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下)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단단한 판지에 타원형으로 붙여진 사진. 그 주변을 날인의 당초무늬와 장식글자로 철한 사진점의 이름이 둘러싸여 있다. ······이것은 조모의 숙모 되는 사람의 아름다운 유물이다.



  사진은 누름 꽃처럼 말라 있다. 나날의 느슨한 흐름과, 강렬한 몇 번인가의 여름날이 그 안쪽에서 보인다. ······



  한 명의 젊은 부인. 연홍색으로 보이는 풍만한 무도복. 그리고 화롱처럼 포근히 펼쳐진 경골(鯨骨)이 새겨진 옷자락. (그것은 살짝, 은색의 무도화의 끝 일부만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인의 부드러운 발바닥이, (어렴풋한 신발을 통해), 망설이면서 밟고 있는 것은, 한쪽 면의 다다미의 한복판에 펴놓은 작은 페르시아 융단이다. 부인 주변에는 밀어젖혀져 있는, 고린(光琳, 에도시대의 유파*)풍의 육첩병풍이. 죽림칠현도의 맹장지가. 또는, 오랜 희미한 빛 속에서, 몹시 지친 사람 특유의 매섭게 빛난 눈초리 같은, 그런 광택을 얻어온 낡은 집물이. ······



  말할 것도 없이 이것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의 분위기는, 사진을 본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조모가 이 사진을 손에 들 때마다 아 저기에는 뭐가 있었다 이 주변에는 이랬다고, 생생히 회고하는 것을 듣고, 나에게까지 그 장면이 눈에 선하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여태까지 바뀐 적 없는 선조의 불상이 있는 방이었다고, 조모는 나에게 얘기했다. ······



  어린 날, 부인은 간신히 바다를 살짝 엿본 적이 있었다. 마음에 채운 바다는 그녀의 어린 정감에 의해 서서히 발효됐다. 몇 년인가 뒤, 그녀에게 바다에의 동경이 끓어올랐다. 그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멈출 수 없는 ⌜생물」의 일종이다. 그녀의 집은 공가였다. 예닐곱살 적이 되어도 그녀는 바다를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 바다를 흘끗 본 것은 어릴 때라고는 해도, 서서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던 나이였던 이유로, 낯선 암청색의 보석같이 그 추억은 어슴푸레하게 번쩍이고 있을 뿐이다.



  ⌜바다는 어디까지 가면 있어? 바다는 멀어? 바다에 가려면 뭘 타고 가는 거야?」



  근왕파인 오라버니는 그때 실의 때문에, 젊음이 받기 쉬운 절망 속에서, 어두운 기분을 안고 여위어 있었다.



  「바다 따위, 어디를 가도 있지 않은 거다. 가령 바다로 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이런 것은 네게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 그런 의미의 말을 대답하고, 오라버니는 어쩐지 쓸쓸한 듯이 웃을 뿐으로, 그녀에게는 그 진의를 찾을 수가 없다. ······



  소녀가 되어, 일가가 도쿄로 이사할 때, 여행길에서 바다 근처를 지났다. 소녀는 언제까지나 서운한 듯이, 석양이 용암처럼 바다 가득히 흘러, 바닷새가 삐걱거리며 애처로운 소리를 내고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것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절부터 소녀는 바다를 보는 것에 차츰 흡족한 마음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그 죽은 오라버니의 이상한 말이, 귀 옆을 지나가는 산들바람 향기가, 먼 곳의 풀숲에 섞이고서부터 처음으로 향내가 나는 것처럼, 지금은 어슴푸레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느껴졌다. 동경은 뱀처럼 옷을 갈아입고 있을 것이다. 그런 동안만, 무엇의 병과도 닮은 동경의 무게가 제거되어, 물처럼 맑은 편안함 속에서 머물고 있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바다를 보는 것을 통한 기쁨이 없어졌다거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뱀의 환복이 끝나면, 바다에의 소망은 그보다 너머에 있는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 덧없이 아름다운 빈 껍질 뒤에는, 더욱 드러난, 약동하는 동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의 건너편에 맑은 신비로운 섬의 그림자가 떠오르고, 고혹적인 채색의 옷을 걸친 사람이 살고, 황산비와 같이 따끔따끔한 햇빛이 계속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공작이나 앵무새가 놀고 있다······은밀한 종교, 남 모르는 의식이 번창한 왕국······그러한 환영을 그녀는 가슴에 품었다. 열대에 가려면 바다로 우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다에의 동경도 그런 이유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



