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남상욱 - 아베 신조 아름다운 나라로 속의 미와 국가 : 미시마 유키오의 렌즈를 통해 본 전후 보수주의 미학 中
미시마의 정치 미학 속에서 천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데 비해, 아베의 정치 이념 속에서 천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그런 면에서 아베는 미시마보다는 기시[기시 노부스케]와 가깝게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천황의 위상 제고 등을 포함한 개헌의 장벽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던 기시로서는 만주국 혁신관료로서의 노하우를 이용한 국토개발과 경제성장 정책을 통해 현 재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법과 국민연금법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기시는 천황이 담당했던 미학 정치라는 문제를 개인의 삶의 안전 보장의 문제로 대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기시 처럼 실제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아베는 천황이 일본 역사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도 일본국 속의 천황의 역할을 “국가, 국민의 안녕(安寧)을 기도 하고, 오곡풍양(五穀豊穰)을 기도하는” 것과 내각 총리대신 등의 임명 및 중 의원 해산 등의 명령, 외교관들의 접견 등에서 찾고 있을 뿐, 전몰자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사회보장제도로서 국민 연금의 문제를 중시하면서, 그 정당성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이 사람이 85세까지 산다면 지불한 액의 2배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85세라면, 딱 여성의 평균 수명이다. 즉, 대부분의 여성은 인생의 황혼기에 대부분 손해를 보게 된다. 참고로 남성의 평균 수명은 78세인데, 그만큼 손해를 보지 않지만 그래도 평균수명까지 산 사람은 지불한 액수의 1.3배를 수령할 수 있다. 그야말로 앞서 언급한 ‘조사(早死) 리스크’의 역이다. 보험에 들지 않는다면 스스로 장수에 대비해야만 한다. 즉, ‘장수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이다."
...1960년대의 미시마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게 ‘장수’를 인간의 생과 국가 설계의 기본 전제로 놓는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참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미시마는 1967년 야마모토 쓰네모토의 『하가쿠레』(葉隠)를 주해한 「하가쿠레 입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는 연명하는 데 모든 전제가 걸려 있는 시대다. 평균수명은 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 늘어나고, 우리들 앞에는 단조로운 인생 플랜이 그려지고 있다. 청년이 이른바 마이홈주의에 의해 자신의 작은 둥지를 발견하는 것에 노력하고 있는 동안은 아직 괜찮지만, 일단 둥지가 발견되면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주판으로 계산된 퇴직금 금액과 노동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조용한 퇴직 후의 노후의 생활뿐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복지국가의 배후에서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위협한다."
...물론 이러한 미시마의 주장은 당시 일본사회에서 거의 무시당했다. 거기에는 전후 일본인들이 “죽음을 찬양했던” 이른바 전전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우치다 류조(内田隆三)가 지적한 바 있듯이 “푸코가 말하는 ‘살게 하는 권력’(생-권력: bio-pourvoir)의 한 형태” 가 이 시기 일본의 새로운 정치체제로 기능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제국일본은 국가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과 식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전후 일본국은 일본인들을 오래 살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시마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아베의 ‘아름다운 나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미의식을 계승한다기보다는 그것을 단절시켰던 전후 고도성장기의 국가권력의 범주 안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수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천황을 둘러싼 아베와 미시마의 미의식의 결정적인 차이는 마침내 일본국 헌법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귀결된다. 미시마는 1968년 『주오코론』 (中央公論)에 발표한 문제적 논문 「문화방위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야비’는 궁중의 문화적 정화이며 그것을 향한 동경이었지만 비상시에는 테러리즘의 형태를 띠었다. 즉, 문화 개념으로서의 천황은 국가 권력과 질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질서에도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만약 국가 권력이나 질서 가 국가를 민족에서 분리시키려는 상태에 놓일 때는 ‘국가와 민족의 비분리’를 회복하려고 하는 변혁의 원리로서 문화 개념인 천황이 작용했다."
미시마에게 천황은 마치 로마제국 황제처럼 헌법의 외부에 위치하면서 때로는 ‘무질서’를 예외로서 인정해 법 집행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법 초월자적인 주권자이어야 했고, 이러한 존재로서의 천황은 이와 같은 정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암살을 비롯한 테러리즘도 전통적 미로서 용인함이 마땅했다. 요컨대 급진주의적 미학의 관점에 서 있었던 그는, 천황이 일본국 헌법에 의해서 규정받고 있는 존재인 이상, 전후 레짐의 탈각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했던 것이었다.
이러한 미시마적 관점에서 본다면 아베 신조의 ‘미학’은, 미학이 가진 급진성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극우적이라기보다는 법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매우 관료적이며,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전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름다운 나라로』의 내용에 약간의 보론만을 추가한 채 제목을 바꿔 2013년도에 새로 출간한『새로운 나라로』에서 그의 ‘미’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매우 소박하게 드러날 뿐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예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땀을 흘려 전답을 경작하고, 물을 서로 나누면서 가을이 되면 천황가를 중심으로 오곡풍요(五穀豊饒)를 기원해 온 ‘미즈호의 나라’입니다. 자립자조를 기본으로 불행하게도 누군가가 병으로 쓰러지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것을 돕습니다. 이것이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본사회보장이며, 일본인의 DNA에 박혀 있는 것입니다. 아베 가의 뿌리는 나가토시, 훨씬 옛날에는 유야초입니다. 거기에는 계단식 논이 있습니다. 동해(일본해)에 면하고 있어 물을 머금고 있을 때는 하나하나의 계단식 눈에 달이 비추고 멀리에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비췄는데, 그것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천황의 존재를 그저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장 정도의 역할로 축소시키고 있는 아베에게 이제 일본의 ‘미’는 개인의 삶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통적 사회보장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과승한 감수성, 이 두 가지 로 요약될 뿐이다. 이러한 미의식은 자연을 영토라는 개념으로 대치시키고, 지역 공동체의 상부상조 정신을 미국과의 공조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쓰기 위한 면밀한 계산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기 충분하다. 즉, 미시마가 미를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려 했다면, 아베는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이념에 미를 덧붙였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가 GHQ에 의해서 기안된 일본국 헌법을 전복시키고, 이에 따른 동북아 질서를 교란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법 파괴적인 급진성을 갖고 있는 듯이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베는 천황에 의한 법 정지라는 예외를 인정하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절차에 따라 일본국 헌법속의 모순을 해소하는 쪽으로 나아갈 뿐이다. 특히 북한에 의한 납북 이나 테러,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무질서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생의 안전’을 빌미로, 개인에 대한 법 집행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할 뿐이다. 최근 통과된 ‘특정비밀보호법안’은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아베가 “되찾고자 하는 일본”은 더 이상 그가 주장하듯이 전후의 역사에서 상 실된 “일본”이라는 나라가 아니라, 법 그 자체의 초월성에 대한 신념하에 전후 일본의 모든 문제를 ‘법’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새로운 일본”에 다름 아니다.
뭐 짧게 말하자면 아베는 영미의 하수인이지만 민족파의 아버지라 볼수있는 미시마는 영미성과 외세성을 거부하고 일본성을 토대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거 아닌가? - dc App
Yes
그립읍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