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출처: https://www.fimfiction.net/story/62921/1/hello-sedna/assume

역자: Ad H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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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드나

by shortskirtsandexplosions


연령대: T (청소년)

장르: SF, 다크, 비극

2012-11-15




결론 내리다



아직도 꿈을 꾸다니, 놀랍다. 지금도, 짙은 어둠과 함께 환영이 창공을 통해 천상 같은 흐름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환영은 이따금 내 머리에 들이닥쳐서 색채의 형태 속에서 찰나의 방울을 형성하더니 웃음소리와 따스한 미소를 내비치고 나서는, 마치 혜성처럼, 그리고 모든 것이 그런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아무리 잠을 자도 환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결코 순수한 침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금은 더더욱 알 수 없다. 경보음이 귀를 찌르는 지금은.



눈이 번쩍 뜨였다. 무한히 넓은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원형 콘솔을 가로질러 일련의 노란 수정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여러 볼 베어링과 금속 보주가 시끄럽게 덜그럭거리며 회전하고 있었다.



접촉에 성공한 건가? 선체의 자동 조종 장치가 뭔가를 발견한 걸까? 아니면 오류에 불과한 걸까?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난 깨어있었고, 고로 살아있었다.



난 기지개를 켜고는 좌석의 벨트를 향해 발굽을 뻗었다. 발굽이 내 점퓨슈트의 광채가 나는 표면에 닿아 벨트가 무감각하게 풀렸다. 나는 아무런 구속이 없는 상태에서 의자를 가볍게 걷어찼다. 구형 조종실이 내 주위로 빙빙 돌고 있었다. 내가 조종실 안에서 빙빙 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무중력 상태에서 반짝이는 노란 수정을 향해 나아갔다. 콘솔을 두 발굽으로 쥐고, 고개를 콘솔을 향해 앞으로 숙이고는 뿔을 통해 마나의 흐름을 내보냈다. 구리 튜브에 묻은 먼지와 침전물을 불어내는 것과 같은, 녹슨 의식이었다. 나는 절실히 마력을 재충전해야 했다. 특히 지금 이게 신호를 송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간단한 마법으로 수정에는 빛이 사라졌고 덜그럭거리는 경보음이 그쳤다. 나는 몸을 위로 기울여 원형 콘솔의 반대쪽 끝을 향해 발굽을 뻗었다. 레버 몇 개를 당기자, 주위의 마나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활성화되는 소리가 들렸다. 전등이 깜박이며 켜져, 조종실의 금속 칸막이 아래서 보라색 불빛을 형성했다.



두 발굽으로 콘솔을 쥐고는 조종실 내부를 기어 올라 엔진 안정기에 도달했다. 뿔을 중심부의 수정으로 향한 뒤엔 선체의 심장부로 마나의 고동을 전했다. 잔잔한 파도 속에서,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오고는 잠잠해지는 것을 들었다. 별들로 가득 찬 둥근 유리창 너머로 가스가 뿌옇게 분출하고는 추진기가 선체가 앞으로 나아가는 관성을 약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경보음이 왜 울린 건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깊은 우주를 응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밝은 점 하나만 제외하고. 별이었다. 일종의 항성계로 진입한 게 분명했다. 근처에 뭔가 있는 건가?



콘솔 주위를 힘겹게 이동하며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의자 왼편에 위치한 직사각형 타이머에 도달하자마자 잠시 멈췄다. 이번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유영한 것인지 궁금해 눈을 가늘게 뜨고 타이머를 보았다. 내가 본 것은 세 자리 숫자였다. 한숨을 내쉬며, 타이머를 리셋하고는 그 너머로 발굽을 뻗어 다관절 황동 기둥 끝에 있는 유리 패널을 찾았다. 패널을 내 쪽으로 당기고는, 마법으로 패널을 충전했다. 그러자 수많은 동적 판화가 활성화되었다. 패널에 여러 줄기를 펼친 후, 이 선체를 중심으로 하며 주변 우주의 대략적인 형체가 담긴 지도를 형성했다.



크고 눈에 띄게 젊은 별 하나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의 궤도에 종속된 크고 작은 행성도 보여 놀라웠다. 우주의 파편이 조밀하게 들이차 이루어진 고리 세 개를 제외하면 열세 개의 천체들이 있었는데, 그중 몇 개는 위성이 있기까지 했다. 유리 패널에는 어느 물체가 바로 앞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다. 항성계 내에 있는 다른 천체들보다 훨씬 작은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우주선은 이 길을 건너자마자 경보를 울렸다.



호기심에 난 조종실과 무한한 진공을 나누는 유리창 너머를 눈을 가늘게 뜨며 보았다. 염동력으로 레버를 의자 왼쪽으로 당겼다. 마나를 아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발굽으로는 이후의 작업을 섬세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레버가 움직이자 검게 물든 유리창이 마치 고양이의 동공처럼 넓혀져, 창 너머에서 소용돌이치는 우주의 먼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근처 별에서 빛이 우주선 내부로 바로 내리쬐어, 객실이 따스해졌다. 나는 창을 너무 넓히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가 녹을 수 있으니까.



뚜렷한 우주의 전경과 함께, 나는 미행성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우주선의 우측 끝자락으로 다가오는, 희미하고 검은 형체를 서서히 알아차리게 되었다. 검은 형체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원형 콘솔 주변으로 간신히 움직이며 추진기 제어장치를 쥐었다. 수술을 하듯이 정밀하게, 나는 적절한 각도로 우주선을 회전시키고는 항성을 마주하고 있는 천체의 끝자락으로 두 눈을 향했다.



