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암말이 있었다.

누구보다 밝고 아름다웠던,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자란 암말.

그녀는 봄날의 햇살이었고, 아침을 깨우는 지저귐이었다.


그리고 한 숫말이 있었다.

누구의 자식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숫말.

그가 나타나면 그림자조차 골목 안으로 숨어들어갔고, 그의 뒤엔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속삭임이 따라다녔다.


하루는 햇살이 언제나 외로웠던 그림자를 비춰주었고,
단순한 호의는 어둠 속에서 변질되어 사랑으로 변했다.

물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는 이는 한 필밖에 없었지만


어느날 암말의 비명이 들려왔고 이에 놀란 포니들이 골목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이슬맺힌 거미줄처럼 반짝였던 갈기가 망아지가 휘두르는 나뭇가지에 엉킨 것처럼 더럽혀진 암말과
왜곡된 사랑 노래를 부르면서 피눈물을 토해내며 절규하는 암말의 속살에 자신의 역겨운 사랑을 뿜어내는 숫말이 있었다.


분노한 포니들은 숫말을 매달았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된 암말의 배는 달이 질수록 부풀었다.

… 그렇게 한 아이가 나타났다.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처형당하고,
어머니의 절규를 들으며 태어난 아이


아이의 어미는 아이를 받아들기도 전에 아이를 버렸고,
그 어떤 포니도 자기가 아이를 키우겠노라 나서지 못했다.

축복받아야 할 탄생이 죄악으로 얼룩졌으니,
그 어떤 포니가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아무도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아이는 고아원에 보내졌다.


아버지에게 이름을 받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축복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그곳에서 자랐다.

덩치가 작으면 식어버린 수프에 머리를 박고,
날쌔지 못하면 그 수프조차 받지 못하는 곳에서


아이의 마음은 증오로 가득찼고,
증오는 아이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의 뿔이 포니를 향하게 된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리라.


아이의 뿔이 한번 빛나자
차가운 마음을 가진 포니들은 뜨거운 몸을 가지게 되었고,
흩날리는 불꽃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이의 뿔이 두번 빛나자
날카로운 말을 내뱉던 입은 부드러운 속살을 보여주었고,
따스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아이의 몸을 데워주었다.


아이의 뿔이 세번 빛나자
노래를 부르던 포니들도 춤을 추던 포니들도 모두 제자리에 멈췄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아이는 다음에 할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는것
어머니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것

그리고 어머니를 향한 여행 중에 자신의 앞을 막는 것들을 모두 치우는 것


아이의 여정은 앞으로도 붉게 물들어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