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 혹시 책의 화신 같은거야? 너 이름이 뭐야?
‘아미? 너야?’

프팅? 프텅? 발음하기 힘드니까 그냥 프레드라고 부를게
‘아마릴리스!’

프레드! 오늘도 놀러왔어!
‘아미…’

나 좋아하는 유니콘이 생겼어
‘안돼…’

딸이 손녀를 낳았어. 너한테 보여주지 못하는게 좀 아쉽네
‘제발 그러지 마’

포식자들을 막아낼 문을 만들거야…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
… 그동안 고마웠어 프레드
이제 넌 자유야
“날 떠나지 마!”


FHTNG


어둠 속에 숨은 고대의 악이자
숲의 유니콘들이 세대를 이어 탈출을 막고있는 존재
그는 그 자신만이 존재하는 텅 빈 공간에서 사라져가는 빛을 향해 다급하게 외치며 감았던 눈을 떴다

영원 불멸의 존재인 그에겐 그저 한순간을 회상했을 뿐이지만 따뜻하고도 아련한 기억은 그의 마음을 뒤흔들기엔 충분했다
흔들린 그의 마음을 증명하듯 그가 수세기 동안 모아온 전리품들 중 일부가 가루가 되어 떠다니고 있었다

“이런… 이건 아끼던 거였는데”
먼 옛날 그를 어둠 속에서 꺼내 준 유니콘에게 프레드라 이름붙여진 존재가 아쉬운 듯 투덜거렸다

“아미…”
프레드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가루들을 맞으며 아마릴리스를 회상했다

수천 수만년의 시간동안 동물들을 깔보기만 했던 그가 유일하게 호감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낀 존재
그리고 그와 너무나도 다르기에 아무리 애를 써봐도 닿을 수 없다는 절망을 느끼게 해 준 존재

절망과 기쁨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갑자기 통로가 열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유니콘들 몰래 만들어둔 탈출구
책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분신에 가까운 그 통로는 가끔 어린 유니콘 망아지들이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읽어보곤 했고
그는 자신의 탈출을 도와주지도 못하는 재능없는 유니콘들에게 겁을 준 뒤 기억을 빼앗고 쫓아내는것이 익숙해지던 참이였다

“오늘은 어떤 망아지려나?”
프레드는 망아지를 놀래킬 대사를 생각하며 통로를 통해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
그러나 그는 준비했던 대사를 할 수 없었다

“아미..?”
“세상에 너 혹시 책의 화신 같은거야? 너 이름이 뭐야?”
다른 유니콘들처럼
아니 다른 유니콘들보다 더 하얀 유니콘 망아지가 말했다

“어..? 아! 크흠… 크하하하! 나는 FHTNG 이다! 어둠의 화신이자! 공포의..”

“프팅? 프텅? 발음하기 힘드니까 그냥 프레드라고 부를게”
프레드가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소개를 하자 당찬 망아지는 과거의 누군가처럼 그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말을 들은 프레드는 묘한 느낌을 받으며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망아지를 제대로 바라보았다

아마릴리스와 같은 얼굴
아마릴리스와 같은 눈빛
아마릴리스와 같은 재능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였다
다른점이 있다면 눈 앞의 망아지가 그의 기억 속 그녀보다 왼쪽 귀가 덜 쳐졌다는 것 정도이리라

“너… 아미와 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미? 아미가 누구야?”
“예전에 아마릴리스라고 너와 닮은 유니콘이 있었어”
망아지가 처음 듣는 이름에 고개를 갸우뚱 하자. 프레드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아마릴리스님은 내 증조 할머님이야!”
망아지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프레드는 망아지가 아닌 그녀의 증조 할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책을 찾다가 이건 읽지 마라고 하길래 열어봤더니 재밌네”
망아지가 프레드를 자세히 관찰하며 말했다

“무슨 책을 찾고 있었던 거야?”
프레드가 호기심이 생겨 말했다

“그냥… 평범한 유니콘들과는 다른 걸 배우고 싶었어. 내가 아마릴리스님의 증손녀라고 모두가 부담을 줘서… 언젠가 포식자들이 돌아오면 내가 포식자들을 막아내야 한대”
망아지가 조금 마음이 상한 듯 말했다

“흠… 내가 좀 도와줄까?”
프레드가 선심을 쓰는 척 말했다
사실 그는 그녀의 정체를 알자마자 한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그조차 닿을 수 없는 영혼의 세계를 건드릴 계획
가장 빛나는 곳에서 영면을 취하고 있을 아마릴리스를 다시 그의 곁으로 끌어내릴 계획

그의 힘만으론 부족하겠지만 그녀의 혈육을 그릇삼고 포식자들을 가두는데 사용한 무한에 가까운 힘을 가진 열쇠의 힘을 사용한다면 가능하리라

“내가 너에게 그 어떤 마법들보다 강력한 흑마법을 가르쳐 줄게”
“흑마법? 그거… 위험한거 아니야?”
“아니야! 전혀 위험하지 않아! 겁낼 필요 없어. 그리고 네가 흑마법을 배운다면 너희들이 믿는 예언대로 포식자들이 돌아올 때 그들을 막아낼 수 있을거야!”
그는 순한 양처럼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내며 망아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럼… 좋아!”
고민하던 망아지는 양의 탈을 쓴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프레드는 순진하게 자신의 입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망아지를 보고 미소지었다

“그래…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같은 시간에 여기로 와”
프레드가 웃으며 말했고 양의 탈을 쓴 포식자에게 삼켜진 망아지는 새로운 친구를 얻은 것이 좋은 듯 미소지으며 책과 프레드를 도서관에 둔 채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밤하늘의 그림자처럼 천천히 그의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망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스스로 통로를 닫았다

이번엔 놓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