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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출처: https://www.fimfiction.net/story/4656/13/anthropology/a-chance-of-rain
역자: 스쿠틀루 / 감수: Ad Hoc
번역 출처: http://todayhumor.com/?pony_53100
인류학
by JasonTheHuman
라이라는 인간에 대한 미지의 전설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강수확률
라이라는 빵 굽는 냄새에 눈을 떴다. 시나몬인가? 봉봉이 빵을 굽는 모양이다.
라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볐다. 그리고 두 손이 보였다. 그렇다... 이제 라이라는 인간이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비쳤으며, 프랑스 거리를 지나는 수레가 보였다.
라이라는 잠시 생각을 하고서, 다리를 침대 옆면에 걸쳐 일어섰고, 한쪽 팔은 침대에 기대었다. 라이라는 기지개를 펴며 뻣뻣한 몸을 풀었다.
아래층에서 목소리가 들렸지만, 알아들을 순 없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같이 사는 인간의 목소리 같진 않았다. 라이라는 머리를 긁으며 아래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오드리는 탁자에 앉아 부엌 가운데에 있던 은색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는 어제처럼 묶여있지 않고, 어깻죽지까지 내려져 있었다. 전에 봤을 때는 필요 없어 보였는데,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라이라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렸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라이라가 하품을 하며 답했다. 라이라는 오드리가 보고 있던 물건을 살폈다. 저기서 목소리가 나오는 듯했다.
“저희의 지속적인 대선 공약 보도로 다시...” 그 목소리는 딱히 누구에게 말하지는 않아 보였다. 오드리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가 길고 검은 물건을 집어 들자, 상자 소리가 멎었다.
“엄마랑 아빤 벌써 일 나갔어,” 오드리가 말하자, 라이라는 정신을 차렸다. “꽤 늦잠 잤던데, 막 깨우려던 참이었어.”
“내가 늦잠을 자는 편이긴 해,” 라이라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머리 멋진데. 평소보다 더 웃기잖아,” 오드리가 말했다. “필요하면 머리빗 하나 빌려줄게. 밥 먼저 먹어도 되고.”
무언가 익숙한 향기가 강하게 풍겨왔다. “네가 구웠어?” 라이라가 물었다.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 사이를 쓸며, 가다듬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시나몬 롤이야. 이건 먹어도 괜찮지?” 오드리가 말했다. “어제 일은 아직도 끔찍해.”
“응, 이건 괜찮아,” 라이라가 답했다. “아주 딱 맞아. 내 룸메이트도 이런 거 해줬었거든. 걘 전문 제빵사였어.”
“하지만 난 아닌걸,” 오드리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그냥 필즈베리*꺼야.” 그녀는 라이라가 의아해하는듯한 표정을 짓는걸 보았다. “포장된 음식이거든. 그냥 오븐에 넣고 돌리면 돼.”
(*미국의 식료품 회사)
라이라는 익숙한 음식을 보게되어 마냥 기뻤다. 그녀는 냄비가 올려진 스토브에 다가갔다. 접시와 은 식기가 옆에 놓여 있었다.
“커피도 만들었으니까, 마시고 싶으면 마셔.”
“아냐, 괜찮아,” 라이라가 말했다. “별로 안 좋아해. 너무 쓰거든.”
모든 것들이 낯설어 보였지만, 인간 세계에도 익숙한 것들이 있었다. 많은 포니가 커피를 좋아했다. 캔틀롯에 포니 조는 자기 돈을 거의 커피에다 쓰기도 했다. 라이라도 예전에 몇 번 마시려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탕을 부어도, 그 맛에는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었다.
라이라는 오드리 건너편에 앉았다. 여전히 현실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좋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인간과 아침을 함께 먹는 건 꿈도 꾸지 못했으니까.
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봉봉이 만든 것보단 못했지만, 괜찮았다.
뒤쪽에 은빛 상자가 있었다. 라이라가 상자를 더 잘 보려고 몸을 돌리자, 상자 안에 인간 형상이 보였다. 그 옆엔 눈으로 좇을 새도 없이 글자들이 움직여 다녔다. 인간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선거보도밖에 안 하네. 벌써 질려. 더 관심을 가지긴 해야겠지만. 내년이면 우리도 투표를 할 수 있으니까,” 오드리가 말했다. “적어도 넌 하겠지. 넌 민주당이야, 공화당이야?”
라이라는 오드리를 바라봤다. “잘... 모르겠어.”
