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 긴급 상황이다! 전원 장비를 착용하고 대기할 것!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리들은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씨발! 아직 낮이잖아!”
팀원들 중 한필이 커튼을 열어보더니 밖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들어오는 밝은 빛을 보고 눈을 가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후… 우리까지 깨울 정도면 상황이 좋지 않은가본데?”
팀장은 갈기를 매만지다 한숨을 쉬며 일어났고 우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팀장의 말대로 이런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그리핀들에게 캔틀롯이 포위됐을 때조차 낮에 우리를 깨우지 않았었다
정확히는 역겨운 잡종들을 깨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깨운다는건 분명 ‘박쥐’들의 발굽마저 필요할 정도의 위급한 일이라는 것이리라
“다들 장비 착용하고 루나 공주님의 처소로 집합해”
“알겠습니다”
어느새 장비를 착용한 팀장이 그 말과 함께 문을 박차며 뛰쳐나갔고 우리는 부팀장과 함께 장비를 착용했다
어디론가 뛰어가는 유니콘들과 당황한 듯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비둘기들을 지나 루나 공주님의 처소에 모인 우리들은 팀장과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루나 공주님을 만날 수 있었다
“전원 집합 완료했습니다”
팀장이 팀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공주님께 보고드리자 공주님께선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아”
슬픈 눈동자로 우리를 바라보시던 공주님께서 입을 열자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러나 힘있고 강렬한 목소리에
책과 종이를 잔뜩 들고 뛰어다니던 유니콘들도
명령을 받지 못해 갈팡질팡하던 페가수스들도
겁에 질려 도망치던 동물들도
모두 밤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다들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매가 이종족들을 몰살하기 위해 태양의 힘을 남용하고있다.
그녀의 소망대로 오늘이 지난다면 이퀘스트리아는 포니들만 남은 외로운 대륙이 되겠지…
그러나 나는 이런식으로 이퀘스트리아의.. 아니 포니들만의 평화를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포니들과 이웃들의 비명과 증오 위에 포니들만의 제국을 세우고 싶지 않다.
아마 너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믿는다.
너희들 중 마법을 쓸 줄 아는 아이들은 내 자매의 마법으로부터 캔틀롯을 지킬 방어막을 설치하기 위해 모이고 있었을것이고 날개를 가진 아이들은 내 자매의 날개 아래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떨고 있었을테지…
그러나 나는 이퀘스트리아의 진정한 평화와 모든 지성체들의 우정을 위해 내 자매에게 반기를 들 생각이다.
나를 따르지 못하겠다면 자유롭게 떠나도 좋다.
그리고 이건 너희들도 마찬가지란다 나의 아이들아…”
공주님께서 선언하시고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자 나는 당황해서 팀장을 바라보았고 그녀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인지 공주님과 우리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어떤 포니도 나서지 못하고 태양이 타들어가는 소리만 들려오던 그때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동료를 밀치고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공주님과 함께 할 겁니다. 비록 그 끝이 타르타로스일 지라도”
나의 말에 팀원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공주님이 아니였다면 다들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공주님을 위해 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아이들아…”
내 말을 듣고 팀장이 공주님을 바라보며 말하자
공주님은 조금 감동한 듯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보아주셨다
“저희도 공주님과 뜻을 함께 하겠습니다”
공주님의 연설을 들은 포니들 중 한필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괜찮겠느냐? 죽을수도 있다”
“저희는.. 폭탄을 만들던 포니들입니다. 조금이나마 이 발굽에 묻은 피를 닦아낼 수 있다면… 죽음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정말 고맙구나”
루나 공주님은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공주님을 따라 알현실로 향했다
알현실의 문 앞에서 루나 공주님께서 마법을 사용했고 무엇을 했는지 몰랐던 우리는 공주님을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공주님께선 잠깐 미소를 지어주시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거라”
“하지만..”
“마지막으로 대화를 좀 나누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대신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우리는 팀장과의 대화가 끝나자 루나 공주님이 적의로 가득찬 방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고 언성이 높아지자 뛰어들어갈 준비를 했지만
그 순간 실내임에도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뒤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버텨야 했다
알현실을 뒤흔들던 폭풍이 가라앉자
시야에 흰색과 검푸른 빛이 굉음을 내며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 들어왔고
지상에서 태양보다 더 밝은 빛들의 비상을 바라보던 포니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불합리함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에 전율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힘에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대지를 뒤흔들고
서로를 향한 고함만으로 하늘을 무너뜨리는
절대자들의 모습이 불합리할 뿐이었다
그러나 포니는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우리는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과 대지를 뒤엎는 진동에 적응했고
불합리한 상황에 적응하자
다음으로 찾아오는 것은 공포였다
두개의 다른 색이 부딪히면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진동이 온몸을 뒤흔들었고
두개의 다른 빛이 폭발하면 눈 앞에 태양이 있는 것처럼 시야가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압도적인 힘이 보여지고 느껴지자
아무도 공주님들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절대자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길 바랬다
하지만 팀장은 그마저도 적응한 듯 떨리는 다리를 일으키며 소리쳤다
“다들 뒤지고 싶지 않으면 일어나!”
