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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출처 : https://www.fimfiction.net/story/4656/20/anthropology/home-again


역자: Ad Hoc




인류학

by JasonTheHuman


라이라는 인간에 대한 미지의 전설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시 집으로



라이라는 잠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잘못 봤을리는 없다. 이 인간은 사진 속의 여자와 똑같았다. 라이라는 이퀘스트리아를 떠난 이후로 매일 그 사진을 봤었다. 분명 자기 친어머니였다. 그리고 그녀가 라이라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라이라는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것을 느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당... 당신이..." 라이라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 여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걸 믿을 수 없다는듯이 라이라를 바라보았다. "라이라?"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라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서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하는지를 떠올렸지만, 라이라의 어머니는 그러는 대신 라이라를 꼭 껴안아 주었다.



둘은 천천히 껴안던 팔을 풀었다. 라이라의 어머니의 얼굴에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네 눈..."



"눈이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 걱정할건 아무것도 없어. 라이라..." 라이라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네 아빠가 널 찾았다고 했을때, 그리고 너와 통화를 했다고 했을 때, 믿기지가 않았단다."



라이라는 주변을 의식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수많은 인간이 보였다. "아빠는 어디있어요?"



"아빠는 클로에를 주간 캠프에서 데려오러 갔단다. 우리가 집에 가면 곧 돌아오실거야."



"제 여동생." 라이라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동생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전 애들이랑 잘 어울리거든요. 만나게 된다니 너무 기뻐요."



라이라의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확실해질 때까지는... 아직 너를 여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구나. 우린 널 딸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으니..."



"다 이해해요." 라이라는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라이라는 옆구리에 맨 가방에 손을 넣어 사진을 꺼냈다. "저, 이 사진을 갖고 있는데..."



"이메일로 봤단다... 아직도 이 사진을 기억해. 네 방에서 사라진 사진이야."



"그럼 이제 증명이 됐네요. 또 뭐가 필요하겠어요?"



"라이라, 우린 물론 너를 믿지만,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어. 그날 밤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네, 저도 그래요." 라이라가 말했다. 그녀는 하릴없이 기지개를 펴고, 가방을 반대쪽 어깨로 옮겨 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고 싶지만..."



"기억나지 않는거구나."



"아무것도요."



"그 사진은 어떻게 찾은거니?" 라이라의 어머니는 라이라가 들고 있는 사진을 가리켰다.



그랜드 갤로핑 갤라에서 공연한 다음날 밤에. 라이라는 셀레스티아 공주님으로부터 지난 삶이 다 거짓이었다는 것을 들은 뒤에 자기 침대에서 깬 채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을 입양한 유니콘인 듀이가 이 사진을 주었다. 사진만 있으면 일이 잘 풀릴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라이라가 이퀘스트리아를 떠나고 줄곧 기다리고 바라던 바로 그 순간이 찾아왔다.



"전... 그 사진을 어디서 찾았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라이라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들었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만 알아요."



라이라의 어머니는 얼굴을 조금 찌푸리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어쨌든 집으로 가는게 좋겠구나."



"그게, 저... 제 가방을 찾아야해요. 비행기에 타기 전에 사람들이 제 짐을 다 가져가서요." 라이라가 말했다.



"나도 안단다." 라이라의 어머니는 라이라의 표정을 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짐은 다 수하물 찾는 곳에 있을거야." 그녀가 말했다. 라이라의 어머니는 천장에 걸려있을 표지판을 찾으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 공항은 정말 끔찍해. 몇 번은 와 봤는데. 익숙해지질 않는다니까."



"전에 오신적 있으세요?" 라이라가 말했다. "저는 처음이라서요... 그게, 비행기를 타 본건요."



라이라의 어머니는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잠시 뿐이었다. "날 따라오렴. 길 잃지 않도록 하자꾸나."



