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上)
헤이안 조정에 쇠약한 기색이 싹터, 학림(鶴林, *사라수)도 자주 무성해졌다. 더군다나 장원의 평온하지 못한 소문이, 평민의 귀에도 전해져 왔다. 이 이야기는 이런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것은 나의 아련히 먼 선조였던 한 명, 어느 지위높은 신하에게 바쳐졌던 것이다. 그 한 권은, 지금도 내 집의 창고 깊숙이 감추어져 있다. 이 책을 펼 때, 나는 작자의 세상에 드문 정열과, 나의 혈통의 한 특징 사이에, 어떤 더없이 가까워진 유사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이 책이, 나와 같이 일족과 함께해서 오랜 세월을 거쳐 왔다는 것⸻그것만으로, 나의 혈통과 어느새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원래부터 이 이야기의 작자는 매우 존귀한 여인은 아니었다. 나의 가계와 마지막까지 어떤 연고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술한 선조 한 명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서, 남자 쪽에서도 어느 해 여름, 몇 밤인가 눈에 띄지 않게 여자에게 왕래했다. 이야기는 이때의 회상부터 붓을 들고 있다. 여자는 타오르고, 남자는 차가워졌다. 애착의 인연은 그러나 위태로운 곳에서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여자는 한때 궁정에서 직무를⸻별반 눈에 띌 정도의 역할이었다는 근거도 없지만⸻한 경험에서, 언행에 어딘지 모르게 우아한 모습이 있었다. 왕래하는 저녁이 거듭되며 여러 가지로 힘써, 도읍의 물건 등으로 하인의 침실을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하는 기특함에 더하여, 적당한 궁녀의 조신함도, 남자의 초조함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친한 어느 남자가 있었다. 요전에 삭발하여 도성 가까운 산사에 수행하고 있었다. 번뇌의 불길은 억누를 수 없게 날뛰고 날뛰어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귀찮은 수단도 가리지 않고, 번번이 편지를 보냈다. 그 신하의 무정함이, 때마침 마음에 사무치는 가을이 되면, 여자는 점차 옛 친한 승려의 모습을 한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갔다.
일부로 그쪽으로 마음을 옮긴 동기에는, 어느 정도 하인에의 토라진 기분이나 짐짓 보란 듯이 하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매정했던 남자에 갑자기 응석부리는 것은 자부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 쌍방 모두 손을 놓는 것 같은 결과를, 그저 두려워하는 속마음도 있었다. 그러한 갖가지 기분은, 고풍스러운 미혹과 한탄을 여자에게 주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러한 경위의 서술로부터, 다음에 나올 단락에서 끝나 있다. 이 이야기는 심부름꾼에 의해 어느 비구니 사찰에서 전달된 것이지만, 행장의 고백을 일부러 이야기의 형태로 엮어, 이미 자기를 잊어버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고귀한 사람에게 바쳐져, 그것을 써서 참회나 사죄의 실마리로라도 하려고 한 여자의 기분은, 궁녀 시절의 문학열의 흉내냄일 뿐이라고, 반드시 조소할 수 없는 것이지도 않을 것인가.
⌜달이 밝은 밤, 이런 대담한 짓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자는 산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산의, 소나무 뿌리 쪽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에 샘의 한없는 울림이 들린다. 건강하게 맑은 물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가루와 비슷한 물보라가, 물의 불꽃처럼 흩어져서 근처의 여름 싸리 위에 넘쳤다. 반딧불이가 그 우거진 잎끝에 빛나면서 가려는 것을, 여자는 가련하게 바라봤다. 그 반딧불이는 『몸을 태우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외부에서 강요당하며 켠 불을 꾹 얌전하게 자신의 내부로 지켜나간다······그런 순종의 상냥한 일생, 그런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언젠가 자신이 그 생애와 비슷해져 간다고는 조금도 알지 못하고. ······
결국 저쪽의 큰 소나무에서, 몸을 굽힌 사람의 모습이 뚜렷하게 미끄러졌다.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사방을 주의하면서, 몸을 떨면서 다가왔다. 오히려 귀찮은 듯한 냉정한 눈매로, 여자는 완전히 흥분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다. ······그러나 장래가 성가실 수도승의 도망이라는 금기를 범했으므로, 남자의 당황은 어쩔 수 없었다.