“안 정했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텐데.” 오드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네 룸메이트는?”
“어? 걔가 뭐?”
“전문 제빵사라고 했었지?”
“그래. 정확히는 제과 쪽이야. 사탕 같은 단 걸 만들거든,” 라이라가 말했다. 빵을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나도 단거 좋아해서, 잘 지냈지.”
오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걘 몇 살인데?”
“나보다 몇 달 더 일찍 태어났지.”
“전문 제방사가 되기엔 너무 어린데...” 오드리가 말했다.
“그렇지만은 않아. 지금 다니는 곳에 취직하기 전에도 몇 년 동안 일했었으니까,” 라이라가 말했다. “그런데 음, 너희 부모님께선 무슨 일 하셔?” 라이라는 주제를 다시 인간으로 돌리고 싶었다. 지금 고향 생각을 하자니 심란해서였다.
“아빠는 801 그랜드에 있는 프린시플 금융 그룹에서 일해. 마을 중앙에 있는 큰 건물이야,” 오드리가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교사고. 중학교 영어 교사야. 아직 여름학기 중이고.”
그래, 교사, 그리고... 라이라는 다른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어... 영어가 뭐야? 그러니까, 영국 같은 건가?” 영국은 책에서 읽은 인간 국가 중 하나였다. 다양한 국가들이 돌아가는 사회 체계가 아직 낯설었다. 그래도 한 나라의 언어마다 교사를 두진 못할 것이다.
“알잖아, 영어. 문학이나, 작문. 어학 말이야,” 오드리가 말했다. “라이라... 어제 네가 한 말 정말 이상했어. 네가 빨리 학교를 나왔었나 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라이라는 어깨를 들썩였다. “다들 그때쯤 졸업하던데.”
오드리는 얼굴을 찡그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그럼 어느 학교 다녔는데?”
라이라는 머뭇거렸다. “그게... 어...” 뭐라 말하지? 오드리는 어제 마법 이야기를 듣고 웃었었다. 캔틀롯 마법 학교는 뛰어난 학교였지만, 분명 인간의 교육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어, 그게... 알잖아. 학교."
오드리는 다시 의자에 앉아 팔짱을 꼈다. “좋아...” 오드리가 말했다.
“바깥 좀 구경하고 싶어. 어제 좀 둘러봤는데, 다 보지도 못했거든. 지금 집 생각을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라이라...” 오드리는 잠시 망설였다. “어제 부모님하고도 이야기해 봤는데, 나랑 같은 의견이셨어. 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그렇게까지 해 줄 필요는 없어.” 라이라가 말했다. “여기 지내게 해준 것만 해도 충분해. 정말 고마워.”
“뭐, 알겠어. 하지만... 내 말은 치료가 필요해 보여서 말야.”
봉봉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런데 왜 오드리도 저런 말을 하는걸까? 오드리의 존재가 라이라가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인데.
“무슨 말이야?” 라이라가 물었다.
“분명 네 현재 상황으론 혼자서 감당할 여유는 없겠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적어도,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주기만 해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거야.”
“말했지만 그건- ”
“이건 중요한 문제야, 라이라. 우선, 왜 어렸을 때 집을 나간거야? 부모님이 뭘 했길래?”
“아무것도 안 했어... 진정한 나 자신을 알 때라고만 하셨지. 아주 좋은 분들이셔.”
오드리는 라이라와 같은 나이라 말했고,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었다. 부모님은 일하러 가셨지만, 오드리는 아직 학교를 다녔다. 라이라는 이제 자신을 어른이라고 생각해도 되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몇 년을 혼자서 잘 살아왔는데.
오드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기 싫은 건 알지만, 정말 거짓말 아니야? 이상하잖아.”
"정말 거짓말 아니야,” 라이라가 말했다. “네 세ㄱ – 아니, 이곳은 내가 온 곳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잖아. 하지만 내가 살았던 곳에선 당연한 일이었어.”
“모든 걸 두고 떠났다는 게 안 믿기니까 그러지.”
“고향 일은 다 괜찮다니까,” 라이라가 말했다. "그냥... 그냥 그곳이 내가 있을 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진짜 가족이 따로 있다는걸 알게 되었을때, 왜 그런 생각이 든건지 알게 되었지. 난 내가 누구여야 하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오드리는 머그잔을 집어, 한참 전부터 김이 나지 않고 차갑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나도 네가 부모님을 찾는 걸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사진 한 장이랑 기껏해야 너랑 비슷한 나이인 내가 어떻게 찾겠어,” 오드리가 말했다. “집에 돌아갈 생각은 해 봤어? 친구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건... 이젠 불가능해,” 라이라가 답했다.