수화물을 찾는 곳은 운송벨트가 뱀처럼 길게 놓여진 거대한 방이었다. 수많은 여행가방이 벨트 위를 따라 움직였다. 대부분의 가방이 비슷비슷해 보였다. 라이라는 자기게 어떤것이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쓰며, 여기에 짐이 있기를 바랬다. 이 시스템은 다 이상했다. 여기다가 짐을 놓을거면 왜 굳이 짐을 다 가져가버리는 걸까?



라이라는 다른 인간이 벨트 위의 여행가방을 가져가는 것을 한동한 바라보았다. 수하물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있었다.



"그게, 어... 여기 자주 와 보셨다고 하셨죠, 전에 어디로 가보셨어요?" 라이라가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하물 벨트에 몇 초 이상 눈을 떼지 않았다.



"대부분은 대회 때문이었지. 하지만 클로에가 자라면서 가족 여행도 자주 갔었단다."



"항상 이런가요? 몸 수색이나 이런걸 하는게요?" 라이라가 물었다. 한 남자가 자기 여행가방을 꺼내려고 라이라 앞으로 지나갔다.



"예전보다는 많이 엄격해졌단다. 벌써 10년도 넘는 일이라는게 믿기질 않는구나." 그 말의 분위기로 보아, 라이라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전 일이면 자신이 포니였을 때 일이겠지만.



라이라는 자기 여행가방을 찾았다. 이제야 자기 여행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났다. 여행가방은 벨트의 굽은 쪽으로 라이라를 향해 다가왔다. 라이라는 가방을 낚아챌 준비를 했다. 조금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가방 손잡이가 옆을 지나가자, 라이라는 재빨리 손을 뻣어 손잡이를 양 손으로 잡은 다음, 손가락으로 감아 들어올리고 자기 앞쪽에 내려놓았다.



"찾았네, 준비 됐니?" 라이라의 어머니가 물었다.



"제 기타도요." 라이라가 말했다. 라이라는 기타를 정말 잃고 싶지 않았다. 여행가방보다는 기타 케이스가 더 익숙했으니까. 케이스가 벨트 위로 나오자...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단다."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기타는 제게 좀 새로워요. 배운지 얼마 안 됐거든요."



라이라는 계속해서 다가오는 수하물을 훌어 보았다. 기타 케이스는 길고 모양이 특이하니, 쉽게 알아볼 수 있을것이다. 몇주동안 기타 연습을 하면서 눈에 익은것도 있다.



"가족에 예술가가 더 있다니. 잘 어울릴 거야."



"저도 그러길 바래요." 라이라가 말했다.



라이라는 네이선의 기타, 아니, 자신의 기타를 찾아내 건져냈다. 잠시 동안 라이라는 기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지만, 이제 다 찾게 되었고,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라이라는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거구나. 그럼, 집에 갈 준비는 됐니, 라이라?" 라이라의 어머니가 물었다.




"이게... 우리 차예요?" 라이라가 말했다. 라이라는 차 주위를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전에 봤던 다른 차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크고, 빨간색이었다. 사진에 있는거랑 똑같지는 않았다.



"그렇단다." 라이라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나서 뒷문을 열었다. "짐은 뒷자리에다 놓아도 괜찮아."



라이라는 물건을 다 뒷좌석에 놓은 뒤 앞좌석 오른쪽에 앉았다. 차를 운전하는 인간은 항상 왼쪽에 앉았으니까. 라이라도 그걸 알았다. 이 차는 가족의 것이다... 포니 시절의 부모님은 이런 탈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마을 밖으로 가지 않는 이상 필요하지도 않고. 마을 안에 있는 건 가뿐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으니까.



차는 오드리의 어머니가 다른 공항에 주차했던 곳과 똑같이 어두운 건물에 있었다. 창백한 회색 벽과 바닥이 펼쳐저 있었고, 천장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렇게나 비슷한지 신기할 정도였다. 같은 도시에 있는 것만 같았다. 라이라는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걸 알았을 땐, 다른 도시의 풍경을 기대했었다. 예전에 방문했던 이퀘스트리아의 여러 마을이 얼마나 다양한지, 얼마나 다르면서도 비슷한지 느꼈던 만큼.