내 앞에, 가느다란 초승달 모양의 천체가 있었고 그 주위의 구형 표면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인 채로 우주의 일출을 보며 번개 같은 추진력으로 선체를 조종했다. 행성의 표면은 마치 거대한 진홍색 진주처럼 부드럽고 윤기 있게 보였다. 그 행성은 매우 붉었고, 차디찬 별자리 속 금단의 과일과 다름없었다. 행성에는 크레이터나 자그마한 운석 충돌의 흔적조차 발견되지 않아 매우 놀라웠다. 이 행성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무언가 보였다. 하나의 결함이었다. 왜 배의 경보가 울린 건지 알 수 있었다. 행성의 궤도에 뭔가 있었다. 내 선체처럼 작고 보잘것없지만, 굉장히 의미심장한 형체를 갖추고 있었다. 허연 재로 이루어진 얼룩처럼 진홍색 진주 위에 두드러지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석고처럼 하얗고 광이 나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으로 지성이 엿보이는 인공물이었다.



심장이 순간 멈췄다. 꿈보다 더 좋은 현실이었다.



우주선을 조종하여 그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기둥으로부터 불과 4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정지 궤도에 진입시켰다. 조종실 너머로 본 뒤엔, 유리 패널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이번에는 눈앞에 놓인 구조물의 특성을 마법으로 분석했다. 기둥형 구조물은 차폐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홀로 유영하고 있었다. 내부를 스캔해 보았지만, 가압된 가스는 감지되지 않았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미세한 파편이 선체를 관통하고 내부를 우주 공간의 진공에 노출시켰으리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일까? 이 우주선은 얼마나 자주 그러한 파편에 시달린 걸까? 얼마나 오랫동안 이 미행성의 궤도를 떠돌고 있었을까?



나는 그 자리에서 몇 분 동안 떠다니고 생각에 잠긴 채로 턱을 문대며 하얀 직사각형 형체가 금색의 별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숨을 내쉬고는 오른쪽을 살짝 보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유리 케이스 안에 놓여있는, 검은 금속 재질의 개머리판이 달린 황동 권총이 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며, 나는 바로 왼쪽을 바라보았다.



하얀 시트가 조종석 반대쪽 끝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기계 장치도, 스위치도, 마법 전달체도 없이 오직 수정 가루만이 흩뿌려져 있는 붉게 얼룩진 구멍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 구멍이 열댓 개는 넘게 있었다. 어둠의 홍점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침묵 속에서 영원히 남겨져 있었다.



결연한 자세로 선체 앞의 금속 인공물을 응시하니 콧구멍에서 숨결이 가쁘게 뿜어져 나왔다. 아무리 암담한 상황일지라도, 이런 기회를 놓치기에는 이미 멀리까지 온 실정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제어 장치를 조정하고 엔진을 안정화시킨 뒤 선체를 정면에 있는 물체에 일치시키곤 일정한 궤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작업이 완료되자, 나는 원형 콘솔을 밀어내, 조종실 한가운데를 유영했다. 뿔에서 마법이 뿜어져 나오자, 수정 가루가 점프슈트에 내장된 둥근 패널 속에서 빛을 발했다. 마나가 내 뒷발굽과 구절* 뒤쪽 주요 부위에서 터져 나왔고, 그 힘으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듯이 우아한 모습으로 나는 부드럽게 조종실을 빠져나와 우주선의 선두 부분 너머 복도를 향해 유영했다.



(* 구절(球節): 말굽 위 뒤쪽에 나 있는 돌기.)



나는 어깨 너머 유리 케이스 안에 있는 권총을 마지막으로 한번 쳐다보았다. 내가 하려는 것과 내가 나아가려는 길을 생각했다. 신호를 송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내 마나의 맥을 회복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작전을 수행하며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조종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선체를 따라 앞으로 향했다. 다색 수정이 원형 복도에 줄지어 있었다. 격납고로 가는 동안 황금색 마나조명의 빛을 받는, 자그마한 녹색 정원으로 가득 찬 채로 천천히 회전하는 원심분리기를 지나쳤다. 다른 객실이 나왔다. 이번에는 질긴 천에 묶인 서류로 빼곡한 방이었다. 나는 그 방 역시 지나갔다.



마침내, 나는 선체 내부의 마지막 경계인 처리실에 도달했다. 처리실은 마법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거대한 사각형 모양 방이었다. 점프슈트의 추진기를 가동하여 격납고로 이어진 놋쇠 사다리를 향해 몸을 밀어내는 동안, 낮은 잡음이 들려 귀가 씰룩걸렸다. 그렇게 난, 유리에 비친 보라색 눈을 지나쳤다.



바로 나는 점프슈트의 앞다리에 있는 추진지를 점화했다. 방 한가운데서 속도를 늦추며 오른편을 보았다. 유리 조각이 옆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유리 조각은 내 매끄러운 얼굴과 빳빳하게 땋은 갈기를 보여주곤 다시 어두침침한 방을 향해 나아갔다.



나는 신음하고는 마나의 맥으로부터 염동력을 뻗어 유리 조각을 잡았다. 뿔을 빛내며 유리 조각을 이리저리 회전시키다가, 이내 수백 수천 개의 유리 조각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집합체를 마주했다. 가로세로 길이가 6미터는 되는 패널을 향해 나아갈 때, 천에 달하는 보라색 빛이 내 모습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이리저리 살펴보며 유리 조각이 없어진 곳을 찾았다. 결국 발견했는데, 그 부분만 고치면 되었기에 마냥 기뻤다. 염동력으로 나는 유리 조각을 제 자리에 밀어 넣고, 마법으로 주위 부분과 결합시켰다.