“왜?”
“설명하기 어려워.” 라이라는 빈 접시를 바라봤다. “그냥 날 믿어줘. 너한텐 다 사실대로 말하고 있으니까.”
“거슬리는 질문이라면 미안해. 하지만 우리와 지내는 한, 네가 온 곳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을 뿐이야,” 오드리가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뭐 할 생각이야? 오늘은 그냥 쉴까.”
“난 나가서 연주 좀 더 해야겠어. 아직 돈이 부족하거든,” 라이라가 말했다.
“아. 그러네. 허가는 받았어?” 오드리가 말했다. “온라인에 몇 가지 검색해 봤거든. 길거리 음악가들에게 도시는 좋은 장소긴 하지만, 허가가 필요해.”
“아니, 그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 라이라가 말했다. 오드리가 오늘 그런 정보를 구할 시간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했다. 얼마나 일찍 일어난 걸까? “지금껏 공공장소에서 연주했는걸. 문제 있던 적은 없었어.”
“그래, 누가 신고 안 한 게 다행이다. 일단 연주하기 전에 허가부터 받아야겠어. 5달러 정도 할 거야. 아, 네 신분증도 필요하고.”
“뭐?”
“그러고보니...” 오드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네 성이 뭔지 말 안 해줬잖아. 그 정돈 알려줄 수 있지?” 오드리는 미소를 지었다.
라이라는 잠시 넋을 잃었다. “내... 성 말이야?”
“그래.”
라이라는 시선을 피했다. “그것도 문제네... 모르겠어,” 라이라가 답했다. “아직 부모님에 관해선 아무것도 모르거든.”
“그래도 전에 살았던 곳에서 뭐라고 불렀을 거 야냐,” 오드리가 말했다. “널 입양한 가족은 뭐라고 했어?”
라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라이라라고만 불렀어.” 뭐, 사실, 하트스트링스라는 이름이 있지만. 그게 트와일라잇처럼 인간에게 이상한 이름이라면, 그건 또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래... 성도 없고, 신분증도 없는거네.”
“응.”
“길거리 공연으로 벌금이라도 물면 일이 커지겠는걸...” 오드리는 이마를 문질렀다. “내가 뭐하는 짓인지 참,” 오드리가 중얼거렸다.
“미안,” 라이라가 말했다. “말했잖아. 내가 자란 곳은 완전 다르다고.”
“그런 것 같네.”
라이라는 다시 구석에 상자를 바라봤다. 인간의 모습이 안에 보였다. 그 뒤로 다양한 색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한 지역을 가리키는 듯 보였다. 오드리가 탁자에 놓인 기다란 물체를 들었다. “아, 일기예보 차례네.” 오드리가 상자를 가리키자 다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름이 낄 것이며, 오후엔 비가 올 수 있습...” 남자 뒤에 여러 색깔이 사라지며 숫자와 작은 해와 비구름 모양이 나타났다.
“3, 4시쯤에 비가 올 거래,” 오드리가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일 때문에 밖에 나가면, 그때까진 집에 오도록 해.”
라이라는 상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고는 잠시 생각을 하고 덧붙였다, “우리 엄마도 날씨 일을 하셨어.”
“아, 정말? 앵커나 그런...?”
“생산직이셔,” 라이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오드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국 이름이 뭔지는 안 알려주겠지?”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런식으로 시작하는 거니까... 다른 말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믿어도 좋으니까 언제든지 말해줘. 알겠지?”
“그래, 알겠어...” 라이라가 말했다. 이미 다 먹었지만 멍하니 포크를 들었다. 그녀는 그 포크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신기한 듯 살펴봤다. 잠시 후, 다시 오드리를 바라봤다. “사실, 물어볼 거 하나 있어.”
“말해.”
“옷 살만한 곳 있어? 떠날 때 많이 가져오지 않았거든.”
“그래, 시내에 중고매점 몇 군데 있긴 하지. 걸어가도 멀지 않으니까 나중에 가도 될 거야.”
“고마워, 그럴게.”
둘은 함께 그릇을 치웠고, 라이라는 위로 올라가 나갈 준비를 했다.