  아버님은 한때, 외교에 관계되어 있으셨기 때문에, 태서(泰西, 서양*)의 사람들이 그녀의 집에 드나드는 것은 드물지 않았지만, 백림(白林, 베를린*)의 반듯한 옷을 몸에 걸쳐, 헬멧을 이고 찾아오는, 그런 외국인이나, 그들이 선물로 가져오는 덩치 큰 「야자」 과일이나 동쪽 나라의 영문의 설명을 곁들인 사진첩이라든가를,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이 끌려 그리워하는 눈빛······때로는  고향의 풍물을 보는 것 같은······떄로는 가만히 자신의 내부를 응시하는 것 같은······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항상이다. 그러나, 그리움은 그 사람 자신에의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옷차림이나 선물을 가져온 어떤 「기분」 ······그것은 그 「사람」이나 물품 위에 군림하여, 후광 같은 식으로 그것을 둘러싸, 주변의 것을 서서히 그것에 비슷해지도록 하는, 약품 같은 작용을 갖는 것이지만, ······그것에의 그리움에 지나지 않았다. ⸻여름의 석양이, 물빛처럼 풍성히 넘쳐오는 때엔 그녀는 열대의 공상에 스스로를 잊었다. (석양이 내리쬐고 있다. 하나의 창에서 레이스의 커튼을 통해, 많은 흔들리며 속삭이는 수목의 잎에 걸려져서, 울고 있을 때 보이는 저 무수한 겹친 얇은 렌즈⸻물거품 같은 착종(錯綜)한 무수한 작은 원이 되어, 북구 취미의 쿠션이라든가 암체어의 삼베로 된 씌우개라든가, 시원하게 보이는 맨틀피스의 돌에, 마구 변덕스러운 석양이 내리쬐고 있다. 불길의 흔들림처럼, 방이 확 일순 밝게 되고, 또 약해져 버린다. ······)



  이렇게 서서히, 그녀는 스스로의 동경을 강화하는 것에 의해, 그녀 자신을 강화해 갔다. 싫은 여름이 이번에는 무턱대고 기다려졌다. 왜인가 하면, 바다나 열대로의 동경은, 주로 여름 아침, 또는 저녁놀 전의 과실처럼 훈감한 시각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동경에 몰입했다. 실로 그것은 몰아(沒我)의 강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몰아는 어떤 경우에도, 늘 다른 것(他)을 물러나게 해, 바꿔 말하면 온갖 「他」의 안에 존재하는 「我」를 말소해서, 밀고 나아가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나를 말소할 때, 그곳에는 또, 그 불가사의하고도 사나운 생명이, 도리어 격하게 솟아오르는 것이다.



  「피서」라는 습관은 거의 행해지지 않았던 때인 고로, 몇 년이나 바다를 보지 않는 여름이 계속되고, 부인은 부족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남편에게 만족한 것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예를 들면 「여름」 같은 자신의 동경의 대상이 남편의 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는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서. ······



  그 화려한 사진이 찍힌 것은 그런 여름의 하루이다. 그것은 뇌우가 내리는 초저녁이었다. 갑자기 돌을 맞아 갈라진 항아리의 금처럼, 번개가 쏜살같이 쳤다. 돌을 던진 소리는 역으로 그 뒤에 울려와서, 부인의 집의 넓은 응접실을 울려 퍼지게 했다. 남편은 하나에서 열까지 서양풍인 응접실의 중간에 앉아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코코풍의 조각을 한 문을 열어서, 상술한 옷차림으로 꾸민 부인이 들어왔다.



  「곧 사진사가 올 건데, 당신은 이 방에서 찍을 거지요.」


  「글쎄」 부인의 눈에 무엇인가 장난스러운 모습이 나타났다. 부인은, 이 시체 같이 새파래지고 심히 수척해진 남편을 보기에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듯한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연분홍빛 비단의 부채를 뱅뱅 돌리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이 방에서······라고 남편이 말걸었을 때, 하녀가 문을 두드렸다. 같이 살찐 사진사가 들어왔다. 천둥은 조금 진정된 것 같다. 살찐 사진사는 부인의 단장을 약간 과장해서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홀린 듯한 말로 칭찬했다. 남편은, 오늘 겨우 찍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내일 연회에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미리 찍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언뜻 불길처럼 불안한 것이 흐른다.



