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갤소설> 김도령! -2


"죄인 김 인문은 고개를 숙이라."

김도령 앞의 남자는 엄숙한 목소리로 교지를 펴고 차근차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김가의 가련한 죄인 김 인문은 들어라."

남자의 한마디가 끝나자 인문은 고개를 땅에 박고는 말했다.

"성은히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병판은 인문을 내려다보며 조곤조곤 말했다.

"김 인문. 너의 할아비 김 석문은 대역 죄를 저질렀다. 감히 무례하게 선왕의 면전에서 헛소리를 한 너의 할아비의 죄가 무거우나 너의 아비 김 적인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했으니

복권을 해 주려 한다." 

인문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복권.. 복권이라. 이제 자신이 죄인이 아니게 된단 소리였다.

병판은 덜덜 떠는 인문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을 느끼며 계속 읊었다.

"너의 아비 김적인은 풍기군수로 있으면서 향례유례에 큰 힘을 쏟았기에 그 만방에 덕과 예가 흘러넘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풍기군의 수많은 군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바.

과인은 가여운 군민들의 말을 들어 너를 복권하고자 한다. 나라를 위해 앞으로 큰 힘을 쓰도록 해라. 그리고 관노 영인은 성을 복기하도록 하고 한양으로 돌아오도록 해라.

죄인 인문은 죄를 뉘우치기 위해 광릉의 능참봉으로서 10년을 일해야 할 것이다."


인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한양. 한양으로 갈 수 있었다. 거기다가 동생도 다시는 천민으로 살지 않아도 되었다.

인문은 눈물을 흘리며 덜덜 떨며 말했다. "성은히 성은히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티아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 어려운 말들은 다 무엇이고 능참봉? 복권? 항례유례 이게 다 뭔소리지 싶어서 그는 패랭이 쓴 놈에게 다시 물었다.

"이보게. 저게 다 무슨소린가?"

"저두 잘은 모르지만유. 인문이.. 아니 인문 도련님이 다시 한양으로 가신단 예기지유."

"아!"


티아는 기뻐서 비명을 질렀다. 패랭이 쓴 녀석은 티아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아씨가 저분 정인이였지요? 같이 한양에 가시는 겁니까?"

"어.. 음? 글쎄?"

패랭이 쓴 녀석은 대답을 듣곤 이상하다 싶어서 한참 보더니 말했다. "뭐 하여튼 축하합니다. 아씨. 이제 아씨가 가고 나면 남해현은 다시 조용해지겠구먼유."

"아 하하..."


티아는 대충 얼버무리고 집으로 달려나갔다. 기분이 이상했다.


...


높은 남해 섬의 언덕 위에서 티아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해 섬 언덕배기의 목장. 그곳에는 여러 말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녀는 기분이 밍숭맹숭 했다.

김도령이 서울로 간다고? 자기도 따라갈까?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다시 이퀘스트리아로 돌아가야 하기도 하고.

한양에 가면 김도령이 자길 만나줄까? 사실 티아는 이 시골에 오게 된 것이 그저 풍경만 보고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쩌다가 이 귀여운 녀석을 잡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기억났다. 어머니 파우스트가 해주시던 말씀.

"티아야. 차원 이동 능력은 알리콘들에게만 전해진 권능이란다. 이 권능은 아주 강력하고 재밌긴 하지만 그 세상 사람들에게 정을 붙이진 마렴. 꼭 결말이 좋아지지

않았단다. 대부분 불구가 되거나 사망하거나. 상대들의 엔딩은 그랬지. 예전에 루나도 저 너머의 친절하고 신사적인 디스코드와 친하게 지내다가 세상이 혼란해지곤 했단다.

나도 어릴 땐 여러 세계의 여러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그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 너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알겠지?"


하지만 너무 와버리고 말았다. 인문과도 알고 지내게 된지 벌써 2년. 이 녀석이 15살일때 부터 만나서 그는 벌써 17살이었다. 2년동안 많은 일이 있긴 했지만

파우스트님의 말 처럼 막 이상한 일이 생기진 않았다. 누가 불구가 된다거나 죽는다거나 하는.

티아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올때와는 다르게 보라빛 화려한 도포를 입은 인문이었다.


"낭자.. 여기 와 계셨구려. 한창 찾아다녔는데. 여기 있었구려. 하기야 자네는 항상 여기서 바다를 보곤 했지. 바다가 왜 좋소?"

"그야. 바다는 어디에나 이어져 있으니깐. 내 고향 간도라던가. 아니면 심양. 에도까지도 말야."

"허허. 간도와 심양이 그립소?"


그리울 리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거짓으로 얼버무렸다. "그래. 가끔 어머니 생각이 나."

이건 맞는 말이었다. 어느 순간 차원 여행을 하다 사라진 어머니 파우스트. 그녀는 어디에 있는걸까?

인문은 수심에 깊어하는 티아를 보더니 말했다.

"저 아래 자유로운 말들이 보이시오?"

"말?"


티아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뜨끔했다. 내 동족들의 열화판. 새들 아라비아 공주들이 보면 놀라 까무러칠 관경이다. 더럽고 무식하고.

당나귀들도 저러진 않을거야.


하지만 인문의 반응은 달랐다.

"저 자유롭게 뛰 노는 말들을 보시오. 마치 행복해 보이지 않소?"

"그렇긴 해. 자유롭긴 하네."

쟤네들은 포니들과 달리 일할 필요도 씻을 필요도 없고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벌 필요도 없으니깐 당연한 일이었다. 티아는 무심코 말했다.

"하지만 멍청해서 불쌍해. 생각도 못하는 놈들이잖아?"


인문은 그 질문에 허허 웃었다.

"아니 낭자는 당연한 말씀을 하시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은 "이" 즉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사고가 불가능하오. 그들은 그저 "기"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아무렴.

그러나 나는 그 "이"가 없음이 부럽다오."


"그게 뭔 소리야? 이성이 없는게 부럽다고?"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고통 받으며 살았소. 저걸 보시오. 하지만 저 녀석들은 유배도, 죄인도, 그 무엇도 아니라오. 그저 자유롭게

아무런 생각 없이 이 좁은 남해현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것이 그들 일생의 전부란 말입니다."


티아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정말 쟤들이 부러워? 저렇게 사는게?"

티아는 절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인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은 저리 살아보고 싶소. 차다리 사대부가 아니라 무지렁이 백성이였다면 편하게 살았을지도 모르지."

"너 그럼 말이 되어 볼래?"


티아는 순간 자기가 말하고 깜짝 놀랐다. "아 아니 그게.."

"그게 무슨 말이오? 말이 되어 보라고? 하하하 농도 싱겁게 참!"


인문은 웃긴지 깔깔 웃었지만 셀레스티아는 속이 타들어간다. 

'곧 여행의 한도인 7일이 지나면 나는 파우스트 처럼 행방불명이 될지 모른다. 인문을 데리고 이 나라를 뜰 생각이었는데 한양 도성으로 가게 되다니....

거기다가 방금 내가 한 말 속마음을 이상하게 말한거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 포니가 되어서 나랑 떠나는게 어떨까... 이 이상하고 고리타분한 나라를 벗어나서 말이야. 자유롭게 포니가 되서 초원을 뛰놀던지 알아서 해라고..'


티아는 속이 탔다. 사실 루나가 방에 누워있는 이유도. 차원여행의 부작용이었다.

이상한 차원에 너무 오래 있으면. 차원이 여행자를 집어삼키기 마련이었다.



먼훗날 400년이 지나서야. 티아는 김도령을 만나기 위해 차원 거울을 만들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