라이라는 욕실 안 거울 앞에 서, 초록 머리의 인간을 바라보고있었다. 머리빗을 집으러 움직이자 동시에 거울 속 인간도 움직이니 깜짝 놀랐다. 저 모습이 자신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손잡이는 손에 꼭 맞았다. 포니였을 때 갈기를 빗을 때랑 거의 같았지만, 이젠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럴때마다 사물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머리빗 같은 간단한 것들마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 세계는 몇 세기 전으로 돌아가도 이퀘스트리아와 별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확히 얼마나 먼 과거까지 그럴까?
라이라는 빗질을 하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최선을 다해 가다듬었다. 그래도 머리가 좀 떠 있었지만, 별문제는 아니었다.
라이라는 다시 한 번 거울을 바라보며, 이 정도면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잠시 감탄하며 바라봤다. 몇 달 전 그렸던 그림과 놀라울정도로 닮았다... 마음으로는 항상 인간이란 걸 알고있었던 것이다.
라이라는 방으로 돌아가 창문 앞에 섰다. 일기예보에서 3, 4시쯤에 비가 올 거라 했으니, 상점에 가려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벌써 구름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하늘이 어둑했다.
지금은 어젯밤에 하려 했던 것처럼 책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책이 워낙 많아서 어떤것부터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이제 알아갈 세상 온갖 지식이 갖춰져 있었다.
두께가 늘어나게 양장본으로 된 “해리 포터”라 적힌 책 묶음이 보였다. 소설 같았다. 표지를 보니 어렸을 적 읽은 데어링 두의 모험이 떠올랐다. 여기 있는 책 대부분이 소설 같았다. 한쪽 책꽂이 전체엔 윌리엄 셰익스피어란 인간이 지은 책들이 가득 차 있었고, 내용을 보아하니 희곡같았다.
라이라는 인간의 역사에 관한 걸 읽고 싶었다... 잠깐, 여기 뭔가 있다. 아들러의 인간이해*. 완벽해.
(* 오스트리아의 심리치료사이자,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인 일프레트 아들러의 저서)
라이라는 이 책을 집어, 침대에 누워 도입부를 읽기 시작했다. 심리에 관해 중점으로 다룬 듯했지만... 나름 괜찮았다. 서두에선 “인간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입증하기 위하여 작성된 책이라 밝혔다. 정확히 라이라가 알고 싶었던 것이었다.
처음 몇 장을 읽었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여기 있는 거라곤 의식과 심리에 관한 것뿐이다... 트와일라잇이 옆에서 온갖 용어들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게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인간 세계를 그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라이라는 창문을 바라봤다. 아직 비가 내리지 않았다. 시간을 잘못 알고 있나 했지만, 분명 지금쯤 내리기 시작해야 했다. 여전히 구름이 잔뜩 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라이라는 책을 덮고, 탁자 옆에 두었다. 시간이 늦어지니, 어서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에 관한 건 평생 읽어왔으니까, 빨리 밖에 나가 이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책에서 본 것을 활용할 때였다.
인간 화폐 뭉치가 놓여 있어, 라이라는 그걸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드디어 나간다... 어제 연주로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지? 너무 복잡하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찬장에 접시를 채워 넣는 오드리가 보였다. 잠시 오드리가 손으로 접시를 집고, 쌓았다가 네, 다섯 개를 한 번에 찬장에 옮기는 걸 지켜봤다.
오드리는 인기척을 느끼고 멈췄다. “뭐 도와줄까?”
“아니, 그냥... 어, 지금 가게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라이라가 말했다. “너도 갈래?”
“아직 할 일이 있어. 시내에 나랑 만났던 공원 좀 지나면 의사당이 있는데, 거기서 몇 블록만 지나면 중고매점이 몇 군데 있을 거야. 보면 한 번에 알껄.”
라이라 생각이 맞았다. 여기가 바로 수도다. 다른 평범한 인간 도시들은 포니빌이나, 기껏해야 메인하탄 정도로 작겠지. 인간으로 사는 삶을 시작할 여러 장소가 있겠지만,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게 너무도 신났다.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그래. 조심해,” 오드리가 말했다.
“너무 늦기 전에 돌아올게.”
라이라는 정문을 향했고, 다시 도로를 나섰다. 그녀는 잠시 멈춰서 방향을 살피며, 지난날에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되짚어 봤다. 일단 그... 식당으로 돌아가야겠다. 라이라는 식당에서 있던일을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공원은 식당 아랫쪽에 있다. 라이라는 대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식당을 향해 인도를 따라 내려갔다.