요즘 들어 유리 집합체를 수리하는 일이 늘었다. 불안해질 정도였다. 지금쯤이면 이에 대한 대책을 찾았어야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속 미루고만 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난 계속해서 탐색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었다. 비록 탐색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수면에 투자해야 했음에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했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 지긋지긋한 숨을 쉬며, 집합체를 멀리하고 사다리를 타 격납고로 올라갔다. 격납고는 좁지만, 간신히 들어갈 수는 있었다. 발굽으로 사물함을 열어 여러 도구를 꺼냈다. 밀봉된 안장가방과 금속 장치가 잔뜩 매달린 벨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보라색 수정을 유리 실린더에서 조심스럽게 빼냈다. 마지막으로 나는 놋쇠 상자에 발굽을 뻗어 안면부가 보이질 않는 헬멧을 꺼냈다. 헬멧이 점프슈트의 목 부분을 감쌌다. 연결 부위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커다란 원형 패널을 향해 빙글 돌면서 속이 빈 가면을 들여다보았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뿔을 어두운 흔적 속으로 밀어 넣었다. 마법이 접촉되자 금속제 설비가 밝아졌고, 원형 패널이 열려 공기 폐색 장치가 드러났다. 안으로 들어서며, 뒤에서 패널이 닫히자 귀를 기울였다. 불빛이 희미해졌고, 이 안은 완전히 조용했다. 우주 같은, 절대적인 침묵이었다.



뿔을 밝히자, 나열된 레버에 희미한 보라색 아우라가 비쳤다. 나는 숨을 몇 번 들이마시면서 집중하며, 헬멧에 일정한 빛줄기를 쏟아냈다. 반투명한 에너지의 기포가 뿔에서부터 폭포처럼 쏟아져, 헬멧의 빈 공간을 불투과성 마법 보호막으로 채웠다. 이제 난 부드럽게 숨을 쉬며 긴장을 풀었다.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면 긴장을 풀어야 했다.



커다란 보라색 수정을 앞발굽으로 잡은 채로, 다른 발굽을 뻗어 레버를 당겼다. 점프슈트와 헬멧 바깥의 공기가 진공으로 빠져나갈 때 나는 쉬익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다시 조용해지고 나면, 다음 레버를 당겼다. 밝은 틈이 생기더니, 작은 방이 타오르는 하얀 빛으로 채워졌다. 뿔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헬멧의 안면부를 덮은 보호막이 몇 배는 어둡게 물들었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인접한 별의 가시광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했다. 두 눈은, 내 아래 피바다 같은 선홍색 행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하얀 연이 스펙트럼 먼지로 이루어진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머리 위에 금속 물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너무 눈부시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 나보다 나이를 더 먹었을지 궁금했다.



힘을 풀고는, 다리 밑의 금속체를 걷어차고 격납고 바깥으로 날아올랐다. 우주선의 구릿빛 몸체가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우주선의 늘씬한 외형을, 둥글납작한 조종실과 가느다란 황색 선두 부분을 내려다보았다. 태양열 포일이 네 방향으로, 마치 잠자리의 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우주선이 두터운 허무의 공간을 가로질러 나아가게 해준 믿음직한 돛이 보였다. 우주선을 떠나면 항상 쓸쓸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우주선 안에서 잠자리에 들 때면 더 쓸쓸했다.



다시 목표물로 돌아오며, 뿔을 통해 닥치는 대로 마나의 파동을 보내 점프슈트 속 추진기를 점화했다. 그렇게 나는 빠르면서도 조심스럽게 시야에서 반짝이는 물체로 접근했다. 들리는 거라곤 내 숨소리, 내 폐가 슈트 안에서 팽창하고 수축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무한의 심장 속 고치의 메아리 같았다. 기대감이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는 상관없이 나는 침착해야 했다. 질식할까 봐 두렵지는 않았다. 죽음보다 더한 운명도 있으니까.



100미터에 약간 미치지 않은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주선이 얼마나 미친 듯이 큰지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내 자그마한 우주선에 비교하면 매우 컸다. 누가 이것을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분명 한 공동체의 운명 전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지성체가 나와 비슷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점점 우주선의 표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우주선은 태양을 등지고 있어, 금속은 칙칙한 회색이었으며 또한 차가웠다. 나는 바위에 부딪히는 나방처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늦췄다. 앞다리의 추진기에서 마법의 먼지가 몇 차례 내뿜어지고 나서, 나는 부드럽게 활공할 수 있었다. 빙글빙글 돌며 나아가다 마치 암석 고원을 장식하는 깃털처럼 발굽이 우주선에 닿았다.



그다음으로 해야 하는 작업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앞발굽으로 보라색 수정을 쥔 채로, 마나의 파동을 사지에 흘려보내고는 틈새라곤 보이지 않는 선체에다가 수정을 강하게 밀어 넣었다. 헬멧이 소음과 신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승리의 보라색 섬광이 일었다. 나는 수정의 날카로운 끝부분이 금속 바깥층을 성공적으로 뚫었는지 확인하려고 시선을 내렸다.