둘이 곁에서 강가의 모래밭을 따라 걸어갈수록, 도읍을 상당히 벗어났다. 강가에 우거져 있는, 떡쑥이나 닭의장풀 등의 여름풀의 한 무리에, 이슬이 흠뻑 내려 있었다. 살짝 풀잎을 떠난 반딧불이는, 멀어짐에 따라 어느덧 별에 섞여 있었다. ······남자는 말했다. 이제부터 먼 혈연에 닿는 자가 아는 백부를 방문해, 그곳에서 일단 몸차림을 한 후에, 기이(紀伊)의 고향으로 도망칠 것이라고. 여자는 끄덕이고 있다. 여자에게는 그것이 남자의 독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남자 한 명을 의지하는 몸이므로, 가만히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다.
강 위로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물살 소리는 높아졌다. 여자는 점점 순종해졌다. 아까와는 반대로 남자는 기를 쓰고, 여자는 풀이 죽어 갔다.
『아아, 저 소리는 너무도 무서워.』
『아니, 바다는 전혀 저렇지 않아······.』 남자는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백부가 있는 곳을 나와 줄곧 기이를 향했을 때 남자와 여자의 위치는, 도읍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자는 상냥해졌고, 마음 깊이 남자에게 맡겨 남자에 의지했다. 저 새침했던 여러 번의 답장은 이제 완전히 잊어버린 것처럼.
『바다? 바다는 어떤 것일까요. 저, 태어나서부터 그런 무서운 것을 본 적이 없네요.』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웃었다.
⸻기이 해변의, 남자의 고향에 닿은 때에는, 여기저기의 모습에 가을의 색이 완전히 깊어져 있었다. 밤중에 닿은 그날부터 이, 삼일은, 여자는 파도소리에 가슴을 놀라게 하며 한 번도 장지문을 열려 하지 않았다.
나흘째 아침, 여자는 마음을 정했다. 놀람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남자가 없을 때 홀로 해변을 향했다. 집을 나오자 바다가 얇은 수자(繻子)끈처럼 눈부시게 보였다. 바다의 세찬 울림은, 그러나 발밑까지 울려퍼졌다. 얼굴을 가리고 쏜살같이 해변을 향해 달려나갔다. 귓전에서 바닷바람이 날개치고, 파도소리는 세차게 높아졌다. 발 뒤에 건조하고 따뜻한 모래를 느꼈을 때, 전신은 가냘프게 떨렸다. 여자는 가리고 있던 양손을 치웠다.
느긋한 해경(海景)은, 흡사 당연한 장소에 당연한 것이 놓인 것처럼 넓혀갔다. 하늘은 명랑하게 개어, 에마키(絵巻)의 구름처럼 황금으로 빛난 구름이 떠 있었다. 아직 녹색을 띤 긴 곶이, 오른쪽을 우아한 팔처럼 꽉 껴안고 있었다. 여자는 처음으로, 포경 바다의 모습에 마음이 팔렸다. 격한 충격은, 곧 아픔을 수반하는 일이 드문 것처럼, 여자는 그 순간, 예기한 두려움과 조금도 닮지 않은 것을 찾아냈다. 탁 가슴에 받은 그 직전에, 오오와다쓰미(大綿津見)는 이미 여자의 안에 깃들어버렸다. 죽임당하기 일보 전, 죽임당한다고 의식하지 않으며 빠지는 그 신기한 황홀, 그런 황홀 안에 여자는 있었다. 그곳에는 확실한 예감이 있지만 예감이 현재에 미치게 하는 의미는 없다. 그것은 아름답고 고립된 현재이다. 절연당한 더없이 맑은 한때인 것이다. 그곳에는 그 비길 데 없는 수동의 자세가 취해진다. 지금까지는 능동이었고, 이제부터도 능동이려 하는 것의, 함몰적인 수동이 아니라서일까. 함몰에 수반되는 청순한 방심, 그것은 온갖 것을 받아들여, 온갖 것에 스며들지 않는다. 말하자면 『어머니』의 가슴과 닮은 모습인 것일까. 까닭을 알 수 없는 가득한 그리움, 둘러싸이는 것의 황홀, 그러한 상태로부터, 그러나 여자는 금방 풀려났다.
어쩔 도리 없는 무거움과 회한과 두려움이 덮쳐왔다. 바다는 자기 안에서 흔들려 넘쳐올랐다. 항아리 같은 커다란 옹기를 스스로 자기 몸으로 가라앉힌 것처럼.