라이라는 개 목줄을 잡고 걸어가는 한 쌍의 인간들을 지나쳤다. 개는 무릎 높이 정도 덩치에 검은 녀석이었다. 라이라를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목줄을 쥔 인간이 라이라에게 고개 인사를 했고, 라이라도 웃으며 답했다. 이곳이 큰 도시이긴 했지만, 포니빌의 포니들처럼 거리를 거니는 인간들은 별로 없었다. 조금 이상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내려가면 보이는 반구형 탑이 의사당일 것이다. 그렇게 보였다. 캔틀롯 궁전처럼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비슷한 장엄함을 내뿜는 인상적인 건물이었다. 인간들도 갤라 같은 잔치를 여는지 궁금했다.
건물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기 시작하는 곳이 시내일 것이다. 도로엔 많은 수레가 지나갔고, 인도에도 인간들이 많았다. 라이라는 이 광경이 상당히 익숙했다. 상당히.
라이라는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취소됐는데, 아직도 구름을 청소하지 않았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뭐하러 귀찮게 일기예보를 하는걸까? 라이라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라는 가져온 돈을 확인했다. 인간의 화폐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곧 나름대로 알게 될 것이다. 종잇조각은 달러라고 부르며, 확실히 동전보다 더 가치 있어 보인다. 5달러나 1달러 지폐는 그려진 그림이 다르단 건 외엔 정말 아무것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인간들은 그걸 평범하게 여겼다.
판매하는 옷들이 많다보니 옆길로 새기 쉬웠다. 이퀘스트리아보다 일상복이 많았다. 라이라가 캔틀롯에서 자라느라 많이 못 봤을 수도 있겠지만, 인간들은 항상 옷을 입으니 이퀘스트리아보단 많을 것이다. 어제 본 바로는, 인간들의 외형은 그리 다양하지 않으니, 여러 색상과 형태의 옷을 만든 듯했다.
라이라는 사야할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걸 되새겼다. 그녀는 가져온 돈을 세보며 옷에 붙은 꼬리표를 확인했다. 옷가지를 몇 개 살 수 있겠지만, 그러면 급하게 가져온 돈을 날려버릴 것이다... 그래도 먹을 거나, 지낼 곳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적어도 이 도시에 머무는 한은
나중에 확인하고 나서야 고른 옷들이 죄다 녹색이란 걸 알아챘다. 그저 어울릴 만한 걸 골랐는데 말이다. 녹색이 딱 맞는 색인가 보다.
물건들을 쥐고 계산대로 가며, 밖을 바라봤다. 창문에 물방울이 맺혔다. 비가 오나?
“어, 실례합니다. 지금 몇 시인가요?” 라이라가 말했다. 시간 감각이 없어진 듯하다.
계산원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거의 5시네요.”
“정말요?” 라이라가 말했다. 일기예보에선 오늘 3, 4시쯤에 비가 올 거라 했었다. 일정이 완전 엉망이다. 라이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 같았으면 절대 이럴 일이 없었겠지. 레인보우 대쉬도 이렇게 게으름 피우진 않았다.
“바쁘시기라도 한건가요? 조심하세요.”
라이라는 옷값을 내러 돈을 꺼냈다. 예상한 대로 돈이 거덜 났다. 어떻개 해서든지 빨리 더 벌어야겠다.
점원은 가방에 옷을 넣어주고, 그걸 라이라가 받았다. 이 위에 달린 끈은... 대부분 포니는 입으로 물라고 만든 줄 안다. 이퀘스트리아 생물들에겐 그게 알맞겠지만, 손으로 쥐는 게 더 어울렸다. 손을 갖는 행운이 있다면 말이다.
라이라는 밖으로 나가다 멈춰 섰다. 이젠 인간들의 강수 계획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 시간쯤 지나면 비가 그칠 것 같으니, 예보대로 한 것이다. 인간들이 하늘를 날 수 없는데도 어떻게 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가능한 일들을 해냈다. 원한다면 구름에도 닿을 수 있나 보다.
라이라는 문 앞에 서서, 수레가 빗속을 지나가며 물이 튀는 걸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가게로 들어가, 좀 더 구경하기로 했다. 다른 걸 사진 않을 테지만, 인간의 의류나 여러 제품은 다시 봐도 흥미로웠다.
출구 옆엔 전단이 붙은 게시판이 있었다. 라이라는 전단을 몇 개 읽어봤다. 그러다 눈길을 사로잡는 단어가 적힌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라이라는 다시 읽어봤다. 그리고는 붙어있던 핀을 뜯어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필요로 한 해답일 것이다.
