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4편]


원본 출처 : https://www.fimfiction.net/story/4656/5/anthropology/dressing-in-style

역자: 스쿠틀루 / 검수 : Ad Hoc

번역 출처 : http://todayhumor.com/?pony_30790


인류학

by JasonTheHuman



라이라는 인간에 대한 미지의 전설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차려입기


복도를 내려가는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히는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걸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라는 잠들지 않고, 봉봉이 침실로 가는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확실하게 방해받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첫 참사 이후 절대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탁자에 일기를 놔두고 않았다. 두 발굽을 얼굴 앞에 올려대고, 눈을 감은 뒤, 집중했다. 천천히, 마법이 몸을 변화시키는 것을 느꼈다. 이 연습을 하며 더 쉽게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사고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젠 불편한 느낌도 거의 들지 않았다. 봉봉이 공황발작을 일으킨 뒤로, 이틀 밤이 지난 후에야 다시 손으로 글씨를 써볼 수 있었다. 이제 적어도 매주 3일 밤은 이 연습을 한다.


눈을 뜨자, 완벽한 한 쌍의 손이 보였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손가락을 구부리며, 다시금 그 느낌을 살렸다. 항상 손을 달고 다니면 무슨 반응을 할까? 사실, 대부분 포니는 봉봉처럼 반응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땐 손을 만들었다. 일기와 깃펜을 들고, 빈 페이지를 열었다.


며칠 밤 동안 아무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엔 반복되는 자세한 일들이 떠올랐다. 일기장의 빈 페이지를 보며, 생각에 잠겨 턱을 긁다, 선 몇 개를 긋기 시작했다.


먼저, 자세를 잡아야 했다. 그리고 그림 그려나갔다. 여성 인간은 남성과 다른 모습을 했다. 라이라는 갈기 사이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갈기가 어깨 아래로 내려갔고, 라이라는 그 모습대로 그림을 그렸다. 제대로 그린 것처럼 보이지 않아, 목을 조금 더 짧게 고쳤다. 인간의 목은 포니처럼 길지 않다.


또, 옷 문제도 있었다. 포니들은 옷을 특별한 장신구쯤으로 여기는데, 인간들은 항상 옷을 차려입는다. 평소에 바지를 입입는다. 라이라는 그림의 다리에 바지를 입혔다, 긴 소매 셔츠를 그 위에 그렸다. 그래, 좋아 보이네.


마지막으로 얼굴. 라이라는 잠시 멈추었다. 손가락으로 하릴없이 깃펜의 깃털을 쳤다. 인간이었다면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까? 일반적인 여성 인간의 얼굴을 그려봤다. 눈... 눈이 좀 작았지만, 그게 정상이다. 귀는 뾰족하지 않고, 머리 양옆, 가운데쯤에 있었다. 뿔은 없다.


뿔에 관해선 종종 생각하곤 했다. 인간은 뿔이 없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나쁜 일만은 아니다. 어쨌든, 손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공정한 교환으로 보인다. 그림을 그리며 제대로 그렸나 확인해보려고 왼손으로 받혔다. 오른손으로 깃펜을 쥐기 더 편해, 항상 이렇게 오른손으로 글을 쓴다.


다 되었다. 라이라는 자신이 인간이라면 어떤 모습일지 그렸다. 그리고 그린 그림을 보러 책을 들었다. 아주 좋아 보였다. 특이한 세부사항인 두 발로 걷는 자세와 꼬리가 없는 것, 그리고 손가락은 모두 사람일 때의 형태이고,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라이라는 실제로 자신이 이렇게 생겼기를 바랐지만… 손만으로도 벅찼다. 라이라는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소용없는 짓일 것이다.


일기를 덮어두고 다시 탁자에 올려놨다. 그리고 촛불을 불고, 베개에 고개를 뉘었다. 인간이 됐다고 생각하는 건 조금 터무니 없는 일일 것이다. 그들이 진짜라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인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귀 뒤가 가려워 긁었다… 그제야 아직도 손을 가졌단 걸 깨달았다. 분명한 사실이다. 라이라가 원하는 만큼 계속 손을 달고 다니면, 봉봉이 집에서 내쫓아버릴 거라, 없애야 했다. 뿔에 녹색 불빛이 번쩍이며 손가락이 다시 발굽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 봉봉은 평소 주말처럼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이번 달은 한 해 가장 큰 두 공휴일 사이에 끼어있어, 이번달엔 봉봉은 쉬엄쉬엄 일할거라, 잠시 동안은 느긋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라이라의 이상한 행동도 줄었다는 건 물론이다. 봉봉에게 손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이다.