차는 회색 건물을 안을 잠시 돌아다니다, 밝은 햇빛 속으로 빠져나왔다. 기묘했다. 벌써 늦은 시간이 된 것만 같았는데. 아마 너무 이른 아침에 일어나 피곤해서 그렇게 느껴진것 같았다.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차는 디 모인보다 훨씬 더 큰 도시를 가로질렀다. 건물은 더 높았고, 다 다르게 생겼다. 한 건물은 빛을 반사해댔는데, 사실상 거대한 거울이나 다름없었다. 그 건물은 밝은 회색 돌로 만들어진 다른 고층 건물 건너편에 있었다. 이곳이 라이라의 고향이다...



그렇다. 고향이다. 라이라는 거의 1년 전에 이곳을 본 적이 있다. 꿈 속에서... 하지만 이번엔 봉봉이 깨우진 않을것이다. 왜냐면 이번엔 진짜로 이곳에 있었으니까. 라이라는 더 높은 건물을 보려고 창문쪽으로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아이오와에서 살았다고했지?"



라이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전 거기서 살지 않았어요... 제가 어디서 살았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작은 마을이었다는 것만 기억나요." 맞는 말이었다. 필라델피아에 비하면 포니빌은 커녕 메인해튼도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



차를 타면서 라이라는 건물과, 상점과, 식당의 이름을 읽었다. 처음 느꼈던 데자뷰가 더 기이하게 느껴졌다. 몇몇 호텔은 디 모인에 있던 호텔과 이름이 같았다. 마치 그 도시에서 바로 여기로 옮겨진 것처럼.



차를 몰고 시내를 한동안 지나다니다가 높은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차는 넓고, 갈색이 감도는 강 위의 다리를 건너갔다. 그 뒤 나무가 우거진 곳을 지나갔다. 건물에서 멀어질수록, 이 숲도 더욱 우거졌다. 나중엔 거의 마을도 아닌 숲에 불과했다.



그리고 집이 있었다.



라이라는 이 집을 사진으로만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앞에 있다.



차가 멈추자마자 라이라는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도로로 나와 가만히 서 있었다.



지난 15년간 별로 변한 것이 없었다. 라이라는 집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집은 컸다. 2층집이었고, 꽤 넓은데다, 차도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길었다. 사진에는 집을 에워싼 나무가 다 나오지 않았었다.



"집에 왔단다. 라이라." 라이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말을 들었다.





이 집. 라이라의 집은 좋았다. 정말 좋았다.



라이라는 한쪽에 계단이 있는 홀에 들어갔다. 계단 맞은편엔 발코니가 있었고, 위층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였다. 라이라는 바로 앞의 거실을 다 볼수 있었다. 창문 밖 숲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빛이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방안을 드리웠다. 라이라는 이 집이 오드리가 살았던 집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라이라는 벽에 걸려 있는 한 장의 그림을 발견했다. 산더미 같은 보물 위에 앉아 있는 커다란 붉은 용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라이라는 전에 용을 가까이서 본 적도, 동굴에서 본 적도 없었지만, 다른 포니들에서 들은거랑 비슷하게 생겼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그려졌다. 비록 용은 매우 다양한 몸체와 사이즈로 나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림 구석에는 'Selena M'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 초기 작품이란다." 라이라의 어머니는 라이라가 그림을 보고 있는걸 알았다.



"엄마가 그리셨어요?" 라이라는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림을 더 가까이서 보려 몸을 돌렸다. "용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톨킨의 작품을 토대로 했단다. 호빗 읽어본 적 있니?"



"아뇨... 뭔지도 모르겠어요." 라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인간의 책일 것이다. "엄마는 미술가라고 들었어요."



