.23 무현이스킨을 않끼면 벤입니다
gall.dcinside.com
작가의 한 마디
이번 화는 분량이 다소 적을 수 있음!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함!!
개추와 댓글은 큰 힘이 된다!
+ 공지에 가면 치요와 마요의 ai 일러스트가 있을지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