“좋은 아침, 봉봉,” 라이라가 말했다.


“좋은 아 – “ 봉봉은 뒤를 돌아, 라이라를 봤고, 그대로 멈췄다. “어… 그건 또…?”


라이라는 흰 드레스 셔츠와 포니에겐 특히나 어색한 검은 바지를 입었다. 넥타이가 목에 걸려 축 늘여져 있었다. 봉봉은 그게 다 뭘지 짐작이 갔지만, 자신이 틀렸기를 빌었다.


“이따가 래리티네 가기로 했어,” 라이라가 말했다. “오늘 갤라 드레스 보러 가잖아.”


봉봉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그래. 주문했단 거 잊을 뻔했네.”


라이라는 넥타이를 내려다봤고, 뿔에 빛이 밝히며 넥타이가 조여졌다. “아무튼, 인간들은 이렇게 매일 옷을 입는다더라. 옷 입는거 버릇들 것 같아. 이 옷도 나한테 어울리는것 같고.”


봉봉은 라이라는 쳐다봤다. 그리고 말을 시작했다 – 가, 뭐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봉봉은 라이라의 발굽을 내려다봐, 아직 발굽이란 걸 확인했다. “어, 그건…”


“별로야?” 라이라가 말했다.


봉봉은 코를 찡그렸다. “아니, 그냥… 뭐, 매일 옷 챙겨 입는 게 귀찮겠다고. 정말 그 고생을 하고 싶어?”


“에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야.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고.” 라이라는 테이블에 앉았다. “어쨌든, 먹자!”


봉봉은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자리에 앉았다. 옷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떤 포니들은 좋아할 것이고, 언젠가는 라이라도 지쳐 이 바보 같은 짓을 포기할 것이다.


그런데 또 그 방식으로 앉았다. 등을 의자에 기대었다. 자기가 그들 중 일부라도 됐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라이라는 아침을 먹고 곧바로 집을 나섰다. 날씨가 쌀쌀했다.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낙엽달리기를 하기 전까지 몇 주 동안은 나뭇잎이 다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주황색과 붉은색의 나무들은 회색빛 하늘과 대조되며 자리잡고 있었다.


옷을 입으니 아주 따뜻했다. 바람을 확실하게 잘 막아주었다. 옷 입는건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왜 이 인간 문화의 독특한 면이 포니들에게 전해지지 않았나 의문이 들었다.


래리티의 부티크로 가는 도중, 마을을 지나가면서 몇몇 포니들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꿈속에서 인간들은 항상 옷을 입었지만, 포니는 그렇지 않다. 옷을 입으면 확실히 눈에 띈다.


래리티네 부티크의 문을 두드리고, 차분히 기다리면서, 흐뭇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발굽을 앞뒤로 흔들었다.


문이 열리고, 래리티는 누가 왔나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 오늘 오기로 했지. 들어와. 그나저나, 잘 어울리네.”


“정말?” 라이라는 래리티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응, 당연하지! 고전적인 흑백 조합, 그리고 그 넥타이는 정말 안성맞춤이야… 너 정말 캔틀롯 포니 맞구나?” 래리티는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장신구 줄까?”


“아니, 이대로 좋아,” 라이라가 말했다. “이 바지 정말 편하다.”


“사실, 우리 어머니도 그런 옷을 입으셔, 나는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래리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라이라의 뒤를 보았다. “와, 그런데 넌 잘 어울린다!”


“고마워!” 라이라는 래리티가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내 작품이 맘에 들 거야,” 난잡하게 어질러진 재료와 도안 더미를 지나 새로 완성된 드레스가 입혀진 마네킹으로 안내하며, 래리티가 말했다. “어때?”


라이라의 드레스는 순수한 백색에, 가장자리와 옆 부분의 자수는 청록색으로 되어있었다. 뒷부분은 우아하게 흘러나왔다. 소매와 목은 금색을 써 강조했고, 브로치는 라이라의 옆구리에 새겨진 큐티 마크처럼 리라 모양이었다.