"네 아빠와 나는 판타지로 사랑을 나눴지. 예전에 이런 방식으로 만났단다." 라이라의 어머니가 말했다. "난 네 아빠의 책 표지를 맡고있단다, 어둠 속의 목소리 때부터 말이야."



"그거 읽어봤어요..." 라이라가 말했다. 라이라는 표지의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렸다. "그러니까, 음... 그 표지 그림이 기억나요. 그림에 궁금한 점이 있는데. 포니의... 등에 타 본 적이 있으세요?



라이라의 어머니는 가볍게 웃었다. "승마를 해 본 적이 있었지. 오래 전 일이지만 말야."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말을 이어나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건 왜 물어본거니? 라이라 너도 승마를 해 본 적이 있니?"



"아, 아뇨. 전혀요." 라이라가 말했다. "그냥 좀...어... 별거 아녜요."



라이라는 재빨리 다음 그림으로 이동하고, 옆 방에 들어갔다.



거실은 홀만큼이나 넓었다. 뒤쪽 벽엔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개방된 느낌이 물씬했다. 거실엔 자갈로 만들어진 벽난로도 있었고, 그 위에 검이 걸려있어 라이라는 조금 놀랐다. 라이라는 저 검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이내 소파 앞 커피테이블 위 더 이상한 무언가에 시선이 끌렸다.



"이건 뭔가요?" 라이라는 작은 조각품 하나를 조심스레 들며 물었다.



"그건 네 여동생... 클로에 거란다."



"어... 이게요?" 라이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엔 그저 작은 말 조각상이라고 생각했다. 흰 말은 이퀘스트리아 포니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셀레스티아 공주님같은 귀품이 느껴졌다. 체격이 다부지지도 않고, 얼굴도 다르게 생겼지만, 뿔이 달려있었다.



"어린 여자애들이 그렇잖니. 다들 어렸을 때 잠깐 유니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곤 하지." 라이라의 어머니가 말하고, 조금 뒤 웃었다. "아무래도 난 아직 어린 여자애인것 같구나."



"어... 네." 라이라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래도 전 유니콘이랑... 마법같은걸 좋아할 나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라이라의 어머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라... 우리가 함께한 날이 그리 많지 않단다. 네가 클로에만한 아이였을때 어땠을지 전혀 알 수 없었지..." 라이라 어머니의 미소가 사라져갔다.



라이라가 클로에만했을 때는, 유니콘이었다. 마법을 배우고, 처음으로 인간을 알게 되었다. 이 두 세계는 얼마나 다른걸까? 라이라는 이곳에서 드래곤과 유니콘이 아이들을 즐겁게하려고 지어낸 이야기라는걸 인간과 얘기하고 있었다. 트와일라잇과 대화할때랑 비슷했다.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너를 잃어버리고... 우린 그런 일을 다시 겪고싶지 않았어. 하지만 아이가 있었으면 했지..."



"제게 일어난 일은 일반적인게 아닌 것 같아요."



"네 말이 맞을거야."



둘은 정문이 휭 하고 열리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빠른 발소리가 홀을 향해서 들려왔다. 그러자 작은 인간 여자아이가 거실로 들어오고... 라이라를 보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라이라와 여자아이는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서로를 쳐다보았다.



"누구세요?"



"어... 나는..." 라이라는 뭐라 말해야할지 몰랐다.



"클로에, 오늘 손님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었니?" 라이라의 어머니가 말했다.



한 남자가 여자아이를 따라 거실로 들어왔다. 키가 크고, 머리에서 입가로 잘 정돈된 회백색의 턱수염이 있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라이라를 바로 알아보았다.



"왔구나..."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무슨 말을 해야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라이라는 전에 이 인간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이었고, 예전부터 계속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클로에..." 남자가 말했다. "이쪽은 라이라란다. 잠시 우리 집에서 머물게 될거야."



"머리카락이 왜 저래요?"