팀장의 외침에 우리는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일어나는 로열가드들을 보았다
“반역자들을 처단하라!”
서로 다른 공주를 섬기는 포니들은 서로를 노려보다
로열가드들 중 누군가 소리쳤고 그것을 신호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발굽을 피하면 날개가 시야를 가렸다
날개를 치우면 마법이 날아왔다
마법을 피하기 위해 날아오르면 다시 발굽이 날아왔다
하지만 우리의 수가 너무 적었던 탓일까
우리들은 용맹하게 싸웠지만 하나 둘 제압당하기 시작했고
결국 포위당하자 이제 끝났음을 직감했지만
그때 하늘에서 빛이 날아와 천장을 부수자 팀장이 우리를 보고 소리쳤다
“가!”
“하지만…”
“공주님께서도 너희들이 죽는걸 원하진 않으실거야! 가!”
팀장이 나를 밀어내며 말하자 우리는 태양이 검게 타오르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이퀘스트리아 최고의 비행사 답게 우리를 쫓아오려는 페가수스들을 격추시키는 팀장을 뒤로한 채 성벽으로 향했다
“박쥐! 거기로 가면 안돼!”
성벽을 넘어가려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아래쪽을 바라보자 다이아몬드 독들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걸봐”
우리들이 다이아 독들에게 다가가며 묻자 그들은 검게 타고 침이 묻은 새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기 부딪히면 이렇게 되더라고”
“맛있어”
“하…”
순진하게 말하며 불쌍하게도 타죽은 새를 뜯어먹는 그들의 모습에 우리는 한숨을 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어떻게 이 안에 있는거야?”
“대장이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어”
“밖은 더워”
이렇게 끝인걸까 생각하던 중 그들이 방벽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문이 들어 물어보자 그들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너희 대장은 어디에 있어?”
“저쪽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어”
“그래, 고맙다”
나는 다이아몬드 독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장의 위치를 물었고 그들이 가리킨 정원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쩌려고?”
“도와달라고 해야지”
동료들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자 나는 다이아몬드 독들의 대장을 찾으며 대답했다
“야! 숨어있지말고 나와!”
“오랜만이네?”
정원의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에 소리치자 대장이 우리들이 온 것을 몰랐던 척 하면서 나타났고
나는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인사는 됐고 우리가 성벽 밖으로 나가게 도와줘”
“왜? 타죽으려고?”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빨리”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놀리는 듯한 그의 태도에 화를 내자 그가 알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곤 부하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그의 부름에 모인 다이아몬드 독들은 그가 가리킨 땅을 파기 시작했다
“저 구멍은 너희들이 나가자마자 덮을거야. 나가서 후회하지 말라고”
“그럴일 없어”
대장과 대화하는 동안 구멍이 다 파진듯 열기가 새어나오는 구멍으로 다이아몬드 독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고
대장이 이제 가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는 구멍으로 들어갔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갱도 안에서 따끈따끈한 흙을 맞아가며 전진하던 우리는 한참을 기어가다 빛을 발견했고
결국 그들의 말대로 타죽을 듯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동료의 질문에 문득 저번에 보았던 어스 포니들이 떠올랐다
급하게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던 그들은 미 개척지인 남쪽으로 향했었지
“남쪽으로 가자”
나는 그 말과 함께 날개를 펼쳐 남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동료들은 떨떠름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다 나를 따라 날아오기 시작했다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다 어느새 조용해진 하늘을 보니
태양을 가리며 녹아내리던 달에 포니의 형상이 새겨지고 있었고
태양을 피해 도망치듯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슬픔에 젖은 달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날갯짓을 하며 속도를 올렸다
팀장의 희생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공주님의 마지막 소원이 우리의 죽음으로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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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공주님 그립읍니다.. 항상 좋은 소설 고마워요
좋아해줘서 고마워!
님 팬픽은 자기전에 위스키랑 읽으면 딱임..
한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