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이사항으로 확인점 7번 지점에 전 SMILE 요원 글루미 스카이를 리더로 한 탈영병들의 마을이 있으며 중대 규모의 민병대를 운용하고있었습니다. 보고드렸다시피 작전팀 철수간 해당 탈영병 집단과 교전이 있었고 현재는 탄약고를 폭파하여 무력화시킨 상태입니다.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 하고싶은 말은?”

“덕분에 뒤질뻔 했습니다”

작전 결과보고를 마치자 보고를 도와주던 부소대장이 지시봉을 접었고,
대대장의 질문에 나는 대대장에게 하고싶은 말을 했다.


“안뒤졌으니 괜찮다는소리군. 가서 쉬게”

내 대답을 듣자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만 가보라는듯 발굽짓을했고,
부소대장과 함께 나가려던 나는 잠시 고민하다 뒤돌아섰다.


“… 스카이에 대해선 하실 말 없습니까?”

“… 못난 딸이지”

그 말과 함께 대대장은 얼굴을 구겼다.


집안의 자랑이었던 포니의 탈선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딸의 망가져버린 모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녀는 그 어느때보다 고통스러워보였다.


“… 알겠습니다”

“그 아이에 대해선 자네도 할말이 있을텐데..?”

대대장은 그 말과 함께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보며 글루미 스카이를 떠올렸다.


셀레스티아에 대한 신앙을 제외한다면 모든게 평범했던 내게 도전의식을 느낀 포니.


스카이는 남들과는 달리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나를 골탕먹이기 위해 멋대로 다가왔고,
자신을 다른 포니들과 똑같이 대하는 내 태도에 멋대로 사랑했고,
멍청할정도로 단순했던 내 심장엔 더이상 빈자리가 없다는것을 확인하자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을 입힌 채 멋대로 떠나갔다.


내가 믿음 대신 사랑을 선택하고,
내가 그녀를 밀어내는 대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었다면

그녀가 사랑받는 법 대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그녀가 남들을 깔보는 대신 스스로를 사랑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 이젠 다 지나가버린 일이다.


“… 지나간 인연입니다”

“하… 자네 술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니 어서 꺼져주게”

내 대답을 듣자 대대장의 눈빛에 잠깐 살기가 감돌았고,
자신의 권총을 매만지다 한숨을 쉬며 머리를 주물렀다.


대대장의 텐트 밖으로 나가자 기다기고있던 부소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텐트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들었으리라.


“부하된 자로서 상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건 좋지 않네. 특히… 미움받고 있을때는”

“… 나만 미워하니까 괜찮아”

사실 그녀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나를 싫어했다.

‘완벽한 자기 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자란 시골 포니”
그것이 나에 대한 그녀의 평가였다.

… 아마 지금은 더 나빠졌으리라.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나는 그 말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고, 부소대장은 그런 내가 걱정되는듯한 시선을 보내며 말없이 따라왔다.


외마부대의 식당은 두개로 나눠져있다.

하나는 포니들과같은 식성을 가진 얼룩말, 버팔로, 야크등의 종족을 위한 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육식을 해야 하는 종족들 전용 식당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우리 소대는 나를 제외하면 모두 육식동물이다.


‘저번엔 운좋게 넘어갔지만 나중에 식량 떨어지면 뜯어먹히는거 아닌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소대원들을 바라보자 의무담당관이 나를 노려보았다.


“소대장님 고기는 줘도 안먹어요”

“… 그런 생각 안했어”

부소대장조차 조금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다른곳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고기는 안나온다고요! 생선이나 우유, 치즈정도만 나오지… 그건 포니들도 먹잖아요!”

“뭐..? 그럼 뭐가 다른거야?”

“저희쪽에선 건초가 안나와요. 대신 곡물을 조금 더 준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대화에 다른 외마부대원들이 흥미롭다는 듯 귀를 쫑긋거렸다.

하긴 대부분의 소대는 같은 식단을 공유하게 편성되어있고,
식당이 분리된탓에 서로가 무엇을 먹는지 볼 수 없었으니…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데?”

“대대 의무관에게 들었어요. 친구거든요.
다들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종족들이 모인 부대는 처음이라서 의사인 자기가 첫 식단을 짜야했는데, 종족별 영양소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최대한 식재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식단을 짜느라 고생했다면서 투덜거리더라고요”

내 질문에 의무담당관이 재잘거리기 시작했고,
주변의 외마부대원들은 궁금증이 해결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자기들끼리 그것을 주제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헤헤.. 주변이 조금 시끄러워졌네요…”

의무담당관은 자신 때문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는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곁눈질을 하기 시작했다.


“씁… 어쩐지 맛이 하나도 없더라니… 맛도 모르는 의사양반이 식단을 짜서 그랬나보네”

“저.. 저희들도 맛있는거 좋아해요! 짜고 달면 건강에 안좋다는건 알지만…”

내가 아직 얼굴도 모르는 대대 의무관을 욕하자
의무담당관은 반박하다 자기도 맛이 없다는걸 인정하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뭐… 다들 밥 먹고 푹 쉬라고, 당분간은 작전 없을테니까”

“소대장님도 식사 거르지말고 챙겨드세요. 술은 드시지 말고요!”

“술 없으면 여기 밥 못먹어…”

그 말과 함께 의무담당관이 내가 메고있던 가방을 뺏어가며 말했고,
가방안의 술과 함께 소대원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버리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참호 안이 그리워지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