러아라도 그게 궁금했다. 자기 어머니와 여동생은 둘 다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그건... 이 색을 좋아하거든, 그래서 염색했어." 라이라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마음 속으로는 머리를 염색하는 법을 배워 원래 머리카락 색으로 바꾸는걸 생각해 보았다.



"클로에, 잠시 위층에 올라가주지 않겠니?" 라이라의 아버지는 약간 허리를 굽혀 클로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클로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이라를 마지막으로 쳐다보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라이라는 계단을 올라가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발소리가 점점 작아져갔다. 라이라는 다시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다가, 어머니를 보았다. 사진에 있던 사람과 똑같았다. 처음으로 본 인간의 얼굴과 말이다. 마침내 라이라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비행기는 잘 타고 왔니?"



라이라는 머리를 긁적였다. "좋았어요."



그는 라이라 뒤에 있는 소파를 보고,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렴. 편하게 있으려무나."



라이라는 그 말대로 했다. 몇 시간동안이나 비행기 의자에 앉아있었는데도 피곤했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소음을 들어가며 앉아있는건 편한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 오랬동안..." 라이라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는 라이라의 옆에 앉아있었다. "우린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알 수 없을거라 생각했단다."



운이 좋다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이라는 테이블 위에 놓인 클로에의 유니콘 장난감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도 제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싶어요... 전에 통화할때 말했듯이. 오드리네 가족을 만나기 전에 대해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우리는 어떻게 찾게 된거니?"



"그게... 친구가 있어요. 랜달이요. 그 친구랑 같이 밴드를 했어요." 라이라가 말했다. "랜달에게 사진을 보여줬는데, 알아보더라고요. 그 뒤엔 오드리가 컴퓨터로 뉴스 기사를 좀 찾아줬어요..."



라이라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언론에 알리지 않을거란다. 네가 실종되었을때, 언론은 일을 더 복잡하게만 만들었지."



"이제 네가 집에 오게 되었으니 기쁘구나." 라이라의 어머니는 라이라 근처에서 팔을 기대며 말했다.



라이라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래요." 잠시후, "그런데..."



"그런데?"



"오늘 아무것도 먹질 못해서요. 점심으로 뭐좀 먹어도 될까요?"





라이라의 부모님은 라이라가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말하자 놀란듯이 행동했다. 라이라는 뭘 먹을 수 있는지 결정하기 힘들어 부엌에 있는 과일바구니에서 사과를 하나 꺼냈다. 사과를 먹는것도 꽤 오랜만이었다. 봉봉이 억지로 받게 된 거대한 사과 꾸러미를 다 먹게된 이후로는 아닐것이다.



라이라네 가족은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가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는데에는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어색함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라이라는 부모님께 디 모인에 있었던 일에 대해 다 말해주었다. 그때 있었던 일이야말로 얘기해 주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라이라는 부모님께 질문을 던졌다. 이제 점심은 충분히 먹었다.



"난로 위에 저 검은..." 라이라가 말했다.



"저 검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단다..." 라이라의 말을 듣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팬이 준 선물이란다.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참 많구나...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썼단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말이야."



"그래도 무기잖아요..."



"무뎌진지 오래란다. 저걸 준 사람은 대장간을 가지고 있었지. 날 위해 에리안의 검을 만들고 싶어하더구나. 그를 컨벤션에서 만났었지."



라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 읽어 봤어요. 아빠는 정말... 마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 왜 그러신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이 있단다. 모든 사람들이 가끔씩 현실에서 벗어나 더욱 흥미로운 세계로 가고싶어하지. 아무래도 그래서 마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구나." 그는 테이블 반대쪽에 있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라이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이라는 사과를 쳐다보고는 한 손에 딱 들어맞게 생겼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그 후, 라이라는 자기 방을 보았다.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갓난아기였을때 지내던 그 방이었다. 그 방은 사고 이후로 재단장을 했었고, 그리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라이라의 아버지는 여행가방을 문가에 두었다. "짐 푸는거 도움이 필요하진 않겠니?"