비가 그치자, 라이라는 활짝 웃으며 집으로 달려갔다. 이렇게 기뻤던 적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처음 디 모인에 왔을 때 정도 되겠지만, 이번엔 더 신이 났다.
라이라는 현관을 활짝 열며 외쳤다. “오드리?”
“여기야.”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라가 들어가자 검은 상자가 켜진 게 보였다. 부엌에 있던 것과 비슷했지만, 더 작았고, 유리 화면엔 다른 인간과 장소의 모습이 보였다. 오드리는 그 앞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엄마 집에 계셔. 너 올 때까지 기다렸어. 비 맞지 않았지?”
라이라는 전단을 내밀었다. “자. 이거 봐봐”
“어?” 오드리는 잠시 바라보다 읽었다. “라이라, 끝에 붙은 표 하나만 가져왔어야 했단 건 알았지? 전부 가져올 필욘 없어.” 오드리는 전단 끝에 흔들리는 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그냥 숫자잖아.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라이라가 말했다. “사실, 이게 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악가를 찾고 있데. 그러니까 날 찾는다는 말이지!”
“그건 전화번호야,” 오드리가 라이라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널 찾는다는 건 무슨 말이야?”
라이라는 질문을 무시하며 말했다. “돈을 벌어야 하잖아. 진짜 공연을 하면 돈을 엄청 벌 수 있을 거야. 길거리 공연은 그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
오드리는 전단을 읽어봤다.
하드 록 밴드 음악가를 구함
리드 기타, 드럼
지향점 : GNR, 에어로스미스, AC/DC, 딥 퍼플*
(* 전부 다 실존했던 록 밴드 이름)
“라이라... 이건 록 밴드잖아.” 오드리가 전단을 돌려주며 말했다.
“뭐?” 라이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 내 말은, 나도 알아. 고향에선 별로 유명하진 않았지만, 나도 이런 건 잘 알아.”
“리라 연주로 뭘 할까? 클래식? 포크 송? 나야 모르지만, 중요한 건, 이 밴드엔 리라 같은 건 필요 없어,” 오드리가 말했다. “기타 연주자가 필요한가 보네.”
“기타?”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만든 또 다른 악기인가 보다. “그것도 들어 봤어.”
“들어 봤다고?” 오드리가 말했다. “준비됐나 보네.”
“그래! 그러니까, 연주하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할 만할 거야.” 라이라는 손가락을 바라봤다.
이마를 짚으며, 오드리가 말했다. “아니 내 말은...” 오드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번쯤 배워보는 건 좋겠지. 하지만 리라 보다는 분명 더 어려울 거야.”
“이게 인간들에게 인기 있는 악기면, 배워보고 싶어,” 라이라가 말했다.
“어... 뭐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음악은 내 특별한 재능이거든.”
오드리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제야 널 이해하나 했는데...”
“아무튼, 이거나 위층에 놓고 올게.” 라이라는 다시 전단을 받아갔다.
“곧 저녁 먹을 거야!” 오드리가 뒤에서 외쳤다. 라이라는 갑자기 좁은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잠시 멈춰 서고는 다시 서둘러 올라갔다.
라이라는 손님방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내려놨다. 전단은 일기장에 접어 넣었다. 라이라는 잠시 리라 케이스를 봤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으러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치즈와 토마토소스로 만든, 고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라자냐였다. 오드리의 어머니께서 만드셨다.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한다. 다른 인간 국가가 업급되었는데, 라이라는 인간의 나라가 서로 얼마나 연관되어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밖이 어두워졌고, 라이라는 침실로 돌아가 다른 책을 꺼내봤다. 중간쯤 읽자 오드리가 말을 걸었다.
“저기, 라이라, 방금 그 전단지 말인데...” 오드리는 문틀에 기대며 한 손에 작은 물체를 쥐고 있었다. 라이라의 기억이 맞다면, 어제 “네이선”이라 불린 것이었다. 오드리는 손목을 하릴없이 움직였다.
“응?”
“그게, 밴드에 들어가는 게 어떨진 모르겠지만... 정말 기타 연주 시작하고 싶으면, 도와줄 수 있을만한 애 알아서 말이야.”
인류학 연재 재개함
아 사진을 안넣었네
오 인류학 오랫만이네 번역추! - dc App
라이라추
오 1편부터 읽어봤는데 흥미진진하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몇년전에읽다가 버녁끊겨서아쉬웟는대 감사히보갯슴ㅎㅎ
번역러는 개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