은하의 별들을 유일한 조명 삼아, 머리를 박힌 수정 쪽으로 기울였다. 뿔에서 밝은 에너지 줄기를 헬멧의 보호막을 뚫고서 쏘아내 눈앞의 수정을 밝혔다. 한창 쏘아내자, 수정에서 금속 표면의 10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보라색 마력의 거품이 생성되었다. 이렇게 생긴 새로운 보호막으로 나는 반짝이는 보호막의 껍질을 따라 이동하여, 보호막의 보이지 않는 경계와 연결 부위를 느꼈다. 나는 눈을 감고는 마나의 맥을 내뿜어 어느 부분이 가장 얇은지, 그리고 불투명한 장벽 아래 어디에 통행 가능한 통로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 마법 같은 스팟을 발견하고 난 뒤엔, 벨트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꺼냈다. 뿔을 도구에 겨누면서, 수정에다가 한 것처럼 칼날을 활성화시켰다. 칼날의 끝이 별빛처럼 밝게 타올랐다. 나는 칼날을 마치 메스처럼 다루며 발굽 아래 우주선의 금속 얼굴을 갈랐다. 표면을 둥글고 얇게 잘라낸 후에는 벨트에 다시 도구를 넣고 방금 만든 홈에다 뿔을 겨냥했다. 동그란 구멍의 내부가 빛나며, 보라색 빛과 함께 고동쳤다. 그러고 나서, 염동력으로 가볍게 잡아당기는 것만으로 선체의 원통형 조각이 힘없이 빠져나왔다.



헬멧의 보호막을 통해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밀려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버려진 우주선 안의 얼음 입자와 작은 파편이 새로이 만들어낸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활성화된 수정 주위에 형성된 작은 보호막 덕에 우주의 장대한 진공이 약화되어 선체 내부로부터의 기체 분출도 급격하게 약해졌다.



헬멧의 보호막으로부터 나오는 빛을 유일한 광원으로 삼은 채로, 나는 수정과 별, 그리고 행성의 붉은 전면을 뒤로했다. 버려진 우주선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가장 먼저 굉장히 넓은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높이에 비해 좁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우주선에서 살았던 생명체는 분명 나보다 훨씬 클 터이다.



또한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조금 전에 조종실에서 스캔을 시도한 결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어둑한 선체의 내부를 유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몇 달, 몇 년, 어쩌면 수백 년 전에 이곳에서 살았을 생물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복도에는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먼짓덩어리와 금속 물체, 단열재 찌꺼기가 내 앞을 떠다녔다. 마법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수정도, 아케인 금속도 없었고, 마법이 부여된 물질도 전혀 없었다. 기계적인 도구들이 벽과 바닥에 수도 없이 수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우주선은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마법이 없는, 그러한 마법의 부재를 극복하며 살아간 생명체들이 운용한 것 같았다.



이 우주선의 놀라운 점은 바로 그 복잡함이었다. 이 우주선을 건조한 이들은 지적일 뿐만 아니라 야심도 가득했을 것이다. 나는 일종의 콘솔로 보이는 것을 보곤 움직임을 잠시 멈췄고, 뿔을 콘솔로 향했다. 마나의 맥을 통해 선체의 구성 요소를 스캔하자,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섬유와 전기가 전도되는 전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는 사용되지 않아 유감이었다. 나는 이 우주선이 아직 기능하고 있을 때를 보고 싶었는데.



추진기를 약하게 가동하며, 나는 모퉁이를 돌아 중앙 복도로 보이는 곳을 따라 활공했다. 저 끝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호기심에 나는 그쪽으로 솟아, 늘어진 호스와 노출된 전선 사이를 스르르 지나가고 휘어진 강철을 돌아 넘어 반쯤 열린 문 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염동력으로 미닫이문을 강제로 열고 그 너머의 방에서 쏟아져나오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조종실을 찾아냈다. 별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파여있는 오목한 금속체와 그 안의 황금색 알갱이가 유리 장판에 덮여 있었다. 그 아래, 이 행성의 주홍색 표면은 충실하게 자신의 궤도를 공전하는 생기 없는 부랑자를 영원토록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종석을 찾아냈다. 내 우주선에 있는 조종석보다 3배는 컸다. 사이드 패널과 다용도 보관함, 운영 콘솔에 이르기까지, 조종실 내부의 모든 게 선형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우주선처럼 동그란 물건은 없었다. 또한 이 조종실에서는 ‘바닥’과 ‘천장’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이 우주선을 조종한 이들은 인공중력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감각을 이 제한적인 환경에 애써 끼워 맞춘 것 같았다.



만약 이곳이 우주선을 제어하는 중심 허브라면, 신호를 송출할지, 송출하지 말지를 확실하게 해줄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우주선을 행성의 궤도로 쏘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을 갖춘 생명체는 분명 정보를 저장하는 수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인공 기억이더라도.



나는 햇빛이 비치는 콘솔을 전부 살펴보았다. 선체의 외부에서 엿볼 수 있었던 그 깔끔함과 단순함은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 조종실에서는 모든 것이 난해했고, 막무가내식으로 대칭적이었으며 지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금속 노브와 스위치, 버튼은 너무 작아 내 발굽으로는 다루기 힘들었다. 또한 갖가지 문양도 볼 수 있었다. 판화에 문자, 기호와 상징이... 하나같이 작고 선형적으로 배열되어있었다. 그런 마구잡이식의 지성이 이 총체적 난국에서 견고한 논리의 끈을 매듭지었다니, 기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기호 설명표를 찾아냈지만, 알아보는 시늉조차 할 수 없었다. 분명 이 우주선을 조종하는 생명체들에게는 기본적인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다른 우주선을 수도 없이 탐사해본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우주 문명이 우주선을 건조하는 방식에 어떤 반복적인 패턴이 있을 터이다. 나는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자리에 발굽을 올리곤, 양쪽의 다른 좌석을 잡은 채로 주변의 구조에 집중했다. 나는 격벽과 굳은 막으로 덮인 광이 나는 콘솔, 전선과 단열재, 속에 들어찬 실리콘 시트를 너머를 감지해 보았다.