라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할게요. 짐이 그리 많진 않아서."



"그럼 난 네가 여기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주마, 라이라." 그는 마지막으로 라이라를 바라보고는, 걸어나갔다.



라이라는 자기가 뭘 그렇게 기대했는지도 몰랐다. 이건 결국 그냥 방일 뿐이었다.



방은 침대와 서랍장, 침대 옆 작은 테이블로 조약하게 꾸며져 있었고, 검고 윤이 나는 나무로 이루어져있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좋았다. 방의 창문으로 거의 숲에 불과한 뒷마당이 내려다보였다. 오드리네 집의 객실과, 지나가는 차와 사이렌 소리에도 익숙해진 채 잠이 들었던 때를 생각해보았다. 그걸 생각하면 이 방은 이퀘스트리아의 방 같았다.



15년 전... 이젠 거의 16년 전에 라이라는 바로 이 방에 있었고, 무슨일이 일어나 캔틀롯 한복판에 나앉게 되었다.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처음으로 인간 아이가 이퀘스트리아에 나타났다. 라이라는 결국 포니빌의 시민중 하나가 되었지만, 다소 의미심장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이곳에서 계속 살았다고 가정해보자. 인간 부모님께 길러지고, 학교를 다니고...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에서 인간으로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마 라이라도 자기 가족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마법과 드래곤, 그리고... 유니콘에 열광하고, 이 세상이 다른 세상과 비교해서 얼마나 위대한지 전혀 모를것이다. 라이라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니콘은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다. 이퀘스트리아에 친구가 몇 있었지만... 여기만큼은 아니었다. 디 모인에 인간 친구들을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필리델피아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더 쉽게 사귈 수 있을것이다.



라이라는 서랍장 앞에 무릎을 꿇어 여행가방에서 옷을 꺼내 서랍 안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다 옮기고 난 후에는 기타를 방의 한 구석에 놓았다. 작은 가방은 아직 침대 위에 놓여져 있었다. 라이라는 사진을 꺼내 서랍장 위에 놓았다. 라이라는 잠시동안 생각한 끝에 리라를 꺼내 사진 옆에다 두었다.



모든 짐을 다 풀고 난 뒤, 라이라는 침대에 누워 두 손을 머리 뒤에 놓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다. 여기가 집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라이라의 아버지는 마법과... 전쟁에 대한 책을 썼다. 어머니는 이퀘스트리아의 것처럼 보이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였다. 그리고 여동생은 유니콘에 빠져든것 처럼 보였다.



오늘은 정말 피곤했다. 잠에 드는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인간 의사가 라이라의 한쪽 눈에 눈부신 빛을 비추고 있었다. 라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의사는 불빛을 껐다.



필라델피아에서의 두번째 날이었다. 라이라는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의자의 진료를 받았다. 라이라는 이상하게도 불편하면서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모든게 이퀘스트리아의 의사와 거의 똑같았다. 진료실 내부도 비슷했다. 신체 해부도가 다른것만 빼면 말이다. 라이라는 해부도를 가능한 한 많이, 흥미롭다는듯 관찰했다. 인간의 신체에 대한 세부적인 그림이라니. 지난 몇 년 전에는 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



검은 머리에 네모난 안경을 쓴 젊은 남자인 의사는 라이라가 듣지도 못해본 질병의 백신에 대해 물어보았다. 듣자하니 인간은 "수두"에 걸릴 수 있는 모양이다. 라이라는 어렸을 때 포니 수두에 걸렸단걸 말할 뻔 했지만, 뭐라 말하기 전에 제정신을 차렸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질병에 걸릴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몰랐다. 라이라는 양쪽 팔의 부드러운 피부에 주삿바늘을 몇 번 맞았다. 포니였을때 주사를 맞는것보다 더 아팠다.