“이건… 굉장해!” 라이라가 말했다. 래리티가 그걸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것보다 인간의 옛 의복인 토가가 떠올랐다.


“입어볼래? 완벽하게 되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 래리티가 말했다. “아, 그리고 신발이랑 머리핀 맞추는 거 잊지 마. 네 전 앙상블에 맞춰 제작했거든.”


“와, 정말 놀라운데,” 라이라가 브로치의 정교함에 감탄하며 말했다.


“자, 서둘러. 입었을 때 어떤지 보고 싶어,” 래리티가 말했다. 래리티의 뿔에 빛이 나며, 모형에서 옷을 벗겨 라이라에게 건네줬다.


“알았어,” 라이라가 답했다. “어… 잠시만.” 칸막이 뒤로 가, 셔츠와 바지를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거울을 보는 라이라의 옆으로 래리티가 갔다. “그럼, 어때?”


“훌륭해,” 라이라가 말했다. 좌우로 돌아보며, 목을 길게 빼서 자신의 모습을 온 각도에서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레 뒷발로 일어섰다.


“어… 뭐 하는 거야?” 래리티가 말했다.


“그냥 어떻게 보이나 해서…” 라이라가 말했다.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두 발로 오랫동안 서 있기는 어려웠다.


래리티는 입술을 깨물었다. “라이라, 넌 가끔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아, 특히 연주할 땐. 아마 갤라에선 좀 더…” 잠시 어울릴 단어를 찾았다. “여성스럽게 행동해야 할 거야.”


라이라는 다시 네 발로 섰다. “어? 아. 그래…”


“이건 공식 행사야. 초대받은 게 정말 행운이라고. 갤라에 있는 포니들은 캔틀롯 격식을 갖추길 기대한다는걸 명심해” 래리티가 말했다.


“래리티, 넌 전에 갤라에 가본적이 있지?” 라이라가 물었다.


래리티의 얼굴이 떨렸다. “뭐… 어, 그런데 다시 못 갈까 걱정돼. 그래도… 모두에게 어디서 네 맞춤 드레스를 얻었는지 말해줘. 그리고 캔틀롯 주요 인사를 보면 – “


“난 못 알아볼걸. 그런데 신경 써본 적 없어서,” 라이라가 말했다. “아무튼, 고마워.”


“별거 아닌데 뭐.” 래리티가 평정을 되찾았다. “포장해줄까?”




부티크를 나가, 마을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며, 래리티가 한 말을 떠올렸다.


캔틀롯.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래리티의 말대로, 매우 격식을 차린 자리다. 답답하고 지루하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그랜드 갤로핑 갤라는 명예로운 일이다. 그런 곳에 초대받았다는 건 라이라의 재능이 음악이라는 증거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생각에 잠겨 고개를 숙이고, 습관적으로 거실로 들어갔다.


래리티는 라이라를 “캔틀롯 포니.” 라고 불렸는데, 웃기는 일이다. 옷을 입은 건 사교계보단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라이라는 항상 지신이 캔틀롯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부모님의 집을 떠날 때 행복했었다.


“아, 저기 오네! 보고싶었단다, 하트스트링스!”


아버지의 목소리에 라이라의 머리가 번쩍 뜨였다. 봉봉은 거실에서 암청색 유니콘과 보라색 페가수스와 앉아 있었다. 라이라는 말문이 막혔다. 부… 부모님? 여기? 지금? 포장한 옷이 땅에 떨어졌다. “아빠? 엄마? 어-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 오셨어. 곧 있으면 네가 올거라 말했지,” 봉봉이 말했다.


“오늘 올거라고 했잖니,” 어머니가 말했다. “편지 받았잖아. 그런데 옷 입었구나. 좋은데.”


”아… 네,” 초조하게 웃으며 라이라가 말했다. 아무 편지도 못 받았다. 실내가 좀 더워, 넥타이를 풀었다. 웃기는 일이다, 조금 전만 해도 추위에 떨었는데. “이것 좀 가져다 놓고, 돌아올게요.”


좀 빠르게 방을 뛰어나가, 라이라는 침실로 향했다. 먼저 벽장에 포장한 옷을 넣고, 일기를 침대 밑에 숨겼다. 서재로 달려가, 예전 책들을 모두 소파 뒤에 던져 넣었다.