집에 달려 돌아가자마자, 여자는 떨면서 바닷바람에 축축해진 이불을 뒤집어써 버렸다. ······
그날부터 여자의 기분에 변화가 일어났다. 요전의 초라한 승려의 모습에서, 오늘의 사나운 남자로 완전히 변한 남자에게, 한때 느꼈던 그 믿음직함이나 자세나 기세나 신뢰가, 하얗게 식어버리는 것이다. 의지할 데 없는 비구 모습에의 냉담이나 우월이라면 그래도 나으나, 지금은 정말로 묘한 상태이다. 남자는 어리둥절했다. 바다가 무섭다고 엎드려 있는 것에 말을 걸면 갑자기 세차게 대들거나 했다. 그 정도의 두려움이라면, 진지하게 남자에게 털어놓으면 될 것을, 『털어놓는다』 따위는 고사하고, 의지하고 있는 모습도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가 생각하면, 별안간에 해변에 나가서 멍하니 고기잡이 배의 왕래 따위를 바라보고 내내 서 있었다. 그 끝이, 언제나 얼굴이 새파래져서 안절부절해 돌아왔다.
차츰 남편도 아내도, 말이나 모습에 말할 수 없는 험함을 띠어 갔다. 장지문을 꼭 닫고 바다를 보지 않으려 웅크려 있는 때에, 갑자기 남자가 들어와서 거칠게 잡아당겨 열고 가거나 한다. 여자의 소매가 마를 겨를이 없는 날들이, 그런 식으로 해서 점점 많아져 갔다. 게다가 남자 쪽에서 꺾여서 무언가 말을 걸면, 눈썹을 곤두세우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다시 봄이 될 즈음, 여자는 혼자 몰래 달아나 도읍으로 향했다. 바다의 두려움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일까. 남자에게 싫증이 난 까닭일까. 적어도 남자가 무서워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도읍에 들자 삭발하고 비구니 사찰의 사람이 되었다. 그곳에서 간경(看経)의 짧은 틈에, 적은 이야기가 이것이다. 그 끝부분에, 여자는 이런 식으로 감상을 새기고 있다.
『가는 길 도중, 심상치 않을 정도로 남자에게 느꼈던 두려움과 신뢰는, 지금 와서 보면 그전에 남자 자체에게 와다쓰미(海神)를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기색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바다의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그리고 옛날의 마음으로 적힌 여자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서, 조상들의 계보로부터 나 스스로 읽어낸 어떤 묵계에 의해, 자그마한 해석을 덧붙이고 싶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그전에 남자에게서 본」 바다의 모습, 처음으로 바다를 보는 것에 의한 그 감정을 바다로 돌린 것, 또는 바다의 상징의 역할을 잃어버린 남자의 허무, 이런 것들의 사이에 하나의 암시를 느끼지 않고는 못 배겼기 때문에.
⸻⸻곧······
⌜유심히 생각해보는데, 바다에의 두려움은 동경의 변형은 아닌 것일까. 오랜 세월 무의식의 땅 깊은 매목(埋木)이 되어 숨겨져 억눌러져 온 동경이라는 것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두려움의 형태를 취하고 온다. 막 가두어진 활발한 아이가 머지않아 아주 내향적인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러한 두려움은 보통 일반의 조잡하고 난폭한 『두려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람의 현신(現身)을 격하게 동요시키기는 하지만, 결코 큰 상처를 주는 일이 없다. 오히려 엄한 질타 사이에, 사람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길러 성장시켜 가는 종류의 두려움은 아닐까. 두려움으로 인해 사람의 마음에 수동의 형태를 주어, 재빨리 아름답게 일어서는 여지를 주어, 어떤 헤아릴 수 없는 불가견의⸻⸻『신』⸻⸻『보다 고귀한 것』의 의도하는 장소로 인간을 끌어당기려는 신기한 『힘』의 작용은 아닐까. 본래부터 그것은, 동경이 하는 작용과 완전히 같을 것이다. ······
이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그러한 것의 징조를 뒤져 보면 흥미 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두려움과 동경이 일시적으로 바뀐 그것의 차이는, 그곳에 명확히 나타나 있을 테니까.
바다의 두려움에 온종일 떨고 엎드리며, 그것도 한 조각의 의지함도 남자에게 보이지 않았던 여자는, 그때 대체 무엇에 의지해 스스로 견디고 있었던 것일까. 실로, 여자는 두려움의 대상인 바다에 한결같은 의지를 바쳐, 그 소맷자락에 일심으로 매달려 있던 것이다. 두 가지 두려움의 차이는 그곳에서 읽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바다가 나의 가계와 가지고 있는 인연을, 또 하나의 예증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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