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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껴있는 늦은 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지만 라임스톤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며 (평소에도 늘 화나있지만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난 모습이었다.) 나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 멍청한 티셔츠 좀 버리라고!"

라임스톤은 밝은 연보라색에 밤하늘 같은 어두운 남색 별이 그려진 목이 잔뜩 늘어난 티셔츠를 움켜쥐고 있었다.

"안 돼! 내가 말 했잖아, 그건 포니갤 퀴즈대회 준우승 상품이라고!"

라임스톤은 기가 차다는 듯 팔짱을 끼고 쏘아 붙였다.

"아 그래? 상품? 이딴걸 입고 돌아다니라는 벌칙이 아니고?"

나는 입을 꾹 다물고 화를 삭히며 그녀의 손에서 티셔츠를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이거 버릴거야, 그렇게 알아!"

라임스톤은 내가 티셔츠를 잡지 못하게 손을 뒤로 휙 돌리며 말했다.

"그거 버리기만 해봐..."

"하! 버리면 어쩌게? 이딴 싸구려 티셔츠 때문에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내가 멈칫하자 라임스톤은 속사포로 내뱉었다.

"이 멍청한 옷 들고 헤실거리면서 집구석에 들어올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어! 미쳤다고 이딴걸 입고 핑카미나 결혼식에 가질 않나, 심지어 모딜리나 결혼식에도 입고 가겠다는거 말렸더니 삐져가지고 하루종일 주둥이 다물고 있질 않나!"

"주둥이라고 하지마!"

"마블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처제가 왜?"

"형부한테 옷 좀 사줘, 라더라! 나보고!"

난 말문이 막혀서 라임스톤의 벌게진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 티셔츠하고 잘 어울리는 외투를..."

라임스톤은 내 말을 듣고 인내심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이...이딴... 쓰레기는... 당장..."

라임스톤은 분노로 부들거리며 채석장의 장녀다운 억센 팔로 티셔츠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뭐하는거야!!!"

나는 티셔츠를 뺏으려고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우당탕!!

티셔츠를 뺏으려고 몸을 던진 나에게 강하게 밀쳐진 라임스톤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라임스톤은 바닥에 엎어진 채 천천히 고개를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티셔츠가 들려있었다.

"아... 저기... 미안해... 실수야... 안 다쳤어?"

라임스톤은 분노도 슬픔도 실망도 아닌 혐오의 눈빛으로 날 노려보더니 내게 티셔츠를 휙 던지며 말했다.

"가져가, 그리고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마."

나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몸을 굽혔다.

"내 몸에 손 대지마... 꺼져..."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고 천천히 일어나 방 문 밖으로 나갔다.

갈기갈기 찢긴 티셔츠를 들고 멍하니 방 문을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승해서 후드티를 받았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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