방안을 둘러보고, 만족스러워했다. 인간 옷을 갈아입어야 하나? 아니, 너무 오래 걸린다. 게다가, 이미 어머니가 옷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라이라는 주변을 둘러보다, 봉봉과 마주쳤다.


“부모님께서 오신다고 말 안 했잖아, 하트스트링스,” 이름을 이상할정도로 강조하며 봉봉이 말했다. “편지는 또 뭐야?”


“받은 적 없어. 배달 오면서 잃어버렸나 봐,” 라이라가 말했다. 눈으로 방을 훑으며, 놓친게 있나 살펴봤다. “너도 알잖아, 그 편지 배달해주는 페가수스. 정말 바보(ditz)라니까. 항상 뭘 잃어버려.”


“그러시겠지, 하트스트링스. 어쨌든, 점심 준비하려던 참이었어. 난 부엌으로 갈게. 가족이랑 시간 좀 가지지그래? 너 기다리시던데.”


라이라는 다시 방을 훑어봤다. “됐어! 넌 그 – “ 말을 멈췄다. “잠깐, 왜 계속 그렇게 부르는 건데?”


“뭘 말야, 하트스트링스?” 봉봉은 짓궂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내…” 라이라가 말했다. 눈을 깜빡였다. “내가 본명 안 말해줬지?”


“그래, 안 했어. ‘하트스트링스’라고 하시길래, 잘못 찾아오신 줄 알았다. 내가 제 룸메이트 ‘라이라’는 나갔어요 라고 말했을 때 표정을 너도 봤어야 했는데! 왜 ‘라이라’가 별명이라고 안 말해줬어?” 봉봉이 말했다.


라이라는 한숨 쉬었다. “좋아… 포니빌에 오고 나서 인간식 이름을 쓰기로 했어.” 봉봉의 입이 열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캔틀롯에 가기 싫어하는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 처럼 이해 못하겠지만… 난 내 본명이 싫어.”


“몇 년 동안 함께 살았잖아. 적어도 네 이름 정도는 말해줬어야지.”


“미안… 그래도 부탁이야! 내 연구에 관해선 얘기하지 말아줘.”


“네… 연구?” 봉봉은 얼굴을 찡그렸다.


“인간 말이야. 부모님은… 절대 허락 안 해주실 거야. 내가 인간같은건 관뒀다고 생각하셔. ‘평범한 유니콘’처럼 행동하길 원하신다고. 인간에 관한 건 전부… 다 허튼소리라고 생각하셔.”


“라이라, 나도 허튼소리라고 생각하는데.”


“몇 번이나 말해줘야겠어? 루나 공주님이 하신 말씀이 뭔가 더 있다는 걸 증명한다니까! 내가 찾아낼 거야.” 라이라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부탁해. 오늘만이라도, 내가… 평범한 것처럼 행동해 줄 수 있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봉봉은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해. 요즘 많이 놀라게 했단 건 알아,” 라이라가 말했다. 바닥을 바라보며, 최대한 미안해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라이라는 그게 통하길 바랐다.


“평범이라,” 봉봉이 말했다. “네가 얼마나 많은걸 바라는지는 알지? 네 본명도 안 말해줬잖아! 그리고 그 손 사건 이후로– “


“크게 말하지 마, 제발!” 라이라가 목소리를 숨죽였다. 초조하게 거실을 살펴봤다.


“완전히 정신 나갔네.” 봉봉은 머리를 흔들었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진심이야. 그리고… 내가 갤라에 간다는 걸 들으셨을 때, 정말로 자랑스러워 하셨어, 항상 음악에 집중하길 원하신단 말이야…” 라이라가 말했다. “나한텐 인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 못 하셔.”


“나도 못하는데.”


“딱 오늘만. 우리 둘 다 인간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거야.”


“그거 좋네, 하트스트링스. 습관 들 수도 있겠는걸,” 봉봉이 말했다.


“진지해. 아무것도 말하지 마.” 발굽으로 봉봉을 가리키며 말했다. 더 말하긴 싫었다. 라이라는 거실로 갔고, 봉봉은 부엌으로 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라이라가 부모님께 말했다. 소파에 앉으려다, 딱 멈췄다. 평소처럼 앉으면 안 됐다. 부모님 앞에선 안 된다. 천천히, 어색하게, 다른 포니들처럼 누었다. 일반적인 라이라 자세가 아니었다.