  남편은 한 번 더 말을 걸어 보려고 생각한다. 남편은 입을 열려 한다. 그것을 젊디젊은 부인의 목소리가 막는다. 부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산뜻한 오렌지색의 잔물결을 내어 넘친다. ······



  「이 방에서는 재미없어요. 저기, 저 방에, 불상이 있는 방에 가요!」



  그 말을, 남편의 쇠한 가슴은 패자에의 선고와 같이 들었다. 부인의 말에는 어딘지 모르게 다짜고짜인 데가 있었다. 남편은 일어선다, 몽유병자처럼. 사진사는 어안이 벙벙해 있다. ⸻그 방. 하녀가 서둘러 일어서 일하기 시작한다. 불단의 곁에 사진기가 설치된다. 밝은 등이 켜진다. ······



  남편은 조금씩 몸을 떨고 있다. 일찍이 저 방은, 그의 「장소」였던 방이다. 그는 그곳에서 나와 점점 쇠약해졌다. 그는 그곳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아아, 그러나 그는 그곳에 돌아가지 못한다. 그 옛날 그와 방과의 「거부」는 길항(拮抗)하고 있었다. 방을 나오고부터, 방의 「거부」는 그의 그것에 이겼다. 그러나 그곳이 비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되어 있었다. 비었다는 것은 그의 버팀목이기도 했다. ⸻지금 그곳은 가득 채워졌다. 그것도 그것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나게 아름다운 절대의 생명에 의해서. 그 자체 하나의 숨쉬는 꽃이라기도 한 듯이, 방 전체는 그를 향해 화려한 거부를 던지고 있다. 방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방의 힘찬 멸망의 증표다. 남편 자신의 멸망의 증표다.



  남편은 아름다운 거부의 이면에, 화려한 생명에 의욕을 잃은 방의 번민을 봤다. 그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방은 온통 기적처럼 빛나고 있다. 그 중앙에 화관 같은 젊은 부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사진을 찍은 날부터 엿새 지나 백작은 죽었다. 부인은 많은 조문객이 있는 앞에서, 시체의 머리맡에 가만히 눈물도 보이지 않고서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가자 부인은 단숨에 엎드려서, 소리를 높여 울었다. ⸻오랜 상(喪)의 계절, 그곳에는 백합까지도 흑백합만이 피는 것 같은 계절은 느릿하게 지나갔다.



  장례식을 올린 이후 이윽고 어느 거상의 요구를 받아 혼례를 올렸다. 새로운 남편은 출생이 천했다. 남쪽 바다에서 일을 진행해서 내지에서 살림살이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은 놀란 후에 세상 사람은 이번에는 흥미 깊게 형편을 바라봤다. 부인에게는 상대 안에 자신의 동경의 종자가 있는 것이, 제일의 소망이기도 하고, 제일의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경의 장작불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은 요사이 부인의 안에서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큰 의미를 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체념이 있는 장소까지 그녀를 높였을 때, 장작불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이미 욕구가 아니라, 전생의 사명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므로 새로운 남편은 오히려 스스로 도쿄에 살림살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인 쪽에서 꼭 남쪽의 지방으로 다시 가는 것을 재촉했다.



  ⸻배가 안벽(岸壁)을 떠나자, 팽팽하던 것이 실신한 것처럼, 테이프(배를 환송할 때 쓰는 것*)는 덧없이 잘려나갔다. 배웅하는 사람들의 무수한 배색이, 꼭 여러 물감을 차례차례 섞어가는 것처럼, 멀어짐에 따라 점점 한 쓸쓸한 색과 섞여버렸다. 그곳에서 주고받은 애환, 그런 것은 어디를 찾아도 사라져 두 번 다시 볼 여지도 없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선실에 들어가자」고 새 남편이 말했다. 부인은 눈물을 보이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고 있자, 왜인지 느닷없이 자신의 뒷모습을 상상했다. 애달픔 때문에, 아내는 갑자기 쓰러지려 하는 것을 남편은 놓치지 않았다.



  ⸻자기 집의 생활 이외에 즐거움을 구하지 않는 섬의 나날. 도쿄에서 배가 닿을 때마다 늘 여러 가지의 주문품이 이 저택에 보내졌다. 남편이 주문한 물건은 또 미국에서도 시종 보내져왔다. 이 두 가지의 유행의 매우 교묘한 융화가 부인의 안배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가끔 이곳을 방문하는 미국인은 그 「도자기 나라의 여왕」의 환영을 보았는지 착각했다. ······이런 세월 동안, 부인의 미칠 듯한 동경은 결국 만족되는 일 없이, 동경과는 매우 떨어진 곳에서 끝났지만, 그러나 완전한 파탄과 실의 속에서, 그 생활이 막을 내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인 스스로, 도읍으로 돌아가는 것을 완고히 거부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 땅으로 온 후로는, 그녀에게 그 생명의 샘은 말라, 동경의 밤꾀꼬리는 노래하는 때가 적어졌다. 조용한 「일본 여자」의 쇠약함이, 나태한 「섬 여자」의 상(像)의 위에 각인되어 갔다.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



