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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들은 대부분 귀족이다.


그 말은 즉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암투를 벌이고,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마법이나 재력으로 상대방을 찍어눌러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냉혹한 전장엔
친절같은 연약한 마음따위가 깃들 안전지대 따위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곳, 어느 한 귀족의 저택 또한 마찬가지였다.


“으악!”
침입자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숫말의 앞에서
마지막 경비병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수 많은 경비병들이 쓰러진 자리엔
아직 큐티마크가 없는 준성마 체형의 망아지 한 필이 서 있었다.


노란 침묵

그녀가 다녀간 곳은 침묵만이 남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누군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숫말을 위해 침묵을 선물한 것이다.


“누가 보냈는지 알겠군…”
플러터샤이를 바라보던 숫말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리고 그냥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 뿔을 빛내며 샤이에게 마법을 날렸지만
플러터샤이는 옆걸음으로 간단하게 피한 후 반격했고 그녀의 마법에 맞은 숫말은 바닥에 쓰러져 헐떡였다.


플러터샤이가 뿔을 빛내며 쓰러진 숫말에게 다가가자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플러터샤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같이 어린 망아지가 어째서 이런 일을..”
그리고 그것이 그의 유언이었다.


“아버지!”
차갑게 식어가는 숫말의 모습에 돌아서려던 플러터샤이는 그녀조차 눈치채지 못할만큼 정교하게 숨겨져 있던 비밀통로가 열리는 것을 목격했고,
그곳에서 그녀보다 어린 유니콘 망아지가 튀어나와 힘없이 늘어진 숫말을 안으며 소리치는걸 들었다.


그 모습에 플러터샤이가 한숨을 쉬며 천천히 다가갔지만
망아지는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아버지라는 단어를 되뇌이고만 있었고,
그녀가 망아지의 눈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침묵이 윈디고의 숨결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는걸 눈치챈듯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끝에 플러터샤이를 올려다보던 망아지는 단 한마디만을 속삭였다.

“미안해요…”

그 말을 듣자 분명 자신에 대한 저주이거나 살려달라는 한심한 소리일 거라고 생각했던 플러터샤이는 당황했다.


‘미안하다고?’

뜬금없는 망아지의 말에 망아지의 의도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던 플러터샤이는 무의식중에 자신이 제일 잘 사용하는 마법을 사용해버렸고

그렇게 방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

그녀의 시야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플러터샤이는 정신을 차렸고,
검붉은 슬픔으로 바닥을 물들이고 있는 망아지를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자
심장이 그녀의 죄악을 비난하듯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고,
눈물이 그녀의 죄악을 감추려는 듯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오지 못했고,
아무도 그녀에게 상처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망아지는
미안하다는 말 한번으로 그녀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혔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이 아이가..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망아지의 어머니로 보이는 암말이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지만 침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완수할 뿐


플러터샤이가 조용해진 저택을 나온 후
조금 시간이 지나 의문의 화재가 그 저택을 휩쓸때 쯤

그녀는 캔틀롯의 어두운 골목에서 한 포니를 만나고 있었다.


고등 마법학교의 교수라는 직책을 달고 학부모들에게 비츠를 받아 자신의 배를 불린 역겨운 포니


그러나 그는 지금 플러터샤이의 고용주였기 때문에
플러터샤이는 돼지처럼 살찐 그를 경멸하면서도 그의 동료 교수를 침묵시키고 온 것이었다.


“수고했어. 여기 약속했던 비츠다”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감사의 표현’을 받고 온 듯 부하들을 이끌고 온 그는 플러터샤이에게 비츠가 가득한 주머니를 던져주었고,
플러터샤이는 말없이 그를 노려보다 주머니를 주운 후 고아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쯧.. 여전하군…”
“그게 나름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나는 저런 암말 싫어”
“저.. 그런데 그 분은 왜 죽인겁니까? 교수님의 동료이기도 하고.. 좋은 분 같던데…”
플러터샤이가 말없이 떠나가자 숫말들은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며 자기들끼리 떠들어댔고,
대금을 지불하고 남은 비츠를 세던 교수는 질문을 한 부하의 머리를 후려치며 소리쳤다.


“그 ‘좋은 분’이 계속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마법도 못쓰는 어스포니를 마법학교에 입학시키자니! 그런식으로 아랫것들의 응석을 받아주다간 이퀘스트리아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그 말에 숫말들의 대화를 무시하고 돌아가던 플러터샤이는 흠칫하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교수와 부하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뭐야..? 너 말 할 수 있었어?”
플러터샤이의 목소리를 듣고 재미있다는 듯 자기들끼리 웃고있는 모습에 플러터샤이가 뿔을 빛내자
그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상황을 눈치챈 듯 긴장하기 시작했고 플러터샤이는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질렀다. 