하지만 라이라는 부모님이 자신을 여기로 데려온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뭐, 어떻게 그걸 알아낼 수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제가 진짜 라이라 미켈라코스인건지 알아 내려는거죠?"



그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샘플은 이미 채취해 연구실로 보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주는 걸릴겁니다."



의사는 아마 라이라의 압 안을 긁은 면봉에 대해 이야기하는것 같았다. 라이라는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쩌면 인간은 제코라처럼 물약을 사용하는걸수도 있다. 물약은 어떤 상황에선 마법의 대용품이 될 수 있는데, 인간은 그걸로 무얼 하고 있는걸까?



그는 다시 조용히 클립보드에 글을 좀 휘갈길 뿐이었다. 라이라는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아랫쪽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이건 제 눈동자 색이네요." 라이라가 말했다.



"미켈라코스씨의 집안은 대대로 갈색 눈동자입니다."



"그게, 어..."



"황색은 그리 흔한 색이 아니예요. 매우 드물긴 하지만, 출생 후 초기에 눈동자 색이 변하는게 전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제 눈은... 항상 황색이었어요. 적어도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요." 라이라는 의사를 제외한 방에 있는 모든걸 살펴보았다.



"라이라씨, 혹시 기억나는..."



"말했잖아요. 게다가 제 아빠에게도 수십번은 말했어요. 디 모인에 오기 전 일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라이라가 말했다.



"거기서 사셨나요?"



"네, 어. 그렇죠. 몇 주 동안 다른 가족이랑 함께 지냈어요."



의사는 메모를 써내려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뭐라고 쓰는지 볼 수 없다는게 라이라를 신경쓰이게 했다. "그 도시엔 어떻게 간거죠?"



"전, 어..." 라이라는 망설였다. "걸어갔어요."



"그럼 어디서 걸어온거죠?"



라이라는 한숨을 쉬었다. "전 걸어갔다는것만 기억나요. 정말 더이상 말해줄 게 없다고요."



의사는 클립보드에 몇가지를 더 써내려갔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라이라는 초조해하더니, 벽에 걸린 그림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의 귀 내부를 나타낸 그림이었다. 라이라는 인간의 귀가 얼마나 뻣뻣한지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포니의 귀보다 훨씬 덜 유연했다. 라이라는 귀를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감각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라이라씨의... 부모님과 치료에 대해 얘기해 보셨습니까?" 그 의사는 안경너머로 라이라를 쳐다보았다.



라이라는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전 안 미쳤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린 라이라씨의 정신 상태가 걱정될 뿐입니다. 새로운 생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도요."



라이라는 새로운 생활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그건 무슨 의미죠?"



"개인적으로 라이라씨같은 케이스에 대해 별로 경험이 없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잃어버린 가족과 재회할 때 적응하는건 어려울 수 있거든요. 라이라씨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그렇고, 특히 여동생 되시는 분도요."



"아.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 고향에 온것 같은 기분이 드십니까?"



라이라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흰색 유니콘 장난감을 본걸 떠올렸다. 자기가 아는 포니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무시하기엔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것 같네요."



"그건 다행이군요." 그가 말했다. "그래도 전 댁의 아버님께 제가 아는 정신과의사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릴겁니다."



라이라는 한숨을 쉬었다. 의사가 "댁의 아버님"이라고 말할 때 확신하지 못한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라이라는 부모님을 생각했다. 부모님은 라이라가 딸이라고 믿고싶어했지만, 아무리 되뇌이고 되뇌여도 아직 확신하지는 못했다.



"전 이 검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제가 진짜 라이라 미켈라코스인지는 언제 알 수 있죠?" 라이라는 의사들이 정확히 뭘 하고 있는건지 알고싶었지만, '친자 확인 검사'라는 말로 다른사람에겐 충분해 보였다.



"결과는 일주일 정도 뒤에 나올겁니다."



라이라는 몸을 뒤로 젖혀 등을 벽거울에 기대었다. 일주일 정도 뒤. 그럼 답을 알게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