지금, 뭔가 감지됐다. 동심 자기 띠가 있는 일종의 디스크였다. 인공 기억을 저장하는 수단일 것이다. 그걸 가져와 내 우주선의 유리 집합체로 가져와야 한다.



아주 조심스럽게, 마법에 열중하느라 헬벳을 둘러싼 보호막이 풀리지 않게 하면서,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패널을 분해했다. 리벳과 금속제 보강 기둥, 강철 섀시를 제거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얼음이 녹는 것처럼, 콘솔의 내부가 나의 발굽 아래서 분해되었다. 나는 자기디스크를 반투명한 염동력 막 안에 넣어, 내 안장가방 속 밀폐된 공간에 넣고, 마법으로 봉함으로서 닫았다.



이곳에 온 이유를 충족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 우주선은 내가 몇 년이라는 시간 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첫 인공 구조물이었다. 더 많은 곳을 탐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격벽을 부드럽게 밀어내어 조종실을 빠져나와 통로와 여러 방을 우아하게 활공해 나갔다. 양쪽에 객실이 보였다. 모든 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우주의 냉혹한 진공에 노출되어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였던 것이다. 언젠가, 어느 순간에, 내 우주선도 내부의 모든 설비가 죽은 듯이 버려지는 그런 운명을 겪게 될까, 궁금해졌다.



그러고 나서, 난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답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때, 무언가가 시야 가장자리에서 움직였다.



순간 몸이 굳었다. 나는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점프슈트의 타오르는 마나 패널을 통해 뒤로 돌며 나는 방금 지나쳤던 방 안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뭔가 다시 움직였다. 마치 순환하는 물결처럼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문가로 나아갔다. 흔하디흔한, 크고 작은 여러 방 중 하나에 불과했다. 여기가 분명 우주선의 주거 구역일 것이다. 보기만 해도 폐소공포증이 느껴지는 이 방으로 들어가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길고 늘씬한 유기체였다. 점프슈트를 입고 있었으며, 내 몸집에 최소 다섯 배는 돼 보였다. 네 사지가 보였다. 한 쌍씩 모양이 일치했는데, 위아래는 상당히 모양이 달랐다. 굽이진 척추와 작은 골반을 보니 팔다리가 한 쌍씩 분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즉, 이건 이족보행 생명체였다.



몸뚱이는 비좁은 방 한가운데를 정처 없이 떠다니며 회전했다. 지난 무수히 오랜 시간 동안 그랬을 것이다. 몸통의 윗부분이 내 마나조명에 닿자, 나는 이 생물의 얼굴로 눈을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얗고 거칠한 피부와 작은 코가 달린 납작한 얼굴, 잡식성 치아가 있는 입이 벌어져 있는 게 보였다. 하얀 두 눈이 불빛을 반사했고, 두 눈 위 생물의 머리 부분은 너덜너덜한 회색 줄기로 덮여 있었다. 두개골의 구조로 보아 나는 이 생물의 지능의 포니와 동등하거나 심지어 능가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곳에서 난 다음 방으로 기어들어 갔다. 처음 발견한 신체와 모양이 비슷한 또 다른 신체를 발견했다. 피부와 갈기 색만이 달랐다. 이 지성체들은 참으로 각양각색이구나. 다음 방에서, 나는 세 신체를 발견했다. 그중 두 신체는 가까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마치 서로의 품 안에서 죽은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놀라운 자세였다. 살점이 부패한 정도는 미미해서, 나는 이들의 생김새를 매우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원하는 건 이미 얻었다. 이 우주선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나를 이 자리에 붙들고 있었다. 뭔가가 나를 이 몸뚱이와 함께 떠돌아다니고 싶게끔 하고, 이들의 영원한 군무에 동참하고 싶게 했다. 나는 알 수 없는, 앞으로도 알 수 없을 이 놀라운 생명체들의 잿더미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발굽을 내밀어, 저들의 살갗을 만지려 하다 이내 멈췄다. 저들의 기억을 훼손하려 하다니, 부끄러웠다. 나는 내 기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아... 이들은 신호를 받은 게 아니었다. 이곳에서의 내 일은 끝났다.



재빠르고도 신중하게, 난 내가 지나갔던 복도를 빠져나갔다. 보라색 수정을 챙기며 이 우주선을 떠났다. 그렇게 내 우주선으로 돌아와 가압 절차를 거치고 나서 공기 폐색 장치를 통과하고 헬멧을 벗었다. 점프슈트 위에 걸친 안장가방을 가져가며, 사물함을 박차고 나와 처리실로 활공해 나갔다.



유리 조각으로 이루어진 집합체가 곡면을 그리며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집합체 바로 앞으로 가기 위해 추진기를 점화했다. 안장가방을 연 뒤에는 자기디스크를 꺼내곤 다리를 구부려 디스크를 쥐었다. 나는 이 디스크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본 후, 오목 거울의 초점에서 가만히 떠오르도록 살며시 놓아주었다.