“집에 편지 보낸 이후로 오랜만이구나. 몇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못 들었네,” 어머니가 말했다. “어떻게 지내니?”


“아, 전… 바빴죠…” 라이라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빠르게 덧붙였다. “물론, 연습하느라.”


“네 룸메이트도 그렇게 말했단다,” 아버지가 안경을 찌르며 말했다. “아직도 네가 그랜드 갤로핑 갤라에 초대된단 게 믿기지 않는구나. 굉장히 명예로운 일이야.”


“네가 역시 영재란 걸 알았단다,” 어머니가 덧붙였다. “그나저나, 여기 왔을 때, 네 룸메이트가 아직 예전 별명으로 부르더구나. 예전에 땠다고 생각했는데.”


“아, 그거요?” 라이라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네, 그 이름이 인기 좀 있어서요. 모든 사 – “ 라이라는 말을 바꿨다. “이젠 모든 포니가 절 그렇게 부르죠.”


“그 터무니없는 옛날이야기는 끊었잖니,” 아버지가 말했다.


반박은 쓸데없는 짓이란 걸 알기에, 라이라는 겨우 폭발하는걸 참았다. 부모님께선 확실히 회의적이시다. 아버지는 예전 그 과제 점수를 가리키며, 인간이 진실이 아니란 증거라 말씀하셨다. 그럼 주변에 있는 증거는 뭔가? 이퀘스트리아에 있는 인간 사회의 잔유물은?


봉봉은 조심스럽게 입에 음식 쟁반을 물고 부엌에서 나왔다. 쟁반을 테이블 위에 놨다. “오신다고 하셔서, 특별한 걸 준비해 봤습니다.” 아침에 만들고 남은 캐서롤(찜이나, 찌개 비슷한 요리)이었다. 신선해 보이도록 화려한 작업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나저나, 아직 이름을 여쭙지 않았네요.”


“듀이 데시멀,” 라이라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리고 난 시러스란다,” 어머니가 말했다. 시러스는 쟁반을 바라봤다. “맛있어 보이네. 전문 요리사라고 했었지?”


“제과점이에요,” 봉봉이 명확하게 했다. “사실, 최근에 취직했습니다.”


라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지금 대화는 자신과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모님께서 별명 이야기를 묻지 않으시면, 모든 것이 다 괜찮고, 부모님의 방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참 좋구나, 하트스트링스. 항상 수제 사탕을 먹을 수 있잖니,” 듀이가 말했다.


“네… 모든 것이 아주 완벽하죠,” 라이라가 말했다.


“물론이지,” 봉봉이 말했다.


“모든 게 완벽히 평범합니다,” 라이라가 덧붙였다.


아버지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말이구나. 어쨌든, 네가 떠나고 캔틀롯에 많은 일이 있었단다, 하트스트링스.”


라이라는 이름을 들으며 움찔했다. 오늘 너무 많이 들었다. 라이라는 16살이다. 이미 어른이고, 몇 년 동안이나 자취도 했다. 그러나 부모님께선 여전히 어린애처럼 대하신다.


몇 시간이 지났다. 어머니가 날씨 공장의 이번 겨울 계획을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는 캔틀롯 사교계를 말씀하셨는데, 봉봉이 아주 좋아했다. 라이라는 하품만 나왔다.


그러다 라이라에게 갤라에서 연주할 곡을 부탁했다. 라이라는 리라를 들고, 절반 정도를 연주했다. 어짜피 2절에선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니까. 그리고 나서 리라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더 실력발휘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봉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뭐, 좀… 다른… 할 일이 있거든,” 라이라는 봉봉의 표정을 보았고, 무슨 뜻이었는지 알아챘다.



“어떤?” 듀이는 귀를 기울였다. 라이라는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왔나?” 라이라가 뛰쳐나갔다. “제가 갈게요.”


빠져 나와서 조금 기뻤다. 누가 왔는진 몰라도, 중간에 끼어들어 줘서 고마웠다.


라이라가 방을 나가고, 시러스가 봉봉을 바라봤다. “그런데 걱정하는 게 있단다. 혹시 봉봉이 ‘인간’에 관해 말하지 않았니? 어렸을 때, 아주 빠졌었는데, 좋지 못하거든. 아직도 그 이름을 쓰기까지 하고.”