“고작 그런 이유로 그 아이가 죽어야 했던거야?”
플러터샤이가 소리를 지르며 폭주하듯 마법을 쏘아냈고,
자신의 부하들이 쓸려나가자 교수는 자신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걸 잊은 듯 기겁하며 소리쳤다.


“무.. 무슨짓이야! 난 네 고용주라고!”
교수가 소리치자 플러터샤이는 주머니를 다시 그의 얼굴에 던져주며 말했다.

“이젠 아니야”

그 말을 끝으로 뒷골목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뒷골목을 청소한 후

플러터샤이는 캔틀롯에서 나와 해가 뜰때까지 달렸고,
어느 얕은 개울가에 도착하자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문득 바라본 개울에서 괴물을 발견했다.


다른 생명의 삶을 빼앗는것만 할줄아는 괴물

그 괴물은 플러타샤이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플러터샤이는 절망과 분노를 느끼며 발굽으로 괴물을 내리쳤지만
괴물은 그런 그녀를 비웃듯 발굽을 피하며 플러터샤이의 그림자에 달라붙어있었고,
개울을 수차례 내려치며 몸을 적시다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발굽을 멈춘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레인보우 꽈당이가 아니라. 유니콘이잖아?”
그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던 한 망아지와 비슷한 나이대의 숫망아지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니콘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보아하니 샌님 같은데? 발굽 깨끗한 것 좀 봐!”
어느새 그녀를 둘러싼 숫망아지들의 호기심 어린 목소리


그러나 플러터샤이는 조금 다른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눈 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망아지의 비명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줄도 모르고 반복되던 아버지라는 대답없는 외침

그리고 뿔을 빛내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안하다고 속삭이던 순수한 목소리

그것은 그녀의 영혼에 소리의 형태로 새겨진 저주였다.


“그.. 그만둬…”
“무.. 뭐라는거..”
귓가를 맴도는 끔찍한 저주에 플러터샤이는 몸을 덜덜 떨며 얼굴을 땅에 박은 채 자신의 귀를 가렸고,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망아지들은 그런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때 한 망아지의 목소리가 그녀의 저주를 깨고 들려왔다.

“야! 너희들! 걔를 왜 괴롭히는거야!”

그 목소리에 플러터샤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어스포니 망아지와 그런 그녀를 조금 걱정되는 바라보는 페가수스 망아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생기가 넘치는 무지갯빛 갈기의 망아지를 바라보다
자신에게 사과하던 망아지를 떠올리고 고통에 몸을 떨었다.


온 몸이 베이는 듯한 고통 속에서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무지갯빛 갈기의 망아지에게 자신은 괜찮다고 말해주려던 플러터샤이는
자신을 도와주려던 망아지가 절벽으로 달리고 있는걸 깨닫고 힘겹게 소리쳤다.


“대쉬!”
“아.. 안돼…”


무지개색 망아지가 절벽의 끝에서 뛰어오르자 불타버린 저택의 바닥을 적시던 붉은색 죄악이 그녀의 시야에 아른거렸고,
망아지가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자 자신을 둘러싼 망아지들을 밀친 후 숲 속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플러터사이는 자신이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멈춰섰다.


“헉.. 헉…”
숨을 고르던 플러터샤이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는게 자신의 최후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았고,
자신의 밑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엎드려서 나무 아래를 확인하자

그곳엔 나무에 깔린 작은 토끼 한 마리가 덜덜 떨고있었고,
그 모습을 본 플러터샤이는 나무를 치워주었다.


“미안…”
샤이의 도움으로 탈출한 토끼가 화난듯 스톰핑을 하자 샤이는 멋쩍게 웃으며 사과했고,
토끼는 샤이의 사과를 받자 피곤한 듯 하품을 하며 뻔뻔하게 샤이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바라보던 샤이는 발굽으로 조심스럽게 토끼를 쓰다듬어 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속을 가득 채운 나무와 꽃들
그리고 그 사이를 부드럽게 날아다니며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주는 나비들


그 모습을 보고 샤이는 다짐했다.

살아있는동안 꽃들을 위해 꽃가루를 퍼트리는 나비들처럼
남은 삶은 이 작은 생명들을 위해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