다음으로 나는 뿔을 거울 뒤의 철제 격벽에 박힌 수정을 향해 기울였다. 보라색 에너지를 불어넣어 수정의 불을 밝히자 마나의 광선이 집합체 뒤의 금속 벽을 통과했다. 여섯 개의 원통이 스르르 빠져나왔다. 집합체 밑에 하나, 패널 왼쪽에 둘, 그리고 오른쪽에 하나, 유리 조각 위에 하나. 완전히 다 빠져나오자 원통이 개봉되었다. 이 중 다섯 개는 팬던트였다.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 분홍색, 마지막으로 황금색. 남은 한 보석,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왕관 모양이었고 우주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와 같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곧, 마나가 다섯 개의 팬던트를 모두 통과하자, 팬던트가 왕관처럼 밝게 빛나게 되었다.



눈부신 섬광 속에서, 여섯 개의 보석이 버려진 우주선에서 가져온 자기디스크로 광선을 쏘아냈다. 은은한 빛이 디스크를 덮더니, 이윽고 유리 집합체로 향했다.



깨진 이미지의 새하얗고 정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살아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귀에 거슬리는 잡음도 함께 흘러나왔다. 내가 빛나는 집합체 앞에서 염동력으로 유리 조각을 앞뒤로 구부리자 처리실은 혼란으로 메아리쳤다.



서로 다른 색이 드리워지며, 이미지가 패널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빛과 금속판, 콘솔, 스위치, 전기 도관 같은 것들이 보였다. 마침내, 온 유리 조각에 걸쳐 피부의 모습이 깜박이는 게 보였다. 나는 염동력을 능숙하게 다루며, 마법 패널을 진동수와 일치하도록 조정했다. 피부가 초점에 들어왔다. 그다음으로는 갈기가, 그다음으로는 얼굴이. 버려진 우주선의 생물체가 화면의 왼쪽 상단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이건 기억이었으며, 이 생물체는 살아있었다.



마법에 집중할수록 눈가에도 주름이 짙어갔다. 나는 거울을 비틀고 유리 조각도 딱 맞게 회전시켰다. 이미지를 유리 결합체를 꽉 채울 정도로 늘리며, 쓸데없는 잡음과 노이즈를 제거해냈다. 영상이 선체의 마나필드에 연결되면서 깜박거려, 붉은 미행성의 궤도에서 죽은 생물체들의 기록된 삶을 보여주었다. 유리 조각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한데로 어우러져 문장과 일정한 양식을 이루고 있었다. 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얼굴을 보았다. 초췌하고 지쳤으면서도 결연한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는데, 내 귀에는 영문 모를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나는 눈을 감고 불협화음을 들으며 묵상했다. 치직거리는 소음과 이따금씩 모음처럼 들리는 말소리 사이 깊은 곳 어딘가에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나는 마나의 맥을 따라 메시지를 순환시키며, 언어를 내 뿔로, 내 영혼으로 스며들게 했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뛰었지만,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하나로 통합되었다.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진 뒤 생겨나는 잔물결처럼.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청아하고 명확했으며, 듣자니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 지난 두 달 동안,” 소리가 치직거렸다. “아직 지원 소식은 없다. 이 원정대의 지휘관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도 나를 향했다. 그녀였다. 그녀의 영혼이란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내 마음속으로, 마나의 맥을 통해서, 진심을 담아 흐느끼며 말하고 있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진한 녹색의 홍채가 눈물을 억누르며 조종실의 광학 녹화 장치를 향해 몸을 기울인 채로 미래에게,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세드나 탐사팀의 제2, 3 호송대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암울했지만, 표정은 침착했다. “애초에 출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W.S.E.C.는 작전 계획이 급격히 변경될 경우, 수면 상태에서 깨울 안전 프로토콜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여기 고립되어있다. 현 식량으로는 5년도 버틸 수 없다. 예정된 20년보다 훨씬 적은 수치이다. 제3 호송대가 귀환에 필요한 연료를 가지고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소식이 없다. 이미 해왕성을 지나 세드나의 영향권에 속한 터라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세드나의 궤도에서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눈이 집합체를 가로질러 좌우로 움직였다. 내 시야는 그녀의 용기 있는 얼굴에 고정되었으며, 영상이 방안을 가로질러 깜박였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레이즈 중사가 생존 가능성이 있는 계획을 세웠다. 행성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다음 지각 밑으로 깊이 파 내려가는 것이다. 우리가 측정한 바로는, 탄화수소층 밑에 열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에너지로 10년 더 체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불과 14시간 전에 지구에서 날아온 신호를 잡았다.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알리는 신호였다. 보아하니, 서반구 전체가 봉쇄된 모양이다.”



그녀의 콧잔등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한층 더 침울해졌다.



“유라시아의 거대 기업이 행동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은 수십 년 동안 위협적인 존재였는데, 우린 그들을 과소평가하기만 했다니. 고향에 무엇이 남았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나,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떠난 뒤로 W.S.E.C. 관제 센터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면 호송대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밖에 홀로 남겨져 있을 것이며, 언제나 끝까지 철저하게 혼자일 것이다.”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서인지 그녀의 표정이 잠깐 핼쑥해졌다. 이내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심각하게 눈을 뜨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모든 걸 걸고 살아남는 것이다. 현 인류가 우리만 남은 거라면, 우리는 진정한 인간으로서, 즉 친구이자 동포로서 죽을 것을 여기서 선포한다. 나는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어, 무엇을 해야 할지 민주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끝으로, 이것이 우리의 가장 화려한 업적이 될 것이다. 고향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 아직 태양이 우리를 따스하게 가호하는 이곳에 훌륭하게 다다른 것. 여기는 세드나 원정대의 마리사 선장, 송신 종료. 신께서 우리 모두를 도우시길.”