이 놀라울정도로 평범한 캔틀롯 포니들에게 그들의 미친 딸과 지내며 느낀 공포감을 얘기하고, 비명을 질러버리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대신, 더 나은 판단을 하고, 간단히 답했다. “인간이요? 아뇨. 아닙니다. 그게 뭐죠? 확실히, 한 번도 못 들어봤네요.”


“그거 다행이구나. 다 잊은 것 같네,” 시러스가 말했다.


봉봉은 현관을 흘겨봤다.


“안녕, 라이라. 집에 있어 다행이야. 들어가도 될까?” 트와일라잇의 목소리였다.


“응. 어, 그런데 부모님께서 오셨어.”


“괜찮아.” 트와일라잇은 라이라를 따라 거실로 향했다. 라이라의 아버지를 보자 멈춰 섰다. 트와일라잇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듀이 씨? 캔틀롯에?”


“트와일라잇 스파클! 정말 오랜만이구나,” 듀이가 눈인사하며 말했다. “너도 포니빌에 산다는 걸 잊을 뻔했네.”


“라이라? 아버지가 듀이 씨라고 말 안 해줬잖아!” 트와일라잇이 웃으며 말했다.


“묻지도 않았지,” 라이라가 답했다.


트와일라잇의 눈가가 촉촉해 보였다. “캔틀롯 도서관이 정말 그립네요.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도서관. 거기서 몇 시간씩 보내곤 했는데.”


“어떻게 지내니, 트와일라잇? 여전히 공주님께 배우고 있는 것 같은데,” 듀이가 말했다.


“물론이죠. 사실, 제게 새 임무를 주셨어요. 여긴 라이라가 빌려 간 책 가져가러 왔고요,”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네가 잊어버린 줄 알았어. 그 전설 – “


“아, 그 책?” 라이라가 말을 가로막았다. “안 잊었어. 사실, 서재에 있어. 가서 줄게.” 문제의 책은 다른 책들과 소파 뒤에 숨겨져 있다. 라이라는 재빨리 이야기를 지어냈다. 계획에도 없는 일이 일어나버렸어, 잘 마무리해야 하는데… 다른 책들도 전부 치워버리면, 책장이 비워져 버릴 건데? 아니, 말이 안돼잖아.


“좋아,”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나도 잊을 뻔했네, 공주님께서 무슨 보고서를 써달라고 하셨어.”


트와일라잇은 발굽이 미끄러지고 있는 걸 눈치챘다. 라이라가 뒤에서 밀고 있었다. “그것참 흥미롭네, 트와일라잇. 책이나 찾자. 너 바쁘잖아.”


“괜찮아, 라이라, 내가 걸어갈게,”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라이라는 서둘러 복도를 내달렸다. 트와일라잇은 어리둥절해하며 따라갔다. 말도 없이 소파를 뒤집고, 라이라는 벽에 박힌 책을 들어 올렸다.


“재미있는데, 어떻게 들어갔지?” 라이라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여기 책. 사실, 뭐 좀 하던 중이라서, 이만 가고 – “


“그냥 확인하러 온 거야, 너 괜찮은 거 맞지? 필요한 연구는 했어?” 트와일라잇이 물었다.


“어, 당연하지. 다시 가져가도 돼. 괜찮아.” 라이라가 발굽사래를 쳤다.


“그럼… 고마워!” 트와일라잇은 다시 돌아, 거실로 갔다.


라이라의 아버지가 말했다. “너희 둘이 친구일 줄을 몰랐네. 어떻게 지내는지 듣고 싶구나, 하트스트링스.”


“어, 그게… 죄송해요,” 라이라가 말했다. 책에 관해 뭔 말을 꺼내기 전에, 빨리 트와일라잇이 떠나길 빌었다.


“이상한데, 미확인 생물에 관한 유용한 책이 많진 않지만, 도서관을 뒤져봐도 이 책으로만 연구 보고서를 쓸 수 있었어.”


라이라는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이번엔 공주님께서 뭘 조사하라 하셨니?” 듀이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


트와일라잇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라이라, 네가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네가 보여주기 전까지 인간에 관해 전혀 듣지 못했거든.”


듀이는 간신히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았다. “너 방금… 인간이라고 했니?”