  그녀의 옛 지인 한 명이, 오랜 남쪽 지방 편력(遍歷) 끝에, 어느날 그 저택에 그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귀국하고부터 출판한 기행의 한 단락에······



  「백작부인 (나는 아직껏 이 구칭으로밖에 부인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만)」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바다가 보여서 정말로 기분이 좋습니다. 하루의 즐거움이라면, 글쎄, 저 야자나무의 저쪽에 석양이 지는 것을 보고 있을 때겠지요.』 게다가 이 말을 들었을 때, 백작부인의 얼굴에는 쓸쓸한 듯한 그림자도 초췌한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옛날과 다르지 않은, 화려한 모습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인은 침침한 순백의 방 안에서, 종일 등의자에 누우신 채로, 뜨개질을 하시거나, 책을 읽으시거나, 기묘한 남쪽 지방의 작은 새에 먹이를 주시거나, 때로는 제게도 양주잔을 권하거나 하며 지내셨다. 식사에는 부군도 나오셨다. 오랜 남쪽 여행 동안에, 나는 이런 훌륭한 요리와 만난 것은 이때 단 한 번이었다. ······」



  부인은 이윽고 이 남편과도 갈라져서 귀향하고, 시골의 넓은 땅에 순 일본풍의 집을 지어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 한 몸의 비구니 같은 생활은, 도합 사십년 가까이 이어졌다. 지나온 불우한 세월과는 돌변하여, 부인의 순결함은, 세상의 미망인들의 귀감으로도 칭찬받았다. 세상 사람은 그 가혹한 열대와의 이혼을⸻부인 스스로 굳이 머무른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오히려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며, 속은 여자로서, 약간 불명예스러운 호의를 보냈다. 그러나, 부인은 그 산장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추억도 푸념도 아닌, 젊은 시절의 바다로 피어오른 동경을, 말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



  어쩐지 쓸쓸한 나무숲의 샛길을 걸어, 오르기에는 위험할 것 같은 이끼가 낀 언덕에 오르면, 곧 검은 가로문이 바라다보였다. 배의 널조각으로 만든 담장 위로부터 잎이 난 벚나무나 모밀잣밤나무가 어두운 녹색으로 빽빽이 겹쳐 있었다. 늙은 부인은 후미진 거실에서 언제나 손님을 만났다. 그 방에는 정신없이 울고 있는 매미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돌의 배치가 아름다운 정원 안에, 나무들의 모습이 다채롭게 속삭이고 있었다.



  「부디 전의 바다 얘기를 해주시면 안 됩니까. 저는 그걸 들으려고 실례하고 있으니까요.」



  「아뇨 천만에요⸻어디로 가버렸는지요. 그런 유별나고 즐거운 기분. ······제 어딘가에도, 그런 것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그렇게 대답하고 은은히 미소 짓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후, 왜인지 당돌할 정도로 정원을 안내해드릴게요, 보여드릴 곳도 없지만, 이라며 권했다.



  사람은, 앞에 서서 안내하며 가는 노부인의 걸음의 확실함과 건강함에, 아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나무 숲을 지나고 정자를 통해, 뒤편에 닿으면 있는 고루에 서면, 그녀는 가만히 뒷짐을 지고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루에는 느릅나무나 떡갈나무가 무성하고, 주변에 단풍이 무언가 고귀한 액체라도 마신 것처럼 물들어 있었다. 발밑의 수북한 낙엽 위에서 또 뚝뚝 낙엽이  포개졌다.



  그곳에서부터는 오래된 마을 거리가 한눈에 건너다보였다. 마을의 저쪽에 드문드문한 실루엣의 소나무숲이 보이고, 바다가, 아름답게 배반(杯盤)에 채운 것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조팝나무의 꽃 같은 것이 두셋 흩어져서 느릿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 것은 흰 돛이었다.


  노부인은 의연했다. 백발이 약간 흔들리고 있다. 온화한 은색의 테두리를 사뜨며.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아아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인가.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조차 알 수 없다. ······



  손님은 문득 돌아보고, 바람이 흔들리며 속삭이는 떡갈나무의 높은 곳이, 휙 이끌리는 끝에서, 눈부시게 들여다보이는 새하얀 하늘을 바라봤다, 왜인지 모르게 초조한 불안에 가슴이 미어지며. 「죽음」에 이웃한 것처럼 손님은 느꼈을지도 모른다, 생명이 복받쳐 팽이가 꼼짝않는 것처럼 도는 것 같은 정밀, 말하자면 죽음과 닮은 정밀과 이웃한 것처럼. ······




                              꽃이 한창인 숲 끝, 쇼와 16년 초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