신호가 다시 한번 깜박이더니 하얀 정적으로 바뀌었다. 나는 아직 여기 남아, 붕 뜬 채로,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 몇 마디의 메아리를 만끽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눈을 감으며, 그녀의 말이 보이지 않는 마나의 맥 섬광과 함께 사라질 때까지 음미했다.



다들 죽고 말았을까? 다른 수많은 문명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내가 미처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 걸까? 아니면 마리사가 말했던 방법대로 아직 저들의 자그마한 파편이 이 행성의 표면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집합체가 작업을 마쳤다. 자기디스크는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못 쓰게 되어버렸다. 본 건 아니었지만,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마리사의 우주선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한 상태였다. 이제 난, 티끝 만한 지식만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내가 삶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최선의 결과를 희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끝없는 황량의 땅에 있더라도.



그래서 난 눈을 뜨며, 집합체에 마법을 불어넣었다. 유리 파편이 조금 커져 다시 오목한 모양으로 돌아갔다. 보석이 담긴 원통이 금속 벽 안으로 스르르 밀려가는 중에, 나는 거울로부터 빙글 돌아 추진기를 점화했다. 선체의 가느다란 선두 부분으로 날아가며, 나는 기록 보관소와 식물 원심분리기를 지나갔다. 수정으로 이루어진 터널을 따라 길을 가다, 잠시 멈췄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피를 말라붙게 하는 그 일. 나는 왼쪽으로 발굽을 뻗어 수정 하나를 떼어냈다. 수정을 발굽에 쥔 채로 바라보았다. 작고, 가느다라며, 밀도가 높으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숨을 떨리듯이 쉬며, 조종실로 다가갔다. 세드나 탐사팀의 우주선은 유리창 너머 하얀 상자처럼 남아있었다. 난 그 우주선을 보고 싶었으나, 대신 유리 케이스 안의 권총을 쳐다보았다.



신호를 송출하는 것에는 단 하나의 방법만이 존재한다. 우선 내 마나의 맥을 재충전하고 회복시켜야했다.



나는 내 자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구멍이 나 있는 하얀 시트를 지나갔다. 그러고 나서 내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아가 발굽으로 유리 케이스를 꽉 잡았다. 마법으로 자물쇠를 풀고 권총을 빼냈다. 검고 단단한 물건을 만지니, 얼음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다. 나는 방을 여는 것을 잠깐 머뭇하다, 이내 열었다. 공허한 방 안이 펼쳐지고 나자, 나는 수정 조각을 제자리에 밀어 넣은 뒤 다시 닫았다.



이렇게 하면 절차를 조금이나마 단축할 수 있다는 걸 오래전에 알게 된 터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뿔을 기울이고는 점프슈트 중앙에 보라색 빛의 파동을 쏘아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번들거리는 직물이 한순간에 풀렸다. 나는 한 번에 한 다리씩 빼내며 슈트를 벗어냈고, 끝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마침내, 슈트가 내 뒤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온몸의 근육을 풀어준 뒤, 날개를 자유롭게 펼쳤다. 깃털이 달린 날개가 조종실을 가로지르며 펼쳐져, 유리창 너머로부터 들어오는 황금색 빛을 가렸다.



나는 날개를 다시 접으며 자리에 앉았다. 저 아래 붉은 행성의 부드럽고 진주 같은 표면을 두 눈에 담으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정말이지 완벽한 행성이었다. 멋진 묘비로 손색이 없을, 그런 행성.



그런 생각을 마음속 깊이 품으며, 권총을 내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공이치기를 당기며, 이내 쐈다.



수정이 곧장 내 머리로 날아들었다. 색종이 조각이 날리며 그들이 달콤한 노래와 조명으로 축하하고 웃자 그녀는 승천했으며, 태양은 그녀와 함께 이슬과 포니들과 색채와 나를 바라보는 눈들로 반짝이는 에메랄드처럼 파란 평원에 내리 쬤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들은 그들이 웃자 곡선을 그렸으며, 그들이 나를 부드럽게 껴안자 나는 번뜩이는 빛과 어둠의 반구를 통해 싱긋 웃어 보이고 흐느꼈으며, 그 위 공전하는 별들의 모임은 무지개의 색으로 빛을 냈다. 마치 내 방의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아침의 빛 같았으며, 과거의 모든 지식이 친구라는 따스한 존재 속의 폐로부터 탄식을 끌어내었다. 친구, 우리가 춤추며 노래하고 불을 밝히며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달달한 간식을 먹고 종소리와 호각 소리를 내는 바람과 눈 섞인 돌풍과 호숫가와 강과 개울과 평원과 향수 냄새가 나는 꽃으로 이루어진 침대에서 보내는 무더운 오후 속의 웃음소리와 사랑의 약속과 가벼운 행동. 열정으로 가득한 두 눈은 밤하늘을 향한 채 우리는 별을 세며 별자리마다 서로가 생각나게끔 하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하여 영원의 거대한 어둠 속에서 그것들에게 사명을 가져다줄 직함이 있을 것임을 이해하며, 그들의 눈이 사라지고 그들의 얼굴은 내 머리 왼편에서 터져 나오는 수정의 불꽃과 함께 사라진다.