라이라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였다. “어, 당연히 아니지, 트와일라잇, 난 그런 거 전혀 모르는데…”


“네가 ‘인간’ 집착을 끝냈다고 말한 거로 아는데, 하트스트링스,” 시러스가 말했다.


“끝냈어요! 물론 끝냈죠,” 라이라가 주장했다.


“몇 주 전에 도서관에 와서 물어봤잖아.” 트와일라잇이 고개를 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 책 때문에 여기 왔고. 다른 책에는 인간이 없었어. 그나저나, 이제 발굽 괜찮네.”


봉봉은 캐서롤을 먹다 목에 걸려버렸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라이라가 말했다. 머릿속엔 의문으로 가득 찼다. 셀레스트아 공주님께선 인간 보고서를 원하시는데, 루나 공주님 말씀대로라면, 두 분 다 누구보다 잘 아셔야 할 텐데. 그리고 뭣보다, 루나 공주님께서 다시는 인간을 언급하지 마시라고 했잖아? 어째서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선 자기 제자에게 뭐든 남은 정보를 캐라고 보내셨을까? 아니면…

“하트스트링스, 우린 네가 정신 차렸을 줄 알았다,” 아버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끼어 말했다. “갤라 공연 연습에 한창일 거라 생각했단다. 몇 달밖에 남지 않았잖니. 트와일라잇이 보고서를 써 가는 게 좋을 것 같구나.” 트와일라잇을 바라봤다. “그런데 공주님께서 그런 터무니없는 임무를 맡기시다니.”


트와일라잇은 문을 힐끗 돌아봤다. “제가 좋지 않은 때에 온 것 같네요…”


“괜찮아요,” 라이라가 말했다. “인간은 다 땠어요. 전 음악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죠?” 자기도 뭐라 하는지 믿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심이 말해야 했다. 트와일라잇이 갑자기 수상쩍다는 듯 나타났다.


“그거 좋구나,” 시러스가 말했다. 시러스는 듀이를 돌아봤다. “애초에 그 책을 주면 안 됐다고 했잖아.”


“이렇게 문제가 될진 몰랐지,” 듀이가 말했다.


라이라는 초조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젠 그 책들도 없어요, 그럼…”


“뭐, 반납해줘서 고마워,” 천천히 문에 다가가며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사실, 공주님께서도 자세히 말씀해 주시진 않으셨어요. 항상 제 평소 연구에 추가로 과제를 내주시죠, 정말 특별한 건 아니에요.”


“이상하구나,” 듀이가 말했다. “그래도 네 일을 막진 않으마.”


“그래요.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되겠네요,”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빠르게 돌아 쏜살같이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부모님은 다시 라이라를 돌아봤다. 길고 괴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럼, 어… 디저트 드실 분?” 봉봉이 물었다.




밤이 되자, 듀이와 시러스는 작별인사를 했고, 캔틀롯행 마차가 출발하는 걸 보며 발굽을 흔들었다. 마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라이라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할 말은 할게, 너희 부모님 때문에 깜짝 놀랐어,” 라이라가 안으로 들어오자, 봉봉이 말했다. “너무 평범하셔. 너도 알다시피, 난 너희 부모님도 – “


“우릴 보고 계셔,” 라이라가 말했다.


봉봉은 라이라를 바라봤다. “누가?”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봉봉은 얼굴에 발굽을 댔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라이라?”


“넌 트와일라잇이 와서 인간에 관해 물어본 게 진짜 우연이라 생각해?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개인 제자잖아! 아무도 알면 안 되는 걸 내가 아니까 공주님들께서 감시를 붙이신 거야!” 라이라는 쉴 새 없이 방 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녔다.


또 시작이다. 오늘은 거의 평범한 날이었고, 라이라도 진심으로 평범하고, 정상적인 포니가 됐었지만, 부모님께서 가시고 난 후, 다시 정신이 나갔다.


“라이라, 트와일라잇은 몇 년 동안이나 우리 이웃이었어. 스파이가 아니라고,” 봉봉이 말했다.


“그럼 왜 공주님께서 인간에 관한 보고서가 필요하시다 한 걸까? 루나 공주님 말씀대로라면, 이미 다 알고 계실텐데 말야,” 라이라가 말했다. “나를 연구하는 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