내 왼쪽의 하얀 시트에 총알이 쾅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정이 박혀있던 자리를 피가 채우며 피 냄새가 퍼져나가는 것을 맡았다. 나는 이빨을 꽉 앙다물었다. 머리를 뚫은 구멍이 시간이 흐를 때마다 조금씩 채워져 나가면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이 아니라, 나를 뚫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마력이 그슬리듯 뜨거워서였다. 마나의 맥이 절단되었다가 다시 연결되며 마력이 마구 치솟고 있었다. 내가 이 마력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이 찰나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



머리에 난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음을 느끼며, 나는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 원형 콘솔의 중앙으로 몸을 띄워, 뿔로부터 빛을 쏘아냈다. 유리창 너머 별에 필적할 정도로 밝았다. 반짝이는 에너지의 불꽃이 내 머리에서 춤을 추고 선체의 모든 마법 전달체로 흘러 들어갔다. 콘솔에 줄지어 있는 여러 수정이 번갈아 가며 패턴을 형성했고. 책머리 너머에서 크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앞, 선체 바깥에, 높은 금속 줄기가 뻗어 있었다. 그 줄기의 끝부분이 펼쳐지더니 밝은 보라색 마법으로 요동치는 수정 원판이 형성되었다. 원판은 빛을 뿜어냈으며, 내가 마나의 맥을 원판에 바로 흘려보내자 내 심장 박동에 맞춰 고동쳤다. 정신을 열쇠로 삼아, 신호를 송출해낼 수 있다. 내가 말을 하면 그 말은 모든 주파수로 송출될 것이다. 내가 나눠야 할 말이 저 아래 붉은 미행성의 끝자락까지 도달할 것이다. 신호는 근처의 별들로도 향하여, 들을 이들을 찾아 해맬 것이다.



두 번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당당하고, 위엄있게, 나는 결론을 내렸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세드나. 제 이름은 트와일라잇 스파클, 이퀘스트리아라고 하는 세게에서 왔습니다. 한때 그곳에는 수많은 포니들이 있었습니다. 평화와 기쁨밖에 모르는 행복하고 활기찬 생명체이지요. 포니들은 아름답고 영특하며 품위 있는 기제류입니다. 저는 그런 포니들을 수 세대에 걸쳐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나는 내 날개가 펼쳐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퀘스트리아에는 저 밖에 남지 않았지요. 저는 그들의 친구인 한편, 그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수백 년이 지나가면서, 저는 이퀘스트리아에 남아, 저만이 답할 수 있는 유산의 외로운 수호자로 남아 있을 운명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묘지기로 남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용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는 두 눈을 뜨고 조종실 밖을 바라보았다. 행성 너머, 버려진 선박 너머, 심지어 별들과 별들을 감싼 우주의 먼지 너머도.



“이퀘스트리아의 사랑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이퀘스트리아의 정신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께 우정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유일하게 영원한 것은 이 별들도, 저 천체들도,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드넓은 우주도 아닌, 우정이니까요. 저 밖에 어딘가,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정신이 있습니다. 다시 닿기를 바라는 정신이지요. 저는 서로 흩어지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우리의 천성이라 믿습니다.”



선체 바깥의 금속 줄기의 빛이 벌써 꺼져가고 있었다. 몸에서 마법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메시지는 언제나 그랬듯, 너무 짧았다. 나는 신호를 유지하기 위해 마나의 맥을 최대한으로 출력했다.



“여러분이 그곳, 세드나에 계신다면, 제 말이 들리신다면, 부디 응답해 주십시오. 단 한 마디여도, 단 한 단어여도, 제 메시지를 되묻는 질문이라도 좋습니다.” 나는 훌쩍이며 눈물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전 여러분을 받아들이기에, 여러분이 제게 무슨 말을 하든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모든 결점과 두려움, 기쁨으로 여러분을 받아들입니다. 제가 여러분, 세드나를 찾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여러분에게 오직 선과 평온만을 바랍니다. 제가 비록 불멸의 존재이긴 하나, 저는 절대적인 진리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단 하나도 빠짐없이, 친구로서 태어났다는 것을요. 이는 시간보다 더 오래되고 빛보다 더 진실된, 이 우주의 유일하게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지금 막, 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꺼졌다. 모든 것이 고요했다. 나 역시 고요했다. 나는 콘솔에 줄지어 있는 수정의 빛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난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몇 분을. 몇 시간을. 몇 년을.



한숨을 내쉬었다. 응답이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나는 귀를 기울였으며, 희망을 간직했고, 살아있었다.



피로가 느껴져, 나는 금속 팔 끝에 있는 유리 패널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발굽을 움직여, 이 항성계의 중심에 위치한 별을 기준으로 영점을 맞췄다. 마리사가 한 말을 묵상하며, 나는 밝은 항성계의 궤도 안에 속한 안쪽의 천체들을 스캔했다. 항성으로부터 세 번째로 떨어진 행성이 가장 기이했다. 적당한 기온에 산소가 가득한 데다 치명적인 방사선이 넘쳐흐르는 행성이었다.



전파는 여전히 고요했다. 경보도, 피드도, 신호도 없었다. 세드나는 영원히 죽은 채로 남아 있었다.



나는 살며시 점프슈트로 다시 돌아갔다. 콘솔을 박차고 나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오고는 한 쌍의 레버를 당겼다. 추진기를 조정하면서, 내 선체는 버려진 우주선으로부터 방향을 바꾸며 항성계의 중심부, 세 번째 행성을 향해 빠르게 경로를 설정했다.



그런 오염되고 위험한 곳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그보다 더 기이한 일도 일어난 데다, 나는 그런 기이한 것들을 믿어 의심치 않으니.



그렇기에 난 꿈속에서 나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